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칭 [옵저버]. 세이렌 중 하나였던, 그 진영과의 연락을 받아낸 지휘관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태 6년간, 거의 7년 가까이를 세이렌과 싸워왔던 그로서는, 세이렌이라는 진영은 여전히 적이었다. 갑작스럽게 도움을 청한다 해도, 신용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미뤄두고서라도, 과연 하루아침에 적이었던 존재를 아군으로써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고민이 많아 보여, 지휘관. 아직도 망설이고 있는 것 같은데.”

“그야 당연하지, 마르코 폴로. 이 세상 모두가 너처럼 야망에 미쳐있지는 않아...”

비서함인 마르코 폴로는 망설일 필요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세이렌 진영과 손을 잡는 것은 위대한 시르데나 엠파이어의 이름을 떨치는 일이라고 하던가-. 그렇지만, 기껏 대형 진형들과의 협상과 관계를 통해, 겨우 아주르 레인의 이름을 되찾은 직후였던 지휘관은 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세이렌과 손을 잡겠다고 말하는 순간-, 가까스로 복구한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지도 모른다. 특히, 세이렌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던 진형들부터.

“그런데 너도 말이지-, 겨우 사르데나의 심문실에서 빠져나온 것 아니었어? 그런데도 여전히 야망이라든지 하는 소리가 나와?”

“’본질’을 바꿀 수는 없는 거야. 겨우 심문 따위가 나를 이루고 있는 개념을 바꿀 순 없지.”

“어어, 클레망소. 갑작스럽게 무슨 일이야?”

“히이익?!”

폴로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구석으로 파고들었다. 대체 클레망소로부터 무슨 일을 겪었던 것일까. 폴로는 지휘관이 장난친 것임을 알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렇지만 의장을 빼앗기고, 약한 힘으로 그를 툭툭 칠 뿐이었다.

“너무해! 남의 고통을 가지고 이용해 먹을 셈이야?”

“그거야말로 네가 바라던 일이잖아. 세상 누가 마르코 폴로의 이름을 다룰 수 있겠어.”

“그, 그건 그렇지만...으...”

불만을 말하려던 폴로는 잠시 머리를 굴리더니, 이내 다시 비서함의 업무로 돌아갔다. 그녀를 다루는 방법을 조금씩을 알아가는 것 같아. 지휘관은 불만 가득하지만 명령에 따르는 폴로를 보며 생각했다.

‘확실히, 옵저버가 말했지.’

이들은 무엇이냐고. 그것뿐만은 아니었다. 옵저버의 목소리에선, 여태 세이렌에게선 느끼지 못했던 어떤 감정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지휘관은 옵저버의 심문 기록에서 분명히 읽었다. 이런 데에 특기인 클레망소의 전갈인 만큼, 틀림은 없을 것이다.

‘무언가를 정말로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폴로의 존재에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폴로의 존재는, 세이렌에게 있어서는 ‘아직 관측하지 못한 무언가’임에 틀림이 없어.’

관측하지 못한 무언가. 수십, 혹은 수천개의 세상을 되풀이하며 결과값을 쌓아왔던 세이렌이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는 게, 과연 존재할까?

지휘관은 생각했다. 마르코 폴로와 같은 존재는 결코 처음은 아니었다. 채셔, 드레이크, 힌덴부르크...폴로와 같은 존재는, 지금 우리 모항에 존재한다.

“폴로, 클레망소에게 전해줬으면 하는 게 있어.”

“크, 클레망소에게...그래, 말해. 마르코 폴로가 어떤 걸 전해줬으면 하는지.”

폴로는 두려워하면서도 순순히 따랐다.

“옵저버에게 이들의 이름을 듣고, 상태를 물어봐 줘. 세이렌이 우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어떻게 반응하는지 떠보는 것을 중점으로 말야.”

지휘관은 수십이 넘는 ‘계획함’들의 이름을 적어 폴로에게 넘겼다.

 

옵저버는 심문실에서 상당히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심한 고문이나, 예상했던 심문은 아예 없을 정도로. 그저, 가만히 앉아있거나 시간을 보내는 정도였다.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변한 것이라곤

“벌써 시간이 꽤 지났지만, 신기한걸. 우리가 정말로 세이렌의 본채를 붙잡아 둘 수 있다니 말이야.”

“......고작 이런 데 시간을 낭비할 여유 따위, 없는데.”

옵저버는 적대적으로 클레망소를 쏘아붙였다. 그렇지만 클레망소는 태연하게 반응할 뿐이었다.

“으음, 그래도 우리의 상황은 꽤나 좋은 편이라서 말이야.”

“어차피-, 너희 쪽에선 세이렌인 나를 믿을 이유 따윈 없겠지. 그래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끌어모으려고 시간을 이렇게 끌고 있는 거고 말이야.”

“아까 말을 못 들은 걸까?”

“하, 겨우 ‘아주르 레인’의 결성을 되찾은 걸로 만족하다니.”

클레망소는 어떻게든 얼굴빛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녀의 특기는 책략이다. 그렇기에, 가면을 써서 속마음을 숨기는 일 정도야 익숙하다.

그렇지만 옵저버는 우습지도 않다는 듯이 그녀를 비웃었다.

“왜, 고작 너의 속마음 따위를 읽지 못할까 봐? 나는 너 같은 것은 수백, 수천 번도 지켜봤어. 너희들이 수십년 동안 헛되이했던 그 시간이 고작 ‘아주르 레인’ 같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을 위한 여정이었다니. 나 스스로도 놀란 일이었는걸.”

“수백, 수천 번의 [주기] 말이야? 아무래도 상관없는걸.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주기]를 열심히 따를 뿐이야. 변별이 생긴다면 뭔가 다른 방향성이 생긴다는 것 정도가 우리가 바랄 수 있는 모든 것이겠지. 그렇지만 그 중 변별점이 모이고 모여, 우린 [옵저버]의 본체에까지 다다르게 된 걸까?”

“그거야 이런 짓을 할 만큼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는 뜻이겠지. 아는 게 적은 만큼 이해하는 것도 적겠지만, 이런 태도를 좀 거둬들여야 할 필요성도 있을 것 같은데...적어도 내가 아는 [클레망소]는 내 말도 이해 못할 만큼 멍청하진 않았단 말야?”

둘의 눈빛에서 서로 불꽃이 튀었다. 심문실의 상황을 기록해야 하는 카라비니에레의 입장에선 눈물이 나는 일이었다.

‘이걸 무슨 수로 기록해야 할까 말입니다...’

두 여인은 서로를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이렇게 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입니다. 지휘관 님...

 

카라비니에레의 기록을 읽은 지휘관은 머리를 싸맬 수밖에 없었다. 클레망소가 부탁한 일을 처리해주지 않았으니까.

‘서로 죽치고 싸운 지 한 시간째.’ 이게 과연 무슨 기록이 된다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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