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한 꿈에서 깬 지휘관은 침대가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체 이게 뭔 꿈이야.”

황포해진 포미더블에게 잡아먹히는 꿈. 냄비에 삶아지던 감각이 쓸데없이 생생한 꿈이었다.

지휘관은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포미더블을 보고 왜 그런 꿈을 꾸었는지 깨달았다. 가혹한 운동과 식단 때문에 굶주리다 못한 포미더블이. 손 한 쪽이 그녀의 입 안에 들어가 있었다. 그녀는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손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저기요.”

“...헉!”

포미더블이 다급하게 눈을 떴다. 식사를 방해받은 듯한 표정이다. 지휘관은 아픈 손을 애써 무시하며 말했다.

“으음, 뭔가 기분 좋은 꿈을 꿨던 것 같은데...”

“정말 너무 배고프다면, 생각해 둔 방법이 하나 있는데.”

포미더블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오늘 식량 창고의 간수는 분명 노스 유니온이었지. 내가 오늘 처리한 서류 중에 분명 그런 내용이 있었거든.”

“노스 유니온이라면...분명...”

“그래, 오늘 간수는 분명...”

지휘관은 복도 너머를 슥 살펴보며 말했다.

“역시, 골아 떨어져 있을 줄 알았지.”

강구트가 보드카에 취해 골아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지휘관은 만족한 듯 미소지었다.

“역시 작전을 짜는 데 있어서는 최고 중에 최고에요, 지휘관님.”

“작전이 고작 야식을 훔쳐먹으려던 데 쓰려는 것만 아니었어도 칭찬으로 들렸을 거야.”

지휘관은 고향 음식인 고추참치 통조림을 집었다. 적당히 자극적이고, 기름진 맛이다. 밤에는 결코 거부할 수 없는 맛이다. 지익 소리를 내며 통조림 뚜껑을 열었다. 기름의 느끼한 방울과 매운 맛의 자극적인 색이 도저히 참을 수가 없게 한다.

하루 종일 고문과 같았던 식단과 운동을 위로하는 듯한 맛이다.

아아, 낙원은 멀리 있지 않구나-.

“이 벨파스트, 지금부터 잠깐의 무례를 범하겠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시기를.”

순간 나와 포미더블이 들고 있던 야식이 털컥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벨파스트가 내뿜는 위압감 때문이었다.

“...주인님을 올바르게 이끄는 것도, 메이드의 본분이지요. 어제 낮에 있었던 운동이 부족하셨던 모양이군요.”

이건 반항하면 안 된다. 지금의 벨파스트는, 자신을 봐 줘도 한참을 봐 주고 있다. 지휘관은 그렇게 생각하며 가만히 양 팔을 들어올렸다.

“그렇다면, 저도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본래 일주일 정도는 여유를 두려고 했습니다만, 어쩔 수 없지요.”

벨파스트가 그렇게 말하고 우리를 데려간 곳은 이글 유니온의 숙소였다. 정확히는 숙소 안에 있는 헬스장. 그 곳에는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인원들이 모여 있었다. 힘을 다 빼고 쉬고 있던 브리머튼이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넸다.

“어어, 벨파스트랑 그 밖에...지휘관? 뭔가 되게 뜻밖이네...”

“이 분들은 무려 야식에 손을 데려다가 붙잡혔지요. 브리머튼 양, 부디 지도를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야식? 으음, 그건 넘어가기 힘든데...”

브리머튼은 조금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확실히 문제가 되지...”

새벽 여섯 시, 아직 해도 안 뜰 무렵이었지만 지휘관과 포미더블은 벌써 한 시간째 러닝머신 위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물론 브리머튼과 그 밖의 이글 유니온 인원들의 감시 아래서였다. 지휘관은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

“아니...주식이라곤 프라이드 치킨이랑 피자, 그리고 산소콜라였던 진영이잖아...”

“그건 그렇지, 그런데 주식이 그렇다고 관리에 소홀했던 건 아니거든...”

브리머튼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한 조각을 먹으면 한 시간, 두 조각은 두 시간...대가 없는 보상은 없는 거니까. 벨파스트한테 들었어, 살 빼겠다며?”

“제발 뛸 땐 말 시키지 마...”

말을 몇 마디 한 것만으로 숨이 터질 것 같았다. 포미더블은 이미 달리는 것 말고는 눈에 뵈는 것이 없는 듯했다. 거의 넋이 나간 것 같은데.

“뭐, 난 잘 생각했다고 생각해. 그대로도 좋지만, 아무래도...”

“너 그게 무슨 말이야?”

브레머튼은 눈을 마주치길 거부했다.

“아니...난 조금 통통한 것도 좋아하지만, 요새 지휘관. 생각보단 더 푹신한 느낌이었어서...뭐, 내 기준에는 귀여운 정도지만...”

“으아아아아!!!”

지휘관은 그 곳에 있던 모두의 표정이 브레머튼의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아채곤 거의 비명을 지르듯 소리질렀다. 힘이 풀릴 듯했던 다리에 힘이 돌아온다.

벨파스트와 함께한 운동이 초심자 용이었음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글 유니온은 그야말로 거침이 없었다. 거의 죽을 정도의 시련을 내려주고 그것을 어떻게든 이끌어 주는 것을 좋아했다.

“좋아아-, 지휘관. 5KG 정도는 더 들 수 있겠어.”

“어어, 자세가 좋은데-, 한 번만 더 하자”

평소에 아무 대가 없이 미소지어줬던 리노와 브레머튼 자매, 심지어는 아무 생각 없을 것 같았던 메사추세츠마저도 ‘응...지휘관....강하네, 아직 더 견딜 만 한 것 같아...’라며 세트 수를 하나 더 늘릴 뿐이었다.

이 미친 헬창 진영 같으니. 지휘관은 비명을 지르며 덤벨을 내려놓았다.

그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누구 할 것 없이 진지하게 운동에 임하는 표정이었다.

‘그래, 이왕 할 거라면, 진지하게 하자.;

지휘관이 마음을 먹었던 것은 그 때부터였다. 어차피 시설은 언제든 이용 가능하니, 집무를 보기 전에 한 시간, 집무가 끝나고 한 시간. 그렇게 몇 번씩. 가끔 쉴 때도 있었지만 결국엔 며칠씩, 근육통에도 굴하지 않고, 주말이 가져다 주는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물론 쉬운 것은 아니었다. 여태껏 풍족한 식단이 가져다 주는 만족감을 멀리해야 했고, 생활의 대부분을 근육통과 함께해야 했으니. 하지만 3일, 일주일, 한 달 너머를 그런 생활을 계속해 온 지휘관에게 찾아온 것은 좀 더 가벼운 몸과 평가였다.

“음, 체지방은 많이 줄었네요. 긍정적인 변화에요. 그렇지만 아직 변하지 않은 인원이 더 많단 말이죠...”

허마이오니는 지휘관의 인바디 검사를 보며 말했다. 변하지 않은 인원 중에, 퍼시어스와 인도미터플이 흠칫 놀랐다.

“우리 모항 최고의 게으름뱅이들이죠...지휘관님, 가장 먼저 변화를 일으킨 대표로서, 그녀들의 지도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거야 당연하다. 바라던 바다.

지휘관의 표정을 본 그녀들은 표정을 굳혔다. 그렇지만 지휘관은 절대 봐 줄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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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도 다이어트라던데

그렇지만 난 해볼 기회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