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모음집 : https://arca.live/b/arknights/70277024

"보지 보여줘."

로도스 아일랜드 제어 센터 안, 작전회의를 참관하고 있던 켈시는 순간 제 귀를 의심했다.

나도 노망이 들었나. 나이를 많이 먹긴 했지만 환청이 들릴 정도로 늙진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혹시나 자신의 귀에만 들린 소리인가 싶어 켈시는 주변을 살폈다. 회의에 참석한 오퍼레이터들이 숫제 미친놈을 보는 눈으로 박사를 쳐다보고 있었다.

다행이다. 내가 이상한 건 아니었구나.

이 인간은 뭘 잘못 먹었길래 회의실에 달려와선 헛소리를 하는건지.

어쩌면 다른 단어를 잘못 발음한 것일수도 있다. 보지로 대체될만한 단어가 도통 연상되지는 않았지만 켈시는 박사에게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박사, 뭐라고 했지?"

"보지 보여줘."

진짜 오리지늄이라도 한 사발 들이켰나.

당황한 표정의 아미야를 보아하니 작전 때문에 이성이라도 거하게 날려먹은 모양이다.

제정신이었다면 감히 제 앞에서 생식기를 보여달라는 말 따위는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했을 테니.

[죽일까?]

참아, mon3tr.

날뛰려는 척수 속의 괴수를 진정시킨다. 정신나간 광인의 행태를 보이지만 눈 앞의 박사는 로도스의 누구와도 대체할 수 없는 자원이다.

한낱 성희롱 따위로 목을 쳐낼만큼 만만한 인재는 아니라는 뜻이다.

켈시는 잠시 이 인간의 광기에 어울려 주기로 했다. 비슷한 일을 한두번 겪은 것도 아닌데다, 회의 내용도 끝난 작전을 복기하는 것이라 그리 중요하진 않았으니까.

"이해가 가도록 말을 해라, 박사. 지금 네 말은 파렴치한의 헛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박사는 그제야 자신이 성급했음을 깨달았다. 켈시 뿐만 아니라, 회의장의 오퍼레이터들 모두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였다.

설명이 필요했다. 왜 그가 여성의 생식기를 봐야만 하는지, 모두를 설득시킬 수 있는 그럴듯한 이유를 대야만했다.

그가 확인해야 하는 보지는 비단 켈시 뿐만이 아니라, 회의장에 있는 모든 여자 오퍼레이터들의 보지였으니까.

"택배보관소에 도둑이 들었다. 도둑을 잡아야 해. 그러니 보지를 보여줘."

"......?"

도둑이 들었다는 것은 알겠는데 왜 자신의 음부를 보여줘야 하는걸까. 켈시는 여전히 의문스러운 표정이었다.

박사는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프로젝터를 조작해 자신이 가져온 사진 파일을 회의실 정중앙에 띄웠다.

"이건 사건현장을 촬영한 사진이다. 다들 보도록."

여성의 음부로 유추되는 도끼자국, 그리고 하반신으로 유추되는 흔적이 대리석 바닥에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마치 엉덩방아를 찧은듯한 모양새였다.

"보면 알겠지만 이건 여자의 하반신이다. 선명한 음부 자국으로 보건데 속옷도 입지 않은 채로 물건을 가져간 것이 틀림없다."

"고작 저 사진 한 장으로 범인을 유추하겠다는건가, 박사?"

"그러면 저것 말고 범인을 찾아낼 수 있는 단서가 뭐가 있지? 켈시, 순순히 가랑이를 벌리고 네 무죄를 증명해라."

켈시는 골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딱히 무어라 반박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내가 나가서 찾던가 해야지. 박사의 헛소리에 장단을 맞춰주다가는 없던 홧병도 생길 것만 같았다.

"시끄러워, 도둑은 내가 찾아보겠다. 모두 해산하도록."

"왜 그러는 거지, 켈시. 설마 네가 범인이냐? 내 허락없이는 이 방을 떠날 수..."

켈시는 아무 말없이 박사를 노려봤다. 살아서 회의실을 빠져나가고 싶다면 그 입 닥치라는 무언의 경고였다.

