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10연으로 가챠에 성공하는 것에 흥분하는 건 단순히 사회가 그걸 금지했기 때문이다.

너흰 무에나의 멋진 캐릭터성과 꼴리는 성능이 아닌 그저 '챈에서 하지말라는 짓을 하는 배덕감'에 끌리는 것뿐.

10연 비틱을 보고 욕할 드문 기회를 놓친다면, 다음 기회는 언제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급히 클릭하게 되는 거지.


들어온 김에 내 어린 시절 이야기를 좀 들려줄까.


내가 카시미어 주재 사무소에 들어가기도 전 어린 시절엔, 부모가 커피를 못 마시게 했다.
카페인을 한번 마시기 시작하면, 안 마셨을 때 뇌 기능이 떨어져서 안 좋다고, 나중에 스스로 그걸 알고도 선택할 수 있는 나이에 마시라더라.

그땐 다른 사람이 몰래 준 캔커피, 삼각 커피우유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다.
유복한 집안이라 맛있는 건 많았는데도, 커피만이 천상의 맛이라 생각했지.

아무리 배불러도, 양치를 했어도, 다른 사람들이 몰래 주는 커피는 무조건 다 마셨어.
지금은? 커피에는 입도 안 댄다.

딱히 맛있는지 모르겠어. 입에 남는 특유의 느낌이 싫다.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난 무엇이 변한 걸까? 입맛일까? 아니면 요즘 커피들이 맛이 달라졌나?

아니, 달라진 건 하나다.
커피를 마음껏 마실 '자유'가 생겼다는 점뿐.

이제 난 커피를 마실 드문 기회를 놓치면 다음엔 언제 또 마실 수 있을지 걱정할 이유가 없다.
지금의 내겐 '커피를 마시는 행위'가 '금기'가 아니라는 이야기지.

어린 시절의 난 커피를 마신 게 아니야.
내가 그토록 기쁘게 마셨던 건, 바로 마시면 안 된다는 커피를 마시는 '배덕감'이었다.


이 무에나라고 해서 뭐가 다를까?


상식적으로, 디펜스 게임에서 0저지에 공격도 안 하는 캐릭터는 오퍼레이터로서 고려할만한 성능의 어필이 되지 않는다. 설계상의 문제라고 할수 있지.

그저 모두가 무에나를 원하기 때문에, 10연으로 가챠를 끝내고 자랑하는 게 사회적인 금기이기 때문에, 드문 기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가치를 높게 판단하고, 금기를 깨길 원하는 거지.

네가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던 건 무에나도 10연도 아니야.

금기의 파괴다.


보여줄 무에나는 없다. 네가 처음부터 그걸 원치 않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