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가토오오...."

"흥, 이젠 님도 빠지는거냐?"

"거, 나한테 다 짬처리하고 명예직함 다신 분이..."

"그래도 짐은..."

"알죠."

나는 나가토를 무릎에 올려놓고 일을 봤다.
나가토가 제일 좋아하는게 이거였으니까.
"그나저나 이 일은 이렇게 처리하면 되는게 아니냐?"

"아 이건 내가 놓쳤다. 고마워."

나가토가 가끔 비서함을 와주면 고마운게, 내가 볼 수 없는 시각에서 일을 처리할 수 있게 해준다.

애초에 중앵의 지배자였으니.

이젠 뭐. 내가 다 떠맡아버렸지만.

아마기와는 다른 방향의 지혜. 아마기가 전술적인 지혜가 뛰어나다면 나가토는 정치적, 정국을 보는 능력이 정말 뛰어나다라고 표현하지 못할만큼 대단하다.

야마토가 휴면인 지금 중앵의 지배자를 맏고있을만한 능력이랄까.

그런 능력을 가지고도 나한테 짬처리를 해버린 녀석이 괘씸하기야 괘씸했지만, 그간 나가토가 버텨주지 않았다면 진작 중앵은 무너졌을 거란 말에.

이 짬처리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뭐, 아카기도 있고, 아마기도, 쇼가쿠나 즈이가쿠, 하쿠류...무사시...중앵의 모두가 날 도와주니.

웃으면서 받아들일 수 있는게 아닐까.

"지휘관~뭐해?"

아. 그리고 새로운 식객이 생겼다.

비스마르크 츠바이.

이년도 나가토랑 똑같은지 또 울리히랑 데어그로세에게 짬처리를 던진 뒤, 우리 진수부에 식객으로 머물고 있다.

도대체 왜 그러는거야.

당장 나가라고 소리쳤지만...

'그런식으로 하면 동맹 안 해! 나 삐진다?'

란 되도 않는 협박을 하는 바람에..씨벌.

요새 아마기,아카기의 눈초리가 점점 더 날카로워진다.
젠장. 맨날 따먹히는 내 입장도 생각해주란 말야

"지휘관, 또 여자를 늘린거냐?"

"아니야"

"그럼 도대체 철혈의 지배자가 왜 네 곁에서 헤실헤실 웃으면서 얼굴을 보고있는거지?"

"낸들 알겠냐."

"짐은 이해한다. 영웅은 호색한이란 말이 있지 않느냐?"

중앵과 철혈의 지배자란 양반들이 일반인 군바리 잡고 이게 무슨 짓이냔 말입니다 이 함선들아...


"빠안 ㅡ 히..."

"왜..."

"진짜 총통 안할거야? 울리히랑 데어그로세한테 얘기만 하면 바로 도장 쾅 찍어줄건데"

씨발 지금도 업무에 깔려죽겠다!

삼라만상의 업무들이 날 죽이려 달려드는데 참 별...

"저기, 비스마르크씨."

"네? 아마기씨..?"

어우, 아마기의 목소리가 서늘하다. 

"저희 진수부의 기둥을 빼가실려고 하면 식객이라고 해도 참모장으로써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요..?"

반지를 가만히 드러내며 포식자의 송곳니를 드러내는 아마기.

저래 보면 역시 아카기의 언니가 맞구나 싶다.

"히익...자, 잘못했습니다..하지만! 언제든 스카웃 준비는 되어있으니까 철혈 총통 자리 탐나면 오라고?"

빛의 속도로 사라지는 비스마르크.

"아마기, 그렇게까지 위협할 필요는.."
"지휘관님, 요새 지휘관님을 노리는 여우가 너무 많아요.."

"엥?"

"그 검은 여우년도 그렇고, 저년도 그렇고. 죄다...지휘관님은 사람이 너무 좋으셔서..."

어째 아마기의 뒤로 무시무시한 기가...

***

한차례의 파란이 지나가고, 퇴근할 시간이 다가왔다.

"아마기, 그러고보니 곧 여름 휴가철이네..어디 갈까?"

지금은 4월 말, 곧 5월이 지나고 6월부터는 교대로 휴가를 가기 때문에, 곧 휴가철이 맞다.

"우음, 아카기랑 카가랑 얘기해볼까요? 오키나와에 가고싶다고 하긴 하던데."

"오키나와라..."

오키나와..군생활 할때 한번인가 두번인가 가봤었지.

"좋지. 오키나와.."

"수영복, 보고싶으신가요?"