미친놈처럼 떠들던 박사는 입을 다물었다. 켈시는 스산한 눈빛으로 회의실을 한번 둘러봤다.

"아니, 해산명령은 취소하지. 범인이 나올때까지 모두들 이 방에서 대기하도록."

쿵, 회의실 문이 닫혔다. 켈시가 사라지자 박사는 다시 심문을 재개했다.

"방해꾼도 사라졌으니 본격적으로 보지 검문을 시작하겠다."

"박사님, 그냥 얌전히 켈시님의 연락을 기다리시는게..."

"그럴 순 없어, 아미야. 이건 켈시와 나 사이의 대결이나 마찬가지야."

박사는 아미야의 만류를 거절했다. 이건 그와 켈시 사이의 자존심 싸움이었다. 누가 로도스의 명탐정이냐를 가리는 켈시와 그와의 대결.

결코 켈시가 자기보다 먼저 범인을 찾게 내버려 둘 순 없었다.

"일단 범인으로 의심되는 명단을 추려보겠다."

회의실 앞으로 나간 박사는 분필을 들어 이름을 써내려갔다.

사건이 일어난 택배보관소는 회의실과 같은 구역에 있다. 그 말인 즉슨, 보관소 출입 인원과 회의실 내부 인원을 구별할 수 없다는 소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명단을 살펴봤지만 자신 이외에는 출장 인원 밖에 출입자가 없었다. 범인은 그 중 하나가 분명했다.

출입자 명단 중 여성 오퍼레이터들의 이름을 써내려간다. 자지는 제외한다. 확인해야할 사람은 머드락, 플래티넘, 프라마낙스, 켈시, 케오베.

"케오베는 어디 갔지?"

"케오베씨는 친구 보러간다고 빠졌어요. 회의에 참석한다고 해도 별 의미가 없을테니 켈시님도 허락하셨어요."

회의실에 없다면 범인은 아니겠지. 박사는 케오베의 이름을 용의선상에서 제외했다. 낭비할 시간은 없다. 켈시가 범인을 찾기 전에 오퍼들의 보지를 확인해야만 했다.

"없다면 어쩔 수 없지. 남은 인원들부터 조사를 시작한다."

박사는 레이저 포인터로 음부 윗부분을 가리켰다. 털 한 올 찾아볼 수 없는 깨끗한 둔덕이었다.

"사진을 봐라. 말끔하게 찍힌 도끼자국으로 보건데 범인은 털이 없는 백보지가 틀림없다."

자신이 백보지인 사람은 손을 들도록.

"......", "......", "......"

박사의 질문에도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긍정보다는 무응답에 가까웠다.

"모두 다 털은 있다는 뜻인가? 한 올씩 뽑아서 제출하도록."

시료 제출을 요구하는 박사의 말에도 셋은 가만히 눈치만 볼 뿐,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누군가 손을 들었다. 실버애쉬 가문의 족장이자 오퍼레이터 프라마낙스의 친오빠, 엔시오데스였다.

"맹우여, 그대의 추론이 맞다면 내 동생은 결백하다. 엔야의 그곳은 마치 카란의 성산에 내린 눈처럼 털이 수북하니까."

혹시 모를 동생의 음모를 감시한다던 소문이 돌던데 그 음모가 그 음모였었나.

"과연, 실버애쉬의 말이라면 믿을 수 있지."

그가 보증한다면 프라마낙스는 설산의 만년설처럼 새하얀 보지털을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은재형이 그걸 어찌 아시오?"

아. 짧은 탄식과 함께 엔시오데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맹우여, 난 잠시 볼일이 있어서..."

은재가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혐의가 풀린 엔야가 그 뒤를 따랐다.

"박사님? 저도 볼일이 생겨 나가보겠습니다."

응? 으응. 성녀에게서 느껴지는 살벌한 기세에 박사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쿵, 문이 닫혔다.

"좋아, 프라마낙스는 용의선상에서 제외한다."

밖에서 무언가 소란스러운 일이 일어났지만 박사는 무시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켈시보다 먼저 범인을 잡는 것이었으므로.

'남은 인원은 둘 뿐인데.'

따지고 본다면 자리에 없는 켈시의 보지도 확인해야겠으나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하다. 머드락과 플래티넘 둘만이라도 확인을 해야했다.

