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야!"

일 없는 날을 맞이해 푹 쉬던 와중, 난데없이 벽이 무너지며 은백색 칼날이 날아든다.

옆에 세워둔 검을 뽑아들고 횡으로 베어져 들어오는 검격을 가볍게 막으려고 했으나, 상상을 초월하는 괴력에 밀린 텍사스는 반대쪽 벽에 처박혔다.

"늑대 군주의 송곳니라는게 좋긴 좋네?"

"네게서 자로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도대체 뭘 한거지? 라플란드."

"아아, 별거 없어. 그냥 황야까지 그 늑대를 쫒아갔을 뿐이야. 한참을 괴롭혔더니 이런 힘을 주더라고? 자, 텍사스, 나를 즐겁게 해줘!"

"시라쿠사 때의 일 이후로 언젠가 다시 볼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나에 대한 미련은 버리기로 하지 않았나?"

"미련이 아니야! 언제나 너는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이번에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고 믿을게!"


"쿨럭!"

몇 번의 공방이 더 오가지만 돌아오는 결과는 똑같다. 이 정도의 힘차이라면 방어는 무의미, 빈틈을 찾아 소나기 같은 검격을 찔러넣지만 라플란드도 녹슬지는 않았다. 기량이 같으나 신체능력의 차이가 벌어졌다면 패배는 기정사실이었다.


"아, 시시하잖아 텍사스."

"미안하지만 나는 더 이상 너를 만족시켜줄 수 없는 것 같은데. 나 말고 다른 경쟁자를 찾아보는게 어떨까."

흉부를 찌르는 격통에도 냉소를 지으며 비꼬아보지만 연신 눈동자를 굴리던 라플란드는 전혀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이런 건 어떨까."

쓰러진 텍사스를 두고 라플란드가  걸음을 옮긴다. 체념하고 떠난다고 생각한 텍사스는 숨을 몰아쉬며 눈을 감았지만, 그 걸음의 방향은 텍사스가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텍사스 네가 아끼던 그 극장 계집애, 네가 보는 앞에서 그년을 강간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라플란드!"

감싸고 있던 기류가 명백히 달라진다. 귀찮은 일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던 태도는 온데간데 없고, 텍사스는 쌍검에 불을 올리며 살의로 눈을 번뜩였다.

"그래, 그래야 텍사스지!"


하늘에서 붉게 불타는 검이 쏟아진다. 은백색 칼날이 푸른 불꽃을 넘실대며 소나기처럼 날아든다. 웬디고도 두려워 할 검의 폭우를, 라플란드는 여유있게 받아내고 있었다. 

"대단한걸, 텍사스? 송곳니가 된 나만큼 강하잖아. 옛날의 나였다면 절대 이기지 못했겠어!"

입꼬리를 귀밑까지 올린 라플란드의 말에도, 텍사스는 일절 반응하지 않는다. 


"계집애가 소중하긴 한가봐? 집도 가족도 잊고 떠난 그 텍사스가 이렇게 애지중지하다니, 점점 더 망가뜨리고 싶은데?"

대답 대신 분노로 한계까지 가속한 칼날이 목을 노린다. 그러나 라플란드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리고 한 순간.

그저 막기만 하던 라플란드의 칼날이 십자로 교차했다. 몸을 틀어 힘을 흘리며 받아넘기려 했지만, 아무리 타점을 비틀어도 실려있는 힘이 너무나도 무거웠다. 팔이 꺾이는 듯한 감각과 함께, 텍사스는 한구석에 처박혔다.


"커흑.. 소.. 라.."

"숨지 말고 나오지 그래, 계집. 아니면 오늘 간식은 루포 밀푀유가 될지도 몰라?"

"안 돼.. 소라.. 도망.. ㅊ.."

말을 잇기도 전에 라플란드는 부츠로 텍사스의 얼굴을 콱 밟았다. 


"패배자는 닥치라고."

칼날이 목에 드리워지자, 다급하게 문이 열리며 소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원하는게 뭐에요."

공포로 어깨가 떨림에도, 소라는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냉랭하게 말했다.


"너를 망가뜨리는거."

"당신이 시키는대로 하면, 텍사스 씨를 살려주실 건가요."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말이지. 망가진 너를 보고 고통스러워하는 텍사스가 보고 싶거든."

"조건이 있어요."

"조건? 조건은 대등할 때 제시하는 거야."

"저는 당신이 원하는 걸 줄 수 있죠. 이 정도면 대등하지 않나요?"

"내가 원하는 건 억지로도 할 수 있는데?"

"거짓말. 라플란드 당신이 정말 원하는 건 텍사스 씨가 비참해지는 거죠. 그렇다면 당신이 억지로 저를 취하는 것보다, 제가 당신에게 스스로 복종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요?"

"배우라 그런가, 본인이 어떤 역할을 해야 관중이 좋아할지 잘 아는걸? 좋아, 원하는 걸 말해봐."

