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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카가의 머리 위에 50대가 넘는 급강하폭격기가 나타난 것까지 설명한 건 다들 기억할꺼임. 


이제 왜, 어떻게 갑자기 이 대량의 급강하폭격기가 나타났는지 알기 위해서는 시간을 (또) 뒤로 좀 돌려봐야 함.


8시경에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에서 출발한 제 6 정찰비행대대와 제 6 폭격비행대대는 맥클러스키 소령의 지휘 하에 일본 항모들을 찾아 신나게 날아다니고 있었음.


맥클러스키 소령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를 모토로 삼고 있는 그 시대의 진정한 사나이라서 남은 연료따위는 생각하지 않고(사실 아니긴 한데 각색 좀 했다) 연료를 미친듯이 태우며 엄청난 속도로 바다 위를 날고 있었음. 그렇게 빠른 속도로 계속해서 난 결과... 일단 일본 함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 포인트에 빨리 도착하기는 했으나 일본 함대는 거기에 없었고, 급강하폭격기 56대나 되는 대규모 항공대가 적 항모를 찾기도 전에 기름이 다 떨어질 위기에 처하게 됨.


좆됐음을 감지한 맥클러스키 소령은 '우리 남서쪽 좀만 뒤져보고 가자'라고 말했고, 이제 슬슬 항모로 돌아갈 수 있을까도 살짝 걱정되기 시작할 무렵 맥클러스키는 저 멀리 예쁜 무지개를 하나 어렴풋이 보게 됨.


"헤헤 무지개 이쁘다...어?"


무지개를 유심히 보던 맥클러스키 소령은 무지개가 보인 방향 쪽 바다에서 희끄무리한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고, 조금 가까이 날아가서 보자 그게 배의 항적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됨.


"저거 따라가면 일본 함대 본대 나올꺼같음!"



그리고 저 판단은 정답이였음. 그 항적을 남긴 배의 이름은 그 유명한 아라쉬. '역'공습선도로 굉장히 유명해진 그 구축함이자, 전편에서 언급된 잠수함 노틸러스와 죽음의 술래잡기를 너무 즐기느라 본대에서 한참 떨어지게 된 그 녀석임.


아라쉬는 본대와 너무 떨어진 것을 확인하자마자 '아이쿠 너무 오래 놀았다'라고 생각하며 본대로 귀환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본대쪽으로 달렸고, 그 후폭풍으로 남은 크고 아름다운 항적을 맥클러스키 소령과 그 휘하 급강하폭격기들이 발견한 것. 참고로 맥클러스키 소령이 본 이쁜 무지개는 아라쉬가 배 내의 물을 찍 하고 싸는 과정에서 발생한 거였다고 함.


(사실 무지개 이야기도 어디서 주워들은거라 야사일수도 있긴 한데 재밌자나)


그리하여 아라쉬는 뽈뽈뽈 본대로 돌아갔고, 그 뒤를 열심히 스토킹한 제 6 정찰비행대대와 제 6 폭격비행대대는 정말 예술적인 타이밍에 일본군 함대 상공에 도착하게 됨.


당시에 10대가 넘는 제로센들을 고작 4대의 와일드캣으로 상대중이였던 존 타치가 훗날 회고하기를, '한창 전투를 벌이던 와중에 제로센들 뒤편에서 뭔가 햇빛에 번뜩이는 것을 발견하고 올려다보니, 제로센들 머리 위 한참 높은 고도로부터 마치 '은빛 폭포수' 같은 것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지난 편, 시점 기준으로는 아까 전 미국의 뇌격기대대들이 전부 궤멸적인 피해를 입은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대공포사가 아니라 일본 함대의 제로센들이였음. 이건 제로센이 특별히 뛰어난 전투기라 그런 게 아니라, 그냥 호위 전투기 vs 호위 전투기 없는 공격기의 매치업 상성때문임. 당시 일본 파일럿들이 진주만부터 계속 경험을 쌓아온 베테랑들이라 그런것도 있고.


그러나 지금 급강하폭격기들이 있는 공역에는? 이들을 저지할 제로센이 하나도 없네?


