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박사는 숨을 들이켜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흰 색의 머리카락은 땀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으며 회색 반팔과 반바지는 땀에 젖어 있었다.

“으으…”

시계는 4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벌써 3번째로 일어난 박사는 머리를 부여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잠시 후 한숨을 푹 쉬더니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후드를 입은 뒤 방을 나섰다.

새벽의 로도스는 아무도 없었다. 복도에는 박사의 발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언제나 늦게까지 불이 켜져있는 캘시의 방도 지금은 불이 꺼져 있었다. 박사는 모두의 방을 지나쳐 자신의 사무실로 이동했다.

“어? 열려있네? 내가 안 잠갔나?”

박사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자신의 집무실 문이 열려 있다는 사실과 내부에 불이 켜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설마 침입자일리는 없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다. 박사는 허리춤의 권총집에 넣어둔 권총을 바라보았-

“들어와. 아직은 나로서 존재하니까.”

그때 방 내부에서 아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알아챈 순간. 박사는 쓴웃음을 지으며 집무실 문을 열었다.

“링. 염국 북방에 있는 거 아니었어?”

“너도 알고 있잖아. 박사?”

“그렇긴 한데… 그럼 지금은 꿈인가?”

집무실의 책상 위에는 푸른 머리카락에 흰 옷을 입고 술을 마시고 있는 여성이 앉아 있었다. 그녀의 뒤로 꼬리는 기분 좋은 듯 살랑거리며 흔들리고 있었고, 꼬리 끝의 털에는 먹이 조금 남아 약간 어두운 색감을 연출했다.

“맞아. 악몽을 꾸길래 로도스 본함의 이미지로 너를 감쌌지.”

“…지켜주고 있다는건가?”

창 밖을 슬쩍 보자, 염국의 관료로부터 들었던 ‘베헤모스’ 수십기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모두 검은색의 무언가와 격렬히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링은 그런 박사의 손을 잡고 갑판으로 이끌었다. 갑판에는 링이 자주 들고 있던 청색의 술병과 2개의 잔이 놓여 있었다.

“마시자는거야?”

“잠도 안오는 늦은 꿈속에서?”

박사는 쓴웃음을 지으며 잔을 따랐다. 링도 박사의 반대편에 앉아 잔을 채웠다.

한 잔, 두 잔, 링과 청주를 들이 키며 박사는 점점 취해갔다. 링 역시 점점 취기가 오르는 모양이었다. 호시구마로 인해 단련된 박사지만 링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박사도 잘 마시는데?”

“그럼. 누구 박사인데.”

그들은 잡담을 마시며 계속해서 술을 마셨다. 한 잔, 두 잔 비워가며 그들이 비우는 건 염국 산 청주가 아닌 자신들의 살아온 과거가 될 즈음이었다.

“박사…”

“…응?”

링이 자리에서 일어서 박사의 옆에 앉았다. 갑판 위에서 보는 외부 풍경은 일반적인 사막의 풍경이었다. 언젠가부터 함 외부에서 검은 존재와 싸우던 소환수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언젠가 사라질 운명이야. 박사.”

“…”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려 했어. 남은 여생을 조용히 시나 쓰며 살 생각이었는데, 그런 와중에 너가 나타났어.”

“링…”

“흰 도화지에 떨어진 먹처럼 지우려 할수록 점점 번져갔어. 마음속에 쉐이가 아닌 네가 가득 찰 때 즈음. 난 북방으로 호출을 받았지.”

“돌아오고 싶었어. 하루라도 빨리 네가 있는 이곳으로 오고 싶었어…”

박사는 아무 말없이 링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 두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사막은 구름 한점 없이 선명한 별빛을 보여주고 있었다.

“박사… 나는 때때로 무서워져… 니엔이나 시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내가 내가 아니게 되면? 다시 그 얼마인지도 모를 기나긴 꿈을 꾸어도 나로 있을 수 없다면?”

