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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종료까지 6일.

"내 짐을 돌려줘."

발정기를 멈춰야 한다. 이틀 내내 절정으로 고통받은 샤르아의 생각이었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굳이 짐을 찾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심하게 발정기가 오더라도, 몇 번 가버리기만 하면 해소되는 것이 통상적인 발정기다.

허나 지금은 다르다. 자신의 몸에 무슨 수작이라도 부린건지 아무리 절정해도 발정이 사그라들지를 않는다.

'미약이거나, 아츠를 쓴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의 몸상태가 설명이 안 된다. 그래, 결코 곱게 보내주지는 않겠다 이거지.

아직 계약 기간이 6일이나 남았지만 샤르아는 절망하지 않았다. 이럴 때를 대비해 챙겨둔 물건이 있었으니까.

방중술을 익힌 암살자는 발정난 상황을 대비해 진정제를 가지고 다닌다. 사용횟수에 제한이 있긴 하지만 그 효과만큼은 확실하다.

발정기 뿐만이 아니라, 미약으로 인한 발정에도 물건은 효과를 보인다. 그 원인이 무엇이 되었건 간에 몸의 흥분을 가라앉혀주는 약물이다. 복용만 할 수 있다면 또다른 수작을 부리더라도 더는 자신을 농락하지 못할 터.

물론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다. 그녀의 진정제는 압수된 짐 속에 있었고, 짐을 되찾기 위해선 박사의 허락이 필요했다.

"짐을 벌써? 아직 계약기간은 남은 걸로 아는데."

"나도 알아. 주기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약이 있어서 그래. 정 찝찝하다면 직접 먹여줘도 좋아."

"뭐, 여기까지 와서 다른 수작을 부릴리는 없겠지."

박사는 흔쾌히 샤르아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나름 제약회사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약 복용을 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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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 약인가? 환단처럼 보이는데."

"함부로 만지지 마. 비싼 약이니까."

환단 하나를 건네받은 샤르아는 곧바로 약을 입에 넣었다. 입 안에 잠시 청량한 느낌이 돌더니, 순식간에 약은 액체로 녹아들었다.

"안 삼키고 입에 머금는 방식인가?"

"무슨 소리야. 이미 다 녹았는데."

베에, 샤르아가 입을 벌려 안을 보였다. 새하얀 치아와 붉은 혓바닥 사이에는 투명한 타액만이 남아있었다.

"비싼 약이라 입에 넣으면 순식간에 녹는... 으읍!"

츄룹, 츄르릅.

약의 성능을 자랑하던 샤르아의 입을 박사의 입이 덮쳤다. 쭙, 쭙. 샤르아는 능숙하게 자신의 입 안을 휘롱하는 박사의 혀를 받아들였다.

약의 효과가 탁월했기에 뜨거웠던 몸은 금새 가라앉았다. 그녀는 숙련된 혀기술로 박사와의 키스를 이어나갔다.

"푸하. 어때, 아까와는 다르지?"

"그럭저럭 할 만한데. 각성제였던 모양이지?"

"그 반대야, 진정제지. 갑자기 발정기가 닥쳐서 몸을 좀 식혀줘야 했거든. 이젠 아까와는 다를테니 각오해두는게 좋을거야, 박사."

정말? 그녀의 말을 확인하려는 듯이 박사의 손이 그녀의 아랫쪽을 파고들었다. 찌걱찌걱, 내부로 파고든 박사의 손가락이 거칠게 안을 휘저었다. 그녀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정말인가 보네. 아깐 손가락만 닿아도 비명을 지르던데."

"거, 거짓말 치지 마! 음핵을 쥐어 비틀어놓고선 무슨 손가락만 닿았다고...!"

이렇게? 질 내부에서 빠져나온 손가락이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잡고 비틀었다.

읏, 짧은 신음. 허나 소리를 지르며 주저앉은 아까와 달리 샤르아는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거 원, 아까같은 재미는 못 보겠네."

"왜, 그런 식으로 노는 걸 좋아하나봐? 이걸 어쩌나. 이젠 당신이 쥐어짜이는 일만 남았는데."

하하, 내가 당할거라고?

자신만만한 그녀의 호언장담에 박사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내기할래? 누가 먼저 기절하는지."

"흐, 조건은?"

"먼저 정신을 잃은 쪽이 지는 방식으로 하지. 네가 이기면 계약일을 하루 제해주겠어. 대신 내가 이긴다면 이걸 착용하고 내 시중을 들어라."

자리에서 일어난 박사는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휙, 샤르아는 박사가 던진 물건을 손으로 받아냈다.

"이건 무슨..."

팔찌였다. 알 수 없는 무늬와 기계장치가 달린 팔찌.

"우리 회사에서 개발 중인 신경제어장치다. 원래는 고통을 줄여주는 목적으로 사용되지만 성적인 목적으로도 활용이 가능하지."

겉으로 보기에는 팔찌처럼 보이는데. 이게 진통제 역할을 한다고?

팔찌를 돌려보는 샤르아에게 박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네가 들고있는건 내 개인적인 성생활을 위해 커스터마이즈 된 모델이다. 착용자의 보상회로와 쾌락 신경을 억제해 절정을 막는 기능을 가지고 있지."

그러니까 이걸 착용하고 섹스를 한다면 절정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이지?

박사의 말이 거짓말일 확률은 낮을 것이다. 생체실험을 할 생각이었으면 자신이 기절한 사이에 이 장비를 채웠을 테니까.

"좋아. 대신 조건이 있어."

"무슨 조건?"

"아츠 사용은 금지야."

"아츠? 따로 아츠를 사용한 적은 없는데."

"그래, 그러시겠지. 갑자기 내가 발정기에 빠진 것도, 그 쪽이 하루 종일 떡을 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아츠의 도움이 아니었겠지."

"내 말을 믿지를 못하는군. 아츠 제어 장비라도 착용해야 하나?"

"제어까지 할 필요는 없고, 경보기만 착용해 주면 돼. 알람이 울리면 패배하는 조건으로."

"좋아, 수락하지."

내기를 승낙한 둘은 승부를 준비했다.

이내 아츠 경보기를 착용한 박사가 자리로 돌아왔고,

둘은 서로의 승리를 확신하며 침대 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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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셋팅만 조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