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챈의 벽붕이들이 생각보다 원역사 해전에 관심이 많은거 같아서 재미있으라고 연재글을 한번 써보려고 함


주의사항.


1. 기억을 되새기면서 쓰는 글이라 오류가 살짝씩 있을 수 있음... 양해 바람


2. 나는 옛날부터 미해군 빠돌이였기 때문에 좀 편향적인 시선이 있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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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1941년으로 가보도록 하자.


1941년 12월.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무려 2년이 지난 상태인 이때 추축국은 일본의 표현을 좀 빌리자면 욱일승천의 기세를 탄 상태였다. 유럽에서는 독일이 프랑스를 엘-랑 시켜버리고 신명나게 소련을 두들겨 패고 있었으며 일본은 허접하디 허접한 중화민국 국부군을 문자 그대로 갈아버리며 마구마구 남하하고 있었음.


(대충 동부전선 gif) (작동하는지는 몰?루) (작동안하네 힝구)


(대충 중국을 예술적으로 찢어버리고 있던 일본군 상황)


그런데 이렇게 승천각 거하게 보고 있었던 일본에게 존ㄴㅏ 강력한 견제구가 하나 날아오는데...



뻐킹 캐피탈리즘의 화신, 미합중국 행님들은 감히 자기네가 물건을 열심히 팔아먹을 중국이라는 시장을 탈탈 털어서 자기네 괴뢰국으로 만들어버리려는 일본을 용납할 수 없었고 결국 1941년 말 철강 수출 제한과 석유 수입 제한을 일본에게 선언함.



천연 자원의 대부분을 미국에게서 구하고 있던 일본에게 있어서 이건 날벼락이였고, 좆됐음을 감지한 일본은 어머나 시발을 외치면서 중국에서 발을 빼...


는게 아니라


"사악한 귀축영미가 대일본제국의 위대한 대동아공영권의 꿈을 막으려 한다! 이건 코쟁이 새끼들이 선천적으로 보유한 아시안에 대한 멸시다!"


라면서 미국이랑 전쟁각을 보게 됨.


미친소리같지만 진짜임. 저게 그 시대 일본 평균이거든.



"자기네 자원 대부분을 미국에서 수입해온다매요. 미국 치면 감당은 됨?"


미국을 치면서 더 이상 얻지 못하게 된 자원은 동남아쪽 식민지들을 점령하면 대부분 해결된다네요~


놀랍게도 이게 딱히 틀린말은 아니였음. 어느 정도 자원 충당이 되긴 했으니.



어쨌든,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가...는게 아니라 백악관으로 가기로 결심한 일본은 차곡차곡 진주만을 불태워버릴 작전을 짜기 시작함


자. 이제 왜 일본이 진주만 공습을 준비했는지를 ARABOGA.


그 당시 미국의 태평양 함대는 일본에게 압박을 넣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하와이, 진주만까지 전진배치된 상황이였음.


진주만 자체가 지브롤터 뺨치는 천혜의 요새인데다가 위치도 태평양 한복판이다 보니 일본군이 상륙을 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배를 끌고 항구 근처까지 오면 해안포와 전함의 합작으로 물고기밥을 만들어버릴 수 있었던 만큼 진주만을 일본이 치는 것은 사실상 자살행위라고 당시에 생각되었고, 실제로 일본이 진주만에서 해상결전을 노렸다면 그런 결말이 나올 가능성이 높았음.


그래서 진주만에 배치된 미 해군도 '아 ㅋㅋ 우리가 일본이랑 싸울 일이 있어도 지금 당장 싸우진 않을꺼같애 휴가나 가자' 했던거고.


즉 숙련병 다수가 휴가를 나간 상황이라 공습 대비가 하나도 안되어있었다는 말씀.


하지만 공습이였죠?


(당연히 하쿠류나 텐라이같은 녀석은 진주만 공습때 없었다)


1941년 12월 7일 오전 6시. 진주만 북서쪽 근처까지 접근한 제 1, 2, 5 항전(아카기, 카가, 소류, 히류, 쇼카쿠, 즈이카쿠)은 함재기들을 발진시키며 진주만을 향한 공습을 시작함.