"둘은 어서 제출을..."

"......", "......"

박사의 재촉에 두 여인은 무기를 쥐는 것으로 응답했다. 박사는 빠르게 시료 채취를 포기했다.

크흠,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으며 태세를 정비했다. 여인들의 기세에 밀렸다간 보지는 커녕 속살 구경도 못 할 것이었다.

"일단 음모 제출은 넘어가도록 하지. 다음 증거다."

박사는 태블릿을 조작해 사진을 확대했다. 선명하게 찍힌 도끼자국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보다시피 현장의 도끼자국은 앙다문 일자균열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는 범인이 처녀거나 성경험이 많지않은 여성이라는 것을 의미할 터."

박사는 켈시 옆에 '불고기 보지'라는 단어를 적은 다음 이름에 줄을 좍좍 그었다.

"켈시님이 불고기라니, 그럴리가 없습니다!"

오퍼레이터 패신저, 엘리엇이 발작하듯 소리쳤다.

"정신차려라 패신저! 켈시의 나이를 알면서도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나? 수백년을 살면서 그녀가 받아들인 남자가 몇 명이었을 것 같나? 그 남자들의 자지를 받아들인 횟수는? 말해봐라 패신저!"

"아냐! 아니야아아!"

"진실을 외면하지 마라! 너덜너덜해진 소음순 날개로 테라 전역을 일주할 수 있는 불고기 보지의 주인이 바로 켈시란 사실을 인정하란 말이다!"

박사의 일갈이 엘리엇이 애써 부정하려던 진실을 관통했다. 구와악, 구와아악. 충격을 견디지 못한 엘리엇은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박사는 남은 이름을 확인했다. 머드락, 플래티넘. 둘 다 박사의 완력으로는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어떻게 해야하지.'

둘의 태도로 보건데 보지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다행히 박사에게는 증거가 하나 더 있었다. 그는 태블릿을 조작해 다른 사진을 화면에 띄웠다.

웅성웅성, 오퍼들 사이로 소란이 일었다.

"범인이 현장에 남기고 간 흔적은 보지만이 아니었다. 보다시피 가슴 자국 또한 바닥에 남아있었지."

사진에는 가슴이 짓눌린 흔적으로 추정되는 커다란 원 두 개가 바닥에 찍혀있었다. 원 중앙에는 젖꼭지로 유추되는 점이 하나씩 찍혀있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곳은 점처럼 튀어나온 부분이다. 브라나 뽕을 착용했다면 꼭지가 찍히진 않았겠지. 큰 가슴을 가진 사람이 범인이라는 소리다."

박사의 말에 플래티넘이 허리를 곧게 세우고 가슴을 활짝 폈다. 그녀는 숨을 들이마셔 흉곽을 최대한 크게 부풀렸다.

박사가 플래티넘의 흉부를 쳐다봤다. 재앙이 휩쓸고 지나간 황야가 그곳에 있었다.

"플래티넘."

"어쩔수 없네. 박사, 이렇게 된 이상 내 그곳을..."

"탈락."

털썩, 플래티넘이 쓰러졌다. 박사가 그녀의 이름 위에 줄을 그었다.

순식간에 용의선상이 하나로 좁혀졌다. 회의실의 모든 시선이 방호복을 쓴 한 여인에게로 쏠렸다.

"아, 아냐. 난, 난...!"

그 광경을 보다못한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로고스였다.

"박사, 머드락은 결백하다. 내가 보증할 수 있다."

"로고스, 그게 무슨 소리지?"

수근수근, 역시 그 소문이 사실이었나. 머드락과 로고스가...

오퍼들 사이에서 웅성임이 진해졌다. 박사는 심장이 얼어붙는듯한 불안감을 느꼈다.

"사진 속 범인의 가슴은 꼭지가 튀어나와있다. 허나 머드락의 가슴은 함..."

"喝!!!!!!!!!!!!!!!!!!!!!!!!!!!!!"

분노에 찬 일갈과 함께 박사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함모-ㄹ, 이라는 단어를 발음하려던 로고스의 턱이 폭풍같은 박사의 일격에 날아갔다.

