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모음집 : https://arca.live/b/arknights/70277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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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웁, 쯉.

무언가를 빠는 소리, 박사는 아랫도리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잠에서 깼다.

"하읍, 일어나셨어요. 주인님?"

아래를 내려다보니 샤르아가 자지를 빨고 있었다. 자신의 오른손은 그녀의 음부 안에 들어가 있다.

자지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손으로 자위라도 하고 있었던 모양.

태도가 보다 본격적이다. 잠든 사이에 다시 발정이라도 났던 모양이다.

"건방지게 자는 주인을 깨워? 교육이 필요하겠는데."

적극적이라서 나쁠 것은 없다. 일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협조가 필수적이었으니까.

안에 들어간 손가락을 휘저어 내부를 자극한다. 히익! 신음소리와 함께 질육이 꽉꽉 손가락을 조여온다.

"기다리려고 했는데, 주인님이 너무 안 일어나셔서 그만..."

이어지는 변명은 몇 번의 손가락질에 묻혔다. 다리 사이로 애액을 흘려대며 이내 자지를 빨아댄다.

박사는 그녀의 머리채를 끌어당겼다. 그의 사정을 짐작한 샤르아가 목구멍을 열었다.

푸슛, 퓨수웃.

묵직한 정액이 다시 위장으로 쏟아졌다. 샤르아는 꿋꿋이 긴 사정을 받아냈다.

"이제 15발 남았는데, 슬슬 시작할까?"

"네, 마음껏 사용해 주세요."

두 팔과 다리를 벌린 채 샤르아는 자신의 몸 깊숙히 박사를 받아들였다.

마지막 정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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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쉬지 않고 몸을 섞었다. 박사의 흥분이 고조될 때마다 샤르아는 체위를 바꿔 시간을 끌었다.

박사의 사정 간격은 점차 길어졌다. 정사를 시작한 지 몇 시간이 지난 이후에야 둘은 끝자락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제 1발 남았다."

정액이 자궁 속을 채웠다. 남은 것은 마지막 한 번의 사정. 박사는 무덤덤한 어조로 계약의 끝을 예고했다.

샤르아는 그의 어투에서 별 다른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며칠 째 몸을 섞은 상대와 헤어진다는 아쉬움도, 미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차라리 일말의 잔혹함이라도 내비쳤더라면 그나마 괜찮았을까. 그녀는 심란한 마음을 애써 가다듬었다.

"주인님..."

"......왜."

"마지막은, 팔찌 없이 해 주실 수 있나요? 저도 한번 쯤은 가보고 싶은데..."

그의 마음에도 남지 못한다면 혼자서라도 느껴보자. 어차피 이것이 박사와의 마지막 정사일테니.

"뭐, 마지막 한 발 정도는 상관없겠지."

박사는 태블릿을 조작해 팔찌의 기능을 해제했다. 샤르아는 자신을 집요하게 옥죄던 족쇄가 풀리는 것을 느꼈다.

푹, 박사가 가볍게 페니스를 찔러넣었다.

"햐악...!"

순간의 정지, 그리고 절정. 눈을 뒤집어 간 샤르아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그럼 시작한다."

그녀의 몸을 꽉 부둥켜 안은 채 박사는 허리를 놀리기 시작했다.

푹, 푹. 박사의 물건이 제 속살을 가르고 들어오는 순간마다 샤르아는 지독한 쾌감을 느꼈다.

둑이 무너지고 있었다. 지난 사흘 동안 켜켜이 쌓아올린 거대한 쾌락의 물결이 그녀를 향해 휘몰아쳤다.

"가요옷! 가, 가아앗! 또 가아앗!"

눈물과 신음을 흩뿌리며 샤르아는 절정했다. 입 밖으로 내문 혀가 박사의 것과 뒤엉켰다.

'기분 좋아...'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아득히 높은 역치만큼의 쾌락이 샤르아의 신경을 자극했다.

뚝, 그녀를 속박하고 있던 무언가가 끊어졌다. 오래 전 암살단의 수뇌부가 머리 깊숙하게 새겨넣은 주박에 점차 금이 가기 시작했다.

"가요오옷! 또 가아앗! 주인님, 주인니임! 더, 세게에엣!"

억제된 쾌락의 빗장을 풀어헤치는 희열과, 주박에서 풀려나는 해방감, 그리고 박사의 품에 안겨있다는 충족감이 서로 얽혀 샤르아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싼다, 샤르아. 마지막이다."