박사는 링의 손을 꼭 잡았다. 그녀의 손은 가늘게 떨려오고 있었다. 눈가에는 눈물이 조금 고여 있었고, 동공은 흔들리며 어디를 보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박사… 난 남은 여생을, 흰 도화지의 한 폭을 너로서 완성시키고 싶어… 너는…어때…?”

청주는 이미 떨어졌고, 분위기는 무르익어 두 남녀 사이는 검은 선화가 그려졌다. 링과 박사는 서로가 같은 마음을 품고 있음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서로의 선화가 각자의 선화를 침범하지 않도록 하고 있었다. 그들의 그림은 언제나 평행선을 이루었다. 박사는 한참을 하늘을 바라보았다. 사막의 맑은 하늘은 은하수를 띄우며 둘의 그림을 합쳤다.

“링. 나는…나는 네가 네가 아니게 되더라도 너를 기억할게. 네가 다시 한번 그 길고 긴 꿈속으로 들어가더라도 너의 손을 내가 잡아 줄게, 언제까지도 우리가 같이 마신 청주와 녹여 넘긴 세월의 이야기를 전해 줄게. 죽지 않는 그날 밤의 이야기를 네게 전하기 위해 살아 갈게.”

“너를 위해 평생을 살아갈 수 있게 해줘.”

“…응”

살짝 눈물이 고인 얼굴로 박사에게 웃어 보이는 링의 모습은 그 순간 세상의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박사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차가운 사막의 밤바람을 맞았다. 문득 그녀의 손이 차갑다는 것을 알아차리곤 자신의 검은 외투를 벗어 링에게 둘러주었다.

“언제나 같이 별을 안주 삼아 세월을 들이켜자.”

링과 박사는 마주보았다. 서로의 얼굴은 청주로 인해 약간 붉은 기를 보였다. 박사는 링을 향해 다가갔고, 링 역시 박사에게 다가갔다. 박사가 링의 뒷머리에 손을 올려 가까이 당기고 링 역시 그런 박사의 목에 팔을 걸었다.

서로의 얼굴이 가까워지고, 입술이 막혔다. 그 어떤 술보다 달콤하고 취하기 쉬운 술을 들이켜며 둘의 숨을 거칠어졌다. 입술과 이 사이로 서로의 혀가 뒤섞이며 타액을 나누었다. 서로는 서투르지만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자극적인 물소리를 울렸다.

어느새 혀가 빠져나가고 입술이 멀어졌지만, 그들은 그런 모습을 잠시 보더니 다시 격렬하게 키스를 이어갔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순간을 조금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망은 밤바람의 차가움도 잊게 만들 정도로 서로를 만취하게 했다. 꿈속의 사막의 밤도 깊어져 가는 와중, 박사는 링을 이끌고 침실로 돌아갔다.

 

 

박사의 침실은 은은한 무드 등의 빛만이 유일한 광원이었다. 그가 홀로 사용하던 침대에는 원래의 수용인원보다 1명 많은 인원이 누워 있었다. 링과 박사는 갑판에서의 격렬한 키스를 이어가고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다른 애무행위를 섞어서.

“하읏… 박사…”

링의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을 주무르며 키스를 이어가자 링의 입 사이로 가냘픈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것이 박사에겐 그 어떤 음악보다 아름다웠다.

“이제 위는 됐으니까… 아래도… 해줘…”

링은 창피한 듯 베개로 얼굴을 살짝 가리곤 다리를 벌렸다. 꼬리는 부끄러운 듯 양 옆으로 흔들거리고 있었고, 음부는 타액으로 번들거리다 못해 흘러내려 박사의 시트에 확실한 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박사는 잠시 고민하더니 자신의 얼굴을 다리 사이로 밀어 넣어 그녀의 음부를 았다.

“하으읏?! 박사 자극이이잇?!”

박사의 입과 링의 음부가 맞닿아 천박한 물소리와 흡입음이 들리자 링은 무의식 중에 자신의 손으로 박사의 머리를 누르며 꼬리와 허리를 부들부들 떨었다. 박사는 빠져나가려는 링의 허벅지를 양손으로 잡고는 계속해서 음부를 빨았다. 

