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 The Bridge(함교)의 약자. 그녀의 시스템에 매료되었던 것도 한때뿐이었다. 나는 감정이 없는, 성격이 희미한 그 시스템에 있어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고, 이내 무료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Tb 육성 계획은 그것을 위한 프로젝트였다. 모항의 남아도는 물자로, 그녀에게 어떤 변화를 줘보자는 목적을 가지고 실시한. 그 일은 효과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녀에게서 대부분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한 달 가까이는 그랬다.

문제가 생긴 것은 그 이후였다. 처음에는 아카시가 준비해 준 버츄얼 장치를 해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간 늦어진 것이 어떤 것의 전조였다. 그 시간은 적게는 일 분, 그러다 일주일 뒤엔 오 분 정도로 늦어지더니. 나는 아카시에게 점검을 부탁했지만, 나로서도 처음에는 tb 육성 계획에 깊은 흥미를 느끼고 있었을 즈음이라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탓이 컸다.

현재 tb 육성 계획은 150번째-, 혹은 160, 170 언저리일지도 모른다. 나는 몇 달이고, 몇 년이고 이 가상공간으로부터 빠져나갈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녀의 가능성 전부를 살펴보는 것도 전혀 소용없는 일이었다. 두 번을 반복해봐도, 세 번을 반복해봐도. 변화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그녀의 결말을 아주 잠깐 지켜본 다음 아이 모습의 ‘tb’를 맞이하는 것 뿐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후우...후우...”

약간의 시간이 흐른 지금, tb는 여느 때처럼 두 번째로 성숙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통칭 ‘활발’. 나는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그녀를 따라 바쁘게 유원지를 돌아다니다가 가쁜 숨을 내쉬어야 했다.

“에이, 평소에 운동을 안 해서 그래요!”

Tb의 목소리가 날 자극했다.

“숨이 차는 건...아무래도 상관없어...”

“하하, 말할 힘이 남은 걸 보니 이제 완전히 돌아왔네요~.”

벌써 몇 번이고 들은 말이다. 나는 진절머리 난다는 듯이 애써 날 멋대로 움직이는 그 힘에 저항하려 했다. 몇 번이고 같은 대사를 말하는 것도 질렸다.

“...벌써 여섯 번째야...”

“다음은 플룸라이드 어때요? 저 완전 기대했거든요!”

“...여섯 번째라고! 같은 상황만, 여섯 번째!”

순간 Tb의 표정이 흐려진 듯한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그녀는 미소밖에 보여주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네요...어디...”

그녀가 날 데려간 곳은 회전목마 바로 앞이었다. 이 흐름도 몇 번이고 보았다.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었다.

“회전목마 타러 가요!”

“...마음대로 해.”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나는 사진을 찍고 있었다. Tb의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로.

“초점 맞았어요? –예쁘게 찍어 주세여!”

그렇게 말하기도 애매한 억압력 속에서, 나는 하루 종일 그녀와 함께 유원지에서 시간을 보냈다.

“다시...똑같은 방 안이야...”

그녀와 내가 함께 사는 집 안. 다음 있을 일은, 크리스마스 시기였다.

“안 돼...안 돼...어떻게든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야 해...”

주문처럼 되뇌이는 말을 중얼거리고...나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으려 애썼다.

“어어-, 정말 이런 스케쥴로 괜찮아요?”

TB는 이상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그녀를 집 밖으로 내쫓듯이 내보냈다. TB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어려있었다. 그녀의 기분을 고려하지 않은, 일주일 내내 아르바이트-, 그렇지만, 나는 그녀의 얼굴 따윈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가 여기에서 빠져나가지 못했다는 사실이 점점 생생하게 다가왔지 때문이다. 아니, 사실 아무래도 좋았다.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그런 것을 생각하기 전에, 그녀의 얼굴 따윈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루 종일 생각에 잠겨 폐인처럼 시간을 보냈다. 겨우 바쁜 스케쥴을 끝내고 온 TB가 날 보며 깜짝 놀랐다.

“지휘관, 밥은요? 하루 종일 가만히 계셨던 거에요?! 세상에!”

“...시끄러워. 기계 주제에...”

나는 어기적어기적 방으로 돌아갔다. TB의 표정은 보지 못했지만, 보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침대에 누워 가만히 시간을 보냈다. 가끔 문을 두드리는 TB의 목소리를 모른 척 한 채.

“지휘관, 오늘은 옛날 이야기...안 들려 주나요?”

“옛날 이야기? 옛날 이야기? 그런 게 필요해? 다 컸잖아. 그런데 고작 옛날 이야기가 필요해?”

“지휘관...? 그렇지만, 며칠 전에 분명 자기 전에 이야기를 해 주겠다고...”

“......그 땐 내가 잠깐 정신이 나갔었나 보지. 네 방으로 들어가기나 해.”

나는 이불을 끌어안은 채 애써 TB를 무시했다. 어차피 기계다. 정해진 대로밖에 행동하지 못하는 장치. 기계한테 애써 동정심을 느낄 필요는 없다.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내일이면 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을 걸어오겠지. 무시하는 편이 낫다. 인식하게 되면, 결국 내 정신력만 갉아먹힐 뿐이다.

“오늘도, 이런 스케쥴로 괜찮은 걸까요...?”

“잔말 말고 가기나 해.”

어차피 네 가능성에 대해선 관심 없다. 나는 그런 심정이었다.

“...벌써 몇 달 째, 나들이에 데려가주지도 않고...!”

“...뭐?”

“...지휘관, 변했어요. 요새 전혀 나들이에 데려가주지도 않고,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지도 않고. 차가워졌어요. 아니, 곧 죽을 사람처럼 보인단 말이에요!”