털썩, 의식을 잃은 로고스가 바닥에 쓰러졌다. 금기를 마주한 광신도처럼 박사가 울부짖었다.

"그럴리가 없다! 머드락을, 감히 로고스 네가...!"

박사는 머드락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고는 방호복을 벗기곤 그녀의 풍만한 두 가슴을 움켜쥐었다.

"꺅, 박사. 갑자기 이게 무슨...!"

"나도, 나도 만질거야!"

꼭지를 가리고 있던 천쪼가리를 치웠다. 그의 두 눈에 들어온 것은 안으로 옴폭 들어가 있는 유륜이었다.

그럴리가 없다. 로고스의 말이 맞을리가 없어.

박사는 현실을 부정하기로 했다. 들어간 꼭지를 세움으로서 로고스의 증언을 거짓으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츄르릅, 츄르르릅! 쭈와아아아압 호바바바밧!

박사의 혓바닥이 능수능란하게 머드락의 젖가슴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아흣! 박사, 안 돼앳... 이러지마앗..."

머드락의 애달픈 거절에도 박사는 애무를 이어나갔다. 쭙! 쭙! 마지막으로 유룬을 세차게 빨아들이자 두 꼭지가 수줍게 그 모습을 밖으로 드러냈다.

"다들 봐라! 머드락의 발딱 선 이 두 유두를! 로고스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둘은 그런 관계가 아니다! 아니란 말이다!

침으로 번들거리는 가슴을 주무르면서 박사는 몇 번이고 소리쳤다. 회의장 뿐만이 아니라 로도스의 전 인원의 귀에 그 사실을 새겨넣겠다는 듯이.

"바, 박사앗. 부끄러워, 제발..."

"시끄럽다 택배 도둑! 물건을 훔친 댓가는 이 몸으로 철저히 받아주지!"

가슴을 주무르던 박사의 손이 매끈한 복부를 타고 아래로 파고들려던 순간,

"모두 정지. 박사, 그 손 멈춰."

양 손에 무언가를 가지고 온 켈시가 나타났다.

"박사, 소꿉놀이 중이야? 케오도 같이 할래!"

한 손에는 회의실에 없었던 케오베가 들려있었고,

"물건 주인, 나와라."

다른 한 손에는 사람 형태로 보이는 실리콘 덩어리가 들려있었다.

박사는 그제야 모든 수수께끼가 풀렸음을 알아챘다.

택배보관소에서 물건을 훔쳐간 범인은 케오베였고, 흔적을 남긴 것 또한 그녀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잘 생각해보면 이상함을 눈치챌 수 있었을 것이다.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케오베는 굳이 이 건물에 출입할 이유가 없으니까.

그녀의 이름이 출입명단에 있다는 것에서부터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라가야 했다. 허나 박사는 오퍼들의 생보지를 감상할 수 있다는 기회에 정신이 팔려 이를 놓쳐버리고 만 것이다.

"도둑은 케오베, 네가 바로 범인이다!"

"만세! 그럼 이제 케오가 술래인거야?"

"앙다문 일자형태의 민둥산 보지도, 꼭지가 튀어나온 커다란 가슴의 주인도 모두 너였어!"

또 다른 먹잇감을 포착한 박사의 손이 탐욕스레 허공을 주물렀다.

"틀렸어, 박사. 그 흔적의 주인은 따로 있다."

"그게 무슨..."

켈시는 팔을 들어 물건의 정체를 회의장의 모두에게 보였다. 거대한 젖가슴과 매끈한 보지가 달린 사람형상의 인형, 리얼돌이었다.

"네가 말한 민망한 흔적들은 모두, 이 리얼돌이 남긴 것이니까."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내 행동은 모두..."

헛짓이었단 말이지. 씹어뱉는 어조로 켈시가 말했다.

"범인도 찾았고 물건도 회수했으니 모두 해산해도 좋다. 박사, 주인은 네가 알아서 잘 가져다줘라."

이쯤하면 됬겠지. 사건을 마무리한 켈시는 회의장을 빠져나가려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이 칠판에 쓰여진 자신의 이름을 향했다.

'켈시 : 불고기 보지'

"......"

