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오랫동안 기대하던 깃뱅 모듈 발표가 드디어 떴다.

머틀과 엘리시움도 좋지만 내가 제일 기다리던건 바로 사일라흐의 모듈이었다.


그런데 챈에 사일라흐 내려치기와 댄스론, 음해가 계속 보여 굳이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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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뱅이란 무엇인가?

모두가 애용하는 깃뱅은 기수 뱅가드의 줄임말이다.


뱅가드의 제1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게임 시작 직후부터 진형 구축까지의 과정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걸 수행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는데


1. 적당한 코스트와 전투력으로 초반에 약한 적들과 싸우고 자동회복 코스트 + 스킬로 번 코스트로 진형 구축

2. 전투력을 포기하고 최대한 빠르게 최대한 많은 코스트를 벌어서 진형 구축


1번 전술의 주인공은 바로 척후병(시즈, 텍사스)와 돌격수(백파이프, 비그나)이다.

기본 2저지인 척후병은 적과 어느정도 전투가 가능하며 돌격수는 보다 전투에 특화된 직군이므로 이 역할에 잘 맞다고 할수 있겠다.


이 전술에는 단점들이 여럿 있다.

먼저 직군의 한계로 아무리 척후병이 전투 특화 세부 직군이라지만 결국은 뱅가드, 조금만 강한 적이 나오면 처리가 곤란해진다.

또 돌격수는 킬을 해야만 코스트를 얻는 특성상 뱅가드의 제일 큰 목적 중 하나인 코스트 벌이가 매우 미흡하며 불안정하다.

하지만 제일 큰 문제는 바로 2번 메타의 존재 그 자체이다.


이제 왜 수많은 박사들이 2번 메타를 애용하는지 보자.

2번 전술은 전투력을 버리고 코스트를 얻는 어찌보면 매우 위험하고 극단적인 메타이다.

이는 기수들을 활용하는 전술인데 기수의 특성이 바로 스킬을 쓰면 적을 저지하지도, 공격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 대가로 기수들은 다른 뱅가드 세부직군보다 월등히 많은 코스트를 벌어들이는게 가능하다.



척후병돌격수기수
얻은것2저지, 전투력결정력, 전투력코스트 수급량
잃은것코스트 수급량코스트 수급량, 안정성전투력, 초동


스킬 발동시 전투력의 상실과 함께 기수의 또 다른 단점은 바로 초동이다.


기수 배치 -> SP 충전 대기 -> 스킬 발동 -> 점진적 코스트 회복


스킬 발동시 적을 그대로 흘리는것 이외에도 배치~스킬 발동까지의 시간 동안에도 전투력이 부족하고 별다른 보조수단도 없는 기수는 매우 취약하다.


하지만 백파이프의 재능이 이 대가를 한방에 해결해버렸다.


백파이프를 팀에 편성만 하면 뱅가드의 초기 SP를 6(8) 추가해주는 재능은 그대로 기수의 초동을 6(8)초 단축해준다.

덕분에 기수는 배치후 거의 즉시 스킬을 발동해 엄청난 양의 코스트를 얻는것이 가능해졌다.

이에 박사들은 힘들게 척후병으로 적을 막기보다 대가없이 코스트를 대량으로 끌어오는 기수로 빠르게 진형을 구축하는 전술을 선호하게 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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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는 현재 총 3명밖에 없는데


가성비갑 7성 장군 머틀(4)

육성비용과 성능의 밸런스를 훌륭히 챙긴 엘리시움(5)

깃뱅의 틀을 깨고 고점을 갱신한 사일라흐(6)


이 셋 다 성능이 워낙 출중하고 인기도 많다.

머틀은 말할 필요도 없고 엘리시움은 남캐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성능과 쏜즈와의 찰떡케미(쏜트와 엘트)로 호감캐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사일라흐는 좀 특이하다.


6성 기수로 출시된 사일라흐는 4성과 5성 기수가 워낙 뛰어난 덕분에 엄청난 기대를 받았는데 막상 보니 기대 이하라는 박사들이 많았던것

이 인식은 여러차레 할배들의 설명글과 협약 초고득점에 당당히 코어픽으로 자리잡는등 어느정도 개선이 되었다.

