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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네 말은,"

탁. 와파린은 보고있던 서류철을 덮었다.

"박사가 아츠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지? 그것도 가비알 네 고유 아츠를?"

"응, 그런 것 같아. 출력은 미미해도 효과는 얼추 비슷했으니까."

하아, 이건 또 무슨 조화람.

또 다시 생겨난 의문의 상황에 와파린은 머리를 감싸쥐었다.

나쁜 일은 아니다. 다른 이의 아츠를 베껴낼 수만 있다면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의 폭도 대폭 늘어날 테니까.

문제라면 분석해야 할 대상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오리지늄 활성 능력이 있는 정자에 더해 이제는 아츠 카피 능력이 있는 자지라니.

"당분간, 이 일은 비밀로 하자. 둘 다 알겠지?"

"응.", "그래."

와파린은 빠르게 안색을 회복했다. 상황이 그리 심각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겉보기에는 위협적인 능력처럼 들릴진 모르겠으나 그 실상을 살펴보면 그렇진 않다.

일단 카피한 능력의 출력이 약하다. 손실된 팔다리까지 붙여내는 가비알의 치료 아츠가 겨우 피부의 생체기를 아물게 할 정도로 위력이 줄었다.

둘째, 아츠 사용에도 제한이 있다. 일반적인 아츠 사용자들과는 달리, 박사는 성적인 접촉이 있어야만 아츠의 사용이 가능했다.

셋째, 아츠의 시전은 박사의 정액을 원료로 한다. 아무리 박사의 사정량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곤 하지만 그 양이 무한하지는 않다.

몇 가지 실험을 통해 알아낸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성적으로 접촉한 타인의 아츠를 카피할 수 있음. 허나 그 위력과 지속력을 볼 때 큰 실전성은 없음.

사용 조건까지 고려한다면 기껏해야 더 오래, 더 다양한 여성들을 안을 수 있는 정도가 활용처의 전부다.

당장 가비알의 경우에도 치료 아츠를 사용해 성교를 이어갈 수 있었으니까.

생각을 정리한 와파린은 가비알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가비알, 오늘은 수고했어. 가 봐도 좋아."

"응? 착정은? 나 아직 두번 밖에 못 뽑았는데."

"너 때문에 박사가 고통을 호소했다며? 지금 박사의 몸 상태로는 무리야. 당분간은 계획없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도록 해."

"쳇, 오늘 끝장을 볼 수 있었는데."

와파린의 반대에 가비알은 아쉬움을 표했다.

기껏 흥이 올라 제대로 즐겨볼 수 있나 싶었는데, 갑자기 이상한 능력이나 각성해 버리다니.

섹스 배틀은 나중으로 미뤄둬야 하나.

"그리고 가는 길에 이것 좀 보관해 줘."

"뭔데 이건?"

"박사의 정액 샘플. 복도에 냉동고가 있으니까 거기 넣어두면 돼."

"냉동보관이라, 정자 은행이라도 하나 세우려고?"

"그럴리가. 상변화에 따른 반응성 테스트 중이야. 일반 냉동실에 그냥 얼려보는 것 뿐이야."

정자가 넘쳐나니 별 짓을 다하는 군.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박사의 생각이었다. 대결 때문에 피곤했던 그는 가비알의 뒤를 따라 방을 나서려 했다.

"아, 그리고 박사는 잠깐 남아. 볼 일이 있으니까."

"나?"

"그럼 나 먼저 간다 박사! 오늘 대결은 다음에 이어서 하자고!"

가비알은 다음 대결을 기약하며 방을 나섰다. 그녀가 떠난 방에는 둘 만이 남았다.

와파린이 말했다.

"일단 박사."

"왜?"

"벗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