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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 1


추억의 단편들을 따라 미즈키는 인류의 마지막 보금자리를 찾아간다.


그의 기억에 따르면 인류는 멸종하지 않았고, 여전히 대지에 우뚝 서 있는 도시가 하나 있다.


인간으로서, 인간의 도시로 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홀로 대지를 걸었다.


......


시본은 이 대지를 완전히 바꿨다.


더 이상 오리지늄도, 황야도 없다.


눈을 들어보면 대지는 온통 식생으로 덮여 있고, 모든 식물들은 왕성한 생명력으로 자라난다. 동물들은 벌판과 하늘에서 무리지어 다니며 지상의 무궁무진한 음식을 마음껏 즐겼다.


개울을 건너고 언덕을 오르자 미즈키는 약간의 피로와 갈증을 느꼈고, 그는 식물의 열매를 따서 입에 넣었다.


시본은 음식의 맛에 대한 욕구가 없지만, 이 과일은 분명 원래의 맛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점은 그것들이 더 맛있어졌고, 더 쉽게 배를 채워준다는 것이다.


한때는 배불리 먹고 마시는 것이 그의 인생에서 몇 안 되는 추구였는데, 지금은 어디서든 먹을 열매를 볼 수 있으니 이상적인——


갑자기 먼 곳에서 큰 소리가 들려오고, 산맥이 우뚝 솟아나 대지를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시본이 떠나간 것은 옛 원주민들을 잠에서 깨우는 신호와 같다. 그들은 낯설지만 낯익은 이 대지에게 의문과 호기심을 가지고 눈앞의 화초와 나무를 살피고 있다.


베헤모스가 멀어지고, 미즈키는 다시 도시를 찾는 여정에 나섰다.


그는 인류가 동족을 식별하는 방식을 기억하며, 그들에게 구역을 나누거나 동료와 연결되는 편리하고 다양한 방법이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오래 걸었음에도 미즈키는 “도로”를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잘못 기억한 건가?” 그는 자신을 의심하며 머리를 긁적인 뒤, 긴 세월 속의 인류에 대한 인상을 떠올리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를 실험실로 데려간, 그가 가장 신뢰했던 인간 외에는, 도시의 높은 벽에 대한 흐릿한 인상만이 남아 있었다.


결국, 그는 어리석은 방법을 생각해냈다.


“내가 그들을 찾을 수 없다면 그들이 나를 찾아오게 해야지.”


그는 눈에 띄는 몇 곳에 불을 붙이고, 그가 기억하는 각종의 인류 문자들로 선의의 문구를 새긴 뒤, 불을 모두 볼 수 있는 높은 산에 올라가 그의 부름에 응답하는 사람이 오기를 기다렸다.


......


드디어 미즈키가 기다리던 순간이 왔다.


한 리베리가 어둠을 틈타서 직접 산 위로 올라와, 그의 목에 칼을 들이대며 여러 나라의 억양이 섞인 빅토리아어로 그에게 물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그녀의 옷에 탑 모양의 견장이 있었고, 견장의 맨 아래에는 작은 글씨가 한 줄 새겨져 있었다는 것이다.


입에서 수없이 맴돌던 그 단어가 미즈키의 마음 속에 문득 떠올랐다.


로도스 아일랜드.





파트 2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가 준 지도를 따라 미즈키는 최후의 도시에 도착했다.


한때 해사와의 전쟁에서 인류는 패배했고, 살아남은 자들은 산 속에 높은 담을 쌓아 앞 시대가 남긴 기술로 연명했다. 그 과정에서 국가, 계급, 종족 간의 벽이 허물어졌고, 최후의 도시에는 더 이상 국왕도, 대통령도, 이사장도 없었으며, 오직 시민들과 그들이 구축한 느슨한 연합만이 남았다. 생존의 문제 앞에서 다른 일들은 모두 보잘것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제 시본은 테라를 떠났고, 도시 전체에 각양각색의 조직이 생겨났다. 그들의 목적은 대부분 최후의 도시를 떠나 바깥을 개척하는 것이다. 그러나 “로도스 아일랜드”는 조금 다르다. 그들은 도시에서 비교적 영향력 있는 조직으로서, 주로 다른 조직의 물류 유지 및 의료 업무를 담당한다. 처음에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창립자가 이 도시의 높은 벽을 쌓았고, 지금은 긴 세월 동안 인류를 지켜온 이 벽돌들이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의 초석이 될 것이다.


미즈키는 신기한 듯 사방을 훑어보았다. 그는 이제 “로도스 아일랜드”의 본부에 갈 것인데, 그곳에서 옛 흔적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견장을 단 사람들에게 일일이 물어가며 로도스 아일랜드의 위치를 찾아 낯선 도시를 오간다. 결국 그는 이동도시 플랫폼의 잔해로 보이는 건물을 찾아냈다.


미즈키는 들어갈 엄두를 낼 수 없었다. “로도스 아일랜드”에 들어간다 해도 그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세월과 전쟁은 그가 알던 모든 것을 가져갔다. 상징 하나와 낯익은 이동 플랫폼 한 개? 그것이 그가 회상할 수 있는 전부다.


그를 아는 사람은 없고, 그가 아는 사람도 없다......


......


미즈키는 대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일단은 이 “로도스 아일랜드”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만약 가능하다면 그는 여전히 이 조직의 일원이기를 바란다.


그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그가 해낼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다.


미즈키는 홀에 들어가 익숙한 장소를 보았다.


