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레이터 정보글을 쓰려고 마음먹을 때마다, 언제나 뭘 다룰지 고민하게 된다.

적폐야 이미 좋다는 게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고, 찾아보면 서너 개는 넘는 공략글을 찾아볼 수 있다.

신캐는 나 자신도 얼마 쓰지 못했을 뿐더러 중섭에서 6개월 미리 굴려본 사람들의 리뷰를 이길 수 없다.

하다 하다 요즘에는 공략팀에서 프레임과 코딩 수준으로 파헤쳐가며 분석하니 일개 아마추어로선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나름 독창성 있는 글을 쓰려고 한다면 메이저 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똥캐 정도는 아닌, 소위 '홍머병' 픽을 찾게 되는데, 그런 건 나 역시도 육성 우선 순위가 낮기 때문에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런 와중에도 어쩌저찌 키운 게 이번에 다룰 미즈키 되겠다.

도솔 뉴비로서 1정하기도 빡셌던 극초반을 함께한 픽이기도 하고, 최근 모듈로 그럭저럭 정상화되었다는 얘기를 들고 반신반의하며 2정과 스작을 해줬다.

2, 3스는 친구의 것을 빌린 경험을 토대로 작성하며, 그나마도 2스는 록라에서밖에 써보지 못했음을 양해해주기 바란다.




1. 특성




미즈키의 직군은 스페셜리스트 중에서도 매복자다. 빨티로 쉽게 얻을 수 있으며 장진주를 캐리했던 에단과, 협약 스킨으로 얼굴을 비추는 맨티코어로 익숙한 직군인데,

이들은 매복해 있다는 이름답게, 0저지로 근접 공격을 당할 일이 없고, 어그로 순위가 낮아 원거리 공격의 목표가 될 일도 적으며, 가끔 공격당할 때도 물리, 마법을 50% 확률로 회피하여 생존력이 좋다.

공격 면에서는, 단일 캐스터의 공격 범위를 한 번에, 타겟 제한 없이 공격한다는 최대의 공격 범위를 갖고 있지만, 그 대신 공격 간격이 3.5초로 전 직군 최하라는, 스플래시 캐스터와 비슷한 밸런싱을 받았다. 게다가 이들은 광술처럼 깡공이 아주 높다고도 할 수 없기에, 평타 DPS는 썩 좋은 편이 아니다.


흔히 미즈키의 문제점을 논할 때, '매복자는 딜 보고 쓰는 게 아닌데 딜러로 설계된 미즈키'라는 모순점을 지적하고는 한다. 이 말을 뒷받침하듯, 에단과 맨티코어는 각각 속박과 지속적인 감속에 일가견이 있는 픽들이다. 하지만 이들조차, W를 비롯하여 딜과 CC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낸 다른 픽들에게 밀리기 시작하여 비주류가 된 지 오래이다. 즉, 이런 상황에서 매복자도 딜을 추구해야 하는 것은 필연이었으며, 그 결과가 먼저 나온 5성 키라라, 그리고 이번의 미즈키라고 할 수 있다.


미즈키에게 이러한 설계 배경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두고, 그의 재능과 스킬이 이를 얼마나 실현했는지 알아보자.



 

2. 재능

1재능은 미즈키가 범위 내 체력이 가장 낮은 적군에게 마법 추가타를 가하는 것이다.

낮은 평타 DPS를 단일 적에 한해서라도 높게 끌어올리는 재능이라고 볼 수 있으며, 킬 캐치에 특화되어 있다. 

미즈키의 모든 스킬은 1재능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미즈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영상은 2스 7렙)


1재능은 '가장 낮은 체력의 적'을 목표로 하는 특성상, 여러 적이 뭉쳐 올 경우, 마법 추가타나 거기에 딸려오는 CC가 가장 절실할, 체력 높은 소수의 엘리트에게는 CC를 맞추고 싶어도 맞출 수 없으며, 이것이 미즈키의 근본적인 한계이다.

