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걸기 귀찮으니 이전 편들을 보고 싶은 벽부이들은 알아서 찾아봐주길 바람.


이전편-https://arca.live/b/azurlane/101484093?mode=best&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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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때는 1942년 5월 말, 산호해 해전에서 일본군을 막아낸 미 항모전단은 남태평양에서 작전을 수행중이였음.


이 당시 미군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일본이 다음은 어디를 찌를 것인가?' 였음.


그래서 미국 정보부는 일본 내의 다음 군사적 목표에 대한 정보를 찾아내는 데 혈안이 되었고, 그 결과 5월 20일에 'AF'이라는 위치를 일본 해군이 공략할 것이라는 걸 알아냄.


"근데 AF이 어딜까?"


AF가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 의견이 매우 분분했음. 


당시 미 태평양 함대의 사령관 니미츠 제독과 그 참모부는 과거 감청 기록을 토대로 AF를 미드웨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지만, 의회에 앉아계신 본토의 높으신 분들은 '저새끼들 하와이로 올꺼야!! 끼에에에엑!!!!!'이라며 피해망상에 시달리고 있었고(진주만은 일본의 쓰레기같은 상륙 능력으로는 결코 뚫을 수 없는 지브롤터 이상의 천혜의 요새라서 이건 전쟁알못들의 피해망상이 맞았음) 미 육군은 한술 더 떠서 '우리가 보기엔 AF 캘리포니아인듯?' ㅇㅈㄹ 하고 있었음.




상식적으로 일본이 저 존나 크고 아름다운 북태평양을 건너서 미국 서해안에 상륙을 하고 보급선을 유지할 수 있겠음? 심지어 진주만의 잠수함 생산 시설도 잘 돌아가서 미잠들이 통상파괴전을 열심히 하는 마당에?


구와아악


아무튼, 태평양 함대의 참모부가 상부를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이였던 이때 로슈포르 대령의 태평양 함대 암호 해독반이 한가지 기똥찬 낚시를 생각하게 되는데, 바로 미드웨이 기지에게 무전 평문으로 '해수 담수화 시설이 고장나서 식수가 부족하다'라고 아군에게 송신하게 하는 것.


당시 미 해군은 태평양 바닥에 깐 해저 케이블을 통해 중요 정보를 서로에게 전달하고, 비밀 회선을 숨기기 위해 일본이 감청할 수 있는 무전 평문으로 전략적으로는 별 필요없는 시답잖은 이야기를 서로에게 전달했는데, 이를 이용해 낚시를 한 거임.


그리고 월척이 걸림.


아까 미 해군이 미끼로 던진 평문을 중간에 감청한 일본군은 그걸 철썩같이 믿고선 이틀 뒤, 'AF에 식수 부족함, 추후 해수 담수화 장치가 필요할 것'이라는 암호문을 아군에게 전송하게 되고, 이것을 감청한 미군은 AF를 미드웨이로 특정짓게 됨.


(지도 우려먹기)

(1942년 4월까지의 일본 영역권 확장(실선) 및 야마모토 이소로쿠의 계획(점선))


미드웨이 환초는 당시 미군의 최전방 요충지였으며 미드웨이에 있는 비행장은 사실상 항모+1이라고 봐도 무방했음. 특히 섬이랄게 딱히 없는 동태평양의 특징상 미드웨이 바로 다음 섬은 하와이이며, 미드웨이를 뺏기는 순간 진주만이 일본 육상항공대의 사정권 내에 들어오게 됨.


(미드웨이 해전 이전의 미드웨이 섬의 모습. 저 비행장이 육상항모 취급을 받음)


그래서 미국은 한참 전부터 미드웨이 요새화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었는데, 일본군의 다음 공격지가 이 미드웨이임이 확정된 그 순간 미국은 더더더욱 미드웨이 요새화에 박차를 가하게 됨.


미 태평양 해군은 미드웨이 섬에 주둔한 해군과 해병대에게 대량의 물자를 꽂아주고, 지휘관을 대령으로 진급도 시켜주고, 거기다가 항모에 태울 함재기를 제외한 지금 당장 굴릴 수 있는 항공기란 항공기는 싹 다 긁어모아 124대라는 상당한 숫자의 비행기를 미드웨이 비행장으로 보내줌.


그리고 이전화에 언급했듯 공돌이들을 열심히 공밀레 공밀레 갈아서 원래라면 결코 전장에 참여하지 못했을 요크타운까지 어찌저찌 수리해서 미드웨이로 보냄.