6개의 항모에서 출발한 이 어마어마한 숫자의 함재기들은 7시 50분경 진주만에 대한 뇌격과 폭격을 시작했고, 다가오는 일본군 비행기들이 '하필 그날 진주만에 올 예정이였던' 육군 항공대 소속 B-17 폭격기들이 올 경로와 거의 일치해서 "헤헤 아군이겠지" 하던 미군은 머리 위에 폭탄과 어뢰가 떨어지자 그제서야 이게 아군 항공대의 훈련이 아닌 공습임을 인지했음.


뒤늦게 미군은 육상항공기를 띄우거나 대공포를 쏘기 시작했지만, 당연히 혼란스러운 와중에 제대로 출격하거나 대공포가 발사될 리가 없었고 결국 뒤에 서술할 대참사를 방지하지 못함.


여기서 웃음벨은, '진주만 공습이 진행될 당시 미국과 일본은 국제법상으로 전쟁중이 아니였다. 심지어 공습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이게 무슨 미친 소리인가 하면, 일본의 주특기는 선빵과 동시에 선전포고문을 날려서 상대 군대를 1차적으로 작살내고 원사이드 게임을 시작하는 거였음. 청일전쟁도, 러일전쟁도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방식으로 전쟁을 시작해 일본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남.


그래서, 일본은 진주만 공습을 시작할 때 진주만 공습이 시작됨과 동시에 미국에 있는 일본 대사관에서 자칭 선전포고문(이거도 일본 특유의 돌려말하기랑 죽어도 자기가 뭘 말하려는지 안 말해주는 그지같은 말버릇때문에 국제법상 선전포고문에 해당되지 않았다)을 미국에게 전달할 예정이였는데...



미국 주재 일본 대사가 타자기를 쓸 줄 몰랐다.



아니 진짜로.



ㄹㅇ.


평소 업무 진행때는 거기 근무중이던 미국인이 대신 타자기를 두들겼는데, 극비 임무랍시고 외국인을 다 내쫓아버리니 이런 사단이 벌어진 것.


덕분에 이 선전포고문은 번역이 한참 늦어 진주만 공습의 결과가 미국 정부에 보고된지 1시간 뒤에서야 외무장관 코델 헐 앞에 전달되었고, 극대노한 헐과 미국 정부는 정중하게 일본 대사에게 '꺼져 이 개새끼들아.'를 외치고 전쟁을 시작함.


아무튼, 방심하고 있던 미 태평양 함대 머리 위에 폭탄이 마구 떨어지기 시작하자, 진주만은 순식간에 인세의 지옥으로 변신함.



참고로 요 장비를 주는 도감작의 오클라호마, 애리조나, 캐신, 다운즈 모두 진주만 공습에서 저 차가운 바다속으로 가라앉은 배들.


요건 다들 알겠지



저 멀리 물기둥이 USS 웨스트버지니아가 어뢰에 맞으면서 생긴 물기둥. 진주만 공습이 시작될 때 웨스트버지니아가 거의 제일 먼저 두들겨맞았다.


뒤이어 포드 섬 항공기지가 폭탄을 두들겨 맞고, 다른 전함들도 하나 둘 공습의 대상이 된다.


가장 먼저, USS 오클라호마가 어뢰 5발을 두들겨맞고 20분만에 전복돼 429명의 사망자를 냈고, 거의 비슷한 시각 신명나게 두들겨맞고 침몰해가던 USS 웨스트버지니아는 필사의 데미지 컨트롤 끝에 굉침은 면했지만 가라앉아 진주만 바닥에 착저하게 됨.

(불타는 웨스트버지니아)


뒤이어 USS 펜실베이니아, USS 테네시, USS 메릴랜드도 두들겨 맞았지만 얘내는 다행히도 전선에서 이탈할 정도의 데미지를 입긴 했어도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아 진주만에서 두들겨 맞은 전함들 중 가장 먼저 전선에 복귀하는 전함들이 되어줌.


그나마 희망적인 상태였던 USS 네바다는 상대적으로 늦게 공습을 당하기 시작해 어뢰 한발을 맞긴 했지만 피해를 어떻게든 관리하고 진주만 공습 도중 유일하게 조금이라도 항행한 배가 됨.


