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라 플루마가 집무실에 오는 일이 많다. 

 딱히 일정이 없는 날에는 다른 어시스턴트가 있음에도 집무실로 들어와서는, 딱히 무언가 하는 일도 없이 그저 멍하니 있을 뿐이다. 

 오퍼레이터로서 임무에 나갈 때에는 평소 포근하고 맹한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활약을 해내기에 다른 오퍼레이터들로부터의 평가도 좋은 편이다. 오히려 그녀 덕에 마음이 놓인다는 오퍼레이터들이 많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럼, 오늘은 이걸로 끝이군." 



 오늘의 어시스턴트였던 블레미샤인을 퇴근시킨 후 약 세 시간 정도, 오늘 내로 끝내고 싶었던 일이 전부 끝나 마음이 한결 놓인다. 

 라 플루마가 집무실 소파에 누워 새근새근 자고 있는 것도 어느샌가 익숙해진 광경이다. 

 로도스 함내는 언제나 적절한 기온이 유지되고 있지만, 라 플루마의 평상복은 은근 얇고 노출이 많은 편이다. 그녀가 저렇게 잠들어 있으면 내가 코트를 덮어주는 일도 어느새 일과가 되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라 플루마가 잠들자 그녀의 오빠인 테킬라에게 연락하여 데려가줄 것을 권하기도 했지만, 그는 '그냥 그대로 놔줘' 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그럼, 뭘 먹을까..." 



 그렇게 말해도 내 저녁은 거의 컵라면이다. 점심은 보통 다른 오퍼레이터들과 식당에서 먹지만, 저녁은 항상 일이 끝나는 시간이 불분명한 고로 인스턴트 식품 등을 따로 준비해두고 있다. 



"박사?" 



 주전자에 물을 끓이는 사이에 라 플루마가 깬 모양이다. 평소같으면 좀 더 자고 있었을텐데, 오늘은 잠이 얕았던 것 같다. 



"아― 또 컵라면 먹으려고 하는구나. 저번에 줄이라는 말도 듣지 않았어?" 


"아 뭐, 그렇지, 아하하......" 


"오늘은 벌써 일 끝났나보네? 아직 그렇게 늦지 않았으니까, 밥 먹으러 가자" 



 작전에서는 내 명령에 일체의 의심없이 따르는 라 플루마지만 평소에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자기 고집을 결코 꺾지 않으려는 면이 있다. 작전 중에만 함께하거나 그녀를 깊게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면 굉장히 놀랄 것이다. 

 내 코트를 걸친 채, 라 플루마는 내 손을 잡아당긴다. 나는 거역하지 못하고 그대로 그녀에게 끌려가고 만다. 



"여어, 박사. 고생 많았어. 라파엘라가 폐를 끼치진 않았어?" 



 식당으로 가는 도중 테킬라와 마주쳤다. 비록 진짜 친남매는 아니라지만, 역시 그도 한 명의 오라버니로서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오히려 내가 폐를 끼치고 있어. 지금도 내 식생활을 개선시켜주려고 하는 중인걸." 


"하하, 그거 다행이네. 앞으로도 우리 동생을 잘 부탁할게" 



 간단한 대화만을 나눈 뒤, 테킬라는 다시 가던 길을 갔다. 그러고보니 그는 로도스 내에서 무기 상점 일을 하고 있다고 했지. 아마 그 쪽으로 갔을 것이다. 

 상점이라고 하니 라 플루마도 로도스의 바에서 바텐더 일을 하고 있다고 블레이즈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원래 도솔레스에서도 바텐더로 일했던 경험도 있다던가. 아무튼 블레이즈는 라 플루마가 마음에 든 것 같았다. 



"뭐 먹고 싶어?" 


"으응― 햄버그 세트, 일까나." 



 로도스 식당은 성인용과 아동용 메뉴가 따로 있다. 예를 들면 정식이라 이름붙은 메뉴는 보통 성인용, 세트라고 이름붙은 메뉴는 보통 아동용이다. 기본적으로 양 이외엔 딱히 차이가 없기에, 별로 많이 먹지 않는 오퍼레이터는 가벼운 세트 메뉴를 주문하기도 한다. 

 라 플루마는 결코 몸집이 작은 편이 아니지만, 오늘은 하루 종일 집무실에서 뒹굴뒹굴거렸기에 그다지 배가 고프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럼 난 라멘 정식――" 


"............" 


"...이 아니라, 치킨 샐러드 정식으로 할까." 



 나도 그다지 배가 고프지는 않기에 무난한 메뉴를 고른다. 라 플루마의 눈총 때문에 고른 게 8할이지만. 

 각자 주문한 식사를 받은 뒤 적당한 자리에 앉는다. 시간은 저녁 9시 정도였지만 아직 오퍼레이터들이 드문드문 보이고 있었다. 