2, 3스가 1재능의 타겟 수를 늘려주지만, 그건 결국 한계를 우회적으로 극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미즈키의 운용은 2종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1재능이 적중할 수밖에 없는, 1~3명씩 오는 소규모의 엘리트 웨이브에서 CC와 극딜을 동시에 넣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극단적인 물량전에서 강약약강 포지션을 취해, 잡몹들을 솎아내고 강한 적들만 본대가 상대하게끔 하는 것이다.


2재능은 미즈키 범위 내에 체력 50% 미만의 적이 있을 경우 공격력 보너스를 얻는 것이다.

미즈키의 우산이 파랗게 빛나는 것으로 활성화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단일 DPS를 올리는 1재능과 비교했을 때 광역 DPS를 올리는 효과가 있고, 1재능의 마딜 추가타도 소폭 상승하는 시너지와 함께 마찬가지로 킬 캐치력을 올려주지만, 일단 적을 반피 미만으로 만들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한 데다, 그 적이 죽어버리면 도로 꺼져서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도 어려운, 좀 수동적인 재능이다.

서 있기만 해도 보너스를 얻는 은재, 에이야, 혼 등이 멀쩡히 있는 탓에 평가가 박해질 수밖에 없다.


3. 스킬


1스킬은 3회까지 충전되는 자동 회복의 강타 스킬로, 1재능의 추가타 역시 이에 맞춰 배율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1마에서 3회 충전이 되며 3마에서 SP가 7로 감소한다.



미즈키에 대한 연구가 나름 이루어져 지금은 1스 강타가 쓸모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으니 첨언하자면,

순간 광역뎀은 에이야 이상이고, 1재능까지 합쳐진 단일 대상 대미지는 팔라스도 이기며, 나름 한 강타 하는 시와 비교해도 1재능 풀 스택이 아니면 DPS에서 우위를 갖는다.

대신 SP가 3마해도 7이나 되어, 강타 치고 매우 비싸지만, 미즈키의 공속이 워낙 느려터진 덕에 크게 체감되지는 않는다.

프틸만 붙어도 평타-강타 사이클이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앞서 말한 1재능의 한계 탓에, 2, 3스킬이 영 만족스럽지 못한 사람들이 무지성으로 픽하는 것이 이 1스킬 되겠다.


2스킬은 미즈키의 공격력과 공격 속도를 동시에 높이며, 1재능이 2명까지 목표로 하며 속박을 추가한다.

3마에서 공격 간격이 2초로 줄어듬과 동시에 지속시간이 늘어나, 제대로 쓸거면 3마 필수다.



3마 기준으로 15sp에 21초 지속이라 회전율이 장난 아니며, 속박 효과도 카넬리안 2스랑 비슷해, 대충 -65% 정도의 감속과 같다.

깡공은 높은데 제어력이 아예 없는 1스나, 별반 다를 거 없는데 회전률이 너무 구린 3스와 비교했을 때,

딜과 CC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스킬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속박을 보고 쓰기엔 대단히 아쉬운 스킬인데,

계속해서 언급되는 1재능의 한계에 있다.

아무리 잘 해봐야 2명 발 좀 묶는 게 끝이며, 다시 말하지만 매복자가 활약해야 할 물량전에서, CC가 절실한 엘리트에게는 CC를 넣을 수조차 없다.

이럴 바에 차라리 운빨이지만 몇 명이고 계속 잡아둘 수 있는 에단에게 손이 가는 것이다.

오죽하면 3스 이상으로 '쓸 수 없는 스킬'이라는 얘기까지 나왔겠는가.


3스는 미즈키의 공격 범위를 확대하며, 공격력을 크게 증가시킨다.

1재능이 셋까지 목표로 하여 기절을 가하지만, 반대로 셋 이상을 맞추지 못할 경우 미즈키 자신의 체력이 감소한다.

2마에서 자해가 최소화되며, 3마에서 sp가 60이 된다.



3스로 올라가는 깡공은 2800에 달하며, 따라서 1재능 대상에게는 4200에 달하는 대미지가 들어간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공격 간격이 3.5초 그대로라는 문제가 있어, 지속 시간 동안 9번 때리면 스킬이 끝난다.

