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화 보기 - https://arca.live/b/azurlane/101558251?mode=best&p=1


전편에서 일본과 미국이 각각 미드웨이 해전 이전 어떠한 준비를 했는지 살펴보았으니, 이제 본편으로 들어가 보자.



(저 삐죽 튀어나온 섬들의 집합체가 알류산 열도.)


본격적인 두 함대 간의 전투가 벌어지기 하루 전, 1942년 6월 3일에 일본군은 북태평양 북부의 알류산 열도에 상륙을 하며 알류산 열도의 더치 하버에 대대적 공습을 가함.


이때 미군의 저항은 거의 없었는데, 당시 태평양 북부를 지키던 제 8기동부대의 사령관 테오폴드 소장이 '일본군은 알래스카에 상륙할 것이다!'라고 굳게 믿으며 알래스카만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 그래서 이날 특별한 교전은 일어나지 않고, 미군은 별 쓰잘대기도 없는 태평양 북부의 쬐끄만 땅덩이만 좀 내줌.


일본이 알류산 열도에서 알래스카에 상륙을 한다고 해도, 러시아보다 더 추운 정신나간 땅덩이에서 태평양 열대기후에 익숙해진 니들이 뭘 할 수 있는데 아 ㅋㅋ


여담으로 알류산 열도를 점령한 일본군은 태평양 전쟁이 끝날때까지 그냥 거기서 캠핑이나 하고 있었음. 진짜 하등 쓸모가 없는 공격이였던 것.


저딴 작전 지원에 귀중한 경항모 2개를 보내야했던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무슨 기분이였을까.


아무튼, 이 소식을 전해들은 미 태평양 함대는 일본 해군이 첩보대로 움직이고 있음을 확신하게 되고, 미드웨이 근처에 나타날 일본 함대를 찾기 위해 정찰기들을 마구마구 띄우기 시작한다.

(밥값 확실히 잘한 미국의 PBY 카탈리나 비행정. 얘내가 미국의 주력 정찰기였다.)


그리고 6월 3일 오전 9시, PBY 카탈리나 한 대가 미드웨이로부터 930km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일본 해군의 수뢰전대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미 태평양 함대는 대략적으로 일본 해군이 어디 있는지를 파악하게 됨.


또한 그 수뢰전대와 근처의 수송함대를 타격하기 위해 B-17 수평폭격기와 어뢰를 단 카탈리나가 출격했지만, 격침은 올리지 못했고 이동 속도만 저하시키는 정도의 미미한 피해만을 입힘.


나구모는 미드웨이 비행장에서 날아왔다고 생각한 이 가벼운 공격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고, 미드웨이에 미 해군이 총집결해 있다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채로 다음날 새벽에 있을 미드웨이 공략에 모든 정신을 집중함.



(미드웨이 해전 도중 각국 함대의 이동 경로. 파랑이 일본 해군, 검은색이 엔터프라이즈/호넷, 회색이 요크타운)

그리고 대망의 6월 4일.


새벽 3시경부터 미국 해군은 카탈리나 정찰기를 20대가량 띄우며 다가오는 일본 함대를 찾기 위해 주변 해역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함. 그 시각 일본 해군은 예정대로 미드웨이를 공습하기 위해 천천히 다가오는 중이였음.


 

(99식이 스이세이 이전에 쓰이던 함상폭격기)

그리고 새벽 4시 30분, 일본 해군의 항모들은 첫번째 공격대를 전부 띄워서 공습을 시작함. 이 공격대는 99식 함상폭격기 36대와 97식 함상폭격기 36대, 그리고 이들을 호위할 0식 함상전투기 36대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경험이 적은 조종사들의 숙련도를 쌓기 위해 신참 조종사들이 다수 편성되어 있었음.


(대충 사진 넣을거 없어서 넣은 빡빡머리 나구모 짤)

나구모는 결과적으로만 보면 삽질을 많이 한 지휘관이긴 하지만 숨겨진 독립운동가 무다구치 렌야 선생님같은 아주 무능한 인물은 아니였기에, 행방이 묘연한 미국의 항공모함들을 신경쓰고 있었음. 


