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다들 바벨 관련 이야기는 알지 않나 싶긴 한데

바벨이 뭔지 모르겠다면 뒤로 가기를 하면 됨







【ㅡㅡ이것은 어딘가에서 있었을지도 모르는 가능성의 이야기.

믿지 않는 '그'와, 믿어주는 '그녀'의 이야기ㅡㅡ.】


발레리나의 백조와도 같은 화려한 몸짓이 멈추고, 막이 내렸다.

성대한 박수소리와 함께 성황리에 마지막 공연은 종료되고 이제 다들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그러나 그와 그녀는 모두가 함께하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W, 오늘도 고생했다."

"...당신이야?"


무대의 뒷편 대기실, 입은 하얀 발레복이 구겨지는 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 소파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W에게 남성은 다가가서 물을 건넸다.


"...제법 센스가 있네. 예전이라면 이런거 전혀 안했을텐데. 단장님, 아니 '박사'"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역시...재미없어."


'박사'가 건넨 물을 마신 W는 물병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다가, 휙 하고 던져버렸다.

가볍게 퉁, 소리와 함께 아무렇게나 굴러가는 물병을 주우러가는 박사를 보며 맥빠진 웃음을 흘린 그녀는 명백히 예전과는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W를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이 섞인 눈으로 보던 박사는 물병을 옆의 탁자 위에 올리고 W의 다리를 치운 뒤 소파에 앉았다.


"에잇, 에잇, 에잇."

"...뭐하냐?"

"아, 이제서야 조금 재밌어졌네."


박사가 앉자마자 옆으로 치운 다리를 W는 자연스럽게 박사의 허벅지 위에 올리고 꼼지락거리며 가벼운 장난을 치려다가, 그에게 양발을 붙잡히는 것으로 가뿐하게 저지 당했다.

이젠 익숙해졌는지 표정의 변화도 없이 W의 장난을 받아주는 박사, 그리고 여전히 장난을 치는 W.

아마 한참 예전의 다른 사람들이 봤다면 100명 중 99명이 의문을 표할 것 같은 기묘한 풍경 속에서 시계는 똑딱 소리를 내며, 시간을 알리고 있었다.


"그래서 세상 다 산 것 같은 표정으로 뭘 하고 있나. 이제 무대 인사를 하러 갈 시간인데."

"...어차피 조금 남았잖아. 조금 쉬게 해주라, 응♥?"

"하트 붙여도 안 된다."

"...칫, 재미없기는."


하암, 하고 하품을 한 W는 영차, 하고 일어나더니 토슈즈에 발을 집어넣었다.


"...그나저나, 당신에겐 고마워하고 있어."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나, 아니면..."

"칫, 모처럼 진지해졌는데 흥을 깨다니. 못된 남자네. 난 나쁜 남자는 억지로라도 사랑하지만, 못된 남자는 안 좋아해."

"네게 사랑을 받을만한 나쁜 녀석은 대체 누구지."


자리에 일어나서 표정 하나 안 변하고 태연하게 대답하는 박사를 보며 피식 하고 웃은 W는 그대로 박사의 와이셔츠 옷깃을 붙잡더니, 자신에게 강하게 잡아당겼다.

그렇게 순간적으로 둘의 입술이 겹쳐졌다가 떨어지고, 아까까지 잡았던 옷깃을 툭툭 친 W는 손가락을 박사의 코 앞에 들이밀며 말했다.


"넌 세상에서 가장 나쁜 남자니까. 나만의 달링♡"

"...이건 욕인데."

"아하하!"


그렇게 예전처럼, 소악마처럼 웃은 W는 사뿐사뿐 발걸음도 가볍게 문 밖으로 나갔다.



『바벨은 무너졌다.

마왕은 죽음을 맞이했다.

그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한 길은 이것이였다.』



"저기, 그나저나 정말 이런 걸로 효과가 있는게 맞아? 그것보단 네 전략으로 테레시스를 당장 죽여버린다던가...그런건?"

"그건 불가능하다....그리고 물리적인 해결책이 통하지 않았다면, 때로는 문화적인 해결책도 있는 법이다. 대중들에게 흥미 위주라도 계속 언급되게 만들고 다가갈 수 있다면 그만이야."

"언급되면 어떤 점이 좋은데? 그리고 그 문화라는 방법은 정확히 어떤 거야?"

