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

이전에 향수 추천글 싼 게이임

당시 마구 추천은 해줬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추천할 당시 가격대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했던거 같아 마음이 쓰이더라고


그래서 오늘은 다른 게이들도 왕왕 물어보곤 하는


'향수도 ㄹㄹㅈ 가능하나요?' 에 대해 답을 해주려 해



다만 서론이 길어.

잡설이 왜이렇게 기냐면 내가 랩챈에 온진 얼마 안됐음에도 짭 향수에 대한 질문글을 여러번 봤는데

그에 대한 OK를 내리는 댓글이나 글에서 랩 향수 마저도 '자기만족'의 영역으로 퉁치는 경우를 봤기 때문이야.

근데 랩 향수는 절대 그래도 되는 영역이 아니야. 여러 정보 취합해서 글 써봤으니 잘 읽어봐줬음 좋겠어. 

그건 모르겠고 다 귀찮고 추천만 원하면 3번 항먹으로 스크롤 다운 하면 돼.


우선 결론만 말하자면 정식 사업자 등록을 한 카피 업체에서는 사도 뭐 무방은 한데

바틀까지 따라해서 조약하게 제조한 중국산 랩퍼퓸은 아예 안 사는걸 추천해


왜? 나는 향도 향인데 인스타 게시용 바틀도 중요한걸?

향도 맡아보니 그게 그거더만? 하고 말한다면 내가 해줄 말들이 있지.


1) 카피의 트릭

보통 앵간히 후레 아닌 경우에야 랩 향수들도 본품의 탑노트들은 곧 잘 따라하는 편이야.


왜냐면 탑에 쓰이는 향료들은 품질을 막론하고 저렴한 시트러스 향료들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알짜배기 비싼 향료들은 미들이나 베이스에서 향수의 전체적인 밸런스나 무드를 조율해준단 말이야. 

근데 조약한 설비로 만든 카피로 수율을 맞추려는데 미들이나 베이스에 신경쓸 수 있을까?


그게 주로 우리가 핫트랙스에서 접하는 1-2만원 짜리 후레 카피들도 딱 뿌린 직후엔 '와 똑같다' 하고 감탄하게 되는 이유야.

하지만 향의 실라지에 따라 하트에서 베이스로 넘어가는 구간에서부터 후달리기 시작하면서

그냥 밋밋하기 그지 없는 양산향 사향에 수렴하게 되지. 

후레 카피의 이런 점이 향린이들의 향수에 대한 흥미를 절단내곤 해.


이게 어떤 차이인지 직관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시중 양판형 후레와 어느 정도는 조향적 고민을 거친 듯한 업체의 향수간 GCMS 자료를 긁어와봤어.


<후레>


그래프를 보면 용매 목록중 주목해볼만한 부분이 B.B라고 표기된 벤질 벤조에이트야.

일종의 희석제라 할 수 있는데 

이거 일단 식약처피셜로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고

현 시점 기준으론 EU 규정에도 나가리된 물질이야. 


근데 후레의 GCMS의 그래프를 보면 그 함량이 48%로 월등히 높은걸 알 수 있고 

향료를 구성하는 성분은 나머지 52%에 불과해


B.B외 다른 유사 부적절 용매의 예시로는 DOA, ISOPAR, DPM등이 있는데

그래프 보면 심한 경우는 이런 용매가 80%에 육박하기까지 해



<양품>


참고로 향수라 할만한 향수들의 GCMS그래프는 보통 이정도의 양상을 보인다.

벤질 벤조에이트의 포션이 8%가 안됨을 확인 가능하고 나머지 92%는 향기를 구성하는 원료들로 채우고 있지. 

물론 옛날 자료라 그렇지 2023년 현시점에선 저 B.B의 8% 함량도 다른 용매로 대체하는 수순을 밟았을거야.


근데 후레 짭 향수들이 그딴 규정을 업데이트 반영할까?


그냥 이런 성분들 통관 좆까고 무지성으로 때려 넣고 보고 탑에만 모든 것을 쏟아낸 후에

미들이나 베이스를 여백으로 제출해 버리기 때문에 향기가 풍성해지지도 못할 뿐더러 다음의 문제까지 내포하게 되지.




2) 건강 이슈

다음으로 건강 이슈야

위의 얘기는 향수의 질적 측면만 점잖게 다뤘을 때의 얘기.

용매가 다소 문제가 된다던지, 향수에 쓰이지 않는 성분이 포함되거나 디퓨저 원액이 향수랍시고 그대로 나가는 수준의 

그럴 수도 있지로 퉁칠 수 있는 이야기라면

내가 생각하는 후레 향수의 진짜 문제점은 사실 이 부분이라 생각해. 


