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원체 해묘가 저지르는 온갖 소셜적, 인게임적, 컬쳐적 기행들을 보고 또방가르드라고 할 정도로, 해묘와 기행은 일견 잘 어우러지는 조합인듯 하지만,


원시고대신화까진 아니고 개화기 전쯤의 명빵에는 이게 아방가르드가 아니라 진짜 기행이라 여겨질 법한 것들이 제법 산재해 있었다.


하루 이성 충전량 제한, 섬멸전 자동권, 지금에서야 중섭에 추가된 공식 오토기능 같은 편의성에 관한 것들도 해당하겠지만,

오늘 이야기해보고 싶은 건,  '배너'에 관해서다.


'와씨 이집이 그렇게 아가방드르하게 만든다면서요?' 하며 명빵을 시작하게 된 아가들은 지금부터 쪼꼼 어지러운 이야기를 해줄테니 앉아보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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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명빵의 공식적인 픽업 배너를 정리하면

1. 이벤트와 함께 나오는, 이벤트 기간 한정 배너

2. 출시된 오퍼레이터 둘씩 묶어서 나오는, 로테이션 배너

3. 오퍼레이터 중 출시 기간이 오래된 오퍼레이터로 진행되는, 커널 헤드헌팅

4. 춘절, 감사제, n주년 등등 건수 잡히면 진행되는, 한정 헤드헌팅

5. 패키지로 구매 가능한 10연차 3중 저격형 상품, 3색 픽업

정도로 카테고리화 할 수 있겠는데,


상술했듯이 이건 어디까지나 '현재' 정립된 배너이지, 

원시의 픽업배너는 그렇게 질서정연하지 않았다.


나는 감히 이것을 기행이라 말하고 싶은데,

이 아방가르드 말곤 아무것도 모르던 응애 해묘시절에 뭉클하게 풍기던 날것의 냄새는 '기행'이라 포장하고 빨리 처리하지 않는 이상 또 다른 세계선에 관한 불필요하면서도 파멸적인 지식에 오염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그 정도가 낮은 것부터 알아보자.


1. 상시캐릭 단독 픽업


- 요약하면 1. 이벤트 기간 한정 배너와 2. 로테이션 배너를 반반 섞은 배너다.

즉, 이미 출시되어 있는 캐릭터의 단독 배너를 만들어서 출시했었다.


이 배너는 한섭 최초의 이벤트 픽업인 <은회색의 영광>부터 시작된, 기행이면서도 유구한 전통을 가지고 있는 배너인데,

오픈86 할배들 중 많은 인구가 중섭 미래시를 이미 개안한 상태였고, 다수가 이 배너에서 은재를 물고 시작했다. 나도 이때 처음으로 모바일 게임에서 패키지 풀 매수를 했었음...


이 타입은 의외로 라인업이 아주 짱짱한 배너타입이었는데,

은재 단독 픽업을 시작으로

사리아랑 호구마는 취향차이임, 급이었던 당대 최고의 디펜더였던 호구마


사상 최강의 술사이자 현대 최강의 술사인 에야 퍄도루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혈천사로 주가가 초고가를 찍었던 6지 우유빙수 만들기 장인 버러지!

가 이 배너를 통해 단독으로 풀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1번 문항에 넣은 만큼 기행이라기보다는 간단한 마케팅, 유입 전략으로 치부해도 될 정도였고,

당시 3신기던 엑은에+ 빨리 클리어는 못 해도 못 깨는 일은 없도록 해줄게가 되는 호구마라는, 

지금으로 치면 무에나/수르트/핑댕이/머드락이 한 종씩 풀린 것과도 같은 미친 픽업라인이었기에, 

안 먹은 쪽이 나쁜 명붕이인 혜자 픽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2. 5성 픽업

자고로 명빵에서 5성의 취급이 어떠한가.

성능으론 후발주자인 동매커니즘의 6성에 밀리고,

가성비는 4성 풀잠에 밀리는,

그저 언럭키 라인랩 실험실과도 같은 입지이며, 살아있는 노티 수급기이며, 어느새부턴가 5확튀조차 사리게 되는 그런 애매모호한 포지션이며,

라플란드, 스펙터 같은 고성능의 5성은 정작 5성취급이 아닌 특수형 6성 취급을 받길 소망하는, 오퍼레이터계의 벽오지 아니겠는가.


하지만, 우리 해묘는 이 5성 라인을 갸륵히 여기사,

5성 신캐만 출시하고 동시에 5성이 픽업 대상인 배너를 사한 적이 있다.



신캐가 나오지 않는 위기협약 시즌에 개방된 <미스트 와일드>가 바로 그 효시이며



기병과 사냥꾼 복각때 단칸방 하나 월세로 임차하여 개시된 <싱킹 스파이럴>이 그 마지막이 되시겠다.


5성 픽업 배너 = 사실상 신캐 없음으로 취급이 되기도 했고,

하필 이 배너로 출시된 캐릭터들이 아스베스토스, 츠키노기, 비즈왁스, 키아베라는, 지금의 응애들이 저런애도 있었음? 이라 할 정도로 존재감 옅은 녀석들이었던지라 위기협약, 스카디복각에 끼여 왔음에도 없뎃의 연장으로 인식이 되기도 하였고,


한섭은 그 다음 픽업이


흑야의 회고록과 함께 출시된, 당대의 쾌부 오퍼레이터 종결이었던 팬텀이었던 관계로, 모든 박사들이 서로의 팔을 끼고 5성 픽업에 헛된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졌던 것 같은 생각도 좀 드는데 솔직히 잘 기억은 안 남 일단 나는 안 했음 ㅎ;



3. <파란 불꽃의 마음>


사실 1, 2번은 그렇게 억까를 할 배너는 아니었다. 

