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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편(진주만 공습)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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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편에는 상당히 간추려서 진주만 공습이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 그 결과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간략하게 서술했음.


자. 이제 본격적으로 일본군의 대공세가 시작되는 1941년 12월~1942년 중반으로 가보도록 하자.


지난편에 이야기한거 기억할꺼임.


'일본은 미국의 자원줄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었고, 그 의존을 타파하고 귀축영미를 타도하기 위해 동남아의 유럽 국가들의 식민지를 점령해 그 자원을 활용하는 남방 작전을 짰다.'


일단 진주만 공습으로 일본은 1차 목표, 미국 태평양 함대의 무력화는 사실상 성공했음.


얼마 남지도 않은 정규항모들로는 일본 해군을 방해할 수 없다가 일본의 인식이였고, 실제로 그게 딱히 틀린 계산은 아님.


정규항모 갯수로도 일본은 미국 태평양 함대보다 우위에 있었기 때문.



진주만 공습으로 미국 태평양함대는 전함 8척을 날려먹었고(저 9척 중 하나인 USS 콜로라도는 진주만 공습 당시 진주만에 배치되어 있지 않았다), 미국은 대서양으로 전출되었던 요크타운을 다시 태평양으로 불러오고 호넷까지 취역시켰지만 여전히 정규항모 숫자는 5대 6, 경항모까지 포함하면 5대 8이라는 열세에 있었음.


자, 이제 일본은 미국 태평양 함대를 게임판에서 일시적으로 치워버리는데 성공했으나, 다음 선수가 링 위로 올라옴.



바로 영국.



당시 영국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은 제국주의자로 분류되는 인물이였고, 굳이 식민지에 대한 욕심이 아니여도 대영제국의 국력의 대부분이 인도, 호주, 말레이를 비롯한 동남아 및 아시아 식민지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었음.



캐나다는 얼어 뒤질꺼같은 개똥땅이고, 마찬가지로 아프리카는 자원이 많이 나는 땅은 아닌지라 그닥. 결국 영국의 심장이자 핵심은 저기 아시아 쪽에 빨갛게 칠해진 부분들임.


그런데 어머나? 일본이 남방 작전으로 바로 그 식민지들을 털어먹으려고 작정했네?


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었던 윈스턴 처칠과 영국 해군은 진주만 공습이 일어나기 몇개월 전, 일본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영국 동양함대에 두 척의 전함을 보내놓았음(위 표의 두척).


바로 당시 건조된 지 몇개월 되지도 않은 신형 킹 조지 V급 전함 프린스 오브 웨일즈와,


순양전함 리펄스.




본디 이 함대에다가 추가로 일러스트리어스급 항공모함 인도미터블까지 투입할 예정이였지만, 안타깝게도 인도미는 출항 과정에서 실수로 육지 위로 올라가는 사소한 찐빠를 발생시켜 수리를 위해 도크에 들어가게 됨.


멍충아...


아무튼 이쯤되면 우리는 뭔가 이상함을 느낄꺼임.



"저기 일본은 항모 8척에 전함 11개 들고오는데 꼴랑 전함 2개 가지고 뭐 하게요...?"



"노란 원숭이 함대는 그정도로 이김 ㅅㄱ"


...당연히 이런 논리는 아니였고.


영국 내에서도 아예 로얄 네이비 버스터콜을 소집해서 일본을 함대결전으로 조져버리자는 의견이 있긴 했음.


근데 그랬다가 영국 본토 상륙당하면 좆되는뎁쇼.라는 말에 반박을 못하는 것도 있고, 아직 이탈리아 함대가 지중해에 갇혀있긴 하지만 아무튼 전함 몇척 끌고 뿅뿅거리던 시기라 함부로 지중해 함대나 홈 플릿에서 배를 빼올수가 없는 상황.


거기에 비스마르크가 비스마르크 추격전에서 어마어마한 무력을 뽐내는 바람에 나치 독일이 건조중인 그 동형함, 티르피츠는 영국 해군의 최우선 경계 대상이 되었고, 과대평가된 그 전투력은 홈 플릿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는 원인이 됨.


따라서 아프리카 전역에 여유가 잠깐 생긴 1941년 말에 전함 두척이라도 보낸 거임.


그리고 영국 해군도 멍청이들은 아니라서, 나름 자신은 있었음.