그래서 전투를 시작하기에 앞서 정찰기를 띄우긴 했지만... 거의 프랑스 본토와 맞먹는 넓이의 해역에 20대 가까이를 띄운 미군과 달리 꼴랑 7대를 띄웠고, 그마저도 1대는 중순양함의 캐터펄트 고장으로 30분 늦게 이륙했음.


거기에 기상악화까지 겹쳐져 일본 해군의 정찰기들은 미 함대의 존재를 인식하는 데 한참 걸렸고, 이에 반해 그냥 많이 띄워진 미국 정찰기들은 상당히 이른 시각인 오전 5시 34분에 일본의 제2항모전단(소류, 히류)를 발견하는 데 성공함.


이때 총지휘관이였던 플레쳐 제독은 '적 항모가 다 발견되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공습을 미루고 있다가, 생각을 바꾸어 요크타운의 함재기들을 예비대로 남겨놓고 엔터프라이즈와 호넷의 공격대로만 공습을 진행하기로 함.


그렇게 엔터프라이즈와 호넷의 급강하폭격기들과 뇌격기들이 일제히 날아오르는 동안, 미드웨이는 일본의 함재기들과 미친듯이 싸우고 있었음.


(여기서 설명하는 찐 버팔로랑 와일드캣은 보딱장비로 있는걸로 기억함, 대충 비스무리한 녀석이나 후속기 콘으로 대체)


일본 함대를 타격하기 위해 날아가던 미드웨이 공격대를 호위하다가 다가오던 일본 항공대를 상대하기 위해 호위임무를 포기하고 미드웨이 상공에 대기중이였던 미군 전투기들은 미드웨이 상공에서 일본 공격대를 기습해 공격기 2대, 제로센 1대를 추락시키는데 성공하지만 뒤이어 반격을 시작한 공격대의 호위전투기에 의해 괴멸적인 타격을 입고 후퇴하게 됨.


이때까지만 해도 일본 파일럿들이 얼마나 정예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



전투기들을 뚫은 일본의 공격대는 미드웨이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하며 유류저장고, 격납고, 수도관, 탄약고 및 기타 등등 시설들을 열심히 부쉈지만, 막상 중요한 활주로는 의외로 멀쩡했음. 


(드루와드루와)

거기에다가 미드웨이에 떡칠해 놓은 대공포들 역시 멀쩡하게 잘 살아있어 다가오는 함재기들을 열심히 갈갈갈하기 시작했고 결국 일본군의 공습 제 1파는 11기 손실, 14기 중파, 29기 손실로 총 22.4% 손실이라는 상당히 처참한 결과를 받게 됨. 거기에다가 목표였던 미드웨이 무력화도 사실상 실패했고.


결국 7시경 제 1파 공습이 마무리된 이후 1파 공격대의 지휘관이였던 토모나가 대위는 '2차 공습이 필요할 것 같다'라는 무전을 보내게 됨. 나구모 역시 이가 옳다고 생각해 당시 야마모토 이소로쿠의 명령으로 대함전을 대비하고 있었던 항모들의 남은 함재기 절반을 대함무장이 아닌 대지상전용 폭탄으로 무장교체를 하기로 결정함.


그리하여 장장 90분 이상 걸리는 함재기들의 무장 교체가 시작되었음.


대충 그 시각, 미드웨이에서 출발한 미국 공격대가 호위기 하나 없이 일본 함대의 상공에 등장하게 됨.


호위전투기 하나 없이 쌩으로 항모에게 들이받은 이 공격대의 결말은 당연히 전멸에 가까운 궤멸적인 피해. 가장 먼저 도착해 뇌격을 시도한 4대의 B-26은 4대 중 2대가 격추당했고, 1대는 살아서 나갔으며, 1대는 제로센에게 쫓겨 죽기 직전까지 가나 아카기에게 꼴아박을 정도로 가까이 난 덕분에 제로센이 아군오사를 우려해 후퇴했고, 함교에 있던 나구모 근처에 기관총 몇발을 꽂아주고 도망치게 됨.