"각국 유력자들이 흥미를 가진다, 혹은 대중들이 뭘 하나 사더라도 이득을 보게 할 수 있다. 이미지가 중요한 법이지...그리고 발레, 연극, 소설...문화적인 방법은 넘쳐난다."

"나 그런거 소질 있을지도 모르긴 한데, 나 같은 더러운 살카즈를 받아줄만한 극단이 있을까?"

"...까짓거 극단은 하나 만들면 그만이지. 그 정도의 돈은 있다...그리고 너는 더럽지 않아."

"당신도 여자 꼬시는 재주가 많이 늘었네. 정말 억지스러운 상황이지만, 나는 네 능력을 믿겠어. 박사."

"...나도 너를 믿겠다. W."



『그 날, 그녀의 피로 물든 나의 손을 붙잡아 준 것은 켈시도, 아미야도 아닌, 단순한 용병 한 명이였다.

당장이라도 나를 죽일 듯 달려들던 켈시를 온 몸을 바쳐서 저지한 그녀는 증명할 수 없는 나의 말을 믿어주었다.

참 얄궃은 일 아닐까. 여태까지 동료라고 믿었던 자보다, 용병이 나를 더 믿고 있다니.』



"...그 날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극단의 함선. 풀린 눈으로 와인을 홀짝이던 W는 마찬가지로 와인을 홀짝이는 맞은편에 앉은 박사를 보며 손가락으로 와인 잔을 몇 번 쓰다듬었다.


"이렇게 와인을 마시는 것도 몇 병이나 마셨을까?"

"...아마 우리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다 동원해도 모자라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지...나름 효과가 있는 것 같기는 해...다음은 어디지?"

"다음 공연은 우르수스다. 조금 추울 것 같군."

"으에엑. 난 거기 싫은데..."


질색하는 표정의 W를 한숨을 내쉬며 보던 박사는 와인 병을 들어 그녀의 잔을 채우고, 본인의 잔도 채우며 말했다.


"좋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싫다고 해서 안 갈 수 있는 곳도 아니니까...각국의 유력자들에게는 공연을, 시민들에게는 소설을...계획은 잘 되어가고 있다."

"...그래. 바벨. 아니 테레...시아의 후계자라고 알려진 로도스 아일랜드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 조금씩 보이고 있거든. 어저께 도시에 들렀더니 네가 쓴 책이 1000만부나 팔렸다고 광고가 나오던데?"

"로도스 아일랜드..."


테레시아의 이름을 말할때 유독 이를 악물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하는 W와 로도스 아일랜드를 말할 때마다 손을 떠는 박사.

그렇게 몇 번 그 이름을 곱씹던 박사는 와인을 쭉 들이키고 숨을 깊게 내쉬며 말했다.


"어쨌든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군..."

"저기, 이제 슬슬 오해도 풀리지 않았을까...그러니까..."

"갈거면 너 혼자 가라...나는 갈 수 없다."


냉랭한 표정으로, 눈빛으로 가기 싫다는 뜻을 강력하게 표현하는 박사를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W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박사의 곁으로 다가갔다.

한동안 박사의 옆에서 말없이 그를 내려다보던 W는 팔을 뻗어, 박사의 머리를 품 안으로 상냥하게 끌어들인 뒤 마치 아이를 달래듯이 토닥이며 말했다.


"...네가 한 일이 아니라며."

"아무도 믿지 않았다."

"...지금도 너는 그 곳을 생각하고 있잖아."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들도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

"가정은 의미없는 행위다."


"정말...바보 같은 남자 같으니라고."


저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으며 숨죽이며 우는 W와, 그녀의 품 안에서 눈물을 참으려고 주먹을 꽉 움켜쥔 박사.

그들의 마음을 아는지 창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동료들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들은 전쟁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기계로서의 '지휘관'이 필요했을 뿐.

그렇게 나의 마음은 점점 마모되어갔다. 

과연 오늘은 몇 명이나 더 죽여야 할까.

과연 오늘은 몇 명이나 더 살릴 수 있을까.

...나는 분명 외롭게 지옥으로 떨어지겠지.』



"...괜찮아?"


악몽을 꾸는 박사를 심연의 늪에서 끌어내는 다정한 목소리와 조금 거칠지만 온기가 담긴 손.

그것을 느끼며 죽음과도 같은 공포에서 끌려나온 박사는 저도 모르게 바로 옆의 온기를 꽉 껴안았다.