2020년 9월에 우리나라 해경이 중국에서 밀수로 들어오던 40여종의 카피 향수를 압수한 적이 있어. 

압수를 하고 나서 이 카피들에 대한 GCMS 성분 분석을 시행했는데 

정식 수출입 절차를 거치지도 않는 이런 업체들이 안전 검사 따위 할까?

이런 카피에 들어갈 수 있는 성분은 무궁무진, 무제한이야. 


그래서 이 압수 품목들에선 사람의 소변과 쥐와 고양이의 배설물이 실제로 검출 됐지.


'아니 뭐 럭셔리 브랜드에서도 말만 번지르르 하지 지들도 쓰는 향료가 앰버그리스는 고래 똥이고 카스토리움은 비버 똥구멍 아니냐'

라고 한다면 그 용도가 달라서 그래. 

앰버그리스와 캐스토리움은 향료로서 정제해 쓰이는건데 

여기서 들어가는 배설물은 이유같지도 않은 이유로 들어간다는게 문제야. 


그 첫 번째 이유는 그냥 색깔을 내기 위해서 (색소값이 아까움)

둘 째로는 산도를 조절하기 위해서 (ㅋㅋㅋ)


ㅇㅇ 뭐 그렇대


또 다른 예로 프탈레이트(EU가 아니라 전세계구급 금지 물질 : 생식기능 장애, 성호르몬 불균형 장애 유발)는 우습게 들어가고

심심찮게 쓰이는 케톤 머스크 역시 급성 피부독성반응이나 간 손상 까지 유발할 수 있지.

이런게 왜 들어가냐면 이게 향수에 사용 됐을 때 

부향률을 무시하고 향을 풍성하게 극대화 해주는 헬창에게 있어선 일종의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같은 기능을 하기 때문이야. 


외에도 짭향수에서 굉장히 자주 검출되는 성분중 하나인 메탄올은 눈에라도 잘못 튀면 진짜 시신경 손상은 당연하고

심할 시엔 실명까지 초래 가능해.

그럼에도 이런 메탄올은 왜 쓰냐면 에탄올이랑 성질이 비슷해서 그런데

이게 가격이 1/3 수준이라서 걍 원료 절감 차원에서 쓰는거야. 

후레의 왕들은 향수에 박테리아(???)나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동액까지 때려박는다고 해. 



3) 카피는 뭘 사야 좋을까?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어디서 사면 좋을까인데.

샤챈에 종종 들리는 Perfume guy네 Chez-pierre는 1994년부터 사업한 듯 한데 

이 사업체는 내가 잘 몰라서 뭐라 말은 못하겠음. 

일단 정식 수입 통관 거치는 엄연한 사업체니까 상기 성분 문제들에 대한 걱정은 필요 없을 듯 한데 다만

확인 해보니까 모든 제품 라인업에 edp와 ext 부향률이 다 마련돼 있더라고.

이게 뭐 좋다면 좋나 싶긴 한데 

사실 ext(extrait de parfum) 수준의 농축이 필요한가 싶은 제품들에도 굳이 이런 선택지가 전부 있는걸 보면

향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해서 어떻게 다룰지는 물음표야 솔직히.

왜냐면 부향률을 임의로 무리해서 조절했을 때 구려지는 향들이 있단 말이야. 

예를 들어 조말론의 작품들은 애초에 edp긴 하지만 거의 코롱에 가까운 부향률로 짧고 약하지만 산뜻한 조향을 지향하기 때문에

이걸 굳이 어거지로 부향률 끌어 올려서 더 길게 가게 하고 강하게 발향 시킨다 해서

매력있는 답이 나올거 같진 않단거지.

산뜻한게 눅진해지고 끌고가려던 테마도 흐지부지 되면서 밸런스가 엉망이 될거란게 내 예측이야.
안 써본 입장에선 이 정도 추측밖에 못하니 여기 향수 실제로 써본 후기 있으면 공유 해주면 고마울거 같아. 


내가 돈없는 개백수 시절에 애용해본 하우스는 Alexandria fragrances야

시작하기 앞서 난 얘들 자체 제작한 향수는 관심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Fragrances -> Inspiration 탭 기준으로만 얘기하는 점 참고해

일단 이 곳의 장점은 취급하는 하우스가 많다는거.

우리가 흔히 찾는 조말론 딥티크 바이레도 르라보에서 부터 시작해서

킬리안, 커정, 제르조프, 로자, 퍼드말, 메모 등 유니크한 니치 브랜드를 많이 다루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플로라이쿠는 왜 안다루는지 모르겠고 납득도 안가지만 여튼 그래 많은 하우스를 다루고 있어서

코펙트럼 넓히려는 게이들은 여기 적극 추천해.