그리고 격추된 B-26 중 1대는 자신이 살아서 나가지 못할 것을 직감하자 조종간을 끌어내려 위로 날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아카기의 함교에 헤드온으로 꼴박을 시도했고, 이 꼴박은 아쉽게도 실패하지만 나구모 바로 근처를 스치듯이 지나가며 나구모에게 미드웨이 비행장에서 띄워지는 육상항공기에 대한 큰 공포를 심어주게 됨.


이게 나중에 나구모가 미드웨이 비행장 공략을 우선시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라는 설도 있음. 솔직히 무섭잖아, 두번이나 죽을 뻔 했는데.


미드웨이(2019) 영화에서 나온 자살특공 B-26의 원래 일화가 저것.


거의 같은 시각에 도착해 함께 뇌격을 시작한 TBD 어벤져(이 시절엔 TBD가 맞았다. 이후 생산 회사가 바뀜)들의 상황은 더욱 처참했음.


뇌격을 시도한 6기 중 5기가 격추당했으며, 유일하게 살아 나간 뇌격기조차 다수 피격당해 부사수가 죽고 무전병이 기절했음.


안타깝게도, 이들이 이렇게 목숨을 갈아가면서 일본 해군에게 던진 어뢰는 모두 빗나가거나 불발해버림.

(SBD 돈틀리스의 모습.)


곧이어 도착한 것은 로프턴 R. 헨더슨 소령이 이끄는 SBD 돈틀리스 16대. 당시 숙련된 파일럿이였던 헨더슨은 자신이 이끄는 병아리같은 신참 파일럿들이 1명이라도 더 살아나가도록 8대씩 2편대로 동시에 급강하를 시도했는데, 제로센들에게 잘못 걸려 급강하를 시작하기도 전에 6대가 격추당하며 본인도 추락을 면치 못하게 됨.


본인도 치명상을 입게 되자 죽기 직전 카가에 꼴아박기를 시도했으나 아쉽게 빗나가며 바다에 수직으로 갖다박으며 죽음을 맞이함.


지휘권을 이어받은 글리던 대위가 남은 10대의 돈틀리스로 히류를 노렸으나 이 공격도 실패, 전부 빗나간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히류의 대공포 사격이 매우 명중률이 낮아 모두 살아나갔다는 것 정도.


이렇게 미드웨이 항공대가 치열한 혈전을 벌이는 동안, 멀리서 일본 함대의 대공포 사격을 관측하고 이쪽으로 다가오는 잠수함이 있었으니, 그 이름하여 바로 USS 노틸러스.

(아님)


(맞음)



노틸러스는 잠항한 채로 일본군 순양함 몇 척을 추적하던 중이였고, 그러다가 적들의 대잠 공격을 피하던 중 우연찮게도 적 함대 한복판에 들어가게 됨. 첫 출항에 대박을 친 노틸러스는 전함 키리시마와 적 항공모함에게 어뢰를 조준하고 '히히 발싸'를 시전했지만... 마크 14 어뢰가 좀 하자가 심각해서 한발은 발사조차 되지 않고 불발, 한발은 빗나갔음.


함대 한복판에 미제 잠수함이 있음을 깨달은 일본 함대는 구축함을 보내 잠수함을 족치도록 했고, 노틸러스와 이를 추격하는 구축함 아라쉬는 상당히 긴 시간동안 추격전을 벌였다. 신나게 노틸러스를 추격하던 아라쉬는 본대와 너무 멀어졌음을 깨닫고 크고 아름다운 항적과 함께 본대에 합류하는데... 이게 존나 큰 스노우볼이 됨.


잠시 시간을 좀 돌려. 헨더슨 소령의 돈틀리스 편대가 급강하폭격을 시도하기 전으로 돌아가자.