3명까지 묶을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감속율만 보면 2스만도 못하다. CC기로서 꾸준히 언급되는 1재능의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왜 있는지 모를 자해와, 위력 대비 과하다고 느껴지는 60sp는 덤이다.


넓은 범위, 생각보다 높은 깡공, 그러나 느려터진 공속, 어설픈 제어력, 위력 대비 구린 회전율...

어디서 본 적 있지 않는가?


사실상 미즈키 3스는 언덕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시간참인 것이다.

과거에 시간참은 언덕에 올라간 진은참이란 소리까지 들었는데,

어째서 이것이 다시 지상으로 내려온 경화수월은 진은참이 아닌 걸까?

그 시간참조차 자해는 없고, 모듈로 정지 이상의 제어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경화수월은 거기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4. 결론, 그리고 미즈키의 미래


미즈키는 딜과 CC를 절충한 매복자를 목표로, 높은 딜과 약한 CC, 그리고 강약약강의 설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약자에게는 CC가 절실하지 않으며, 강자에게는 CC를 넣는 것부터가 어렵다는 문제점으로 인해, 그나마 가지고 있던 CC는 버려지고,

딜은 센 1스 원툴로 남게 되었다.


(2022.05.28 시점. 출처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hypergryph&no=1208271)


미즈키의 평가는 출시 이후로 좋은 적이 별로 없다.

역대급 한정인 수첸에 꼽사리 꼈다는, 니엔 가챠에서의 아와 같은 원죄를 가지고 있고, 그나마 강점인 강타도 경쟁자가 한 둘이 아니다.

캐릭터성 면에서도 시본화 실험의 피해자라는 설정은 뒷전인 채, 오토코노코에만 치중되고, 도솔레스 홀리데이에는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욕만 나왔다.

따라서 미즈키는 우인호 시점까지 진행되던 2차원 그래프에서는 그 모스티마에 준하는 최악의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아이딜 시티(수비알 이벤)에서, 매복자의 모듈이 출시된다.



대부분은 글래디아의 어비설 헌터 엑조디아 모듈에 집중할 것이고, 매복자 모듈만 놓고 봐도 진정한 승자는 에단이라는 평이지만,

미즈키도 여타 답이 없는 6성들과 그 모듈에 비하면 훨씬 쓸모 있는 모듈을 받았다.

공통 옵션으로 항시 20% 감속을 얻어, 1스를 쓰더라도 미약하게나마 제어력을 얻었고,

1재능의 대상이 1개 추가되어, 항시 2명에게 추가타가 들어가고, 2스는 3명까지 속박, 3스는 4명까지 기절을 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 3스의 CC 역시 감속과 중첩되어 제어력이 향상되었음은 물론이다.


물론 자세히 파해쳐 보자면 2스는 여전히 에단 쓰고 만다는 결론이 나오고, 3스도 자해와 회전율이라는 결정적인 단점은 해소되지 않았기에,

미즈키는 앞으로도 1스 원툴로 남게 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기존에 단점으로 꼽히던 제어력과 장점인 물량 처리력을 동시에 향상시켰기에, '딜하는 매복자'로서의 입지는 공고히 한 셈이다.


이 뒤로는 팬텀 이후의 로그라이크 테마 주인공으로 당첨되어, '인류는 둘째치고 박사는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눈물겨운 희생정신을 보여주어,

캐릭터성 면에서도 오토코노코 원툴에서는 조금 탈피했다.


(출처 : https://gall.dcinside.com/m/hypergryph/1302392)


로그라이크에서의 행적 덕에 애정러가 늘어난건지, 정말로 성능이 크게 좋아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중섭의 일반맵(록라가 아니다) 사용률 조사에서는 미즈키가 어지간한 '똥캐 초과 적폐 미만' 6성들보다 높은, 9.5%의 픽률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 사용률표가 애초에 성능과 직결된 것이 아니다. 쓰는 이유는 '좋으니까' 하나로 요약되지만, 안 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니 말이다.)

이 정도면 패신저만큼은 아니지만, 미즈키도 나름 인생역경을 거쳐 지하에서 탈출한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