다 타치 소령의 와일드캣들한테 어그로가 끌려서 정 반대 방향의 저공에 있네?


이건 못참제!!!!!!! 맛있게!!!! 먹겠습니다!!!


일본 해군의 허접한 대공포로는 급강하에 들어간 급강하폭격기들을 저지할 수 없었고, 결국 카가 바로 위에까지 접근해 급강하를 시작한 엔터프라이즈의 급강하폭격기들은 정말 가끔 근처에서 터지는 폭죽만 제외하면 청정한 하늘 속에서 카가를 카가였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급강하에 들어감. 이들은 미드웨이 비행장의 뉴비 비행사들과는 달리 몇 차례 임무를 수행해본 경력직들이라서 별 문제 없이 능숙하게 급강하폭격에 진입함.


여기서 왜 카가한테 50몇대가 다 달려든거임? 옆에 다른 항모들도 있는데?이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음.


카가 한 항모에게만 53대의 급강하폭격기가 달려든 이유는 맥클러스키 소령의 사소한 판단 미스 때문이였음.


원래 폭격 수칙대로라면 먼저 도착한 맥클러스키와 그와 함께 움직이던 제 6 정찰비행대대는 저 멀리 있는 아카기를 공습하고 리처드 홀시 '딕' 베스트 대위가 이끄는 제 6 폭격비행대대가 가까이 있는 카가를 공습해야 했음. 이유인 즉슨 급강하 타이밍을 최대한 비슷한 시간에 맞춰 적 요격기를 분산시키기 위함인데, 원래 전투기 파일럿이였고 폭격 임무에 익숙하지 않은 맥클러스키 소령은 그냥 가까이 있는 카가에 냅다 급강하를 한 것.


베스트 대위는 당연히 폭격을 폭격 수칙대로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기 대대원들에게 '멀리 있는 항모는 제 6 정찰비행대대한테 맡겨두고, 우린 카가에 급강하폭격을 한다.'라는 명령을 내려둔 상태였으며, 그 결과 제 6 정찰비행대대와 제 6 폭격비행대대가 둘 다 가까이 있는 카가를 두들겨 패는 사태가 발생함.

(카가를 동시에 두들겨 패기 위해 달려가는 두 대대의 모습을 형상화한 사진.)


결국 급강하를 하려다가 카가한테 모든 급강하폭격기가 달려드는 것을 확인한 베스트 대위는 카가는 침몰할 운명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자기와 함께 급강하를 할 예정이였던 윙맨 둘만 데리고 아카기를 향해 날아감.


그리고 베스트 대위의 예상대로 카가는 침몰할 운명이였음. 카가의 빈약한 대공화망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급강하 폭격기 53대 중 단 1대를 격추하는 데 그쳤으며, 카가는 50발 이상의 항공폭탄의 공격 대상이 되며, 공식 기록은 5발이지만 추정치로는 10발 이상의 항공폭탄을 골고루 두들겨 맞음.


당시 무장을 갈아끼우기 위해 꺼내져 있던 함재기들과 바닥을 굴러다니던 어뢰와 폭탄들이 연쇄폭발을 일으키며 카가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렸고, 퇴함 명령을 내렸어야 할 함교는 폭격을 맞아버려서 카가의 지휘부가 몰살당하게 됨. 지휘봉을 이어받은 아마가이 다카하지 중좌는 퇴함 명령을 내리지 않고 지 혼자 튀었으며, 이 탓에 많은 인원이 불타는 배 안에 갇혀버렸고 결국 미드웨이 해전에서의 단일 항모 최대 사상자인 811명 사망 및 실종이라는 결과를 냄.


카가가 이렇게 카가였던 것으로 뒤바뀌던 시점, 좀 멀리 떨어져 있던 아카기는 자신은 안전하다고 생각했는지 폭격에 대한 대응은 일절 준비하지 않고 제로센을 더 띄울 준비를 하던 중이였음.


(히히 불구경 재밌다.)


그러나 딱 3대의 돈틀리스 급강하폭격기들이 아카기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으니, 바로 베스트 대위와 그 편대원들의 급강하폭격기들.