"...한동안 안 꾸더니, 또 바벨 시절의 꿈이야?"


조금 아플 정도로 세게 껴안았음에도 싫은 내색하지 않고 받아준 W는 땀에 젖은 박사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토닥여주었다.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 박사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보던 W는 그의 머리카락에 살며시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네 탓이 아니잖아. 그건."

"나는...분명 혼자서 외롭게 지옥에 떨어지겠지. 그렇게 많은 생명을 체스말처럼...사용했으니."

"어머, 그렇게 따지면 나는 햄버거 같은 여자라서 먹고 버려지던 여자였는데?"

"...악취미다."


W의 자학이 담긴 뜬금없는 농담에 살며시, 허탈하게 웃은 박사는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서 옆에 놓아둔 물을 마셨다.

마찬가지로 박사의 옆에서 일어나서 앉은 W의 몸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태어난 그대로의 상태였다. 

희미한 조명에 어슴푸레하게 비치는 그녀의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실루엣을 보며 박사는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예전부터 궁금했다만...W. 너는 어째서 나를 이렇게나 믿는거냐."

"...뭐야. 정말 내 몸엔 볼 장 다 본 거야? 자랑은 아니지만...나는 제법 내가 섹시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니...섹시한 건 맞는데...그리고 난 네 몸에...아니다. 어쨌든 그냥 궁금해서 그렇다."

"바보, 멍청이. 나쁜 남자. 이제서야 그걸 묻는 것도 참...역시 센스 없어, 넌. 이런 분위기라면...조금 더 연인다운 일을 할텐데. 조금 더 나를 믿고 사랑해도 좋다고?"

"...그...런가? 여튼..."

"여튼, 매번 생각하지만 넌 나쁜 남자야. 이렇게 차려진 밥상이 눈 앞에 있는데, 여태까지 먹지도 않고...나도 기다리는 건 한계가 있거든...?"


묘하게 맞물리지 않는 대화 속에서 박사를 향해 빨갛게 눈을 빛내면서 쿡쿡 웃은 W는 다시 침대에 누우며 팔을 뻗었다.


"뭐어...어쩔 수 없지. 최대한 간단히 말하자면...나는 용병이였잖아? 그동안 수많은 신뢰를 져버리는 고용주들과 일했지. 내 몸만 노리는 쓰레기들도 있었고."

"...그런 나에게 다가온 테레...시아의 이상은 너무나도 눈부셨어..."


마찬가지로 침대에 다시 누운 박사의 품 안으로 들어온 W는 과거를 회상하며 느릿느릿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박해받고 떠돌고...천대받는 살카즈의 나라를 만든다...모두가 자신만의 이름을 갖는 나라...그건 나에게 하나의 빛이였지. 태양과도 같은...그래."

"그때 깨달았어...그녀는 앞으로 평생 나의 등 뒤에 있을 거라고...설령 본인이 없어지더라도."

"...그리고 너를 봤지. 솔직히 이네스와 외드레르는 너를 되게 무서워하더라고? 나도 그랬긴 한데..."


"내가 그리 무서웠나...어디가?"


이야기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조용히 듣고 있던 박사가 이것만큼은 넘어갈 수 없는지 품 안의 W를 껴안으며 묻자, 쿡쿡 하고 웃은 W는 박사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예전의 눈빛, 어땠는지 알아? 그냥...오늘은 누구를 죽일까, 내일은 누구를 살릴까, 인간이 아니였던 눈빛이였거든."

"내가 진짜로 그랬다고...?"


충격을 받은 박사의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W는 박사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렇게나 빛나는 폐하의 옆에 있는 네가 누구보다도 어둡다는 점...나는 되게 흥미로웠거든? 그래서 너에 대해서 여러 가지 조사를 했지...오만가지 별명이 있던데?"

"...살카즈 학살자, 피도 눈물도 없는 전쟁 기계, 체스 말 부수기 장인...또 뭐가 있었더라...에잉, 상관없지."

"어쨌든...그렇게 조사하다보니 너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 싶어져서 우연히 둘만 있었을때 말을 걸었었지...그랬더니 말야, 네 반응이...무슨 얘기를 했는지 넌 기억하려나?"

"기억 안 나도 딱히 상관은 없어...어쨌든 그때...내가 미쳤었지. 너에게 동정심이 들더라고. 나는 용병이 되는 걸 원하진 않았지만, 전쟁에는 원해서 왔거든...하지만 너는 아니였잖아. 그렇게 말했어."