"텍사스 씨한테 더 이상 손대지 마세요. 대신 당신이 원하는데로 할게요."

"그거 괜찮네. 팔다리를 못쓰게 만드는 것보다는 애인을 성노예로 만드는 쪽이 충격이 클테니까. 자, 그럼 이리 와. 네 입술부터 보지까지, 전부 더럽혀줄게."

너덜너덜해진 텍사스를 두고, 라플란드가 소라에게 다가간다. 소라 역시 떨리는 걸음으로 라플란드에게 다가간다. 


소라의 얇은 허리를 감싸며, 라플란드느 소라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루포가 아니네?"

"..!"

"너, 토끼의 냄새가 나는걸. 귀는 분장인가 봐?"

그 말과 함께, 날 선 송곳니가 소라의 목덜미를 물었다.


"아윽.."

"하아, 달콤한 맛이 나네. 천성 먹이들은 이래서 어쩔 수 없다니까."

쭈읍쭈읍하고 살을 빨아내는 소리와 함께, 소라의 하얗고 가냘픈 목에 라플란드의 입술이 새겨진다. 민감한 부분을 애무당하는 감각에 소라가 몸부림치지만, 갈고리처럼 허리를 붙잡은 양팔이 움직임을 막았다.


"아으.. 아윽.. 아아아.. 이거.. 놔아앗.."

등을 감싸고 왼쪽 목덜미까지 뱀처럼 휘감은 오른손에 힘을 더 주며, 뺨을 눌러 목덜미를 드러내게 하던 라플란드의 왼손이 천천히 소라의 쇄골을 쓰다듬으며 내려간다.


"아흐으.."

"좋은 반응이야. 더 울부짖어, 토끼년아."

라플란드의 왼손이 소라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배려 따위 없이 한손 가득 가슴을 움켜쥐고 거칠게 주물러간다.


"아으으윽.. 아으.."

찌릿찌릿한 쾌락이 가슴에서 허리로, 허리에서 다시 아랫배로 퍼진다. 


"억지로 이런 걸 당하면서 느끼는거야? 배우보다 창녀가 더 적성에 맞겠는걸?"

달콤한 감각이 전신에 퍼져나가자, 소라는 몸에 힘이 빠짐을 느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이 잔인한 루포의 손길이 자신을 더럽히는 것을 느끼며 굴복하는 것 뿐. 천천히 벌어지는 입술 사이로 거친 숨결과 야릇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보니 꽤 좋은 몸이잖아. 한 번만 즐기고 말 생각이었는데, 생각이 바뀌는걸."

빠르게, 천천히, 다시 빠르게. 가슴을 주무르는 왼손의 움직임에 변화를 주며, 라플란드가 소라의 귀에 속삭였다.


"아으으으윽.. 하으.. 하으으.."

다리가 풀리며 자세가 무너졌다. 소라는 순식간에 라플란드의 팔에 기대어 간신히 서 있는 모양새가 되었다. 자신의 팔에 허리를 걸치고 추욱 늘어지는 소라를 보며, 라플란드는 비열하게 웃었다.


"그만.. 이제.. 그만.."

"그럼 텍사스를 죽여야겠네?"

"그건.. 그것만은.."

"말했지. 니년 입술부터 보지까지, 전부 더럽혀 주겠다고. 아직 시작도 안했어."

허리를 붙잡은 오른팔을 들어올리고, 가슴을 주무르던 왼손으로 뒤통수를 붙잡는다. 


"으으읍.. 응..으읍.."

거친 숨을 토하던 소라의 입술을, 라플란드의 입술이 덮는다. 루포의 혀가 카우투스의 연약한 혀를 무자비하게 희롱했다.


"으으으으으읍..!"

고개를 도리질치며 벗어나려는 소라의 미약한 저항을, 뒤통수를 붙잡은 왼손의 손아귀에 힘을 주는 것으로 간단히 짓누른 라플란드는 숨이 부족해질 때까지 입술을 더럽혔다.


"하아.. 하아.. 하아.."

초점 풀린 루비색 눈동자와 눈꼬리에 맺힌 눈물, 두 입술 사이에 걸린 은빛 실, 목덜미에 선명한 잇자국과 키스마크. 흐트러질데로 흐트러진 소라를 라플란드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내려다 보았다.


"잘 들어, 해가 떨어질 때까지 니년을 괴롭힐거야. 엄청나게 기분 좋겠지만, 절대 가지 못하게 말이야. 그 다음에는, 내일 아침 해가 뜰 때까지 가버리게 해줄게. 물론 텍사스가 보는 앞에서. 특별히 내 성노예로 만들어줄 테니까 기대해."










나머지 주말까지 쓸게. 참고로 여기서 소라가 칼빵 찌르고 텍사스랑 순애야스하는 해피엔딩 루트랑 여기서 소라가 칼 놓치고 라댕이 노예 되는 베드앤딩 루트로 갈림. 즉 나는 2편을 쓴다. 킬킬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