그가 무언가를 묻기 위해 입을 열려고 했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미즈키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돌아왔군.”





파트 3


켈시는 미즈키를 회의실로 데려가 앉으라고 했다. 복장의 변화를 제외하면 세월은 그녀를 조금도 변화시키지 못한 것 같았다.


“너의 귀환은 정말 예상 밖이었다.” 켈시는 물컵을 쥐고, 손가락으로 컵을 규칙적으로 두드렸다. “ 네가 일련의 현지화 개조를 마치고 ‘뉴본(初生)’으로서 박사를 육지에 돌려보냈을 때, 나는 네가 별하늘로 오를 줄 알았지만, 지금...... 너는 내 앞에서 예전처럼 음식을 만지작거리고 있군.


“먹어도 될까?” 물어보기는 했지만, 미즈키는 이미 여러 개의 열매를 삼켰다.


“이곳은 회의실이고, 모든 사람은 준비된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어. 그리고 이 음식들은 원래 네가 개조한 것이지. 사막은 사라지고, 기온은 안정됐으며, 재해는 사라졌다. 테라가 꽃밫이 된 것에서 너의 공로를 무시할 수는 없어.”


“하지만 나는 인류를 그 정도밖에 안 남겨둔 나쁜 녀석이기도 한걸.”


“박사가 나에게 자신의 계획을 말했을 때, 나는 확실히 그 제안이 실현 타당성을 우려했지. 다수의 희생으로 집단을 계속 이어간다. 미쳤으면서...... 이성적으로 최선인 선택이기도 해.


“희생되고 싶은 사람은 없고, 누구도 죽을 운명의 다수가 되려고 하지는 않겠지.”


“그렇기에 로도스 아일랜드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전에 대비하는 것 뿐이야. 스카디는 이샤-믈라가 되었을 때 인류의 멸망을 결정했지. 집단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감옥에 갇혀 거의 보이지 않는 새벽 희망을 지키는 것뿐이었어.”


“그런데, 박사는 괜찮아?” 이 질문을 던진 뒤, 미즈키는 자신이 왜 그렇게 어리석은 질문을 했는지 후회하기 시작했다. 박사라고 해도 결코 시간을 속일 수는 없다. 그는 켈시가 자신에게 답하지 않기를 속으로 기도했다.


그러나 켈시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그는 살아있다.”


“뭐, 뭐라고?!”


“우리는 도시를 건설하기 전에 석관을 이곳으로 옮겨왔다. 그것은 도시의 에너지 공급을 유지하며, 동시에 우리에게 희망을 가져온 사람의 생명도 지키고 있지.”


미즈키는 갑자기 모든 것이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 그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고,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박사가 살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석관”이 모든 상처를 고친다고 해도 노쇠함을 뿌리 뽑을 수는 없다. 박사가 “석관”에서 잠드는 일은 점점 잦아질 것이고, 언젠가 그의 생명은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켈시는 박사의 건강 상태가 아직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 미즈키에게 그 사실을 숨겼다.


그녀가 현실의 터무니없을을 느낀 것도 바로 이 때였다.


속박을 깨고 은하수로 돌아가려는 인류의 노력은 모두 역사 속에 사라졌다.


오히려 인류 멸망 이후의 신생 종족에게 미래룰 준 것은 통제 불능의 행성 개조 계획이었다.


개탄하는 것 외에는 그녀에게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러면 미즈키, 박사가 깨어나기 전에 뭔가 계획이 있나?”


“별 계획 없어, 나는 아직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라고 할 수 있으니까 먹고 마시고 외근 좀 하려고.”


“최대한 빨리 숙소 배치와 신원 인증을 해주도록 하지.”


“그래, 부탁할게.”


켈시는 갑자기 무엇인가 생각난 듯, 회의실을 떠나 도시 구경을 하려던 미즈키를 급히 불렀다.


“마지막 질문이다. ‘그들’은 정말로 모두 떠난 건가?”


“음...... 신체의 분리가 날아오르기 전에 끝나서 ‘나’의 계획이 결국 어떻게 됐는지 잘 모르겠어.”


“알겠다......” 켈시의 표정이 굳어졌다.


여러 해가 지나고, 인류의 영토는 다시 해안까지 확장되었다.


바다는 인류에게 재난의 근원이었고, 모든 개척단은 반드시 근해를 방어할 것을 지시받았다.


그러나 호기심은 두려움을 압도한다.


화창한 오후, 어른들이 눈치채지 못한 틈을 타 한 소녀가 해안으로 빠져나가 놀았다.


그녀는 보석 같은 자갈들을 꼼꼼히 골라 동생을 위한 선물로 가져가려 했다.


그런데 길을 가다가 그녀는 해변에서......


잠들어 있는 꽃 한 송이를 보았다.


시본은 지나간 악몽 속에 남아 있을 뿐, 소녀는 눈 앞에 있는 생물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녀는 앞으로 나아가 꽃잎을 가볍에 만졌다.


무언가를 느낀 듯이, 꽃잎이 천천히 벌어지며 보석처럼 검푸른 감각기관이 드러났다.


그것은 어린 저해의 활주자였다.


유체는 소녀를 보고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공격하려 했다.


하지만 상대방이 음식 한 조각을 꺼내 우호적인 신호를 보이자, 허공을 향했던 팔으로 음식을 말아 섭식 기관에 들여보냈다.


바로 이 순간, 해저 깊은 곳부터 별의 높은 곳까지, 위매니 전체가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였다.


지금의 인류는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다.


우리는 인류와 공생하고 공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