"좋지.."

아마기는 나에게 붙어 팔짱을 꼈다. 

"퇴근할까요?"

"응. 가자."

"하아암..."

오늘도 비서함 업무로 고생한 아마기를 데리고 진수부를 빠져나왔다.

"지휘관님~"

나한테 앵겨오는 아마기. 이럴땐 항상 나에게 업히고 싶어하는 것이다.

"업어줘?"

"네에~"

나는 아마기를 업고 천천히 집으로 돌아갔다.

대형작전으로 인해 아카기와 카가는 지금 남해안쪽으로 나가있으니 참 아쉬웠다.

집이 빈 느낌.

"집이 빈 느낌이네요."

"너도 그렇게 느끼지?"

"네..."

남해안에 세이렌 함대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이스트글램과 함께 대 세이렌 작전을 위한 전투였다.

그때, 긴급통신이 들어왔다.

"지휘관, 세이렌의 대함대다! 어서 지휘를!"

카가에게서 들어온 긴급통신에 AR 헤드셋을 장비하고, 시야공유를 시작했다.

"상황은?"

"이스트글램쪽은 대파되서 모항으로 후퇴중이고 지금 전선을 유지할 수 있는건 우리뿐이다."

"역으로 잡아먹는건 가능할거같아?"

"전함이 모자르다."

"전함...지금 비스마르크한테 지원해달라고 하면 전선이 무너지기 전에 도착할거 같아."

"...으음."

" 비스마르크?"

"듣고 있다. 지휘관"

"지금 증원 가능해?"

"언제든 준비만전이다."

"그러면 지금 5항전이랑 같이 지원가능하지?"

"알았다. 대신...이 전투에서 이기면.."

"그거 사망플레그니까 집어치우고 살아서 와."

"알겠다. 이기고 오겠다"

***

남해.

지금 이곳은 피와 살점이 난무하는 전쟁터였다.

"젠장, 도대체가 이것들은 어디서 계속 나오는거야!"

베고, 찢고, 죽이고. 꿰뚫어도 끊임없이 증식해오는 세이렌 함대.

스타에 나오는 저그마냥, 끝도없이 기어나온다.

"젠장..이러다 중과부적으로 밀리겠군..지휘관한테 꼴사나운 모습따윈 보여주기 싫었는데.."

끝없이 나오는 양산함들을 베어넘긴다. 그뿐..

그때.

다가오는 자폭선을 보지 못한 탓일까, 빠르게 달려오는 자폭선을 이제서야 본 카가.

"아차. 젠장..!"

카가는 눈을 꽉 감았다. 이건 대파다.

분명, 사랑하는 자의 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 눈을 감은 그때.

"울부짖어라! 게리온!!"

비스마르크의 의장이 번개처럼 자폭선을 물어뜯었다.

"늦을뻔했군. 늦었으면 지휘관 볼 낯이 없었을거야. 카가. 괜찮나?"

"어, 그래..비스마르크."

"카가!"

"언니, 전 괜찮..."

"어디 다쳤어? 용골은? 눈은? 의장은? 괜찮은거야?"

"괜찮습니다.."

"괜찮으니 망정이지..."

"아하하..두사람은 사이가 좋군..증원이다. 이제 몰아낼 일만 남았군."

"저희도 왔다구요?"

"선배님들!"

"쇼가쿠, 즈이가쿠!"

"이정도면 할만 해 보이는데? 지휘관. 명령을 내려줘."

"좋아. 반격이다. 여기서 저놈들을 몰아내고 이 해역을 확보한다!"

비스마르크의 강화함포가 불을 뿜었고

역시 독일의 기술력은 세계제일! 이란 소리가 절로 나오는 억소리나오는 화력에 가슴이 떨렸다.

총통...하고싶을지도?

강화함포...저건 나중에 연구 대상이다. 야마토급들한테 달아주면 좋아죽겠지.

그리고 요새 무녀님들도 안 보러 갔으니, 한번쯤은 보러가긴 해야겠다.

"몰아쳐라!! 게리온!!"

젠장..! 기계쌍두룡이라니..! 존나 로망 쩔어..!

게리온의 주포가 불을 뿜어대고, 세이렌 함대는 이어지는 포격에 휘청하기 시작했다.

"으랴아아아!!"

"헤르밋!"

"비스마르크! 분명히 가라앉은거 아니었어? 오랜만이네?"

"우리 앞바다에서 꺼져라."

"우리 앞바다라...여긴 중앵 앞바다 아니었어? 너희가 무슨 상관인데?"