켈시는 박사의 손을 쳐다봤다. 글자와 동일한 색상의 분필이 그의 손에 들려있었다.

"잠깐. 켈시, 저건 그냥 단순한 조크..."

[죽일까?]

용해시켜, mon3tr.

촤악, 켈시의 척추에서 검은 괴수가 튀어나왔다.

#

"박사 괜찮아? 안색이 안 좋은데."

"켈시 때문에 그래. 허리도 좀 쑤시고."

톡톡, 박사는 가볍게 허리를 두들겼다. 이 놈의 입이 방정이었다.

mon3tr가 나타난 뒤, 박사는 켈시에게 제압당해 그녀의 방으로 끌려갔다.

'박사, 두 눈으로 똑똑히 봐라.'

둘만이 있는 방 안에서 켈시는 옷을 벗었다. 박사의 장담과는 달리 그녀의 음부는 정갈한 모양이었다.

닭장도, 불고기도 아니었다. 자그마한 초록 수풀 밑 보지는 가지런히 입술을 여물고 있었다.

'그, 그래도 경험은 많을...'

켈시는 조용히 박사를 응시했다. 그 하나 밖에 없다는 것처럼.

'역시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대화는 여기까지 하지.'

그 뒤로 이어진 것은 일방적인 착정이었다. 박사의 페니스에서 말간 물만 나올 때까지 켈시는 허리를 놀렸다.

"허리는 또 왜, 켈시에게 끌려가서 벌이라도 받은거야?"

"허리는 다른 거야. 확인해야 할 일이 남아있어서."

켈시는 행위 내내 여성 상위만을 고집했기에 박사가 허리를 쓰는 일은 없었다.

그가 허리를 사용한 대상은 머드락이었다.

켈시에게서 풀려난 박사는 리얼돌을 챙겨 머드락에게로 찾아갔다. 사진 속 흔적과 리얼돌, 머드락을 대조하기 위함이었다.

'바, 박사앗. 이제 그만... 비교는 충분히 했잖아... 흐앗!'

'아냐! 아직 멀었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밤새 리얼돌과 머드락의 보지를 번갈아 쑤셔가며 얻어낸 결론은 둘이었다.

첫번째, 흔적의 주인은 리얼돌이 맞다.

두번째, 그의 예상과 달리 머드락은 처녀였다.

후자는 명백한 사실이었다. 그녀의 처음은 어제 박사 자신이 가져갔으니까.

모든 오해가 풀린 이상, 남은 사람은 플래티넘 뿐이었다.

그녀는 영혼없는 눈으로 먼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함선이 황야를 헤치고 갈 때마다 그녀의 가슴처럼 평평한 벌판이 끝없이 펼쳐졌다.

"박사."

"응?"

"내 가슴, 많이 작은걸까."

박사는 플래티넘의 흉부를 내려봤다. 카시미어의 광활한 평야가 그곳에 있었다.

"......음."

"그렇구나. 역시 이런 가슴으로는..."

평야의 주인은 두 손으로 가슴으로 모아보려 했지만 티끌로는 자그마한 언덕조차 만들 수 없었다.

"흑..."

훌쩍이는 그녀의 모습에 박사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그녀는 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보고 로도스로 전향한 일편단심의 순애보다. 고작 가슴이 작다는 이유로 그녀의 기를 죽일 순 없었다.

위로가 필요했다. 무언가 그녀의 자존심을 회복시켜 줄 수 있는 멘트가 필요했다.

가슴이 풍만하지 않아도 좋다. 얼굴이 예쁘니까. 허리도 잘록하고 골반도 넓다. 그녀에게도 이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은 차고 넘쳤다.

그래, 그녀에게 성적으로 끌린다는 어필을 하자. 에둘러 말하면 못 알아들을 수도 있으니 표현은 최대한 직접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마침 적당한 멘트가 있었다. 사용한 대상과 잠자리까지 갔으니 효과도 확실하다.

"플래티넘."

"흐윽, 왜애..."

스윗한 미소를 지으며 박사가 말했다.

"보지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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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단편은 사정관리반과는 다른 세계관입니다.

암살자 후일담은 좀 늦어질 것 같습니다. 매번 분량이 예상보다 많이 늘어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