"네에엣! 안에, 안에 싸주세요! 주인님의 것으로 가득 채워주세요오!"

한 틈의 빈 공간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샤르아는 두 팔과 다리로 박사에게 엉겨붙었다.

꿀렁, 꿀렁. 마지막 정자가 그녀의 안을 채웠다. 샤르아는 박사가 자신을 밀어내기 전까지 그의 체온을 음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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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습니다, 샤르아씨. 사람을 부를테니 따라가시면 됩니다."

마지막 사정 이후, 몸을 추스린 박사는 사무적인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

"주, 주인님?"

"계약은 끝났습니다. 굳이 극존칭을 유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던걸까. 샤르아는 갑작스러운 그의 태도 변화가 당황스러웠다.

그녀가 행동을 머뭇거리는 사이 문이 열렸다. 수수로가 인상을 찌푸리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으, 냄새. 이제 완전히 끝난거야?"

"샤르아씨는 방에 모셔다 드려. 일러둔 약값이랑 짐도 그쪽으로 옮겨드리고."

"박사도 참 지독하네. 기어이 그걸 다 채우고... 앗, 갑자기 왜 이래?"

"잠시 입 좀 빌릴게."

자신의 곁으로 온 수수로의 팔을 박사가 잡아당겼다. 박사는 그녀의 얼굴 앞으로 자지를 가져다 댔다.

"여태까지 해 놓고 또? 질리지도 않아?"

"그게 아니라, 아츠 때문에..."

아, 그 이유였나.

박사의 돌발 행동을 이해한 수수로는 그의 페니스를 입에 물었다. 짭짤하면서도 비린 맛이 혀에 닿았다.

수수로의 입에 자지를 물린 박사는 아츠를 전개했다. 방 안에 번잡하게 흩뿌려졌던 정액이 공중에 모였다.

바닥에 널린 빈 페트병을 주워들었다. 공중에 떠 있던 정액이 그의 의지에 따라 페트병 안으로 모여들었다.

박사는 아츠를 사용해 여남은 정액과 체액들을 페트병에 분류했다.

아래서 질척이는 쾌감이 전해졌다. 입에 자지를 문 수수로가 혀를 굴리고 있었다.

"한 발 싸줄까?"

끄덕.

말할 시간도 아깝다는 듯, 수수로는 고개만을 끄덕이며 귀두를 핥아댔다.

뷰룻, 뷰루룻.

그녀의 입에 한차례 사정을 갈긴 후에야 수수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쯥, 맛은 여전하네."

"본편은 돌아가서 하자. 수고 좀 해 줘, 수수로."

"......샤르아씨? 따라오세요."

"예? 아, 네!"

샤르아는 멍한 정신으로 수수로의 뒤를 따라갔다. 박사가 부린 아츠와 난잡한 이성 관계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여기서 끝이라고? 정말로?

그가 여러 종류의 아츠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당황스러웠지만 그녀의 마음을 뒤흔드는 것은 따로 있었다.

계약이 끝나자 마치 처음 본 사람처럼 자신을 대하는 박사의 태도.

며칠 동안 끈덕지게 자신의 몸을 요구했던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 마치 싫증이 난 장난감을 폐기처분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왜 그러는 걸까, 내가 뭘 잘못해서?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변화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굳이 자신과 거리를 둬 이득을 볼 것도 없을텐데.

처치곤란한 짐덩이를 대하는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귀찮은 애완동물을 유기하는 주인의 모습 같기도 했다.

어떤 비유건 간에, 박사에게 버림받았다는 것은 동일했다. 그저 유희에 불과한 주종관계였을 뿐일텐데. 가슴이 시큰했다.

마지막 욕심도 그저 욕심일 뿐이었구나. 샤르아는 버림받은 개처럼 터덜터덜 수수로의 뒤를 따라걸었다.

방을 나서려는 찰나, 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샤르아씨. 잠깐!"

나? 나야?

순간 작은 기대감이 떠올랐다. 박사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혹시, 설마?

숨을 헐떡이며 뛰어온 박사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팔찌, 하마터면 까먹을뻔 했네요."

"......팔찌?"

"중요한 물건이라서요."

박사는 샤르아의 손목에 걸린 팔찌를 빼냈다. 귀중한 물건을 대하는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

쿵, 문이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