당시 베스트 대위와 그 편대원들은 급강하를 하던 도중 급강하에서 벗어나 아카기를 향해 날아온 터라 고도가 좀 낮아져 있었고, 그렇기에 이들은 미군 교리대로 순서대로 급강하를 하는 것이 아니라 편대비행 대형 그대로 동시에 급강하를 하고 빠져나오기로 했음.


그리하여 우측 윙맨이였던 크로거 중위 - 베스트 대위 - 좌측 윙맨이였던 웨버 소위 순서대로 급강하에 진입한 이들은 각각 아카기 우현의 대형 연돌, 아카기 갑판에 그려진 일장기, 아카기 함미 부분의 발진 대기중이던 제로센 비행기를 노리고 폭격을 개시함.


당시 아카기에서 이륙 중이였던 제로센들은 급강하하는 베스트 대위의 편대를 보고 다급히 아카기에게 경고를 날렸지만, 대공포사로 탄막을 만들기에는 이미 늦은 시점이였고 결국 아카기는 예광탄만 냅다 뿌리면서 급강하폭격기들의 폭격이 빗나가기만을 기도해야만 했음.


가장 먼저 크로거 중위가 떨군 항공폭탄은 아카기의 5~10m 정도 떨어진 바다에 떨어졌으며, 이 폭탄으로 인해 발생한 물기둥이 아카기 함교의 시야를 가림으로써 상황 파악을 불가능하게 만듬. 뒤이어 베스트 대위가 떨군 폭탄은 아카기 갑판에 그려진 일장기를 강타, 갑판을 뚫고 들어가 비행 엘리베이터를 부수고 내부 격납고에서 폭발하며 아카기의 소화설비와 방화 커튼을 박살내버림. 이 폭발로 인해 격납고 내에서 무장을 갈아끼우고 있던 함재기들과 그 무장이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아카기 내부를 불꽃으로 뒤덮었고, 화재를 진압할 수단을 모두 잃은 아카기는 그대로 타들어가게 됨. 마지막으로 웨버 소위의 폭탄은 아카기의 좌측 갑판을 관통하고 바다에 떨어졌지만 폭발로 인해 아카기의 키와 유폭 방지 물펌프를 고장냈음.


아카기의 함장, 아오키 타이지로 대좌는 나구모 제독에게 퇴함 명령을 내릴 것을 건의했지만, 현실부정의 단계에 빠진 나구모는 한참동안 멍하게 있다가 겨우겨우 퇴함명령을 내리게 됨.


한편, 아카기와 카가의 끔찍한 운명을 직관하고 있던 소류는 공격대 발진을 준비하고 있었던 터라 일단 공격대를 띄우기 위해 우현으로 변침하고 있었음. 관측병과 함교 모두 아카기와 카가가 급강하폭격을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고, 그 결과 요크타운에서 출발한 제 3 폭격비행대대가 자신들의 바로 위까지 접근했음을 눈치채지 못함. 이들이 구름 사이에서 급강하폭격을 시작하고 나서야 견시원이 이를 발견하고 구름 사이 적 급폭기!!를 외치지만 이미 선도기는 급강하를 시작한 상태.


무방비하게 요크타운의 급폭기들에게 얻어맞은 소류는 함수, 함 중앙, 함미에 깔끔하게 폭탄을 1발씩 맞고, 함의 정 중앙에 명중한 폭탄에 의해 격납고가 폭발하며 결국 소류는 아카기, 카가와 같은 길을 걷게 됨.


이 급강하폭격기들의 무자비한 학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항모는 바로 히류였는데, 히류 역시 (제로센들에게 썰리는 중이였던) 요크타운의 뇌격기대대에 의해 공습을 받고 있었어서 나머지 세 항모가 격침당하는 동안 마땅한 대응을 하지 못함.