두 전함과 합류 예정이였던 인도미터블을 포함한 Z기동함대의 모든 함선들의 항해 속도는 평균 27~28노트. 상당히 고속으로 움직일 수 있는 타격부대였으며 일본과의 함대결전은 무리여도 일본의 통상파괴 작전은 이 기동함대가 일본 해군을 따돌리면서 막을 수 있다고 본 거임.


거기에 일본의 암호도 당시 영국이 탈탈 털고 있었는지라 일본 해군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동하는지 영국이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었음.


하지만 우리는 제목을 봐서 알죠?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시간이 흘러 1942년 1월 10일. 남중국해에서 사건이 터진다.


당시 영국 동양함대는 말레이시아로 침공해 들어오는 일본군을 저지하기 위해 싱고라에 있을 일본 함대를 저지하라는 명령을 받고 그쪽으로 향하는 중이였음.



싱고라는 대충 요기.


당시 영국 공군은 일본 공군한테 며칠동안 탈탈탈 털려 진작 '10일에는 우리 공중지원 못해준다아앗'을 외친 상태였고, 영국 동양함대는 이를 인지하고 있었음.


하지만 영국 동양함대의 Z기동함대(프오웨, 리펄스 및 고속 호위함들)의 톰 필립스 제독은 '에이 일본이 항속거리 측정 잘못하면 그대로 파일럿 날려먹는 바다 한복판에서 함재기를 쓰겠어?', '기습당하지 않는 전함은 신이고 무적이다아앗'이라는 마인드로 공중지원이 있든 없든 열심히 바다에서 달림.


그러다가 일본군 정찰기가 Z기동함대를 발견했고... 일본군의 공습이 시작됨.



당시 프린스 오브 웨일즈에 달려있던 대공포는 저 노딱 폼폼포. 당시 영국이 '우리 성능 개쩔어요오' 하면서 약팔이를 했던, 실제로 제법 성능이 괜찮은 대공포다.


그치만... 폼폼이잖아? 폼폼? 벽람항로에서도 안쓰는 병1신?


(여러분 이건 선입견입니다 음란수녀 임플래커블은 폼폼포달고 독일 공군을 믹서기마냥 갈아버린 전적이 있음

)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리펄스는 1차대전에 건조된 순양전함인 주제에 개장도 안 받아서 좀 저지력이 있는 대공포랄게 딱히 달려있지도 않았음.


마지막으로, 일본의 뇌격기 및 폭격기 조종사들은 진주만 공습 이후로 꾸준히 작전에 참여한 베테랑들이였음.


제공권은 적의 것. 호위함들이 샌디에이고마냥 대공 몰빵 호위함도 아니고, 다수도 아님.


이쯤되면 현대인의 시선에서는 결말이 뻔히 보일꺼임.


(좌측 하단이 집중폭격을 받는 리펄스, 우측 상단이 무빙치는 프린스 오브 웨일즈)


리펄스는 이를 악물고 회피기동을 하며 무우우빙으로 뇌격을 피했지만, 결국 좌현에 어뢰 1발을 맞는 것을 시작으로 어뢰를 3발 이상 명중당함.


(현대적인 장갑이라고 하자 아무튼)

어뢰를 막을 방뢰 벌지도, 현대적인 장갑도 없었던 리펄스는 어뢰의 난타를 견딜만큼 튼튼하지 못했고 결국 6분도 안 되어서 함수쪽으로 전복되어 침몰하게 됨.


벽붕이들은 이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리펄스를 쓸 때는 설비에 방뢰벌지를 넣어주도록 하자.


프린스 오브 웨일즈는 상태가 더욱 안좋았음.


하필이면 첫 공습의 어뢰가 영 좋지 못한 부분인 전함의 스크류에 적중하는 바람에 기동 속도가 순식간에 16노트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고, 뒤이어 어뢰를 3발 이상 맞은데다가 폭격으로 인해 승무원의 상당수가 죽거나 다치면서 사실상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에 도달함.


(프린스 오브 웨일즈에서 구축함으로 퇴함하는 프린스 오브 웨일즈 승무원들)


결국 전투가 시작된 지 몇 시간이 지나지도 않아 영국 해군은 프린스 오브 웨일즈를 버려야 했고, 결국 퇴함 명령이 내려지게 됨.


그리고 퇴함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프린스 오브 웨일즈도 리펄스를 따라 저 차가운 바다 아래로 가라앉음.


구축함 익스프레스, 뱀파이어, 일렉트라가 승무원들을 구조한 덕분에 인명 피해는 적었지만, 말레이 해전의 결과는 전세계에게 거대한 충격을 줬음.