그렇게 느릿느릿하게 말하던 W는 하품을 하더니 중얼거렸다.


"맛보기는 여기까지. 오늘은 피곤하니까...여기까지 할래. 어차피...내일도 시간은 많으니까..."

"...미안하군. 생각해보니 아직 새벽이지...나 때문에 깨어나게 해서 미안..."

"쉿..."


뭐라고 더 말하려던 박사의 입술에 검지손가락을 가져다 댄 W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사랑해. 응...이제 자자."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은 W는 곧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그런 그녀를 껴안은 박사도 눈을 감고 조용한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모두에게 빛을 비춰 준 테레시아. 고결한 살카즈의 여왕 테레시아.

...이기적인 여자, 나를 어둠속에 내버려둔 여자...

그런 너를 나는 사랑하면서도...증오할 것이다.』



아침 햇살이 아닌 점심 햇살이 둘을 비추는 와중에 박사를 흔들어서 깨운 W는 머리를 묶고 박사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아직 도착하려면 한참 남았는데...그동안 연습이라도 좀 해야겠네. 같이 연습실로 가자."


그렇게 말한 W는 밍기적거리며 일어난 박사의 손을 잡고 연습실로 향했다.

자그마한 이동식 함선에서 지나가던 극단원들에게 인사를 나누며 도착한 연습실.

익숙하게 발레복으로 갈아 입은 W는 거울에 자신을 이리저리 비춰보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나 몸매가 예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은데, 좀 달라진 것 같아?"

"그걸 왜 나한테 묻나..."

"...어머, 밤마다 내 몸을 이리저리 만지며 즐기던 사람이면 당연히 변화는 알아채야지? 다.알.링?"

"즐긴 적 없는...하아...그래, 아주 많이 좋아졌다."


한숨을 내쉰 박사의 대답에 웃으면서 W는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때로는 격렬한 턴을, 때로는 정적인 움직임을, 연속적인 턴을 빠르게, 때로는 점프를 느리게.

전문적인 용어로는 피루엣, 아라베스크, 그랑 푸에테 앙 투르낭, 그랑 주테...라고 불리는 동작을 무리없이 연속으로 해낸 W를 보며 박사는 저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그런 동작을 했으면서도 전혀 힘들지 않은 듯 가뿐한 W는 무대 인사로 마무리 지으며 말했다.


"어때, 나 잘하지?"

"...충분히 잘 하는군."

"그야, 발레리나도 벌써 1년 넘게 했는걸? 곧 2년차인가...아니...생각해보면 말인데 어쩌면 나 용병일보다 이쪽이 소질이 있었을지도 몰라. 이젠 총보다 이게 더 익숙하다니까?"

"평화로웠다면 어딘가에서 이미 배역을 따고 말이지."

"그렇지...응. 그랬을지도 몰라."


그렇게 많이 길어진 머리카락을 쓸어내린 W는 음악을 끄고 자연스럽게 옷을 벗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뤄지지 않을 이야기는 의미가 없거든...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좀 쉬러 가자. 어제 중간에 깨서 조금 피곤하거든."

"그러도록 하지. 그런데..."


말끝을 흐리는 박사를 태연하게 응시하던 W는 박사의 눈빛에 시선이 어디로 가있는지 보고 그녀 특유의 소악마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가슴이 그리 좋아? 그럼 마음껏 봐도 되는데?"

"...에라이."


황급히 나가는 박사를 보며 W는 빙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제 곧 도착하려나.

그렇게 중얼거린 W는 조용히 한 마디를 남기고 밖으로 향했다.


"너는 정말 나쁜 남자야..."



『나는...나쁜 남자고, 겁쟁이며, 어리석으며, 한심하고, 이기적이다.

어째서...줄 것이라고는 믿음 밖에 없는데, 그것마저 줄 수 없게 된 걸까.

난 정말 나쁜 남자다.』



"그나저나 말인데..."


우르수스에 도착하기 하루 전, 오직 둘만 존재하는 고요한 침실.

W에게 말없이 왼팔로 팔배게를 해주던 박사의 말에 빨간 눈동자를 뜨고 박사를 올려다보며 W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 머리카락의 감촉을 느꼈는지 잠시 표정이 변한 박사의 뺨을 쿡쿡 찌르며 W는 웃었다.


"응? 왜? 달링?"