그리고 미 해군의 공격대가 완전히 물러나게 되자, 히류는 그 유명한 대사를 내뱉게 되는데... 바로 히류의 스킬 명칭의 모티프가 되었던


히류는 아직 건재하다.
( 飛龍ハ健在ナリ )

이쪽이 지금부터 항공전의 지휘를 맡겠다.
( 我レ今ヨリ航空戦ノ指揮ヲ執ル )


당시 10시 22분부터 대략 5~6분동안 진행된 급강하폭격에 의해 일본 해군의 항모는 4척에서 1척까지 줄어든 상황. 히류는 먼저 아카기, 카가, 소류에서 살아남은 함재기들을 전부 수용하면서 아까 전 준비중이였던 공격대를 즉시 발진, 미 항모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날아감.


이 공격대는 일본 정찰기가 미 항모전단을 발견했던 그 위치로 날아가다가 우연찮게도 모함으로 귀환중이던 미 해군의 공격대를 발견했고, 그대로 그 공격대를 항공모함까지 쫓아가게 됨.


그 공격대는 요크타운 소속의 제 3 폭격비행대대였고, 그 결과 히류의 첫 공습의 대상은 요크타운이 되었음.

 


하지만 요크타운은 레이더를 통해 일본의 공격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확인했고, 호위기도 얼마 없음을 확인하자마자 자신의 와일드캣 부대를 출격시켜 마중나가게 함. 이들은 18대의 급강하폭격기 중 11대를 격추하는데 성공하지만, 7대는 기어코 전투기들을 뚫고 요크타운 상공에까지 도달함.


급강하 과정에서 급강하 폭격기 2대가 대공포를 맞고 추락했지만 5대는 무사히 공격을 마치고 히류로 귀환하게 됨. 5발의 폭탄 중 3발이 요크타운에 명중했으며, 한발이 하필이면 굴뚝을 타고 들어 기관실에 명중하는 바람에 요크타운은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됨. 일본 공격대 역시 이를 확인하고 적 항모를 무력화했다라고 판단하게 됨.


하지만 렉싱턴의 죽음에서 데미지 컨트롤의 중요성에 대해 뼈저리게 느낀 미 해군은 공습을 당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요크타운의 주요 시설들을 이산화탄소로 빵빵하게 채워놓은 상태였고, 그 결과 피해를 입긴 했지만 일본 항모들처럼 완전히 무력화되어버릴 정도의 피해를 입지는 않음. 또한 혹시나 자신들의 공격대가 폭격에 휘말릴 것을 염려하여 급강하폭격기들을 전부 엔터프라이즈로 보내버림.


그리고 당시 미 해군의 승무원 교육 방침상 모든 승무원들은 화재 대처 능력과 배의 유지 보수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는 모든 인력이 소방 인원이자 보수 인력임을 의미함. 거기에다가 요크타운에는 수리 계열의 최고 스페셜리스트들이 타고 있었으니,

(노가다 마스터 미스터 노)


바로바로 진주만에서부터 요크타운을 수리해온 슈퍼-전문직 300 공돌이 군단. 이들은 '비켜봐라 애송이들아 수리는 이렇게 하는거다'를 시전하며 단 1시간 30분만에 요크타운을 외형적으로 깔쌈하게 고쳐버린다(...!)


한편 이 사실을 모르는 히류는 항모 1척을 무력화했으니 나머지 하나만 무력화하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당시 일본 해군은 산호해 해전에서 요크타운이 격침당했거나 최소한 지금 실전투입이 될 수 없는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었음) 재빨리 제 2차 공격대를 띄우려고 했지만, 당시 파일럿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해 결국 목표 시간이였던 12시 20분이 아닌 1시 30분이 다 되어서야 2차 공격대가 출발하게 됨.


본래 이 공격대는 일본 해군의 정찰기가 발견한 엔터프라이즈를 공습하러 갈 예정이였지만, 날아가던 도중 적어도 바깥 외형은 새 항모처럼 깔쌈하게 수리한 요크타운을 발견하고 '이녀석이 엔터프라이즈구나!'라고 생각하며 공습을 개시함.


이미 병상에 누워 있어야 할 정도로 허약했던 요크타운은 전력을 다해 일본 뇌격기들의 뇌격을 회피하려고 했지만, 일본 뇌격기들은 어뢰를 하나 던져 요크타운의 회피를 유도한 다음 그 회피하는 방향으로 어뢰 여러발을 더 투하하는, 초고난도의 합격기를 구사해서 요크타운에게 어뢰를 2발이나 명중시키게 됨.