"그럼 뭐 제가 꺼지라고 해야 꺼질건가요 당신은?"

"아하하...그건 아니지 아카기."

"그럼 곱게 아가리 싸물고 뒤지든, 코어를 내놓던 하세요."

눈이 싸하게 죽는 아카기.

그리고 그 뒤로 피어오르는 거대한 불.

"카가. C0F로 가자."

"드디어 그 전술인가요.."

C0F,지휘관이 고안해낸 대 세이렌 전술 중 하나.
고화력 지원으로 해협으로 몰아붙이고, 해협에서 망치와 모루로 깨부순다.

그 덕에 지금 하쿠류는 심심하게 누워 울돌목에서 세이렌 잔여함대를 제거하고 있던 중이었다.

"이 잔챙이 새끼덜아! 어딜 중앵...앞바다 맞나. 여긴 조선이잖아..? 아무튼. 어딜 기어들어오는거냐!!"

"하쿠류, 언니한테서 연락이다."

"아? 드디어?"

"C0F다."

"뭐야, 그럼 세이렌쪽 네임드란 소리 아냐?"

"정답."

바다의 와룡이 드디어 몸을 펼치는 순간이었다.

"몰아붙여라! 게리온!!"

"큭..."
착실하게, 천천히. 숨통을 조여나가기 시작하는 함대.

지금까진 굉장히 좋았다.

적어도 저놈들의 증원이 또 밀어닥치지 않았다면 말이다.

하지만, 괜찮다. 우리도 미리 보내둔 하쿠류와 토사가 밀어닥쳤으니까.

"가자!!"

하쿠류의 검이 세이렌을 베어넘겼고. 

"강림하라 천벌이여!!"

"흥, 날뛰어주마! 누가 위인지 깨닫게 해주지!!"

토사의 카타나와 함포가 헤르밋을 몰아넣기 시작했다.

결국 울돌목까지 몰아넣는데 성공했고, 최소함대만 유지한체 빠지는 아카기와 카가, 하쿠류.

그리고 이미 울돌목 외부에서 함포사격을 준비중인 비스마르크까지.

완벽했다.

"화력 전개!!"

내 명령과 함께 분쇄되어버리는 세이렌의 함대.

"하아, 하.."

"끝이다."

"컥!"

"...지휘관. 녀석을 잡았다."

"해역 확보하고 모항으로 돌아와."

"칭찬은..?"

"들어오면 해줄...게.."

아, 씨발...다수의 성정코어와 연동해서 시각공유를 하게 도와주는 이 장비는, 쓰고나면 피로감이 너무 심해져 일주일정도는 쉬어야 하는 부작용이 있다.

"지휘, 지휘관? 괜찮은거냐?"

"아아. 통신보안, 참모장 아마기 통신 받았습니다. 이 장비가 저희 코어랑 직접연결해서 시각을 공유하는거라 아마 뇌가 많이 피곤하셔서 그럴거에요. 나머지 보고는 저한테 해주세요."

"알았다. 세이렌 대함대 완파. 함대 기함 헤르밋을 잡았다."

"이외에 다친 인원은요?"

"카가가 경미한 부상을 입은거 외에는 전원 무사하다."

"알겠습니다. 곧 정리되는대로 개선식 준비를 진행하겠습니다."

***

"으음...아마기, 아카기...카가.."

머리가 아팠다. 그놈의 시각공유 장비는 전적으로 내 코어해석 능력에 의존해서 뇌와 직렬로 연결해서 쓰는 장비다 보니, 뇌에 지옥같은 부하가 걸리기에.

"아..일어나셨어요?" "일어났나." "일어나셨어요..."

세 모후모후가 꼬리로 날 감싸안고 있는걸 보니 승전했나보다.

그리고, 왜인지 내 손을 잡고있는 시나노와 무사시까지.

"무녀님들은 왜 여기..."

"하암, 그대가 누워있는 미래를 보아서...급히.."

다시 내 팔에 기대 조는 시나노.

"이 여우..떨어지세요."

"에..중앵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하려 하는 것이냐..?"

"제 남편입니다만."

"히끅..."

아마기의 기세에 눌리는 시나노.

"그치만..영웅은 호색한이라는데, 지휘관 아랫도리에 물으면 괜찮다고오~하지 않을까나?"

"그 아랫도리 제가 제일 잘 압니다. 떨어지세요"

"힝. 남편 공유좀 하자! 욕심을 중단하라!"

"중단하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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