"...들어도 영 익숙해지지 않는데...여튼 어제의 이야기를 계속해도 괜찮을까?"

"어...무슨 얘기더라?"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의 팔에 뺨을 부비는 W의 이마에 오른손으로 가볍게 딱밤을 날린 박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대체...나를 왜 그렇게 믿느냐. 그 이야기야."


기껏 좋은 분위기를 다 깨버리네, 그렇게 투덜거린 W는 일어나서 방 밖으로 나가더니 와인병과 잔 두 개를 들고와서 자연스럽게 코르크 마개를 딴 뒤 잔이 넘치도록 따라서 침대에 앉은 박사에게 잔을 건넸다.


"그러고보니, 이제와서야 그게 궁금한거야? 오히려 한참전부터 궁금해야..."

"요즘들어...자꾸 꿈을 꿔...너도 알잖아..."


한숨과도 같은 무거운 말.

그 말에 표정을 굳힌 W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뻗어 컵 안의 와인을 그대로 들이킨 박사는 고개를 푹 숙이고 낮게, 속삭이듯 말했다.


"지금까지는 바빴지...그런데...그래. 이런 생각이 들어."

"나를 믿는 자는 아무도 없었고."

"나를 필요로 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으며."

"다들 나를 외면했지."


"...너도 나를 외면하는 날이 올거야."


그의 서러움이 가득 담긴 울음과도 같은 말에, 한숨을 내쉬며 잔을 바닥으로 집어던진 W는 유리잔이 깨지는 소리에 놀라 고개를 치켜든 박사의 입술에 그대로 자신의 입술을 포겠다.

한동안 굶주린 짐승과도 같이 입맞춤을 하던 W는 잠시 떨어지더니 이내 양 팔을 뻗어 자신의 가슴쪽으로 박사의 머리를 끌어당겨서 껴안고는 중얼거렸다.


"너...아직도 날 제대로 믿지 않았구나."


그 말에 아무런 말 없이 침묵을 지키는 그를 보며, W는 중얼거렸다.


"...그래. 그렇구나. 사실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나라도 이건 조금 상처받는데."


그 말에 움찔한 박사의 반응을 보고 서글픈 미소를 지은 W는 더욱 그를 세게 끌어안았다.

잠시 뒤, 박사의 양 팔이 W의 허리에 감겨오고 서로를 강하게 끌어안는 순간. W의 입이 다시 열렸다.


"...알아. 너는 사실 이렇게 약하고도 가엾은 남자라는 걸."

"그리고 날 제대로 믿지 않는다는 것을. 봐봐, 지금처럼 거짓말도 못할 정도로 넌 나쁜 남자니까."

"그래서 나한테 손도 안 대고 말이야. 언젠가 떠나보내려고...말이지."

"어쩌다가 이런 나쁜 남자를 내가 사랑하게 된 걸까...하아...나도 참 지지리 복도 없는 여자라니까."

"어쨌든...좋아. 얘기해줄게...다만..."

"다 듣고나면 이젠 좋은 남자가 되어줘."

그렇게 처연한 미소를 지으며, W는 과거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박사. 아직도 그 날의 네 표정이 잊혀지지 않아.

그 표정은...마치...」



W에게 테레시아는 태양과도 같은 존재다.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누구에게나 착실한 그녀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본다면 누구든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나도 참 소녀스러워졌나...이런 생각이나 다 하고 말이지."


이게 다 테레시아랑 함께해서 나도 물러졌다니까...

그렇게 중얼거린 W는 힘차게 함선의 복도를 걸어갔다.

이제 곧 테레시아랑 만날 수 있어. 과연 오늘은 어떤 인사를 건넬까?

그렇게 기대하며 코너를 돌아선 W의 앞에, 그가 서있었다.


"...박사."


W의 부름에도 별 말도 없이 다크써클이 짙게 내려앉은 무감정한 눈으로 그녀를 응시하는 '박사'.

늘 동태눈깔 같은 눈이지만 오늘따라 더 심한걸...외모는 내 취향이지만...저런 전쟁 기계랑 가까이하는 건 옳지 않아.

이미 박사에 대한 조사를 다 끝냈던 W는 굳이 말을 더 붙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며 떠나려고 했지만, 오늘따라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그녀의 입에서 자연스러운, 동시에 부자연스러운 한 마디가 그녀도 모르게 새어나왔다.