거기에 대공포로 섬을 도배를 하고, 해변가는 자기네들도 지뢰 어디다가 설치했는지 까먹을 정도로 지뢰를 미친듯이 매설해서 설사 미 태평양 함대가 전멸해도 일본군이 상륙하기 불가능할 정도의 미친 요새를 만들어버림.




이걸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한 미 해군은 2차 낚시까지 준비함.



당시 미 기동함대는 산호해 해전 이후 남태평양에서 작전을 수행중이라고 했지? 산호해 해전 전까지만 해도 미 항모전단이 하던 역할이 일본군이 점령한 섬들에 공습을 열심히 날리는 거였음. 당연히 큰 피해를 주지는 못했지만, 파일럿들의 숙련도작이 무럭무럭 잘 됨.


그리고 미 해군과 니미츠 제독은 일본 해군이 이러한 일본군 점령지 공습이라는 전황에 미미한 영향을 끼치는 작전을 미 항모전단이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믿게 하기 위해 윌리엄 홀시 제독에게 엔터프라이즈와 호넷을 끌고 남태평양의 툴라기 섬(지난 편을 잘 본 독자라면 이 이름을 기억할 것임)에 얼굴만 비치고 런치라고 지시함.


이 명령을 훌륭히 완수한 홀시 덕분에 일본군은 '미 항모전단이 툴라기 섬을 공습하기 위해 남태평양으로 내려왔구나!'라는 오판을 내리게 되고, 미드웨이 작전 당일까지 미 태평양 함대는 남태평양에 있다고 굳게 믿음.


+) 당시 비행정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일본군의 정찰 시스템을 무력화하기 위해 미 해군은 태평양 전역의 비행정 보급 포인트에 구축함을 쫙 뿌렸고, 그 결과 일본군의 눈은 상당기간 마비되게 됨. 이 역시 위의 오판에 기여함.


미 해군이 이런 필사적인 전투 준비를 하는 동안 일본군은 진짜 딸깍 그 자체였음.


근데 딸깍 한번으로 이기는 유희왕의 크샤트리라같은 개샊...아니 사기캐들과는 달리 일본군은 진짜 딸깍 한번만 함.


뭔 소리냐. 딸깍 한번으로 이길 전력도 확보 못한 주제에 준비도 제대로 안했다는 뜻임.


아... 그저 대 일 본!

당시 일본 해군은 끊임없는 연승으로 '사실 우린 최강이고 무적이며 유럽의 코쟁이들은 위-대한 동양인들과는 달리 근성과 능력이 없는 무능한 족속들이라 대일본제국의 개쩌는 무력 앞에 모두 굴복할 운명이 아닐까?'라는 미친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는 중이였음.


그래서 참모진도, 지휘관들도 전부 패배는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았는데, 이 특유의 뽕을 치사량까지 빤 듯한 자만심과 방심은 미드웨이 해전의 작계 수립 도중의 모의전에서 적나라하게 들어남.


(당시 상황을 잘 표현하는 유명한 짤방. 일본 장교단 특유의 미친 사고방식을 잘 알 수 있다)


과장이 좀 들어간 만화이긴 하지만, 큰 상황의 진행은 짤과 다르지 않음.


5월 1일 진행된 첫 모의전에서는 '이 작전을 미리 알고 있던 미 항모전단이 미드웨이 근처에 매복해있다가 일본 항모들에게 기습공격을 가해 항모 3척을 격침시키는' 일이 발생했는데, 연합함대(일본 함대 이름, 영-미-네덜 연합함대 아님) 참모장 우카기 마토메가 미 해군은 미드웨이 공격에 대한 선 정보가 없으니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라는 주장을 피며 격침된 함대를 원상복구시키고 미 함대의 출발 위치를 강제로 하와이 진주만으로 정해버림.


다음날 진행된 모의전에서는 위 짤의 상황처럼 미드웨이 비행장의 비행기들의 공습으로 인해 아카기와 카가가 두들겨 맞고 격침당했는데, 우카기 참모장이 '배 한 척에게 이렇게 공격이 집중될 리가 없다'라며 명중탄의 개수를 1/3, 3발로 줄여버리며 아카기와 카가를 부활시킴.


이 두 트롤링 말고도 모의전 내내 우카기 참모장은 이리저리 일본군에게 유리하게 판을 깔았고, '그래서 이게 실제로 일어나면 어떻게 하는데요??'라는 좀 정상적인 사고를 할 줄 아는 장교들의 반발에는 '그러면 우리 좆되니까 그런 경우는 생각하지 말자.'라는 해괴한 답변을 내놓음...