하지만 오늘 보아하니 아직도 사일라흐 내려치기가 뿌리깊게 박힌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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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사일라흐는 춤을 추는걸까?


크게 비용, 숙련도 및 그 외의 것 세 가지 이유를 들어보겠다.


사일라흐는 6성 캐릭터이다.

명일방주의 특성상 6성 캐릭터의 육성에 필요한 비용은 5성이나 4성에 비해 크게 높고 특히 6성 하나에 4성을 여럿 키울 재화가 필요하다.


이에 제기된 의문이 바로 - 사일라흐는 4성인 머틀보다 훨씬 육성 비용이 비싸지만 성능은 비슷하다/오히려 떨어진다 - 이다.


문제의 주장이다.


이 주장이 나온 바탕에는 사일라흐 출시 전까지 기수의 메인 스킬인 1스, 그리고 기수의 정형화된 역할이 있다.

종래의 기수의 역할은 모든걸 포기하고 오직 코스트를 빠르게 벌어 전투를 맡을 오퍼들을 배치하는것 단 하나였다.

그 역할에 완벽히 어울리는것은 바로 기수들의 1스킬이다.

1스킬은 더욱 뛰어난 2,3스에 밀려 버려지는 다른 대부분의 오퍼들과는 딜리 기수의 1스는 대략 9~13초 후 스킬을 발동해 대량의 코스트를 벌어온다.

이 9~11초는 치명적인 약점인데 위에 설명한 백파이프의 재능 덕분에 잠재 기준 8초를 단축해 무려 1~3초만에 스킬을 발동하게 된다.

그런데 스킬 설계상 세 기수중 머틀만 초동이 9초이고 다른 둘은 11초이다.

그러므로 머틀의 초동은 다른 둘보다 2초 더 빠르게 되고 이게 머틀이 7성이라고 불리는 제일 큰 이유이다.

더군다나 머틀은 사일라흐보다 압도적으로 쉽게 풀잠이 가능하고 덕분에 사일라흐보다 무려 4코가 저렴하다.

엘리시움도 머틀보단 훨씬 어려워도 사일라흐보다는 쉽게 잠재가 가능한데 둘의 1스킬의 모든것이 완전히 일치한다.


그래서 가성비가 떨어지는데 성능도 떨어지는것이 아닌가? 라는 의문이 나온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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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장은 사실상 박사의 숙련도와 경험의 부족 및 사일라흐의 설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해서 나온것이라고 생각한다 


창문을 열고 뒷산에 '그래서 사일라흐 몇스씀?' 하고 소리를 질러보면 고려장한 할배들이 하나같이 이렇게 외친다


'3스'


잠깐, 지금까지 계속 기수는 압도적인 성능의 1스를 주력으로 쓴다고 하지 않았는가?


바로 이게 할배와 뉴비들의 사일라흐 평가가 크게 갈리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사일라흐의 주력은 절대 1스가 아니라 3스이기 때문이다.


그럼 사일라흐의 3스가 도대체 어떻길래 1스를 누르고 사용되는건가?


무려 원거리 적에게 기절, 정지, 취약을 거는 대공이 가능한 범위공격이다.

이게 왜 대단한것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난도 환경에서의 풍부한 작전경험이 필요하다.


기수의 제일 큰 문제점이 무엇인가?

바로 상술한 '스킬 발동시 전투력 상실'이다

예를 들자면 머틀은 스킬 발동중에는 재능으로 뱅가드에게 미량의 회복보조 외에 전장에 그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반면 사일라흐는 저위험 적을 충분히 잡아내는 범위타격 이후 취약 및 정지로 다른 오퍼들의 전투 포텐셜을 올려준다.

또한 3스는 기절과 정지때문에 대부분 상황에서 적들이 사일라흐가 저지를 못해도 스킬이 끝날때까지 지나가지 못한다.


즉 이 스킬은 기존에 존재하던 기수들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새로운 사용처를 제시하는 동시에 뱅가드의 고점을 갱신한 스킬이다.


