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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어이, 박사! 바빠?"

고개를 들어 상대를 확인한다. 가비알이다. 제 성격대로 한껏 요란한 등장이다.

주먹으로 문을 한 대 치기라도 한 것인지 문은 움푹 들어가 있었다.

상상 이상의 괴력이다. 아카후알라 내에서도 손꼽히는 강자였다는 설정이 절로 납득이 된다.

박사는 진행하던 서류작업을 잠시 멈추기로 했다. 중요한 서류는 이미 결제가 끝난 뒤다.

급한 것은 없으니 이 아다크리스 족 아가씨에게 약간의 시간 정도는 내줘도 될 터.

대체 무슨 용건이길래 별 다른 연락도 없이 찾아온 걸까.

"딱히. 약간 정도의 시간은 낼 수 있는데, 왜?"

"좋아! 딱 적당한 시간에 찾아왔군!"

가벼운 긍정에 가비알은 성큼성큼 박사의 앞으로 다가왔다.

서류와 데스크탑이 자리한 책상을 넘어, 박사가 앉아있는 공간까지 들어온 가비알.

"가비알...? 대체 무슨?"

서슴없이 줄어든 거리에 박사가 미처 당황을 표하기도 전에 가비알의 입이 열렸다.

"그럼 박사. 고추 좀 꺼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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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알, 게임 상으로는 4성 메딕에 불과한 오퍼레이터다.

하지만 그녀의 가치를 겨우 별 4개 정도로 가늠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녀의 능력은 그저 치료 아츠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았으니까.

이격 가드유닛으로 재측정된 성급으로만 별 6개, 거기에 강력한 치료 아츠를 구사할 줄 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추산 랭크는 더 올라간다.

힐딜탱 세가지 역할이 모두 가능한 만능형 유닛. 로도스 내에서도 이 정도의 사기적인 캐릭터는 드물다.

여하튼 정리하자면,

"뭐?"

"고추, 보여달라니까?"

"갑자기 찾아와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아이, 자꾸 귀찮게 하네. 이리 와. 내가 직접 벗길테니까."

"자... 잠깐만!"

박사가 가비알을 육체적으로 이길 방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성별의 차이보다도 종족의 차이와 아츠의 차이가 더 큰 세계관이었으니까.

부욱, 부욱. 가비알의 손에 걸린 박사의 옷이 휴지처럼 찢겨져 나갔다.

그 무지막지한 악력에 공포를 느낀 박사가 소리쳤다.

"대체,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왜긴 왜야. 와파린이 시켜서 이러는 거지."

뭐야 이건. 왜 안 열려.

으지직. 바지 지퍼가 가비알의 손에 으스러졌다. 단단한 황동제 지퍼가 가루가 되어 사무실 바닥에 떨어졌다.

와파린 이 년은 대체 무슨 부탁을 한 거야.

그제야 박사는 와파린이 착정 당번을 바꿨다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부족 운운하던 것이 바로 가비알을 보내겠다는 말이었던 모양.

'성적으로 개방되어 있다곤 하지만, 이건 개방 수준이 아니잖아!'

지구에서 성진국으로 불렸던 일본도 이 정도로 파격적이진 않다.

이건 개방이 아니라 숫제 파렴치한에 가까운 수준.

아무리 허락을 받았다고 서니, 갑자기 들이닥쳐서 남의 성기를 보여달라고 할 줄이야.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 전개를 따라가기 힘들다. 그녀의 완력과 성격을 감안한다면 정면으로 맞붙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

박사는 우선 그녀의 요청에 성실히 응하기로 했다.

"가비알, 진정해. 내가 알아서 벗을 테니까."

"응? 이미 다 벗겼는데?"

어느새 반으로 찢어진 팬티를 들어올리며 가비알이 말했다.

"......"

"우와, 박사 고추 진짜 크구나?"

아무래도 그녀의 상식을 따라가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