“하으읏… 흐야으응… 박사 나 부끄러우으으읏…”

링은 박사의 혀가 스칠 때 마다 달궈진 금속에 닿는 것 같은 느낌을, 하지만 확실히 자신의 허리를 타고 오르는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링은 이제 박사의 목에 다리를 감고 꼬리를 허리에 감은 상태로 참을 생각도 없는 듯 교성을 내질렀다.

“넣을게…”

“…응. 와줘 박사.”

충분히 젖은 링의 음부에 박사의 남근이 닿았다. 박사의 거대한 남근이 천천히 링의 음부 사이의 구멍을 밀고 들어가며 질 내를 확장해갔다. 조금 뒤 뭔가 닿는, 그 순간 찢어지는 느낌과 약간의 고통이 찾아와 움찔 했지만 금세 쾌락속으로 녹아 사라졌다.

“하아…하아… 전부… 들어갔어…”

박사는 거친 숨을 내쉬며 링을 내려다보았다. 링은 박사를 껴안곤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시 입을 맞추었다.

“츄릅.. 츄르릅… 처음이야… 내 처음은 박사의 거야…”

박사는 살짝 놀란 듯한, 하지만 어딘가 안심했단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그 역시 여성의 경험이 처음이었다. 박사는 링과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

“링… 조금씩 움직일게…?”

“응…”

박사는 조금씩 허리를 움직였다. 서투르지만 애정이 담긴 그 행동으로 링의 달콤한 한숨을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커졌다. 다리를 허리에 감아오고 꼬리도 다리에 감아 박사와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한 모습의 링은 붉은 얼굴로 신음하고 있었다.

“박사…박사…”

“링…링…”

서로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행위에 몰두했다. 그 모습은 마치 서로가 오랫동안 보지 못한 연인 같아 야릇하면서도 어딘가 애틋한 모습이었다. 박사의 허리질도 조금씩 익숙해지고 속도가 빨라 졌다.

“아흣! 흐읏! 박사! 박사!”

“링! 링!”

방에는 남녀가 살을 맞대며 나는 천박한 소리와 혀와 혀가 섞이며 나는 물소리로 가득 찼다. 허리는 점점 빨라졌고, 링도 그에 맞춰 자신의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팡팡 하는 소리는 점점 더 커져갔다.

“링! 나 이제는!”

“박사… 나도…♡ 안에 싸줘…♡”

링은 녹아내리는 표정으로 박사를 바라보았다. 평소에 청주를 들이켜며 고풍스러운 시가를 써 내려가던 그녀의 모습과는 정 반대의 모습에 박사의 허리는 점점 더 빠르게 움직였다.

“흐야아윽♡ 박사아아아♡ 박사아아아♡ 나… 나 이상해져…♡ 머리가… 흐읍?!”

정신없이 신음하던 그녀의 입을 막고 혀를 밀어넣었다. 산소가 차단된 링의 허리가 부들부들 떨려오고 박사도 한계에 다다르자 박사는 허리를 강하게 쳐올려 링의 가장 깊은 곳에 사정했다. 백탁액이 링의 질내를 가득 채우고도 남아 질 밖으로 역류해 나왔다.

“푸하아앗…♡ 박샤아아아…♡”

링은 완전히 간 모습으로 박사를 부르며 안겨왔다. 허리는 아직도 가늘게 떨리고 있었고, 꼬리는 박사의 다리에 힘껏 감은 채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사랑해 링”

“냐도 박샤를.. 하으읏?!?!”

박사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단단함이 돌아온 자신의 물건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링은 침을 흘리며 마구 신음했다. 시계는 여전히 4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이고, 허리야…”

다음날 아침. 쏟아지는 햇살이 박사를 깨웠다. 어제 밤에 꾼 꿈을 생각하며, 그녀가 염국에서 돌아오면 마음을 전하겠다 생각한 순간. 자신의 옆에 누워있는 온기를 알아챘다.

“…?”

