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모음집 : https://arca.live/b/arknights/70277024


#

머리가 어지럽다. 정신은 몽롱하고 입에서는 단내가 난다.

"물? 아니면 약?"

"무, 무울..."

그가 페트병을 들어 생수를 입에 머금는다. 반사적으로 입을 벌린다.

츕, 꿀꺽꿀꺽.

"좋아? 더?"

응,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인다. 다시 그가 페트병을 물곤 이내 입을 겹쳐온다.

얌전히 물을 받아먹는 모습이 기특한지 머리를 토닥인다. 가슴이 오싹거린다. 약, 또 약을 먹어야 하나.

"잘 했어. 더 할 수 있지?"

"네, 네헷."

기계적으로 허리를 움직인다. 작게 튀어나온 배가 출렁인다. 몇 번에 연이은 사정에 자궁은 정액으로 가득차다 못해 부풀어 버렸다.

약, 몇 번 먹었더라. 그래, 4번이었지.

샤르아는 간신히 기억을 되새겨 남은 횟수를 가늠한다. 앞으로 남은 복용량은 단 1회.

그 이후는 없다. 5개의 환단을 먹고도 이 남자를 고꾸러트리지 못한다면 순순히 패배를 인정해야 한다.

패배에 따른 벌칙이라 해봤자 팔찌를 차는 것 뿐이니까. 그 효과도 절정을 할 수 없는 것이 전부이니 얌전히 벌칙을 받아들이면 된다.

절대, 절대 6개를 먹어서는 안 된다. 이 괴물의 성노리개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샤르아는 몸을 돌려 체위를 바꿨다. 자극의 위치를 전환해 쾌감을 덜기 위함이었다.

#

"싼다. 제대로 받아내."

"......"

"어이, 대답해야지?"

"......"

졌다. 완벽하게 졌다.

인간의 한계라 예상했던 10번은 진작에 넘어섰다. 여전히 자지는 단단했고, 사정량은 엄청났다.

자궁을 쳐 올리는 쾌감도 여전했다. 약을 복용해 달아오른 몸을 가라앉혀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자지에 길들여진 몸은 안을 파고드는 귀두와 기둥을 둘러싼 혈관의 감촉을 기억하고 있었다.

박사가 자신의 방중술에 점차 무뎌지는 것과는 반대의 상황이었다.

섹스가 진행될수록 자신은 약해져만 가는데, 상대는 계속 강해진다. 상대의 끝은 보이지 않고, 자신의 한계는 코 앞까지 닥쳐왔다.

샤르아는 입을 벌렸다. 패배를 시인하기 위함이었다.

"왜, 물?"

입을 벌리는 샤르아의 모습에 박사는 물을 머금어 그녀에게 전달했다.

꿀꺽, 꿀꺽.

아니, 이게 아니야. 고개를 흔들었다.

"이, 이게 아니라..."

"아, 약?"

지금까지 물과 약 모두 박사의 입을 통해 복용한 샤르아다. 물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면 자연스레 약으로 선택지가 정해질 수 밖에 없다.

박사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환단을 꺼내 자신의 입에 녹였다. 그리곤 샤르아가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와 입을 맞췄다.

웁, 우웁!

이 여자가 갑자기 왜 이래. 비싼 약일텐데 흘리면 쓰나.

박사는 샤르아의 발버둥을 그저 별 볼일 없는 반항으로 취급했다. 그는 그녀의 코를 붙잡아 숨을 막았다.

숨을 들이마시기 위해 샤르아의 목젖이 열렸고, 그 틈을 타 액화된 환단이 넘어갔다.

......!

청량한 액체가 목을 넘어가는 것을 감지한 샤르아는 다시 약을 뱉어내려 했다.

켁, 케헥. 케헤헥!

허나 약은 식도를 넘어 위장까지 내려간 뒤였고, 이내 빠르게 약효가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지금, 무슨 짓을!"

"비싼 약이라며? 아깝게 뱉어내면 쓰나."

"알지도 못하면서! 네가 지금, 무슨 짓을 벌인건지... 흐읏!"

샤르아는 말을 채 이어뱉지 못했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던 쾌락이 아랫배에서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이, 일단 자지부터 빼내야...'

부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줘 페니스를 빼낸다. 커다란 귀두갓이 질벽을 긁고 내려올 때마다 실신할 것만 같은 쾌감이 전신으로 퍼져간다.

"아직 안 끝났어."

푹, 하고 박사가 자지를 가볍게 찌른다. 그 일격에 샤르아의 다리가 풀리고, 단숨에 페니스가 자궁입구를 때렸다.

"...아."

"응? 뭐라고?"

"가아아아앗! 가아아아아아아!"

푸슛, 푸슈우우웃. 끈질기게 미뤄뒀던 절정이 한번에 몰아닥쳤다. 샤르아는 절규하며 온몸에서 물을 쏟아냈다.