"박사는 일이 줄어들지 않는 거야?" 


"어렵지. 다른 기업뿐만이 아니라 여러 도시들에서도 일거리가 오고, 작전 지휘도 있고, 이제 곧 위기협약 시즌이기도 하니까." 



 거물들과의 접촉은 내가 직접 나서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접 대면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하루 최소 3시간 정도는 어딘가의 누군가와 통신으로 회의를 하고 있다. 

 예전에 실버애쉬가 나의 대리를 맡아준 적이 있었다. 확실히 그의 수완은 훌륭하고 아주 도움이 되었지만, 카란 무역회사의 대표이자 실버애쉬 가문의 당주이기도 한 그에게 계속 맡긴다면 일이 복잡하게 꼬이게 될 수도 있다. 



"내가 열심히 하면, 박사도 편해질까?" 


"마음은 고맙지만, 라 플루마는 서류작업 같은 거엔 익숙하지 않지? 이대로 있어도 괜찮아." 


"그렇지만......" 



 조금 부루퉁한 표정으로 라 플루마는 햄버그 세트를 먹는다. 신경 써주는 건 기쁘지만, 오퍼레이터들에겐 각각의 적성이라는 게 있다. 그걸 정확히 판별하고 적절한 곳에 투입시키는 것도 내 일이다. 

 그 후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을 다 먹었다. 



"잘 자, 박사." 


"그래, 라 플루마도. 블레이즈랑 마주치지 않도록 해." 



 라 플루마가 이런 시간대에 블레이즈에게 들켰다간 바로 술집으로 연행될 것이다. 때때로 라 플루마가 집무실에서 곤히 잠드는 때가 있는 원인은 십중팔구 그 애주가 필라인 때문이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각자 방으로 돌아간다. 



"......아." 



 그러고보니 코트를 돌려받는 걸 까먹었다. 




*** 




 오늘도 라 플루마는 집무실에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달리 오늘은 내 일을 거들어주고 있다. 

 어제 빌려줬던 코트를 오늘도 걸친 채, 라 플루마는 블레미샤인에게서 일 하는 법을 배우며 열심히 서류들과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처음이라 어려운 걸까, 때때로 귀여운 앓는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 덕분이었는지 오늘 일은 어제보다도 좀 더 빨리 끝났다. 



"라 플루마? 이제 코트 돌려주지 않을래?" 


"싫어" 


"어어...... 그렇지만 너도 평소 입는 코트가 있잖아? 내 것보다도 더 좋아보이던데." 



 라 플루마는 평소 군데군데 털장식이 달려 있는, 따뜻하고 고급스러워보이는 코트를 걸치고 다닌다. 내 코트와 색상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굳이 낡아빠진 내 코트를 입고 다니는 것이 이상했다. 



"옛날에 말야, 아빠가 박사처럼, 내가 자고 있을 때 코트를 덮어준 적이 있었어." 



 라 플루마의 아빠― 테킬라의 친아버지는 과거 도솔레스 시티에서 대규모 쿠데타를 일으킨 주범이다. 

 하지만 라 플루마가 말하는 '아빠'라는 말에서는, 서툴었지만 그럼에도 자식에 대한 애정만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때는 코트를 돌려줬어?" 


"응." 


"그럼 지금은 왜......" 



 점점 더 모르겠군. 라 플루마가 내 작전에 항상 잘 따라와주고 있는 건 이해한다. 예전에 내가 '아빠'처럼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준 적이 있었기 때문에, 나를 그 아빠와 비슷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박사 코트를 입고 있으면 왠지 더 따뜻해. 박사도 따뜻한 게 좋잖아?" 


"겨울에 난방을 틀고 느긋하게 방 안에 앉아있는 게 좋긴 하지." 


"그러니까, 이 코트 주면 안 돼?" 



 아미아냐 켈시에게 부탁한다면 코트 정도는 한두벌 더 지급받을 순 있을 것이다. 지금도 예비용이 두 벌 정도 남아있기 때문에, 라 플루마가 그렇게 바란다면 문제될 건 없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오늘도 열심히 도와주기도 했으니까." 


"야호! 고마워 박사!" 



 그렇게 말하며 라 플루마는 나에게 뛰어들어 안겨왔다. 원체 허약한 나는 그 충격에 휘청였지만, 어떻게든 받아주자 갑자기 그녀가 얌전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라 플루마?" 



 불러도 대답이 없다.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천천히 호흡을 계속하고 있다. 

 조금씩 그녀의 체온이 내게도 전해져 온다. 리베리 족의 특성인지 나보다도 조금 체온이 높아 한층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박사, 왠지 나, 더워진 것 같아." 



 잠시 후 라 플루마가 고개를 들었지만, 그녀의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고개를 듦과 함께 그녀의 움직임이 멈췄다. 

