마침 이번에 먼지 복각 EX도 한번 깨야해서 오토 돌리다보니 내가 생각보다 천화를 많이 써서 문득 든 생각이다.


에이야에 대한 질투심과 이 알량한 질투심을 느끼는 스스로에 대한 환멸과 자존심 사이에서 고민하면서 멘탈이 깨지는 천화 솔직히 껄릴 거 같지 않냐.


생각해봐. 천화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학문과 아츠에 대해 어느 정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천성 귀족 마법사잖아?

자기 실력에 당연히 큰 자부심이 있겠지. 그러지 않고서야 로도스에 들어오면서도 '당신들의 연약한 방법으론 우리 발목이나 잡는다.'라고 말할 수 있지.


뭐 이런 썰 글이 으레 그렇듯, 몇 가지 가정을 붙여보자고. 일단 천화가 감자가 아니라 이쁘고, 엑은천 엑은천 하던 시대의 천화라 모든 독타들이 처음에 스카우트해가려고 안달난 성능캐였다는 것 같은거 말이야.


그렇게 로도스에 처음 들어온 천화는 당연히 로도스의 주력 오퍼레이터로 참가 하겠지. 

솔직히 고아술 고아술 하지만, 초반 스토리 밀기엔 좋잖아. 코스트는 좀 높지만 강력한 마법딜을 광역으로 꼽아 넣고 아츠로 운석도 불러내는 이 강력한 마법사를 응애독타는 좋다고 쓰겠지. 엑은천 소리는 옛말이긴 해도 헛말은 아니었으니까.


그러니 아마 1차 정예화 까지는 금방 금방 받을 거야. 천화 본인도 전장에 계속 나서고, 3성 승리 VIP로 독타랑 말도 자주 하고, 뭐 이러니까 로도스의 신임을 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 천화는 뿌듯해하면서도 겉으로는 이렇게 말하는 거야. 당연한 결과입니다, 저는 우수하니까요.


박사와의 사이도 점점 깊어지는 거야. 박사는 로도스에서 우수한 캐스터인 천화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고, 천화 역시 로도스의 우수한 자료들과 박사의 학술적인 식견. 그리고 그의 성격 이런 거에 조금씩 정을 느끼는 거지. 박사의 곁에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열이 오르고, 말도 횡설수설하게 되고 말이지. 근대 당연히 천화는 속으로 이걸 부정함녀서, 일부러 박사의 곁에서 한발짝 멀어졌던 거야. 뭐 물론 박사가 고백하면 받아줄 수는 있을....지도? 하는 전형적인 생각만 하면서. 


박사는 천화에게 우수한 부하직원 내지는 친구 그 이상 이하도 아닌데 말이지. 

아무튼 천화가 박사에게 반한 개연성이야 만들면 그만이라지만, 자기 힘이 필요하다고 해서 스카우트하러 오고, 계속 전장에 나가서 부대끼다보면 사랑을 느낄 수도 있지. 천화는 이제 막 성인이 된 아가씨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천화가 전장에 나서는 횟수가 점점 줄어드는 거야. 처음에는 개근이나 다름 없었던 일일던전의 멤버에서도 빠지고, 스토리 파밍에서도 빠지기 시작하더니 이낸 첫 지역을 미는 그런 초행팟에서도 빠지는 거야. 전자들은 그래도 신입교육(신뢰도작)이라는 명분 하에 자기가 빠질 수 있다 해도, 후자는 그 누구보다 자기가 필요한 곳인데 말이야. 


그렇게 당연히 불려 가겠지 하는 첫 번째 협악에서도 불려가지 않고, 점점 강해지는 적들에 맞춰서 자기도 강해져야 하는데 로도스의 지원도 없고, 스스로의 성장도 어느 정도 한계에 달하는 거야. 뭐 독타가 레벨을 안 올려주는데 본인 혼자서 강해질 수 있을 리가. 


이제 하는 거라곤 자기가 하고 싶었던 연구를 하거나, 가끔가다 기반시설에서 초보 캐스터들에게 교관 역할이나 해주는 거야. 처음 보는 염소 화산학자나, 말 더럽게 안 듣는 살카즈 꼬맹이 같은 애들. 둘 다 불속성이라 자기가 교관 역할 맡기 최적이라 생각하고 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거야. 


처음에는 마음에 들었겠지. 일단 하고 싶었던 연구도 계속 하고 있고, 가끔가다 하는 교관 일도 나름 적성에 맞으니까. 하지만 천화는 계속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거야. ...그러고보니 내가 박사랑 대화한 지 얼마나 됐더라?


천화는 박사와 이야기를 못 한지 좀 됐어.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눈 것도, 반대로 공적인 이야기를 나눈 것도 전부. 

아니, 애초에 박사를 본 적이 언제더라? 꽤 자주 보던 사이였던 지라, 역으로 이런 단절조차 신경쓰지 않았던 것이지.


하지만 박사는 점점 바빠서 만나기도 힘들고, 전장에 나서지 않는 천화의 입지도 조금 줄어들어서 작전에 참가신청을 해도 기각되는 거야. 왜일까? 하고 찾아봐도 이유는 딱히 찾지 못하는 거야. 차라리 여기서 천화가 로도스에 별 정이 없었다면, 이렇게 한직이나 다름 없는 일을 하고 있으면 진작에 때려치고 나오겠지만, 이미 신뢰도 200을 찍은 천화는 박사의 얼굴이 밟혀 로도스를 떠날 수도 없는 거야. 


이미 박사는 자기보다 훨씬 강한 캐스터들로 그녀의 자리를 채웠다는 건 알지 못한 채.