또 다른 장점으로는 이 곳에서는 단종된 로트들을 구비해두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크리드의 어벤투스를 좋아하는 게이들은 알겠지만 

같은 어벤투스여도 15배치니 18배치니 F배치니 뭐니 로트마다 향조가 다 다르다고 난리잖아. 

그런 빈티지 배치의 느낌을 따로 분류해서 파는 것도 참 고마운 점이야. 


심지어 재밌는 점은 기존 향수들의 향을 믹스매치해서 조향해낸 작품도 있어

일례로 여기서 파는 GAME TIME은 커정 바카라 루쥬 EXT + 어벤투스를 섞어서 만들었다는데

뭔 혼종인가 싶어 사보진 않았는데 평은 또 나름 쏘쏘한게 불가사의하다.


단점이라면 카피향 치고 너무 받아쳐먹는거 아닌가 싶은 가격인데

용량별 가격은 하기와 같고


30ml - 43불

55ml - 63불

60ml - 68불 (바틀 생김새가 여기서 부터 달라짐)

100ml - 110불


이게 싸냐 비싸냐 나한테 묻는다면 나라면 지불 가치 있다고 느끼는 것 같음. 

카피 하우스들 중 탑 미들 베이스의 재현율이 독보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고 느끼고

높은 재현율은 곧 괜찮은 퀄리티를 의미하지. 

향수의 프레젠테이션이나 브랜딩 값을 뺀 향 자체의 가격을 지불한다 생각하면 난 괜찮다고 보는 편이야. 

심지어 가격도 내가 향질 시작한 시점에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동결이니까 착하다면 착한 프라이싱이라 생각해.. ㅋㅋ

물론 짭향수에 이 돈을?ㅋㅋ 하고 반박시 니 말이 맞음.


여튼 각설하고 내가 직접 사용해본 이 하우스의 제품에 대한 평을 해줄게. 

관심 있는 제품 있으면 한번 들여다보고 뭐라는지 모르겠으면 그냥 직접 홈페이지 둘러보는걸 추천해. 


1. Interplay(커정 바카라 루쥬 540 카피)

요구르트 향의 대명사로 유명한 MFK의 바카라 루쥬 540이지.

그 카피인 Interplay EDP, EXT 둘다 써봤어.

두 부향률 다 카피율 95%로 감히 얘기해줄 수 있을만큼 본품과 구분이 어렵다. 

살짝 본품보다 더 단 느낌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클리어한 달콤함이 정말 잘 구현됐고

세이지향으로 신선하게 오프닝 주제를 딱 잘 열어 나가는 점이 본품에 충실해 좋았어. 

미들 노트로 이어지는 앰버그리스의 부드러운 연결감도 좋았고 구현도 정말 잘 돼있어. 

점잔 떨면서 interplay는 바카라 루쥬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며 후려치는 사람들도 있는데 

글쎄, 내가 아는만큼 맡아서 그런진 모르겠는데 그 사람 손모가지 절단기에 걸어 놓고 

블라인드 테스트 해보겠냐 하면 할지 의문이네


2. Hawaii Volcano(크리드 버진아일랜드 워터 카피)

라임으로 팍터지고 코코넛으로 흘러가는 휴양지에 어울리는 향이지.

재현율 일단 높아. 

높은데 난 오히려 Hawaii Volcano가 버아워보다 좋은진 모르겠고 주제에 충실하다고 느꼈어. 

버진 아일랜드 워터는 휴양지 섬에서 라임 코코넛 드링크를 마시는 느낌이면

그 레플리카인 Hawaii Volcano는 한술 더 떠서 피나 콜라다를 마시며 기분 좋게 취해있는 느낌.

뭔가 휴양지에서 달큰하게 취해서 파라솔 밑에 늘어져있는 상상을 하게 되는 향이야. 

그만큼 boozy한 향이 향의 전체적 주제를 더 잘 강조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재밌는 재해석이라고 생각해. 

퀄리티 역시 크게 떨어지지 않긴 한데 

좀 더 데일리한 향수로는 버진 아일랜드 워터가 적합하다고 느껴.

물론 그렇다고 Hawaii Volcano가 그렇지 않다는건 아니야. 충분히 데일리 가능하고 향긋한 좋은 향수야. 

본품이랑 크게 다르지도 않고 나는 미세한 뉘앙스를 얘기한거니까 참고 바라. 


외에도 이것 저것 뿌려봤는데 내가 지금 너무 졸려서.. 나중에 추가하던지 수정해서 쓰던지 할게

여튼 그럼 도움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