"오늘, 기분은 좀 어때?"


그 말을 한 걸 깨닫자마자, W는 멍청한 자신을 탓하고 싶어졌다.

내가 미쳤지. 그 악명 높은 살카즈 학살자에게 평범한 인간에게 대하는 것처럼 말을 걸다니...!

생각을 가능한 표정에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며 박사를 본 W는 여태까지 느낄 수 있던 모든 충격 중에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너, 울어...?"


텅 빈 눈으로, 난생 처음으로 울어서 어떤 반응을 보일 줄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눈물을 흘리는 그를 본 W는 저도 모르게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박사의 얼굴을 닦기 시작했다.

대체 왜 이래? 무슨...일이 벌어지는 거야?

그렇게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손을 움직이는 W를 보며, 눈물을 흘리던 박사는 그 눈에 작은 서글픔을 담은 채로,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컨디션이 아니라 기분을 묻는 건...네가 처음이야."


그제서야 섬광과도 같은 사실이 W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ㅡ내 눈앞에 서 있는 것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다.

뭐라고 말할 틈도 없이, 박사 뒷편의 복도에서 회의실의 문이 열리고, 태양과도 같은 포근한 목소리가 그들의 귀에 들어왔다.


"박사. 슬슬 회의 시간이야...어머, W도 있었구나?"

"테레시아?!"

"어머 W! 왔구나! 그런데 지금은 조금 바빠서...미안해! 저녁에 나랑 같이 밥 먹자! 아, 그리고 박사, 빨리 들어와야해. 미안하지만 시간이 별로 없어서..."


마지막은 마치 먹구름과도 같은 그녀의 말이 귀에 들려오자, 흐르던 눈물을 순식간에 멈추고 언제 울었냐는 듯, 박사는 무표정하게 텅 빈 눈으로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벌써 그런 시간인가. 미안하다."


이건 무언가 잘못되었다.

그렇게 생각한 W가 반댓쪽 손을 내밀기도 전에, 휙 돌아선 박사는 당당한 걸음걸이로 회의실로 들어갔다.

망연자실하게 손을 내민 W의 눈 앞에서 회의실의 문이 닫히고, 텅 빈 복도에는 그저 W만 남아있었다.


"이건...아니야. 뭔가가...이상해."


어떻게, 대체...이런 일이. 이건 아니야.

그렇게 혼란스러워하던 W는 허둥지둥 자신의 숙소로 달려갔다.



「너는 인간이야. 기계가 아니야.

그 사실을 깨닫는 건 얼마나 걸렸을까.」



그 뒤 시간이 날때마다 W는 박사를 찾아갔다.

테레시아에게 가끔 놀림 받을 때도 있었고, 켈시가 그녀를 수상하게 보거나, 아미야가 그녀에게 박사에게 더는 접근하지 말라고 소심하게 중얼거리거나, 이네스와 외드레르가 그녀를 미쳤으니 정신병동에 가둬야한다고 주장하는 등, 점점 그녀를 이상하게 여기는 시선들이 늘어났다.

그렇다해도, W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단순한 동정심, 혹은 호기심. 어느쪽이였을까.

사실 그 대답은 이미 알고 있지만...애써 외면하던 W였다.

그럼에도 오늘도 박사를 찾아간 W는 그의 개인 숙소의 문을 힘껏 열었다.


"날씨도 좋은데, 나랑 단.둘.이.서. 산책도 좀 하고 운동도 좀 하는 건 어때?"


여전히 다른 사람들을 상대할때는 무표정이던 박사였지만, W에게는 점점 마음을 열기 시작했는지 어느 순간부터 다양한 표정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지금과도 같이 짜증을 낸다던가.


"...휴일인데 좀 쉬면 안 되냐...?"


갸날프게 항의하는 박사의 목소리와 표정을 무시하고 한 손으로 박사의 팔을 잡아 끌며 갑판으로 나간 W는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봐봐, 이렇게나 태양이 좋은데 말...이지."

"...오늘 날씨 안 좋다고 했는데."


구름 끼고 곧 비라도 올 것 같이 어두컴컴한 갑판 위에는 W와 박사 둘 뿐이였다.

이마를 탁 친 W는 에이 아무렴 어때! 하면서 박사의 팔에 팔짱을 끼고는 갑판 위를 쏘아다니기 시작했다.