활용도는 무궁무진한데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저위험 적과 고위험 적이 뭉쳐있는 지점에 깃발로 저위험 적을 솎아내 Mon3tr 같은 단일 타격 딜러들이 고점에 근접하게 도움

반대로 한정된 범위의 정지로 근접한 적들을 멈추고 뒤에 오는 적들과 뭉쳐 무에나, 에이야파들라 등 범위타격 딜러들이 고점에 근접하게 도움

적이 이미 사일라흐를 지나가 깃발 투척 범위 밖에 있지만 스킬 발동시 본인 위치에 깃발 투척, 이미 지나간 한칸 뒤의 적도 타격 가능

위협적인 엘리트 적의 공격을 기절으로 캔슬

저지력이 부족한 오퍼 한칸 뒤에 배치해 공속 버프 및 깃발 투척으로 지원

넓은 좌우범위로 적절히 배치하고 상황이 받쳐주면 2개 이상의 근접한 라인에 깃발 투척 가능


등등 뱅가드 스킬 하나가 온갖 해괴한 사용처가 있다.


이에 따라 육성 비용이 비싸다는것도 반쪽짜리 논리가 된다.


우리는 왜 수집형 게임을 하는가?

왜 이벤트를 돌고, 돌을 캐고 상점을 터는가?

결국은 오퍼레이터들을 모으고 육성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단순히 오퍼레이터의 육성 비용이 비싸므로 사일라흐가 무용하다고 주장하는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다른 기수들과 완전히 다른 뛰어난 고유의 특성이 분명히 존재하는 사일라흐는 더더욱.

그리고 사실 세부 스펙과 재능을 따져보면 당연히 1스만 봐도 초동 2초를 제외한 모든 방면에서 사일라흐가 머틀에 비해 크게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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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성능 외적으로 음해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사일라흐의 전투 대사들이 맘에 안든다는 것이다...

수르트는 전투 대사가 그냥 '죽어' 인데 흠


런디니움에서 겪은 일들을 가지고 아무런 상관없는 박사한테 자꾸 뭐라하는것 같다는것


대사가 별로라고 성능 내려치기하는건 좀 어이가 없는데 아무튼


진짜 웃긴건 그 대상이 애초에 박사가 아니다...


작전 중 3 - '음모를 실현시킨 자들이 웃고 있는데도, 너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구나'

3성 작전 종료 - 폐허에서도 필사적으로 고개를 치켜올리려 하는 들풀 같은 모습을, 네가 보여 줬어. 고마워.


이건 번역 이슈인데 두 대사를 일어로 들어보면 작전중 대사의 '너'는 '키미', 작전 종료의 '너'는 '아나타'이다.

'키미'는 전투중 적에게 하는 대사이며 말 그대로 '너'라는 뜻이지만 '아나타'는 '너'가 아니라 '당신' 즉 군인 출신 사일라흐의 지휘관인 박사에게로의 존칭이다.

사일라흐의 작전 외 모든 대사의 대상은 박사이며 모든 상황에서 박사를 '박사' 또는 '당신'이라고 부른다.

또한 신뢰도가 높아짐에 따라 힘들었던 과거에서 박사와 로도스 덕분에 다시 일어서게 됐고 동료들에 비해 부족하지만 용기를 내 박사의 곁에서 싸워나가겠다고 말한다.

이는 사일라흐를 획득하지 못해 빌려서 전투에서만 써본 유저들이나 뽑았지만 그냥 관심이 없는 유저들이 전투 대사만 듣고 오해를 한것으로 보인다.

또 비교적 담담하게 말하는 일어와는 달리 한국 음성이 감정이 과한것도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줄로 요약하자면

사일라흐는 종래의 기수와 완전히 다른 설계임을 무시하고 3스가 아닌 1스만 보고 평가를 하거나 3스의 활용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무용론이 생긴것이라 볼수 있겠다.


이상 사일라흐 무용론에 대한 고찰과 변론을 마무리한다.



사일라흐의 대사들은 문학 소녀라서 그런건지 전체적으로 시적인 감성이 있다.

모두 사일라흐를 비서로 세워두고 한번 대사를 들어보는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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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까 5000자 가까이 되는데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유독 사일라흐 내려치기가 채널 양극화가 심해보이더라.


다들 귀엽고 착한 협약여신 사일라흐 애껴...

재능도 두개 다 워낙 좋아서 모듈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