오픈 초기에 모든 캐릭을 모으는 미친 고래유저가 많은 것도 아니고, 해묘가 캐릭 갖지 말라고 겐세이를 신명나게 놓는 타입도 아니고, 5성 배너는 신캐 추가가 없는 시즌에 진행되었고 저 2번으로 마쳤기 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 할배들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넣은 이유가 있다면,

그래야 이 배너의 위험성을 분명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명빵의 2번째의 이벤트, <파란 불꽃의 마음>은 여러모로 입지전적인 산물을 다수 남긴 이벤트다.


들어가기 전에, 작금 명빵의 이벤트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순차적으로 생각해보자.

1. 이벤트가 개방되면 신캐 픽업과 함께 이벤트 메인 스테이지가 개방

2. 1주가 지나면 하드 맵이 개방.

3. 일반 이벤트의 경우는 2주 후 배너가 닫히며, 추가 스테이지가 있는 한정 이벤트도 픽업 배너는 2주간만 진행됨.

즉 이벤트는 2~3주, 신캐 배너는 2주간 단독으로 진행이 된다.


그렇담, 이 <파란 불꽃의 마음>은 어땠을까?


얘는 2주씩 연달아서 총 4주간 1부 2부로 진행이 됐다.


거기에 더해 중섭과 한섭의 진행이 반대로 되어,


1부는 헬라그가 픽업 배너로 등장했고,

2부는 슈바르츠가 픽업 배너로 등장했는데,


지금의 신캐배너가 종료 후 최소 한 주 이상의 텀이 있는 것과 달리, 이때는 파트로 나뉜 입장인 이상 두 신캐픽업이 연달아 개시되는 고난의 일정이었다.


아니 그래도, 어차피 한섭 할배들은 이미 미래시 개안했고, 흑금이 할배보다 더 범용성 좋은 것도 알고 있었으니까, 반대로 2주 간 파밍이랑 돌만 열심히 캐고 슈바르츠에 박으면 되는 거 아님? 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첫째, 이 배너의 위험성은 앞으로도 이벤트마다 2개의 신캐(한정 배너는 이미 적용되어 있지만)를 준비해야 하는가 하는 불안함을 심겨줬다는 것에 있고,


둘째,


머틀이 전반에 박혀서 이새끼들 벌써 인질 잡기 시작하나???는 생각을 품게 만들었다는 것에 있다.


마찬가지로 미래시라는 지식을 접한 할배들은 머틀이란 캐릭터가 단순한 4성의 가치가 아님을, 이미 중섭에 출시된 백파이프의 소식과 함께 알게 되었던 차였으므로,

제발 제 스택을 살려주세요, 하는 맘으로 이 배너를 돌렸고, 적지 않은 수가 군대로 끌려가는 아들을 보듯 스택이 빨리는 걸 허락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파란 불꽃의 마음>이 불러오려던 패러다임 시프트가 여기서 끝나면 심심할 것이니, 우리 해묘는 이벤트 재개방 때 깜짝 선물을 하나 더 준비해주는데



무려 복각 기념 신캐를 도입했던 유일한 이벤트가 바로 이 <파란 불꽃의 마음> 이었다.


거기에 더해 가드방주의 전성기를 이끌던 일각이던 쏜즈가 이때 출시되었고,

지금의 이벤트 복각이 훈장 놓친 독타들, 유입 독타들 챙겨주며 쉬어가는 분위기였던 것과는 달리 성능캐 중의 성능캐를 끼워넣음으로써 허리를 두 치수 정도는 조르게 만들 정도로 타이트한 일정이 되어버린 탓에 중섭부터 꽤나 거센 반발이 있었고,




앞서 복각을 진행했던 스카디 때완 달리 쏜즈가 복각 신규 배너로 출시된 것도 의아했기 때문에


복각 신캐는 <파란 불꽃의 마음>과 쏜즈가 최초이자 최후의 배너로 남게 된다. 해피엔딩 챤챤.


다만, 이 시절을 겪어본 할배들 중 몇몇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처럼 이 배너가 정착되었을 때의 밍리빵쪄우가 어땠을지에 대한 악몽을 꾸곤 한다곤 한다고도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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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말은 기행이라고 했지만, 정리하고 보니 단지 그 시절의 절제되지 않은 젊은 개발욕이 느껴지는 배너들이라서

지금의 아방가르드함에 어울리지 않는 깜찍함이 먼저 느껴지긴 한다.


그러니 비방을 하려는 목적이었던 건 아니고,

응애들은 '이런 적도 있었네 ㅋㅋㅋㅋ' 하는 느낌으로 봐줬음 했고,

할배들은 '이런 적도 있었네 ㅋㅋㅋㅋㅋ'하는 느낌으로 봐줬음 하는 마음으로 작성해봤음을 알아줬음 함.

 

실제로 5성 픽업은 저 두 배너가 끝이고, 화람지심 유형의 이벤트는 이후로 주년 이벤트로 그 흔적만 남아있을 정도니,

그저 다들 석식 후 군것질거리로 먹는 홍삼캔디에 그랬던 나날의 향이 물들길 바랄 뿐이오 홀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