그도 그럴 것이, 전함 대 전함으로 붙은 거도 아니고 고작 연속된 공습에 의해 취역한 지 몇 개월 되지도 않은 최신예 전함이 당한 거니까.


윈스턴 처칠은 이 보고를 듣고 멍해졌다가 눈물을 흘렸다고 함.


으아니 내 전함이!!


일본군은 아예 말레이 해전을 '영국동양함대궤멸'이라는 군가로까지 만들어서 조리돌림을 하고 군 내의 사기를 고취시킴.



영국 해군의 완패, 일본 해군의 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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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영국-미국-네덜란드 연합 함대는 네덜란드령 동인도의 핵심인 자바 섬을 어떻게든 지키기 위해 자바섬에 상륙하려는 상륙전단을 박살내야 했고, 결국 남은 전력을 어떻게든 끌어모아 자바해에서 한 판 붙음.

(지도에서 JAVA SEA라고 써있는 곳.)


그리고 개같이 발림.


전력 자체는 연합군 측의 함대가 아주 조금 위에 있었으나 대다수가 구형함인데다 연합함대의 주력인 중순양함들 중 USS 휴스턴은 주포탑 하나가 공습으로 손상된 상태였음.



전투기 가득 싣고 지원 올 예정이였던 랭글리 선생님은 오던 중에 일본 해군에게 걸려 공습 끝에 침몰했고, 그 과정에서 전투기 수송조차 실패해 제공권은 당연히 상실.


그리고 네덜란드/영국/미국 해군 간의 언어차로 인해 의사소통도 잘 안되었으니... 


사실 초반에 서로간의 포격전을 펼칠 때는 제법 괜찮은 교환비가 나왔음.


그러나 곧 비극이 시작되게 되는데...



이새끼가 악역은 아니지만 아무튼 이 새끼 때문에 공사가 다 망해버린다.


영국 해군 소속의 중순양함 HMS 엑서터에 명중탄이 발생하게 되고, 상당한 데미지를 입은 엑서터는 후퇴명령을 받고 회항하게 됨.


근데 ㅅ발 이 후퇴명령이 영국 해군 말고 다른 함들한테 전달이 안됨.


갑자기 영국 중순양함이 한대 맞더니 냅다 튀어버리자(이 전역에는 전함/항모가 없어 중순양함이 최고 체급이였다) 우왕좌왕하던 연합함대는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도망치는 엑서터를 따라 회항했는데, 네덜란드 해군은 또 그 자리에 남아 싸우는 바람에 무려 기함이였던 경순양함 HNLMS 더 라위터르가 전장에 혼자 버려지게 되는 대혼돈이 발생함.



(더 라위터르의 모습)


거기에다가 일본의 산소 어뢰가 럭키샷으로 저 멀리 구축함 코르테니을 맞춰 침몰시키자, 가뜩이나 혼란스러웠던 연합함대는 존재하지도 않는 잠수함을 피해 이리저리 기동했다.


이 대혼돈을 그냥 지켜볼 리가 없었던 일본 함대는 냅다 근접전으로 달려들었고, 결국 이걸 수습 못한 당시 총 지휘관 카렐 도르만 제독은 함대에게 퇴각명령을 내렸고, HMS 일렉트라가 격침당하면서까지 일본 함대를 묶어놓음으로써 겨우 퇴각에 성공함.


(제팔이 아니라 일렉트라라고 생각하고 보시오)


퇴각에 성공했거든...?


이번에는 영국 구축함 HMS 주피터가 네덜란드 기뢰에 맞고 침몰함.


알고보니 네덜란드 육군이 기뢰 부설하고 자기네 동맹국들한테 안 말해준거임.


당연히 이 사실을 모르는 영-미 해군은 '으아아아악 잠수함이다아아아' 하면서 또 있지도 않은 잠수함과 섀도우복싱을 했고, 결국 거기서 또 시간을 버리며 끝내 도주에 실패해 일본 해군과 2차전을 야간에서 벌이게 됨.


참고로 당시 일본 해군 주특기가 야간전에서 근접뇌격을 하는거였음.


그리고 그 2차전에서 기함이였던 더 라위터르와 경순양함 자바가 근접 산소어뢰를 쳐맞고 격침, 카렐 도르만 제독은 여기서 죽어버리게 되고 최고 명령권자를 잃 중순양함 휴스턴과 경순양함 퍼스(호주 해군 소속)은 필사적으로 도주해 겨우 도망치게 됨.


그렇게 도망친 휴스턴과 퍼스가 마주한 것은...

