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하순이었던가, 봄과 여름의 경계가 희미해진 요즘날.

선선한 바람이 불던 늦은 봄이었다.


당시엔 꽤 많은 뉴비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였던 나도 구매 센터의 크레딧 품목을 털기위해 발품을 팔아 친구를 구하러 다녔다.


주로 챈 친구탭과 인게임 내에 지원 오퍼를 하나씩 빌려보며 할배들에게 친추를 넣었었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초기 친구 인원 제한은 20(혹은 30)명이었는데, 대략적인 비율로 절반이 뉴비였다.





게임을 시작하고 시간은 정신 없이 흘러갔다.

기반시설을 올리다보니 친구 숫자는 점차 늘어났고,

새로운 지원 오퍼를 빌리기 위해 미접속일이 길어진 친구들을 하나씩 기계처럼 정리해나갔다.


새로운 친구를 만들고, 매명노를 잘라내는 것이 일상이 되기 시작 했을 무렵이었다.

챈에서 '여름이라 빨리 상하네' 소리를 듣기 시작했을 무렵이기도 했다.


메인 로비에서도 감출 수 없는 심각한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뭐지? 로비에 세워둔 케쨩 냄샌가?'

'설마 그저께 세워뒀던 토미미 꼬땀 때문인가?'


짚히는 구석이 너무나 많았다. 


나는 총웨의 운동화 냄새를 맡을 때 처럼 조심스럽게, 하지만 전력을 다해 냄새의 근원을 쫓았다.


그리고 깨닫고야 말았다.


악취는 내 [친구 리스트]에서 흘러 나오고 있었다.



경악을 금치 못한 나는 다급히 스크롤을 내렸다.

스크롤이 내려가며 수많은 독타들의 명함이 보였고, 하나같이 100레벨 이상의 독타들이었다.

내 눈에는 야시시한 명함을 건네는 90년대 창녀들의 그것과도 같아 보였다.


그리고, 더러운 홍등가를 지나치듯 끝없이 이어지는 스크롤을 내린 끝에서야 나는 보았다.


(LV.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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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싱싱했지만, 이젠 가장 썩어버린 것.


한 때 나의 모습이었고, 야시시한 명함을 건네는 창녀들의 과거였던 것.


순수했던 시절의 나, 그리고 우리가 거기 있었다.


처서(處暑)가 지나 여름이 끝나감에도 더운 날씨에 못이겨 빠르게 상해가고 있던 그것은 마치,


'저는 이 곳에 있었어요.'


라고 말하는 듯이, 고약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눈물이 흘렀다.


십중팔구 할배들의 썩은내인 줄 알았건만, 그 곳에는 폐사한 어린날의 우리가 있었다.





시발 폐사한 뉴비 스샷 찍으려다가 버릇처럼 친구 삭제 눌러서 스샷 못찍었음

여기까지만 씀 수구...



MochaCat#4899


아직 싱싱한 명청년이 싱싱한 명응애 친구 구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