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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어떻게 되려나.'

샤르아는 수수로가 안내한 방에 누워있었다. 옅은 수면등 하나가 켜져 있어 방 안은 어두웠다.

어둠은 암살자의 은신처다. 평생을 암살자로서 살아온 그녀는 어둠 속에서 편안함을 느꼈었다.

지금은 아니었다. 어둠 속은 더 이상 아늑하지 않았다. 텅 빈 천장을 보고있노라면 원인 모를 한기가 몸을 떨게했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떨림, 추위를 진정시킬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약, 약이 있었지.'

정사가 끝난 이후에 약을 복용한다는 것을 잊고있었다. 샤르아는 마지막 환단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그래, 그래서였구나. 약을 안 먹어서 이런 걸거야.

지금의 상태는 오랜 정사와 팔찌로 인한 후유증이다. 그렇게 속으로 끊임없이 자기 최면을 되뇌이며 샤르아는 짐을 뒤졌다.

마지막 한 알. 그녀를 진정시켜 줄 환단을 손에 쥐었다.

입 안에 털어넣자 환단은 청량한 액체가 되어 몸 속으로 스며들었다. 이것도 입으로 먹여줬으면 좋았을텐데. 샤르아는 떠오르는 미련을 애써 털어낸다.

일전 수차례 복용했음에도 진정제는 충분히 제 역할을 수행했다. 화끈거리던 열기가 가시고, 전신을 간지럽히던 발정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 빈 자리를 다른 무언가가 채웠다.

냉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빈자리까지 스며들어 그녀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추워...'

샤르아는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옷가지로 둘러입고, 두꺼운 이불로 몸을 감쌌다.

열기의 부재는 냉기의 존재와 동일하다. 며칠 동안 욕정으로 달아올랐던 샤르아의 몸은 갑작스레 밀어닥친 한기의 여파를 힘겨워했다.

어둠이 낮설어졌다. 열기가 필요했다. 하다못해 빛이라도...

스위치를 더듬어 등을 켰다. 방 안이 환해졌다.

샤르아는 오한에 떨며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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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언제 잠에 든 걸까. 분명 밤을 새웠다고 생각했는데.

창문을 바라보니 어느새 낮이었다. 창백한 정오의 햇살이 방 안을 내리쬐고 있었다.

똑똑똑. 다시 누군가 문을 두들겼다. 샤르아는 비척이는 걸음으로 문 앞으로 다가갔다.

누굴까. 박사? 아니면 수수로라는 그 여자?

이 기지 안에 자신이 아는 사람이라곤 그 둘이 전부였다. 문 앞의 사람이 전자이기를 바라며 샤르아는 손잡이를 당겼다.

"안녕하세요, 샤르아씨?"

"누구...?"

"아미야라고 해요. 잠시 시간 괜찮으세요?"

문 앞에 있던 사람은 처음보는 카우투스 소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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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는 어떠셨어요? 남는 방이 많이 없어서 그나마 괜찮은 곳으로 구해드렸는데..."

"아뇨, 괜찮아요. 신경 써주신 덕분에 푹 쉬었습니다."

"호, 혹시 불편한 것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몸이라던가... 아, 아무튼!"

샤르아는 붉어진 얼굴로 앞으로의 일정을 설명하는 소녀를 쳐다봤다.

외견은 사춘기를 지나는 어린 소녀의 모습이다. 허나 여물기 시작하는 여성의 곡선이 몸 군데군데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푸른 두 눈동자는 호수를 담은 듯 맑다. 그와 대조되는 붉은 볼이 퍽 사랑스럽다.

아마 자신과 박사 사이에 일어난 일 때문일 것이다. 아직 순진한 나이일 그녀에게는 자극적인 내용이었겠지.

'분명 나이는 어려보이는데.'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회사 내에서도 이런저런 권한을 가지고 있는듯 했다. 이곳을 떠나기 전까지는 걱정없이 지내도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이거..."

샤르아는 소녀가 내민 물건을 받아들었다. 명함이었다.

"혹시 나중에 갈 곳이 없으시다면... 거기에 적힌 곳으로 언제든 연락주세요!"

"고마워요. 아마 여기로 돌아오긴 힘들겠지만."

"왜죠? 혹시 박사님 때문이라면..."

"아뇨, 그 분은 상관없어요. 이건 내부적인 문제랍니다. 암살단과 저 사이의 문제죠."

"그, 그런 거라면..."

소녀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그 모습에 샤르아는 저도 모르게 손으로 아미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요. 카우투스 아가씨. 여기서의 친절은 잘 기억할게요. 박사님에게도 그렇게 전해주세요."

그 사람이 친절을 베푼 적은 없었던 것 같지만, 이렇게라도 인삿말을 전하고 싶었다.

소녀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푸른 두 눈을 부릅뜬 채, 아미야가 다짐하듯 말했다.

"박사님은... 제가 한 번 힘내볼게요!"

"네? 아, 네..."

당돌하게까지 느껴지는 그 기세에, 샤르아는 그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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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

"......"

"박사니임."

"......"

"박사님!"

의자를 뒤로 젖힌 채, 눈을 붙이고 있던 박사는 귀찮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왜, 아미야. 나 피곤해."