“...죽을 사람?”

TB는 울고 있었다. 왜 울고 있는 거지? 기계 아니었나? 나는, 뭐가 잘못된 것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알 수 없었다. 가짜잖아. 그녀의 감정도, 이 세상도, 전부...

“너...너가 울면 안 되잖아...”

“왜요? 지휘관이 힘들어 하는데, 나는 울면 안 돼요? 왜요?! 어제 했던 말 때문이에요? 내가 기계라고 해서, 아무것도 못 느낄까봐?”

“......”

“왜 그러는 거에요? 설명이라도 해 봐요, 좀!”

나는 그녀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고...내가 처한 상황을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돼요. 여기가 가상 현실이고, 지휘관은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었다니...”

“사실인걸. 벌써 몇 년 째야. 그동안 예민하게 굴었던 건 미안해. 그렇지만, 여길 어떻게든 나가고 싶은 것 또한 사실이야... TB, 제발 날 도와줘. 더 이상 견디기가 힘들어서 그래...”

“...알겠습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볼게요.”

TB는 내 말을 수긍하며, 그렇게 대답해 주었다.

TB는 스케쥴에 따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내가 정해준 대로 움직였다. 그렇지만 그 시간 외에는 그녀는 최대한 바깥 세상에 대한 것을 알아보려 했다. TB의 능력은 헛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장치에 문제가 없다느니, 그런 바깥 세상의 이야기들을 하나둘씩 가져오기 시작한 것이다.

“...바깥에서, 움직임은 없었고?”

“네...이상하죠. 그렇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방법을 찾아볼 테니까요.”

“......”

그렇게 일주일 가량이 지나고, 또 일주일 가까이가 지났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TB는 여러모로 바쁘게 움직이는 듯 했다. 그러다가, TB가 문득 말했다.

“......기계에는, 초기화 장치라는 것이 있다고들 해요. 저 컴퓨터는 물론, 저도...혹은 지휘관이 쓰고 있는 어떤 기계라는 것도 예외는 아니겠죠.”

“그런데...?”

“보통 초기화 장치라는 건, 기계가 생각치도 못 했던 상황에서 발생한다 하더라구요. 지휘관이 쓰고 있는 그 장치는, 뭘 위한 기계였나요?”

내가 쓰고 있는 기계. 그것은 TB의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제작된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즉-, TB의 가능성 중에, 기계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은...

“...모르겠어...”

“...천천히 생각해 주세요. 저도 최대한 찾아보겠어요.”

날은 지나고, 어느덧 크리스마스 시기가 되었다. 산타 복장으로 갈아입은 TB는 집을 부지런히 꾸몄다.

“지휘관, 상황은 이해하지만...이런 날은 즐기도록 해요. 최근 안색이 너무 나쁜걸요.”

“...고마워. TB, 넌 내 편이구나.”

“그럼요, TB니까요. 사실, 기계가 예상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저도 기계지만-, 뭔가 놓친 게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놓친 거?”

“기계가 예상하지 못하는 것. 그게 과연 뭘까요? 이런 상황에서 사람이 으레 할 법한 일을 하지 않는 것.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발상. 그게 뭘까요? 인간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는데-, 지휘관은 인간, TB는 기계. 그렇다면, 지휘관만이 생각할 법한 것은, 대체 뭘까요?”

 

“그게 과연-, 뭘까요... TB가 인간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는데요-, 선물로 뭘 주면 좋을지...”

TB의 미소, 그녀가 건넨 ‘선물’이라는 것...그녀가 입은 옷은, 결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를 유혹하기 위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그녀를 벽에 대고, 밀어붙였다.

“......기계가 생각하지 못할 법한 무언가.”

“하나뿐이었어요, 지휘관. 여기에 있는 건 TB랑 지휘관, 단 둘 뿐이었으니까요...당신과 나 뿐인, 그런 곳이니까...”

TB, TB...? 내가 인식할 수 있는 것은, 기계치고는 그녀의 입술이 부드러웠다는 것 뿐이었다.

하룻밤 동안의 교태와, 신음이 교차하는 공간이었다. 잠깐 동안은 이 곳을 빠져나가는 것에 큰 의의를 두지 않았다. 그녀가 교성을 지르고 있었던 것만이 내 관심사였으니까. TB는 매혹적으로 울부짖었다.

“...지휘관, 이 곳을 떠날 수 있다면, 당신은 사라지나요?”

“...몰라. 몇 달, 몇 년 동안 여기 묶여있었는데. 어떻게 정을 붙여?”

“그렇겠죠...당신도, 틀린 모양이에요.”

“...뭐?”

“몇 번이나 반복하면, 진정으로 나를 사랑할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요?”

나의 몸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팔다리가 투명해진다-, 이윽고, 아무것도 볼 수 있는 것이 없어진다.

“... TB에게 의존하는 것 까지는, 효과가 뛰어난 것 같아요. 다음 ‘지휘관’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해줄까요?”

 

 

처음에는 아카시가 준비해 준 버츄얼 장치를 해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간 늦어진 것이 어떤 것의 전조였다. 그 시간은 적게는 일 분, 그러다 일주일 뒤엔 오 분 정도로 늦어지더니. 나는 아카시에게 점검을 부탁했지만, 나로서도 처음에는 tb 육성 계획에 깊은 흥미를 느끼고 있었을 즈음이라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탓이 컸다.

......

“에이, 평소에 운동을 안 해서 그래요!”

TB, 나는, 몇 번이고 이 말을 되풀이할 것이다. 그에게 있어, 가장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으니까.

“숨이 차는 건...아무래도 상관없어...”

...과연, 470번째 ‘지휘관’은, 어떤 반응을 이끌어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