이때 일본군 항모의 상황은 8시~9시동안 진행된 공습으로 인해 그야말로 개판이였음. 대부분의 통신을 발광신호와 깃발, 그리고 각종 비-근대적인 수단으로 하던 일본군의 특징상 이런 개판 속에서 항공기와 항모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질 리가 없었고, 미드웨이로 날려보낸 1차 공격대가 귀환하는 시점에 딱 미드웨이 항공대가 공습을 개시해서 하늘에는 1차 공격대가 귀환하기를 기다리고 있고, 항모들은 노틸러스를 피해 마구 무빙을 치고 있으며, 그와중에 제로센들은 급강하폭격기들과 드잡이질을 하고 있는 개판이 벌어짐.



그런데, 이 개판 속에서 하나의 중대한 보고가 나구모에게 전달됨.


아까 중순양함 하나가 정찰기를 30분가량 늦게 띄웠다고 했지? 그 정찰기가 날아댕기다가 7시 40분쯤 '적 함대를 발견한 것 같다'라는 보고를 보냄.


나구모는 8시가 다 되어서야 이 보고를 받았고, '어라? 이거 여기 미국 항모전단 와있는거 아님?'이라는 불안함에 다급하게 한참 진행되고 있던 어뢰<->지상전용 폭탄 교체를 정지시키고 정찰기에게 정확한 보고를 재촉함. 그리고 또 30~40분이 흐르고 미드웨이의 항공대가 열심히 공습을 할 무렵...


'적 항공모함 1척 발견'이라는 보고가 나구모에게 전달되게 됨.



이제 나구모는 선택의 기로에 빠짐. 아카기와 카가의 예비대는 아직 무장이 대함용 어뢰로 제대로 교체가 되지 않은 상황, 그리고 미드웨이에 공습을 간 1차 공격대가 착함을 하지 못해 공중에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였음.


이들은 착함을 하지 못할 경우 그대로 물고기 밥이 될 예정이였지만, 만약 이들의 착륙관제를 진행하게 되면 시간이 굉장히 끌리게 될 예정이였음. 항공기의 항모 착륙이 그냥 와르르르르 되는게 아니거든.


당시 소류와 히류의 함장은 '우리는 준비된 예비대가 있다. 이들과 남은 전투기 몇 대 정도를 호위로 붙여서 지금 즉시 출격시킬 수 있으니, 완편 공격대는 못 구성하겠지만 속전속결로 가자'라고 나구모에게 의견을 전했음.


하지만 나구모는 차마 그럴 수 없었음. 만약 그렇게 급조된 공격대로 공습을 나가게 되면, 아카기와 카가에서 공격대를 띄우면서 필연적으로 저 공중에서 대기하고 있는 공격대의 상당수는 착함에 실패할 뿐더러 대함 무장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호위기가 붙지 않은 공격대가 생기게 되는데... 호위기 없는 공격대가 얼마나 허무하게 갈려나가는지는 방금 공격한 미드웨이 항공대가 증명하지 않았나.


게다가 당시 일본의 해군 교리는 완편된 공격대를 운용하는 것을 중시했고, 유연성이 좀 부족했던 나구모는 결국 고뇌 끝에 모든 함재기들을 우선 항모에 착함하게 하고, 재정비를 끝낸 뒤에, 완벽하게 대함 세팅이 끝난 공격대로 항모를 조지러 가자고 마음을 먹음.(판단 당시에는 정찰기의 항모 발견 보고가 도착하지 않았음, 그래서 나구모가 미드웨이 섬 공략에 더 집중한 것도 있다)


이게 나쁜 판단은 아닌데 말이야...


그치만 완벽한 작전이었는데 엔딩인건 모두가 아시죠?


이제 시간을 또 좀 돌려서, 엔터프라이즈와 호넷이 함재기를 띄울 시점으로 돌아가 보자.


아직 엔터프라이즈와 호넷의 파일럿들은 전쟁 중~후반기 미국의 에이스들이 아니였기에 오전 7시에 이륙을 시작한 미군의 항공대는 7분만에 108대를 띄운 일본 함대와는 달리 117대를 띄우는 데 거의 1시간을 소모함. 그래서 공격대가 출발할 시점은 거의 8시가 다 되어서였고, 8시가 다 되어서야 이륙을 시작한 요크타운의 항공대는 9시 6분이 되어서야 공습을 하러 출발함.