 열기가 느껴지는 그녀의 숨결을 코앞에서 느끼며, 나는 필사적으로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했다. 천진난만한 아이 같아도, 라 플루마도 어엿한 여성이다. 이렇게까지 밀착하면 의식해버리고 만다. 

 이윽고 내 품 속에서 떨어져나간 라 플루마는 한동안 얼굴이 빨개진 채,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저기, 나, 이제 돌아갈게." 



 그렇게 말하고, 라 플루마는 종종걸음으로 집무실에서 나갔다. 

 나도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집무실을 나선다. 이런 걸 상담할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 괜히 혼자 앓으며 시간을 끌다간 점점 더 해결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오? 박사가 여기에 웬일이야? ......사실, 용건이 뭔지 알 것 같지만." 


"이야기가 빨라서 좋은데, 테킬라." 


"방금 얼굴이 빨개진 라파엘라를 본 뒤라서 말야. 나도 곧 박사가 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어." 



 도솔레스의 시장이 테킬라를 근처에 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는 머리 회전도 빠르고, 추리력도 좋고, 행동도 빠르다. 다음 어시스턴트는 테킬라를 두어야겠다고 지금 생각했다. 



"라파엘라가 박사 널 따르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내가 보기엔 완전히 아니었어." 



 내가 묻는 것보다도 먼저 테킬라는 자신의 견해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건 라 플루마― 아니, 라파엘라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오라버니로서 신뢰할 수 있는 것이었다. 



"라파엘라는 그렇게 보여도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하거든.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혀있는 건 로도스에 와서 처음 본 거야." 



 테킬라가 말하는 라파엘라 이야기는 내가 모르는 것이었다. 내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 그 깃털처럼 덧없는 인상의 그녀는, 언제나 집무실에서 낮잠을 자고, 때때로 칵테일 책을 읽는 얌전한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그걸 보고 바로 알아챘어.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라파엘라는 박사 너를 좋아한다는 걸 말야." 



 그의 말을 듣고, 나는 천천히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럼,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 박사는 나보다 더 똑똑하니까, 이젠 어떻게 해야 할 지 알겠지?" 


"날 너무 막 던지는 거 아냐?" 


"여동생을 맡길 상대인걸. 이 정도는 해줘야겠어. 어제도 말했잖아? '우리 동생을 잘 부탁한다'고." 



 그 말에 그런 의미까지 담겨있었나. 라 플루마의 심정에 대해서도 아직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 알았어. 테킬라." 



 로도스의 오퍼레이터들이 각자 어느 방을 쓰고 있는지는 이미 머리에 들어있다. 원래는 비상사태에 대비해 외워둔 것이었지만...... 아니, 지금도 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을까. 


 라 플루마의 방은 잠겨있지 않았다. 거기까지 신경 쓸 틈이 없었던 걸까, 아니면 평소에도 문단속을 하지 않는 걸까.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그게 고마웠다. 



"라 플루마." 



 내가 그녀를 부르자, 침대에 웅크리고 있던 검은 덩어리가 움찔, 떨렸다. 



"춥지 않아?" 


"......추워" 



 뒤집어쓰고있던 내 코트에서 빠져나온 라 플루마는 느긋한 발걸음으로 내 앞까지 걸어왔다. 무언가 기대하고 있는 듯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를 살며시 끌어안는다. 


 조금 전과는 달리, 이번엔 내 가슴에 얼굴을 부비적대기 시작한다. 마치 그녀의 안에서 무언가가 터져버린 듯이. 



"있잖아, 박사." 


"왜? 라 플루마." 


"......이름으로 불러줘......" 



 금방이라도 꺼질 듯한 목소리였지만, 내 귀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의 검고 윤기 나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라파엘라, 라고 속삭여준다. 



"나, 그다지 일 잘하는 편도 아닌데, 내일도 모레도 계속, 계속 있어도 될까?" 


"물론이지." 



 언제부턴가 일이 끝나고 집무실에 혼자만 남았을 때 어쩐지 쓸쓸하다고 느끼게 된 건, 라파엘라가 오면서부터였다. 



"또, 지금처럼 안아줄 거야?" 


"네가 바란다면 얼마든지." 



 아까 말했잖아? 나도 따뜻한 게 좋다고. 



"좋아해. 박사." 


"나도, 네가 좋아. 라파엘라." 



 서로의 고백으로 부끄러움이 한계에 다다랐는지, 부비부비 머리를 내 가슴에 문질러온다. 그 모습은 마치 어미에게 어리광부리는 아기 새처럼,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것이었다. 







일러스트 출처 https://www.pixiv.net/artworks/98226877


※ 이 소설은 원작자 「白辺衣介」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하였습니다.  

※ 원문출처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8595912



적당한 길이 훈훈한 내용


오타, 오역, 의역, 어색한 문장 지적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