휘둘리면서도 이젠 모든 걸 포기한 듯 허탈하게 웃는 박사의 머리 위로 빛이 번쩍이더니, 천둥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W는 신나게 웃으며 갑판 위를 빙글빙글 돌며 춤추기 시작했다.

마치 발레리나처럼, 빙글빙글 돌며 박사에게 W는 소리쳤다.


"어때! 나 잘하지 않아?!"

"그래! 예쁘다! 아주 그냥! 너 오늘부터 어디 극단이나 들어가지 그래!"


박사 또한 완전히 포기했는지 아무렇게나 주저앉아서 비를 맞기 시작했다.

그렇게 누가봐도 정신나간 짓을 하던 W는 박사의 옆에 와서 주저앉아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오늘 기분은 좀 어때?"


한동안 말없이 하늘을 응시하던 박사는 바로 옆에 앉은 W를 향해 시선을 돌리고 대답했다.


"...네가 와서 나쁘지 않아."


그 대답에 만족한 채로 W는 박사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딱 붙어서 앉더니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저기...너, 전쟁을 어떻게 생각해?"


그 말에 한동안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있던 박사는 다시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속삭이듯 대답했다.


"...하고 싶지 않아. 그치만...해야하는 일이야."


하늘을 올려다보는 박사의 뺨에 맺힌 것은 눈물일까, 빗방울일까.

그 날, W는 박사에게 틀림없이 사랑에 빠졌다.

외면하던 진실과 마주한 그녀는 오히려 행복했다.

이런 그녀의 마음도 그는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날이 지속되길 바란 건 어느쪽이였을까.

둘 다 아니였을까.

ㅡ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파국의 그 날이 오는 것은.ㅡ



「그 날이 오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이미 의미 없는 가정이지만.」



W가 장기 임무를 끝내고 돌아온 날, 로도스 아일랜드는 마치 죽음과도 같은 침묵이 지배하고 있었다.

오늘따라 너무나도 조용하다는 사실에 불길한 예감이 들어 서둘러 달려간 테레시아의 방에서 그녀는 두 눈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


ㅡ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가 손에 쥔 칼.

ㅡ피범벅이 된 그의 손과, 칼.

ㅡ바닥에 쓰러진 테레시아.

ㅡ내가 한 것이 아니라고 울부짖는 박사.

ㅡ그런 그의 말을 무시하고 Mon3tr를 꺼내서 박사에게 돌진시키는 켈시.


다급한 순간에 무의식적으로 그녀가 선택한 것은 품 안의 폭탄들을 켈시한테 집어던지는 것이였다.

연막탄, 섬광탄, 수류탄, 다이너마이트 등등 폭탄들이 켈시를 향해 정확하게 던져지자 제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는지 Mon3tr를 재빨리 회수해서 폭탄을 막아내고, 켈시는 분노로 울부짖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용병!"


그 틈을 타 재빨리 박사와 켈시 사이에 선 W는 양 팔을 벌려 몸으로 박사를 가리며 소리를 질렀다.


"너야말로 이게 무슨 짓이야! 너 미쳤어?"

"그가 테레시아 전하를 살해했다! 그는 반역자야!"

"빡쳐서 머리가 안 돌아가는 모양인데, 대체 왜 박사가 테레시아를 죽였다는거야! 생각 좀 해! 이 대가리에 똥만 찬 늙은 고양이야!"


필사적인 W의 외침에도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는지 다시 한 번 Mon3tr를 돌진시키는 켈시를 향해 재빨리 허리 춤에 찬 유탄발사기를 꺼내서 발사시킨 W는 냉정하게 유탄의 재고를 머릿속으로 계산하며 도주할 길을 머릿속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이내 계산을 끝마친 그녀는 품에서 섬광탄을 두 개 꺼내서 켈시를 향해 다시 한 번 시간을 두고 하나씩 던졌고, Mon3tr로 켈시가 하나를 쳐내자마자 재빨리 유탄을 벽에 발사해서 큰 구멍을 냈다.


"박사, 이쪽이야! 빨리!"


한 발 늦게 두 번째 섬광탄이 터지고, 앞이 보이지 않던 켈시가 시야를 회복할 때는 이미 둘은 그 자리에 없었다.

저 멀리에서 폭파음이 들리는 것을 깨달은 켈시는 재빨리 그녀의 통신기에 대고 소리를 쳤다.


"박사와 W를 잡아! 죽여도 상관없어!"