자신의 옆에는 전라의 링이 박사의 팔을 안고 잠들어 있었다. 너무나도 편안한 표정으로 잠들어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박사는 언제부터 꿈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지만 이내 그런 생각을 머리 한 구석으로 밀어버린 뒤, ‘그러면 어떤가’ 라고 생각하며 자리에 누웠다.

박사는 9시 30분에 캘시가 문을 두드릴 때까지 그 상태로 자신의 애인이 자는 모습을 바라보다 침대에서 일어났다. 박사가 씻으러 들어갔다 나오니, 방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머리맡에는 링이 머리에 꽂아 두던 비녀 하나가 있었다. 비녀는 목에 걸기 좋게 목걸이 형태로 가공되어 있었다. 박사는 빙그래 웃으며 그 목걸이를 걸고 침실을 나왔다.

“? 박사 그 목걸이는…?”

“그러니까요? 사신 건가요?”

문을 나서자 캘시와 아미야가 머리위에 물음표를 띄우며 물어왔다. 박사는 그저 웃으며 바이저를 눌러썼다. 다시 활기찬 현재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링이 염국에서 돌아온 지 2주가 지났다. 링은 시가 그린 족자봉 속의 산 봉오리에서 시를 쓰며 한가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꼬리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시와 니엔이 신기한듯 바라보고 총웨는 근처에서 책을 읽으며 그런 자매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박사와 아미야가 산을 올라왔다. 박사의 한 손에는 청주병과 술잔 2개가 있었고, 아미야는 주변의 경치를 둘러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링. 뭐해?”

박사가 자연스럽게 링의 옆에 앉자 링은 그런 박사를 보더니 웃으며 꼬리로 박사를 자신의 곁으로 끌어당겼다. 니엔과 시는 그런 모습을 보며 아미야를 바라보았고, 아미야 역시 총웨를 바라보자 총웨는 그 상황을 한번 슥 둘러보더니 웃으며 책을 덮었다.

“난 내려가도록 하지.”

총웨가 하산하고 아미야와 니엔, 시는 그런 둘을 바라보았다.

“붓을 쓰네? 붓은 마음 밖에 있는 물건이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어?”

링이 쓰는 붓은 검은 대나무에 회색에 가까운 중간 길이의 털을 사용한 조그만 붓이었다. 링은 붓을 놀리며 대답했다.

“수백 년의 고민 끝에 자신의 반신을 머나먼 이국 땅에서 찾으니 어찌 이 붓이 마음에 없으리오?”

박사는 그제야 붓의 재료를 알아차리곤 웃으며 대답했다.

“과거를 흘려 넘기며 현재를 안주삼아 미래를 바라보네.”

박사는 목어 걸고 있던 비녀를 꺼내 윗부분을 돌렸다. 그 부분이 돌아가며 푸른색의 털을 가진 작은 붓이 나타났고, 링이 주는 먹에 붓을 담갔다가 도화지의 반대편에서부터 시를 써 내려갔다.

니엔과 시, 아미야는 그제야 상황을 이해하곤 각자 다른 반응을 보였다. 시는 아연실색해 자신의 그림을 타고 멀리 날아갔으며, 니엔은 히죽거리며 다가가려다 저 멀리서 총웨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산을 내려갔다. 아미야는 빨개진 얼굴로 니엔을 따라가며 같이 가자고 소리쳤다. 어느새 하늘은 그때의 밤하늘로 바뀌어 있었다.

“술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지.”

“진실을 이야기 하기 위해 술의 힘을 빌리는 거야?”

“언제나 같이 우리의 시간을 기억하고 되새기기 위해.”

박사가 잔을 따르며 창피한 듯 건배사를 했다. 링은 웃으며 잔을 들어올렸다.

“찾아올 끝과 다시 함께할 시작을 위해. 건배.”

두개의 잔이 부딪히는 소리와 동시에 하늘에서 별똥별이 하나 떨어졌다. 마침 박사가 들고 있던 붓에서도 먹 한방울이 도화지에 떨어진 참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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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에요! 처음이라구요! 엉성해요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