사실 저 모의전은 단순히 일본군의 무능만으로 보기는 어려웠던 것이, 당시 야마모토 이소로쿠의 미드웨이 공격은 군 내 반대파가 많았고, 만약 모의전의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온다면 미드웨이 공격을 미루거나 아예 멈추는 근거로도 쓰일 수 있었기 때문에 야마모토 파벌은 어떻게든 좋은 결과를 보여야만 했음. 그래서 저런 억지가 나온 거고.


물론 모의전에서 배가 좌초한다거나, 실수로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인다거나 같은 각종 실수 역시 발생했지만, '실전에선 그러지 말자'로 퉁치고 넘어갔다...


그리고 일본 해군의 안일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음.


산호해 해전의 결과 기억함? 쇼카쿠 시즌아웃, 즈이카쿠 함재기 다수 손실, 렉싱턴 격침, 요크타운 중파(라고 쓰고 죽기 직전까지 갔다고 읽는다).


즉 쇼카쿠의 함재기들과 파일럿은 멀쩡했고, 즈이카쿠의 함체는 멀쩡했음. 쇼카쿠의 항공대를 즈이카쿠에 태워서 보내면 자매함인 만큼 이착함에도 큰 무리가 없을 테니 1,2항전에 속한 항모 4척에 +1척을 할 수 있었음.


그런데 안함. 


당시 일본 해군 내에는 '항모와 항공대는 한 몸!'이라는 비효율적이기 그지없는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었고, 그 결과 쇼카쿠의 항공대를 즈이카쿠에 태운다는 발상 자체를 하지도 못함. 반면 미국을 보자면 산호해에서 피해를 많이 입은 요크타운의 제 5항공대는 어뢰를 맞아 본토에서 빌빌대고 있었던 새러토가의 제 3 항공대로 교체되어 요크타운은 미드웨이 해전 당시 새러토가의 함재기들을 태우고 있었다!


즉 미군이 이미 '별 문제 없음'을 증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군은 고칠 생각을 안했다는 것.


어휴 븅신들...


그리고 더 골때리는건 따로 있었음.


당시 미드웨이 해전에 투입되는 일본군의 함대는 총 4개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나구모가 이끄는 제 1 항공함대, 북쪽의 알류산 열도를 육군과 함께 공략할 북방함대, 기함인 야마토가 있는 야마모토 이소로쿠가 있는 본대, 그리고 상륙정들과 지원함대로 이루어진 침공함대.


도합 200척이 넘는 이 대함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서로간의 거리가 너무 멀다'였음.


연합함대 수뇌부와 야마모토 사령장관을 태운 기함 야마토는 야마모토 이소로쿠가 쫄보라서 무려 전방의 제 1 항공함대보다 500km뒤에 있었고, 이는 야마토가 최고 속력인 27.5노트로 달릴 때 제 1 항공함대와 합류하는 데 10시간이 족히 걸리는 거리였음. 


(지원을 다급히 요청하는 제 1 항공함대)

당연히 나중에 제 1 항공함대가 위험에 처했을 때 제때 지원을 갈 수 있을 리가 없었고, 그 결과 공습으로 제 1 항공함대가 개박살날 때 다른 함대가 지원을 가주지 못함. 결국 미드웨이 해전에서 일본군이 끌고 온 200척의 함선 중 90%가량은 교전 한번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집에 가게 됨...


연료낭비다!


거기에 몸이 약한 항모를 전방에 세우고 야마토와 전함대는 뒤에서 따라가는 기묘한 구성이라던가, 탱커의 역할을 해줄 전함들을 다 빼버린 덕에 항모 넷만 덩그러니 남은 제 1 항공함대라던가, 항공전이 아니라 '수뢰전' 전문가이며 총사령관 야마모토 이소로쿠와 사이가 나쁜 나구모를 항공함대 지휘관으로 앉혀놓은 점이나... 다양한 문제가 이미 일본 해군 내에 산재해 있었지만 그 어느 누구도 이를 인지하거나 인지해도 밝히지 않았음.


말했다간 군의 사기를 떨어뜨린다고 욕만 먹고 어디 좌천당하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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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글을 여기서 한번 끊고 넘어가겠음. 전초전 단계인데다가 전투는 시작하지도 않았고, 짧은 줄글의 나열이라 노잼일 수 있지만 새벽에 졸린 상태에서 쓴거라 양해좀...


미드웨이 해전이 그만큼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함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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