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됐어. 사람들 반응도 괜찮고, 우리가 맡은 역할은 이제 끝내도 될 것 같군.”

“...그런가요. 저기요, 만쥬 씨.”

앤슨, 아니, 그런 배의 이름을 잠시 빌렸을 뿐인 나는 작은 병아리 같은 생명체에게 말을 걸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일이 의미가 있었나요?”

“그거야 당연하지. 사람들은 더 이상 불만을 가지지도 않고, 대체제로 내놓은 소개에 모두 만족했는걸. 너도 더 이상 이런저런 구설수에 오르지 않아도 된단 말야.”

“...그렇죠, 처음부터 그런 것이 목적이었으니까. 지난 일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죠.”

나는 지금은 사라진 것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었다. 서른 시간 가까이 준비했던 인삿말은 이제 더 이상 의미를 가지지 않았고, 건넬 필요도 없는 것이 되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 내가 가만히 인삿말을 건네는 것은 거진 아무도 바라지 않았던 결말이었으니까. 나로써도 백에 하나 있을법한 가능성을 두고 준비하고 있었던 일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렇긴 하지만, 커다란 역할을 맡아줘서 고맙다, 쥬.”

병아리 같은 생명체, 만쥬는 말했다.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왔던 그 작은 생명체라도, 이번 일이 ‘일상적’이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었던 것일까. 말투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나도 이런 상황쯤은 이해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자원했던 일이다. 그렇기에, 억울해 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훌쩍...!

“쥬...? 쥬...”

만쥬는 걱정하는 표정으로, 내 발치에 서서 날 가만히 올려다봤다. 나도 금방 눈물을 끊어내고 싶었지만 쉽사리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설령 백분의 일이더라도, 천분의 일이더라도, 그에게 건넬 말을 찾고 있었는데.

그렇게 한참이 지난 후에, 다시 만쥬는 내게 말을 걸었다. 아까보단 훨씬 조심스러운 말투였다.

“...미안하다 쥬. 여러 가지 요인이 겹치긴 했지만, 결국 네게 부담을 지운 것임은 틀림없다 쥬... 최대한 방법을 찾아보겠다 쥬...”

나는 고개를 굳이 끄덕이지 않았다. 최대한 방법을 찾아보겠다. 그런 말이 실질적으로 의미를 가지는 일은 많지 않았으니까. 그렇지만 연기하는 것쯤은 익숙하지 않은가. 나는 그것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애써 미소를 지은 채로.

“고마워요. 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고맙다, 쥬.”

만쥬는 날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음에도 나는 결말을 알고 있었다. 이미 꺾인 꽃에는, 더 이상 회생을 기대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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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파
나도 마음에 안 들긴 했는데
영영 사라질 것 같은 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