눈물과 침, 비강의 점액과 애액, 그리고 소변까지 뿜어내던 샤르아는 이내 전원이 꺼진 로봇처럼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

뜨거워. 온몸이 불타는 것 같아.

"일어났나?"

"나, 왜..."

"자지로 푹 찔러줬더니 울면서 기절하던데. 그 약에도 부작용이 있었나보지?"

자신을 놀리기라도 하듯 태연한 말투다. 그 능청스러움에 속에서 열불이 뻗쳤다.

"그걸 말이라고 해? 다짜고짜 먹여서는...!"

박사에게 화를 내려던 샤르아는 그제서야 몸의 이상을 눈치챘다.

"왜 그래, 어디 이상이라도 있나?"

체온을 재려는 듯 박사의 손이 이마를 짚는다. 그의 손이 닿은 부위로부터 진득한 열기가 퍼져나간다.

"손 치워. 난 괜찮으니까."

팔을 들어 이마의 손을 걷어낸다. 그의 피부와 닿은 손목 부근이 화끈거린다.

'제대로 걸렸어.'

샤르아는 비정상적인 열기의 이유를 알고있었다. 바로 자신이 복용한 진정제가 그 원인이었다.

발정을 가라앉힐 수 있는 특제 환단에는 주의사항이 있다. 바로 하루에 4개 이상을 복용하지 말 것.

그녀의 경우 한 개분 정도의 여유분이 있긴하나 그 양에 제한이 있는 것은 동일했다.

허용량까지는 별 탈 없이 몸의 열기를 식혀준다. 허나 그 이상을 넘어가면 약은 효과를 뒤집어 역으로 복용자를 공격한다.

그 뒤집힌 효과인 즉슨, 여태껏 억눌렀던 발정의 정도를 그대로 뒤집어 쓰는 것.

6알의 진정제를 먹은 샤르아의 경우, 기존보다 6배는 강력한 발정기가 그녀에게 닥친 셈이다.

'그저 손만 닿은 것 뿐인데...'

가벼운 피부 접촉만으로도 그새 아랫도리가 축축하게 젖었다. 강력한 발정기에 걸린 자신의 몸은 수컷와의 교미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은 이 열기를 해소해야 한다. 자위로 욕정을 씻어내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다.

박사에게 패배한 상황이니 거리낄 것은 없었다. 샤르아는 아래로 손을 가져다 빠르게 음핵을 자극했다.

"뭐야. 그렇게 가고나서도 부족해? 내가 좀 도와줄까?"

"읏, 갑자기 그렇게..."

샤르아의 자위행위를 지켜본 박사가 가볍게 유두를 비틀었다. 가슴팍에서 빠르게 쾌감이 퍼져나간다.

그래, 좋다. 일단은 몇 번 가고나서 생각하자.

샤르아는 박사의 손에 몸을 맡긴 채 곧 들이닥칠 절정을 대비했다.

......

...

.

어째서?

이럴리가 없는데.

박사의 손에 몸을 맡긴 채 절정을 기다리던 샤르아는 이상을 감지했다.

치솟아 오르던 쾌락이 무언가에 턱 막힌 것 같다. 일정 수준 이상의 쾌감에 도달할 수가 없다.

설마 내가 정신을 잃은 사이에?

샤르아는 그제서야 자신의 왼팔을 바라본다. 왼쪽 손목에는 박사가 보여줬던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아무 상의도 없이 이딴 물건을 채우다니.

"뭐야 이거. 왜 채운거야."

"내기에서 졌잖아. 먼저 정신을 잃은건 너야."

"네가 먹인 약 때문이잖아! 난 인정 못 해!"

"어쨌던간에 넌 패배했어. 인정 못하겠으면 다시 겨뤄보던가."

스윽, 발기한 페니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도 죽지않고 빳빳한 것이 기세가 대단했다.

결국 팔찌를 찬 채로 놈의 노리개가 되어야 하나?

샤르아는 왼쪽 손목을 노려봤다. 패배의 댓가가 족쇄처럼 매여있었다.

죽일까?

궁지까지 몰린 상황이 그녀로 하여금 분노를 일깨웠다.

샤르아는 숙련된 암살자다. 지부장 자리까지 올라간 그녀의 직급이 실력을 증명했다.

암살자는 스스로의 감정을 원하는대로 조절하는 훈련을 받는다. 일류의 경지를 넘어선 샤르아는 숙련된 배우처럼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었다.

허나 지금은 아니었다. 궁지에 몰린 작금의 상황, 이틀째 쾌감과 절정으로 유린당한 육체, 그리고 팔찌에 조작당한 신경계가 그녀의 평정심을 무너트렸다.

공포가 분노를 벼려냈다. 박사를 쳐다보는 샤르아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