"다 박사님이 자초하신 일이잖아요! 하루이틀도 아니고 무려 나흘 씩이나 밤을 새셨으니..."

"그거야 워낙 궁합이 잘 맞아서 그런거고. 그리고 일은 꼬박꼬박 다 했잖아?"

"변태! 저질! 그렇다고 사람을 그렇게 괴롭혀요?"

"괴롭히다니, 난 엄연히..."

"변명하지 마세요, 귀축!"

귀축? 누가 얘한테 이상한 말을 가르친거야.

감겨있던 박사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아이 교육은 초장부터 휘어잡아놔야 편하다. 나쁜 버릇이 한 번 들면 뒤늦게 고치려 해도 힘들다.

언어는 개인의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 보호자 된 입장으로서 훈계하지 않을수가 없다.

아미야의 올바른 언어 생활 확립을 위해 박사는 그녀의 볼을 쭈욱 잡아당겼다. 잘 익은 모찌떡처럼 촉감이 말랑말랑했다.

"아! 아파요! 박사님!"

"누구야."

"에?"

"귀축이라는 단어, 누구한테 배웠어."

"브, 블레이즈 씨요."

"블레이즈?"

블레이즈 이 년이. 그렇게 입 조심하라고 했을텐데.

돌아가서 두고보자.

기필코 입 거친 필라인을 침대 위에서 몇 번이고 울부짖게 만들 것이라 박사는 다짐했다.

"으, 아파라. 아무튼 책임 지실거죠?"

"무슨 책임?"

"샤르아씨요."

"몰라, 알아서 잘 살겠지."

왜 이 어린 도넛메이커는 자신을 찾아와서 귀찮게 구는걸까.

그것이 이 소녀의 역할이긴 했지만 박사도 소녀의 참견이 가끔은 번거롭다 느낄 때가 있었다.

'설명을 해 줘야 하려나...'

영 찜찜하지만 어쩔 수 없나. 자신을 부모처럼 따르는 아이에게 모범이 되지는 못할 망정 나쁜 것만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자신의 방탕하기 그지 없는 성생활을 감안한다면 좋은 부모 역할을 하기에는 애저녁부터 틀려먹었지만 나름대로의 최선은 다해야 했다.

이 미래의 마왕님이 테라 전역의 프렌차이즈 도넛메이커가 되느냐, 인심좋은 호떡집 사장님이 되느냐는 어른들의 훈육 상태에 따라 갈릴 테니까.

현모양처까지야 바라지 않더라도 상식적인 도덕관념 정도는 제대로 안착해줘야만 한다.

박사는 아미야를 위해 그의 계획을 설명해 주기로 했다. 그가 왜 샤르아를 냉대했던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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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흠, 며칠만에 보네요. 푹 쉬었어요, 샤르아씨?"

"......네."

샤르아는 내심 이 자리가 어색했다.

박사를 다시 만나고 싶었던 것은 맞다. 지부로 돌아가기 전 제대로 된 작별인사 정도는 나누고 싶었으니까.

진정제를 복용한 뒤 열기가 사라졌다고는 하나, 며칠간 이어졌던 정사의 흔적들마저 모조리 지워진 것은 아니었다.

당장 그녀가 느끼는 외로움과 한기가 그 때문이었고, 예전보다도 민감해진 몸 또한 그를 증명했다.

아미야라는 소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미련을 정확히 파악했다. 어떤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을 눈치챈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한낱 바지사장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녀에게 유감은 없었다. 명함을 준 것도 모자라 발품까지 팔아줬으니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맨티, 여기 전통 복장이야?"

"응, 무녀 복장... 박사 고추, 커졌어."

"맨티 때문에 그런거야. 도와줄 수 있어?"

"......응, 할래."

흔들리는 차 안, 운전석과 분리된 뒷자리에는 그녀와 박사, 그리고 맨티코어라는 소녀 셋만이 앉아있었다.

"크, 크흠."

애써 헛기침을 내보지만 둘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속이 다 비치는 음란한 복장의 소녀가 박사 앞에 무릎을 꿇는다. 소녀의 뒤에 달린 거대한 꼬리가 기대감을 담고 살랑거렸다.

지익, 바지 지퍼가 열리는 소리. 맨티코어의 손이 팬티 속 거대한 하물을 꺼내들었다.

"입으로 해 줘. 베일은 벗지말고."

"...이렇게?"

소녀는 얼굴 하관을 가리는 면사 아래로 자지를 가져갔다.

쮸웁, 쯉. 츄르릅.

질척이는 소리와 함께 자지를 빠는 소리가 차 안을 채웠다. 박사는 의자에 몸을 묻곤 소녀의 입봉사를 즐겼다.

"아, 샤르아씨. 죄송합니다. 제가 워낙 정력이 절륜해서..."

"예에, 어련하시겠어요."

100발 이상을 쉬지않고 싸지르던 정력인데 오죽할까.

언제까지 저 짓을 하고 있을런지. 지부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샤르아는 한숨만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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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은 원래 다음화 분량인데 이번화에 H씬이 없어서 임시로 가져와 붙였습니다. 되도록 H씬이 편당 하나씩은 들어가게 노력해 보겠습니다.

한 편으로 안 끝나는 성인 소설은 이게 문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