그리고 미국의 공습부대들은 일본처럼 완편된 하나의 거대한 공습으로 몰아치는 것이 아니라, 이륙하는 족족 출발하는 작게작게 조각난 형태로 공습을 진행하게 됐는데, 이게 자칫하면 제대로 큰 피해도 못 주고 방어 화망에 차례대로 꼴아박아 차례대로 갈려나가는 결말이 날 수 있는 위험한 전략이지만 엔터프라이즈와 호넷이 소속된 제 16 기동함대의 지휘관 스프루언스는 최대한 빠른 공습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고, 시간만 잘 맞추면 일본 항모들이 가장 무방비한 순간에 찌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함.



그리고 여기서 호넷이 사고를 하나 치게 되는데, 바로 호넷 소속의 공격대의 지휘관이였던 스탠코프 C.링이 방향을 25도나 잘못 잡는 바람에 이상한 방향으로 호넷의 공격대가 날아가버린 것. 링의 부하들은 링에게 몇번이고 '이쪽 아닌거 같은뎁쇼'라고 말을 했지만, 평소 권위적이였다고 평가받은 링은 '느그들이 뭔데 내 말에 토를 달어!'라며 역으로 화를 냈고,


꼴받은 호넷의 제 8 뇌격기대대의 지휘관 월드론 소령은 "그래, 느그 좆대로 살아라 개새끼야"를 박고 자기 대대를 끌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날아감.


참고로 링이 억지로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 간 저 공격대는 기름을 다 쓸때까지 당연히 적 함대를 찾지 못했고, 노빠꾸로 작전을 강행하는 링에게 질린 부하들은 하나 둘 항명을 일으키며 기름이 다 떨어지기 전에 호넷으로 귀환을 시도했고, 결국 바다에 불시착함.


이렇게 호넷의 함재기들이 제 8 뇌격기대대를 제외하고 전부 이탈해버린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서, 가장 먼저 일본 함대에 도달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제 8 뇌격기대대였음. 이쪽이 맞았다고 망할 링 새끼야 사실 링은 자살작전에 자기 부하들을 투입하기 싫었던 참된 상사가 아니였을까


오전 9시 20분경, 월드론 소령의 제 8 뇌격기대대는 일본 함대를 발견하고 공격하기 시작하며, 20분 정도 뒤 엔터프라이즈 소속의 제 6 뇌격기대대도 이에 합류해 뇌격을 시작함.


하지만 여기서 대참사가 그만 발생하게 되는데...


바로 뇌격기들이 호위기 하나 없이 뇌격을 하게 된 것. 이게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지는 미드웨이 항공대가 증명했다고 생각함.


이러한 대참사가 일어나게 된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어이가 없는데, 바로 이들을 호위해야 할 와일드캣 대대가 잘못된 함재기들을 따라갔기 때문. 호넷의 제 8 전투기대대는 링 대령을 따라가다가 그냥 집을 가버렸고, 엔터프라이즈의 제 6 전투기대대는 실수로 호넷의 함재기들을 자기 호위 대상으로 착각하고 잘못 따라갔다가 그만 자기네가 호위해야 할 제 6 뇌격기대대의 호위 타이밍을 놓침.

제 8 뇌격기대대가 뇌격을 시작할 무렵, 엔터프라이즈의 제 6 전투기대대는 일본 함대 상공에 위치해 있었음. 하지만 당시 미국 함대 내에서 다른 항모에 속하는 대대들끼리는 서로 다른 주파수의 라디오를 사용해서, 제 6 전투기대대는 제 8 뇌격기대대의 애타는 지원요청을 받지 못한 채로 구름 위의 공중에서 제 6 뇌격기대대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게 됨.