(요크타운 옆에 보이는 하얀 선이 다가오는 어뢰.)

요크타운급 항공모함은 설계상 어뢰에 취약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그 두 발이 치명상이 되어 천천히 침몰하기 시작했음. 요크타운의 함장 엘리엇 벅매스터 대령은 퇴함 명령을 내렸고, 요크타운의 승무원들은 요크타운을 버리고 다른 배로 옮겨타게 됨.


요크타운이 어뢰를 두들겨맞던 바로 그 시각, 요크타운의 정찰기들은 히류의 위치를 발견하고 이를 상부에 알리게 됨. 잠시 후 엔터프라이즈에서 25대의 돈틀리스 급강하폭격기가 이륙하게 되는데, 이중 14대는 자신들의 모함의 침몰에 분노하며 복수를 다짐하는 요크타운의 함재기들이였음.


정보의 착오로 한참 나중에야 보고가 전달된 호넷도 뒤늦게 16대의 급강하폭격기를 띄워 히류를 격침시키러 떠남.


오후 5시경, 엔터프라이즈-요크타운 혼성 공격대가 히류의 상공에 도달했고 엔터프라이즈의 함재기들은 히류를, 요크타운의 함재기들은 히류 옆의 순양전함 하루나를 노리기로 한 채로 공습을 개시함. 그러나 요크타운의 함재기들이였던 제 3 폭격비행대대는 2발의 폭탄이 히류를 빗겨나가자 요크타운의 복수를 떠올리며 히류를 확실하게 조지기 위해 공습 대상을 히류로 바꿈.


그러나 갑작스럽게 끼어든 제 3 폭격비행대대때문에 엔터프라이즈 소속 제 6 폭격비행대대의 급강하 순서가 꼬이게 되어 제로센들의 요격에 취약해지게 되었고, 결국 아카기 격침에 어시스트를 날렸던 웨버 소위가 사망하는 등 상당한 파일럿 손실을 입게 됨.


하지만 그 대가로 엔터프라이즈-요크타운 혼성 공격대는 히류를 확실히 조지는 데 성공함. 


히류에는 총 4발의 폭탄이 적중했는데, 모두 함수 부분에 집중되어 떨어져 히류의 전방 부분을 완전히 작살내게 됨. 특히 자카드 소위의 첫번째 명중탄은 1번 승강기에 직격하면서 승강기를 두쪽으로 박살내고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으며 이후 요크타운 항공대 소속 셤웨이 대위가 2번째 명중탄을, 앞서 아카기를 작살 내었던 베스트 대위가 3번째 명중탄을 함수 부분 일장기 하단을 , 마지막으로 엔터프라이즈 항공대 소속 노르만 더스티 클레이스 중위가 마지막 4번째 명중탄을 일장기 상단에 날림.


이 피해가 엄청나게 아프긴 했지만 사실 전신에 골고루 거의 10발 이상의 폭탄을 두들겨맞은 카가나, 아예 격납고 내부의 모든게 격발을 일으켜 불지옥이 된 아카기, 그리고 정확하게 약점에만 폭탄을 3대 맞은 소류에 비하면 그렇게 엄청 큰 피해는 아니였음. 복구 가능한 정도?


하지만 뒤늦게 도착한 호넷의 폭격기들이 옆에 있던 순양전함 하루나를 공격하면서도 '히류 점마 살 각 나오나? 나오면 죽여뿌려야지'라는 생각에 히류 위에서 얼쩡거리고 있었으며 히류 역시 회피기동을 연속해서 취하느라 수리 및 피해통제에 시간을 쓸 여유가 없었다. 결국 불이 함 전체로 퍼지면서 히류 역시 침몰하는 항모의 수순을 밟게 됨.