(랜덤 상륙짤)


작전의 첫 목표였던 일본군의 수송선단.


이 수송선단이 자바 섬에 상륙하는 것만 막으면 아무리 큰 피해를 입었어도 일단 이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이기에 휴스턴과 자바는 목숨을 걸고 수송선단에게 달려들었지만, 이미 중파 상태에 가까운 중순양함 1척과 경순양함 1척이 수송선단의 호위함대와 싸워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고 결국 둘은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일본 해군에게 두들겨 맞아 침몰하게 됨.


하지만 이들의 분투는 헛되지 않았던 것이, 야간의 갑작스러운 기습이였던 탓에 일본군이 어뢰를 난사하다가 팀킬을 저질렀고, 거기에 수송선단도 으아악 도망쳐 하다가 좌초하고 아군 구축함이랑 부딫히고 아주 난리도 아니였기에 상륙 자체가 크게 지연됨.


물론 일본군의 상륙을 저지한다거나 그런 기적이 일어나지는 않음. 인도네시아 원주민이 네덜란드인들을 족치고 혁명 일으켰거든.


그리고 남은 연합군 함대도 자바 해에서 탈출하려다가 순다 해협에서 일본 해군에 의해 전원 격침당함.


연합군의 참패. 일본 해군의 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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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깔이 완전히 뒤집힌 처칠은 '인도는 안됀다아아악' 을 외치며 어떻게든 인도를 사수하기 위해 이번엔 아예 대대적으로 거대한 규모의 함대를 보냄.


항공모함 3척(인도미터블, 포미더블, 허미즈), 전함 5척, 기타 호위함 20척 이상.


일본 함대 본대랑 맞짱을 떠도 어느 정도 해볼만한 규모의 함대는 인도양을 사수하기 위해 인도로 보내지고, 그대로 일본 주력 함대와 한 판 승부를...벌이진 않았음.


벌였으면 말레이 해전이 아니라 이 해전이 영국동양함대궤멸의 주인공이 되지 않았을까.


(지금은 스리랑카라고 불리는 실론 섬)


아무튼 영국 해군은 얻어낸 첩보를 통해 4월 1일, 일본 함대가 실론 섬을 노릴 것이라고 판단, 전투를 준비하게 되는데... 아무도 안왔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공격 날짜는 4월 1일이 아니라 4월 4일이였거든. 영국 해군과 정보부가 오판을 했음.


4월 1일, 일본 해군이 실론 섬 남부에서 올 것이라고 생각한 이 대규모 함대의 지휘관, 서머빌 제독은 아무도 오지 않자 '얘내 공습 날짜가 오늘이 아닐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에 사주경계를 진행하기 위해 순양함 몇 척은 수송선단 호위로, 허미즈는 트링코말리로 보내고 주력함대는 보급을 위해 몰디브로 보내는 '함대를 분산하는' 미친짓을 저지름.


사실 이 판단이 썩 나쁜 판단은 아니였는데... 하필이면 이게 일본군의 작계와 너무나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대재앙이 시작됨.


4월 4일, 일본 해군은 계획대로 나구모 제독의 지휘 하에 실론 섬의 콜롬보 항구를 공습했. 콜롬보를 쑥밭으로 만들면서도 전함이나 항공모함은커녕 순양함 하나도 보이지 않음을 확인한 나구모는 영국군이 공격을 인지했음을 확인하고 즉시 주위 바다에서 영국 해군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수송선단 호송을 위해 콜롬보에 정박해 있었다가 일본 해군 접근 소식을 듣고 도주하고 있던 중순양함 두척(HMS 콘월, HMS 도셋셔)을 발견하게 됨.


(공습당하는 콘월과 도셋셔. 잘 보면 하얀색 선은 항적이고 자그마한 이질적인 덩어리들이 중순양함이다)


곧바로 시작된 공습에 도망치던 둘은 결국 본대에 합류하지 못한 채로 아무런 공중 지원 없이 나구모 함대의 맹렬한 공습에 그대로 노출되었고, 일본 해군의 함재기들은 명중률 88%의 기적을 달성하며 둘을 걸레짝으로 만들어버림.


이 소식을 들은 서머빌 제독과 본함대는 몰디브로 가려다가 다급하게 반전해서 다시 돌아와 일본 함대를 수색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수색에 실패하고 귀환하게 됨.


사실 여기서 발견했어도 문제인게, 전력차가 전력차인지라 영국 해군이 순식간에 썰렸을 가능성이 높음.