거기에다가 당시 엔터프라이즈, 호넷, 요크타운의 함재기는 신형인 어벤져가 아니라 그 그지같기로 유명한 데바스테이터. 느리고, 몸도 약하고, 신뢰성도 떨어지는 데바스테이터는 혼자서 제로센 상대로 아예 대응이 불가능했음.


결국 전투기 호위 하나 없이 제 8 뇌격기대대는 제로센들이 대기하고 있는 일본 함대에 그대로 꼴아박았고, 어뢰 한번 던져보지 못하고 전멸함. 제로센과의 첫 격돌에서의 유일한 생존자인 조지 H 게이 주니어는 자기 데바스테이터를 끌고 죽기 직전 소류에 뇌격을 가하는 데는 성공하지만, 소류는 너무나 쉽게 한 발의 어뢰를 피해버림.


곧이어 이어진 엔터프라이즈의 제 6뇌격기대대의 뇌격이 진행될 때엔 역설적으로 이들을 엄호해 줄 제 6 전투기대대의 기름이 다 떨어져가 지원을 해줄 여력이 없었고, 이들도 전투기 엄호 없이 그대로 갖다박고 제로센들에게 갈려나가게 됨. 그래도 엔터프라이즈는 14대의 뇌격기 중 5기가 살아나오는데 성공했는데, 그 이유는 제로센들이 슬슬 탄이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


잠시 후, 요크타운의 제 3 뇌격기대대도 남동쪽에서 접근해오며 히류를 노리고 뇌격을 개시했고, 제로센들에 의해 14대 중 10대가 갈려나가는 와중에도 몇 발의 어뢰를 투척하는 데에 성공했지만 마크 13이라는 희대의 병신 어뢰를 탑재하고 있던 탓에 단 한발도 명중하거나 폭발하지 못한 채로 뇌격기들의 공습은 끝나게 됨.


지금까지 등장하는 미국 함대의 뇌격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태평양 전쟁 초기, 미국이 쓰던 희대의 병신 어뢰 마크 13과 희대의 병신 뇌격기 데바스테이터의 환장의 콜라보때문인 경우가 많은데, 어뢰 문제의 경우는 어뢰 스캔들이라고 아예 초대형 사건이 터질 정도로 내용이 많고 데바스테이터는 미드웨이 이후로 어벤져로 대체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에 나중에 외전으로 설명하겠음.


각설하고,

하지만 이 뇌격기들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는 않았는데, 어뢰를 피하느라 일본 항모들이 이리저리 무빙을 쳐야 했고, 그 결과 일본의 제로센들은 항모에 착지해서 미처 보급을 받지 못했고 또한 갑판 위나 격납고에 들어 있는 교체 예정이였던 각종 어뢰와 폭탄, 그리고 기름을 가득 채운 함재기들을 치울 시간을 가지지 못함.


또한 요크타운의 마지막 공습이 남동쪽에서 온 탓에 제로센들은 전부 남동쪽 저공에 머물러 있었고(뇌격기들은 뇌격을 위해 강제로 저공 저속 비행이 강제된다, 뇌격이 위험한 이유), 요크타운의 뇌격기대대와 함께 온 타치 소령이 이끄는 4대의 와일드캣들이 이를 악물고 제로센들과 4대 10의 전설을 찍느라 일본 함대의 전투기들이 그쪽에 죄다 몰려있는 상황을 만드는 데에 성공함.


존 타치는 타치 위브의 고안자로 알려져 있는 인물로, 당시 미 해군이 보유한 가장 뛰어난 파일럿 중 하나였음.


그렇게 모두의 신경이 요크타운의 제 3 뇌격대대와 4대의 와일드캣에 쏠려 있던 그 찰나, 카가의 견시원이 북서쪽 하늘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비명에 가까운 무전을 보내게 되는데... 


敵機直上、急降下!
적기 직상, 급강하 !

50대가 넘는 돈틀리스 급강하폭격기가 카가의 머리 바로 위에서 급강하를 시작하고 있었음.


반격, 시작.







아쉽게도, 작가의 체력이 다한 관계로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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