(불타오르는 히류)


이렇게 히류까지 잃게 되자 '이걸 더 싸워? 말아?'를 고민하던 나구모도 '아 이건 조졌네'라고 생각을 고쳐먹게 되고 야마모토 이소로쿠에게 후퇴를 건의하게 됨. 나구모의 대패와 우유부단함에 극대노한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그에게서 지휘권을 박탈하고 미 함대를 추격하기 시작했는데, 과거 이야기했듯 야마모토 이소로쿠의 본함대와 나구모의 제 1항공함대는 500km의 거리가 있었고, 전함보다 기동력이 좋았던 미 항모전단은 더 멀리 있었으므로 스프루언스 제독의 판단에 따라 애저녁에 후퇴했던 미 항모전단을 붙잡는 데에는 실패함.


결국 6월 5일 자정이 좀 넘는 시각이 되자,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미 항모전단에 대한 추격을 중지하고 미드웨이 공격을 포기함.


이렇게 미드웨이 전역은 끝나게 되고, 미군의 역사에 남을 대승으로 기록되게 됨.


(침몰할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요크타운)


전투는 끝났지만, 그 뒷처리가 끝난 것은 아니였음.


미 태평양 함대 지휘부는 요크타운의 어뢰 피격 및 전투불능 소식을 듣고 적에게 넘겨주지 않기 위하여 뇌격처분을 명령했는데, 막상 뇌격처분을 하러 가까이 다가간 미 구축함들이 판단하기를 요크타운은 잘만 하면 인양을 해서 수리를 할 수 있는 상태였음.


공돌이들 1승


그리하여 우리의 영원한 캬루 하무망...아니 USS 허먼이 요크타운을 인양을 하고, 나머지 구축함들이 요크타운을 호위하는 형태로 요크타운의 인양이 진행되게 됨.


그렇게 한참 인양작업이 진행되던 도중...


미드웨이 해전이 끝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전달받고 주변을 배회중이던 일본 잠수함 I-168에게 발각되게 됨.


미 구축함대는 접근하는 I-168을 발견하지 못했고, 결국 I-168은 요크타운과 요크타운을 인양중이였던 허먼에게 뇌격을 4발 성공하게 됨.


허먼은 어뢰를 한발 용골에 맞고 그대로 배가 반으로 찢어지며 격침당했고, 1발은 빗나갔으며, 2발의 어뢰가 요크타운에게 명중함.


주변 구축함들은 요크타운의 복수를 위해 I-168을 조지려고 했지만, I-168은 결국 도주에 성공함.


한편, 어뢰 두발을 더 맞은 요크타운은 분명 침몰해야 함에도 아슬아슬하게 해수면 위에서 버티고 있었음. 이를 악물고 버티는 요크타운의 의지를 느낀 요크타운의 승무원들은 요크타운에 다시 탑승하여 복구작업을 시작해야 하나 몇번이고 고민했지만, 날이 어두워지는 데다가 기상이 점차 악화되고 있어서 결국 상부의 판단 아래 요크타운을 버리게 됨.


하지만 요크타운은 날이 어두워져도, 기상이 악화돼도, 날이 넘어가도 꿋꿋하게 최선을 다해 견뎌냈고, 결국 뇌격을 당한지는 만 하루, 전투 종료 이후 2일 가까이 된 6월 7일에야 가라앉게 됨.


이를 본 요크타운의 승무원들은 '명령 ㅈ까고 탑승해서 배수 펌프라도 설치할 껄 그랬다...'라며 너무나 후회했다고 함.


R.I.P.

요크타운급 항공모함의 장녀, CV-5 요크타운 여기 잠들다.


일본 해군의 완패, 미 해군의 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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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미드웨이 해전에서부터 미국이 승기를 잡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인데, 사실 이건 틀린 사실임.


미드웨이 해전은 미국의 열세를 미국VS일본이 비등비등해질 정도로 끌어내린 전투였고, 미국이 확실한 우세를 가져간 것은 미국이 기적적으로 희대의 대승을 찍은 과달카날 해전 정도까지 가야함.


하지만 미드웨이에서의 대승이 태평양 전쟁의 판도에 거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기에, 미드웨이 해전은 태평양 전쟁의 주요 분기점 중 하나로 취급받음. 실제로도 맞고.


그러면...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