아무튼, 중순양함 둘을 족친 나구모 제독은 곧바로 다음 목표인 실론 섬에서 2번째로 큰 항구인 트링코말리 항구 공습을 4월 9일에 시작했는데...


이름이 익숙하제?


우리 듀얼리스트가 소수의 호위함만을 데리고 향한 그 트링코말리 맞음.



사실 영국 해군은 일본이 트링코말리로 갈 줄 몰랐음. 사실 콜롬보에서 제일 가까운 해군 기지는 트링코말리가 아니라 몰디브의 아부 아툴 환초였거든.


(잘 보면 저어어 밑에 있다)


그래서 서머빌 제독은 '여기로 온다!'라고 믿으며 공습을 위해 일본의 항모들이 함재기를 띄우고 난 뒤에 빈집털이를 시도하기 위해 아부 아툴 환초 근처에 매복하게 됨.


근데 일본군은 거기 해군 기지가 있는 줄도 몰랐음. 전쟁 끝날때까지도 몰랐고, 전쟁 이후에는 일본 정보부가 사실상 소멸해서 몰랐음. 계에에에에속.


결과적으로 영국 본함대는 이번에도 허탕을 쳤고, 트링코말리 공습이 시작될 시점엔 본함대가 합류하기엔 이미 늦었음.


허미즈와 뱀파이어 및 보급함들은 트링코말리 공습이 시작되기 전 미리 항구를 비우는 데 성공했고, 무사히 거대한 바다 속에 숨는데 성공했...지만...


"헤헤 공습 끝났겠지?"


"...? 뭐냐 저거 이쪽으로 오는데?"


안타깝게도 공습은 끝나지 않았고, 빈 항구의 육상시설을 두들겨 패던 일본의 함재기들은 그대로 유유히 트링코말리로 돌아오던 허미즈에 공습을 가함.


(침몰하는 HMS 허미즈.)

허겁지겁 튀느라 함재기도 다 육지에 놓고 온 허미즈는 그대로 샌드백 신세로 전락했고, 결국 호위함 뱀파이어와 함께 4월 9일 오전 10시 25분 잠수함으로 개장(강제)당하게 됨.


나구모와 일본의 주력함대는 허미즈를 침몰시킨 이후 작전 목표를 사실상 전부 달성, 보급 및 파일럿들의 피로 관리를 위해 일본으로 귀항함.


그렇게 인도양에서 개같이 털린 영국은 결국 소모를 감당하지 못하고 아시아에서 완전히 철수함.



그 결과, 태평양 전쟁은 완벽한 미국과 일본의 1대1 구도가 되었고, 미국은 영국이 숨 고를 시간조차 못 벌어줬다는 사실에 멘탈이 터져버림.


십알...


영국 해군의 완패, 일본 해군의 완승으로 영국은 아시아에서 퇴출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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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좀 난잡하고 길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연합군의 일방적인 두들겨맞기 이야기라 좀 짧게 줄였음.


영국은 아시아에서 귀중한 주력함을 다수 잃었고, 아시아와 유럽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던 싱가포르까지 상실하면서 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완전히 잃음.


영국이라는 강력한 선수가 퇴장을 해버리면서 이제 아시아 전선을 담당하는 국가들은 호주와 미국, 이 중 호주는 원래 군사력과는 거리가 먼 나라인지라 결국 미국vs일본이라는 1대1 구도가 성립해버림.



그야말로 '대영제국'의 몰락을 만천하에 알린 해전들.


영국인들은 이 대패 이후 일본이 인도에 상륙해 인도를 점령하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며 매일 밤 덜덜 떨었지만, 이 당시 일본 육군은 이미 드넓은 중국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기에 인도까지 갈 여유는 없었음.


대신 일본은 잠수함을 이용한 통상파괴와 동남아의 자원의 수송에 초점을 맞추었고, 또한 아프리카 전선의 호주군이 본토 방위를 위해 급히 귀환하면서 결국 영국과 유럽의 연합국은 꽤나 뼈아픈 데미지를 입음.


이제 일본은 모든 정신을 미국의 남은 함대 격멸 및 태평양 방위선 구축에 돌렸고, 며칠 뒤 있을 '그' 특공대에 의해 도쿄핫이 실현되자 미국의 항모전단을 분쇄하고 태평양에서 완전히 퇴출시키기 위해 하와이 근처에 있는 환초 하나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함.


그 이름하여... 미드웨이 환초.


다음 편에 계속!







다음 편- https://arca.live/b/azurlane/101484093?p=1 (산호해 해전과 미드웨이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