그러다 문득, 로도스가 천화를 호출했어. 정말 오랜만의 작전이야. 천화는 가슴이 뛰었지. 같이 나간 인원들은 꽤나 자주 보는 얼굴들이야. 다들 2차 정예화도 하지 못한 채 목숨을 걸고 전장에서 부대꼈던 동료들이니까.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겠지.


전장에 나서기 전까지는.


전장에 나서게 되면 알게 되는 거야.


자기와 함께 전장에 나섰던 초창기 오퍼레이터들은 하나 둘씩 2차 정예화도 받고, 특별 훈련(스작)도 받아서 엄청나게 강해졌는데 정작 자기는 그때와 그다지 변한 게 없는 거야. 스킨도 못 받고.


그리고 그 중 천화의 눈을 돌아가게 만드는 것은 단연 자기 바로 눈 앞에서 엄청난 아츠를 쏘아내고 있는 에이야겠지.

천화의 기억에 있는 아이야. 자기의 후임이라며 박사가 데려온 캐스터고, 자기의 손으로 교관을 봐줬던 아이니까.


그때는 저렇게 강하지 않았는데. 도저히 같은 사람이라고 볼 수 없는 성장치를 눈 앞에서 본 천화는 망연자실해지는 거지. 오히려 우수한 캐스터이기에 더 잘 아는 거야, 설령 세부 분야가 다르더라도 저 압도적인 출력을 본 이상 알 수 밖에 없는 거야. 자기가 아무리 노력해도 넘길 수 없는 벽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고. 


그렇게 자기가 대체되었다는 사실이랑, 자기 제자 같은 느낌의 아이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폭풍성장 한 것에 분노나 질투도 느껴지고, 자기는 전투직이 아니라 연구직이니 괜찮다고 애써 위로해보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에 남아 있는 찝찝함도 전혀 가시질 않는 거야.


그리고 자기에게 이 결정에 대해 그 어떤 말도 하지 않고 결정해버린 박사에 대한 배신감 역시. 


마음 같아선 박사에게 따지고 싶지만, 전장에 나섰음에도 박사와의 통신은 닿지 않아. 생각해보니 이 전술은 예전에 초창기 로도스에서 박사가 그대로 사용했던 전술이야. 그러니, 바꿔 말하면 지금 지휘를 하고 있는 건 박사가 아니라, 박사의 전술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PRTS겠지. 


그렇게 천화는 돌아오자마자 박사에게 쳐들어가려고 할 거야. 하고 싶은 말은 많겠지. 내가 저 아이들보다 더 우수한데, 더 강해질 수 있는데 왜 자기에겐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이 자기를 내쳤냐고. 우리 간의 신뢰가 그렇게 알량한 것이었냐고.


하지만 박사의 집무실의 문을 열려다 천화는 보고야 마는 거야.


박사와 에이야가 단 둘이서 활짝 웃으며 사담을 나누는 모습을, 분명 자기와 이야기 할 때 보여줬던 박사의 풀어진 모습을.

그 때 천화의 마음 속에서 두 가지 감정이 소용돌이 치는 거야. 


원래는 내 자리 였는데, 하는 에이야에 대한 질투와, '지금이라도 내가 강해지면 저 자리에 있을 수 있을까?'하는 자존심이.


뭐 그렇게해서 천화가 에이야급의 지강캐스터가 된다면 해피엔딩이겠지만, 그게 어디 쉽겠어? 상대는 무려 명일방주 서비스 3주년을 향해가는 지금 이 시점에서도 캐스터 1티어를 차지하고 있는 적폐 중에 적폐인데.


그래서 결국 절대적인 실력차를 극복하지 못한 천화가 울면서 에이야를 저주하는 거 보고 싶다. 마음 같아서는 에이야를 죽여버리고 그 자리를 독차지하고 싶어하는 추악한 얀데레 마인드도 솟아 오르지만, 그럴 힘이 없는 것도 없고 그건 비겁한 짓이고 사람이 못할 짓이다, 라는 식의 그 알량한 자존심이 에이야를 공격하지 못하게 막는 거지. 


이 와중에도 자존심 챙기는 자기가 한심하다고 매도하고, 나는 할 수 있다는 또 그 자존심 때문에 몸이 망가져라 수행하는 천화 재밌을 거 같지 않냐. 하지만 결국엔 그 벽을 넘지 못하고, 로도스의 작전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 천화가 결국 울면서 박사에게 호소하는 것 보고 싶다.


박사가 냉혈한은 아니니 천화에게 동정심은 주겠지만... 그렇다고 천화를 이해할 수는 없는 그 1차원적 동정심에서 끝나면 재밌....을까?


뭐 아무튼 독타랑 에이야가 야스하는 거 몰래 훔쳐보면서 패배자위하는건 확실하게 꼴릴 듯. 


몸 상태도 아작 났고, 뭔가 글도 슬럼프가 빡세게 온 것 같아서 그냥 썰 느낌으로 든 생각 아무렇게나 적어봄.

그래서 아무튼 감자가 아닌 천화가 질투과 자존심, 열등감의 충돌로 혼자 고통받으면서 ㅍㅂㅈㅇ하는거 껄릴 거 같지 않냐.


대충 그래서 결론은



천화 일러 상향좀


아님 뭐 진짜 자기 후배인 민트가 핑댕이/에이야랑 동년배라 그냥 좋은 친구로 지내는 중이라 어쩌다 같이 전장에 나가거나 로도스에서 붙어다니는 데 그 에이야에게 열등감을 가진 천화가 민트도 오해해서 갈구는 것도 재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