과격하게 벽을 부수고, 때로는 바닥을 뚫어가며 격납고에 도착한 W는 그녀의 오토바이에 박사를 간신히 태운채로 재빨리 시동을 걸고 마지막 유탄을 격납고의 문을 향해 쏘았다.

폭발과 함께 난 동그란 구멍 안으로 돌진한 W는 마지막으로 유탄발사기를 바닥에 집어던졌고, 이내 유탄발사기는 폭발을 일으키며 잔해를 사방에 흩뿌리는 것으로 그 소임을 마무리하였다.



「이제는 좋은 남자가 되어줄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에는 굳이 이유가 필요하지 않아."

"사실 네 외모가 내 취향이였다는 점...이 높은 점수 아니였나 싶기도 하지만."

"처음에는 동정심, 그리고 너를 알아 가면 갈수록...너는 나에게 말이지...아하하하..."


자조적인 웃음을 쿡쿡, 소리내서 웃던 W가 박사에게서 떨어지더니 바닥에 떨어진 두 개의 와인잔의 잔해를 보며 중얼거렸다.


"저기, 아무리 나라도 이럴때는 상처 받는단 말이지."


그 말을 끝으로 방 안에는 정적이 찾아왔다.

말없이 멍한 눈으로 그녀를 응시하는 그와, 눈물이 곧 흐를듯이 그렁거린 채 그를 응시하는 그녀.


"...미안하다."


한동안의 침묵 끝에 결국 나온 그의 미안하다는 말에 그녀는 침대 위로 올라가더니 그의 품에 정면으로 몸을 기대오며 말했다.


"어떤 점이 미안해?"

"...너를 여태까지 완전히 믿지 않았다는 점."

"그치그치. 그리고?"

"...내가 나쁜 남자였다는 것."

"잘 알고 있네. 그리고?"

"...내 마음에 솔직하지 않았다는 점."

"그럼...이제 더는 날 기다리게 하지 않을거지?"

"...그래."


그 한 마디와 함께 그는 자신의 품 안의 그녀에게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며 말했다.


"결혼하자." 

"...응."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해줘. 'W'.』

「아니, 우린 죽어서도 함께할거야. '박사'.」



언제나 냉기가 맴도는 곳, 우르수스.

다 같이 짐을 하역하는 모습을 갑판 위에서 손을 잡은 채로 구경하며 박사와 W는 공연 일정에 대해서 최종적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이내 정리가 끝나자 W는 잡지 않은 왼손을 하늘로 치켜들며 말했다.


"그런데 말이지, 이건 언제 준비한거야?"


그렇게 치켜든 그녀의 왼손의 약지에 빛나는 반지를 보며, 박사는 오른손으로 턱을 긁적이더니 자신이 생각한 가장 무난한 말로 대답했다.


"조금...되긴 했었어. 다만 타이밍을 못 잡아서 그랬지."

"그것보단, 나한테 정말 이걸 줘도 될지 고민해서 그런거 아니였어?"


상당히 예리하게 박사의 양심을 쿡쿡 찌르는 말에 저도 모르게 윽, 하고 신음을 흘린 그의 얼굴을 보며 쿡쿡 웃은 W는 박사의 뺨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어휴. 이 인간불신아. 어휴."

"미안하다니까..."

"됐어. 됐어. 뭐 지금이라도 솔직해졌으니 다행이지...그럼 이제 우리도 슬슬 내려갈까?"


풀 죽은 박사가 귀엽다는 듯 뺨에 입을 맞춘 W는 그대로 박사의 손을 이끌고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 그나저나 말인데."

"응?"

"네가 내 이름을 지어주지 않을래? 언제까지 W라는 이름으로 살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적당한 이름을 생각해볼게."

"그래그래. 마음에 안 들면 각방 쓸거야?"

"그건 좀 봐주라..."

"아하하하하하하!"



【ㅡㅡ이것은 어딘가에서 있었을지도 모르는 가능성의 이야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둘은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를 놓지 않을 것이라는 것.

오로지 그것에 의지해, 웃으면서 미지의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커플을 축복하듯 눈이 그들의 위로 조금씩 내려오고 있었다.ㅡㅡ】



ㅡEndㅡ






https://arca.live/b/arknights/77614295


알코올의 힘을 빌려 새로운 스타일로 써봄

정작 써야할 백파 소설은 막혀서 안 나오지만

뭔가 이상한데 아무튼 피드백 환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