물론 얼마 못 가 탈출하려는 네바다를 발견한 일본 급강하폭격기들의 집중공격 대상이 되었고, 그시대 전함들이 늘 그렇듯 대공체계가 부실한데다가 애매하게 항구에서 나가다가 격침당하면 항구를 틀어막을 가능성이 있었으므로 미 해군은 네바다를 근처 해안선에 좌초시킴.


그리고... 진주만 공습의 상징이 되어버린 USS 애리조나.



(애리조나의 시신의 사진.)


애리조나는 카가와 히류의 공격대에 의해 총 4발의 항공폭탄을 맞았는데, 다른 건 어찌저찌 데미지 컨트롤이 가능했지만 마지막 철갑탄이 하필이면 1번 포탑을 관통해 2번 탄약고 바로 옆에서 터져, 탄약고 유폭을 일으켰고...



시밤-쾅.


(저 뒤의 전함이 후드, 앞이 프린스 오브 웨일즈)

비스마르크 추격전 당시 탄약고 유폭이 발생한 후드처럼 반갈죽나서 침몰한다.


애리조나에 탔던 승무원 1511명 중 1177명이 사망했으며, 거의 몰살에 가까운 이 수치는 21세기까지도 깨지지 않은 한 함선의 격침으로 죽은 승무원 수 기록으로 남음.


그리고 이 애리조나의 대폭발은 단순히 애리조나만 침몰시킨게 아니였는데, 애리조나의 굉침으로 불타는 중유가 여기저기 마구 흩뿌려졌고, 그걸 그대로 뒤집어쓴 USS 캘리포니아는 몇 대 맞은 어뢰의 데미지 컨트롤이 무색하게 불바다가 되어버림.


그렇게 USS 캘리포니아도 시즌아웃. 사실상 격침 판정을 받게 된다.


이게 원샷투킬...?


각설하고, 이렇게 미국은 태평양 함대가 보유하고 있던 전함 8척을 모두 상실하게 되었고, 일본은 단 한 개의 함선의 피해 없이 무사히 공습을 종료하게 됨.


미국의 완패, 일본의 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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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만 공습의 결과로 미 태평양 함대는 사실상 완전히 무력화되었으며, 6개월~1년 후까지 일본이 해상 지배권을 거의 완벽하게 가져가게 되었음.


또한, 당시 반전주의 여론이 팽배했던 미국이라는 거인이 총력전 체제로 들어가는 데에 크게 일조하였으며, 민주주의의 병기창 미국이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진화해 뻐킹 데모크라시를 대서양 건너 독일에 주입해주러 떠나게 해줌.



참고로 원래 일본 연합함대는 1,2차 공습의 성공 이후 3차 공습의 투입 여부를 가지고 논쟁했지만, 당시 총 지휘관이였던 나구모가 '적 항공모함의 위치가 파악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3차 공습은 포기하고 함대를 뒤로 물림.


이 당시 미국의 항공모함들 중 대다수는 각종 태평양 섬들에 항공기를 배달해주거나(요크타운, 렉싱턴, 엔터프라이즈 등) 수리하느라(새러토가) 진주만 바깥에 산포해 있는 상황이였고, 원래 12월 6일 진주만 입항 예정이였던 CV-6 엔터프라이즈는 태풍에 휘말려 딱 '하루' 늦게 진주만에 도착하게 되었고, 그 결과 공습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었음.


(참고로 흔한 오해 하나를 정정하자면 호넷은 전쟁 시작하고 나서야 진수함. 요크타운, 엔터프라이즈와 함께 건조된 3번째 항공모함은 경항모 와스프.)


그리고 엔터프라이즈의 생존이 태평양 전쟁에 얼마나 큰 스노우볼이 되었는지는 모두가 알 것이라고 생각함.


(훈장 컬렉션 보유자) (태평양 전쟁의 주인공) (주인공 보정 200% 받은 녀석)


나구모가 3차 공습을 포기하고 후퇴한 덕분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진주만의 잠수함 생산 시설과 유류 저장 탱크, 그리고 드라이 도크 전부 생존에 성공했고, 이것도 역시 훗날 어마어마한 스노우볼로 돌아오게 되는데...


다음에 계속!







글이 너무 많아서 지루한 거 같은데, 다음에는 사진 비중을 좀 늘릴까 고민중


-실패함


다음편=https://arca.live/b/azurlane/101444730?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