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관이 실종된 지 벌써 사흘째다.

그가 어떻게 사라졌는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채였다.

다만 마지막으로 작전을 나갔던 사우스이스트 해역, 그 근처를 기약 없이 탐색하며 흔적을 찾을 뿐이었다.

“엔터프라이즈, 헬레나. 둘에게 할 말이 있어요.”

그 날 해역에 출격을 나갔던 것은 단 셋, 엔터프라이즈와 헬레나, 그리고 베스탈 뿐이었다. 셋이서는 조금 버거웠지만, 지휘관의 능숙한 지휘 덕분에 가까스로 그 날의 목표는 달성할 수 있었다.

문제가 생긴 것은 그 다음이었다.

모항으로 돌아오는 도중 지휘관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실수한 것으로 생각했다. 지휘관은 엉뚱한 이유로 하루나 이틀 정도를 사라져 버리곤 했으니까.

그렇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이 확실해졌다.

지휘관이라는 사람은 누군가를 걱정시킬 존재가 아니었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고 해도 적어도 편지 한 장쯤은 남겨두고 가는 인물이었으니까.

베스탈이 엔터프라이즈와 헬레나를 부른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헬레나와 엔터프라이즈는 비서함으로서의 일을 잠시 내려놓고 베스탈을 맞이하러 회의실에 찾아갔다. 회의실에는, 베스탈 뿐 아니라 아카시의 모습도 있었다.

“알고 있는 대로-, 현재 지휘관은 행방이 묘연해진 상황입니다. 잠깐 방황을 하고 있다던가, 그런 상황이 아니에요. 이틀 동안, 흔적 하나조차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에요.”

“베스탈, 상황은 우리도 잘 알아. 그런데 왜 아카시가 여기에 있는지 설명해 주겠어?”

엔터프라이즈가 진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제 나름대로 열심히 지휘관을 추적해봤지만, 역부족이었어요. 그래서 아카시의 도움이 필요했죠.”

“...그래. 비밀은 지켜줄 거라 믿어.”

“그건 걱정하지 말라냥. 장사꾼의 명에를 걸고, 이 일은 절대 발설하지 않겠다냥. 그것보다, 지휘관을 찾는 게 우선이다냥.”

아카시는 노트북처럼 생긴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나도 설마 이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냥...”

“이 레이더는 뭘 말하는 거지?”

“지휘관이 현재 있는 곳이다냥. 다이호랑 소유즈가...아차차, 손님의 정보는 극비다냥, 잊어달라냥. 암튼, 특이한 손님들이 지휘관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다냥.”

“그들을 추궁하는 건 일단 나중으로 미뤄야겠군...아카시, 그래서 지금 지휘관은 어디에 있는 거지?”

“이 해역 어디다냥. 그렇지만, 미리 정찰대를 보내봤어도, 이상한 건 찾지 못했다냥.”

엔터프라이즈는 무기로 쓰던 활을 고쳐 잡은 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베스탈이 그녀를 향해 쏘아붙였다.

“...엔터, 섣불리 움직일 생각 하지 마세요. 당신은 저번 출격 이후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상태에요.”

“...상황이 급박해. 지휘관이 무슨 상황에 처해있는지도 모르잖아.”

“그렇기 때문이에요. 당신이 섣불리 움직이면, 이 모항에 있는 대다수가 동요하게 될 거에요. 지금은 조금 더 침착하게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알겠어. 치료는 의사의 말을 따라야지.”

엔터프라이즈는 씁쓸한 무표정을 지은 채 베스탈에게 답했다.

“...헬레나, 괜찮아요? 당신도, 저번 대작전 동안 엔터프라이즈 못지 않은 피해를 입었어요. 혹시 아직 불편한 곳이 있다면 말해줘요.”

“...아니야. 나는, 괜찮아.”

이글 유니온 소속의 경순양함, 헬레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꺠달은 것은, 얼마 전 일이었다.

감시 카메라의 데이터를 엿볼 수 있었다. 마치, 컴퓨터에 저장이라도 해 둔 것처럼, 혹은 해킹이라도 한 것처럼. 숙소에 돌아온 헬레나는 방금 취득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었다.

아카시가 방금 보여준 지휘관의 데이터 또한, 데이터인 이상 헬레나는 이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아카시가 분석한 데이터는 불명확했지만, 그럼에도 수천, 수만 개의 바다 중 명확한 길을 밝혀냈다는 것만 해도 큰 도움이었다.

‘너무, 깊게 빠지진 마.’

처음 겪는 능력에 너무 심취했던 걸까, 머릿속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늦어버리기 전에.’

...이 목소리를 인식하면 인식할수록, 무언가에 침식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야.

헬레나는 애써 머릿속의 그 목소리를 무시하기 위해 애썼다.

‘그렇지만, 지휘관을 구하기 위해서야.’

‘...넌, 올곧구나. 혹은 외곬일지도.”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사람이니까.’

‘...그렇구나.’

‘당신은, 어때? 헬레나의 이름은 나 혼자 받은 것이 아니니까. 당신에게 있어, 지휘관은 어떤 사람이었어?’

‘......’

헬레나의 머릿속에 전해진 목소리는, 그게 끝이었다.

밤을 새워 데이터를 분석한 헬레나의 행동은, 결론적으로 말하면 의미 없는 일이었다.

다음 날 지휘관이 나타났다.

모항 항구에 떠밀려 온 채로.

지휘관의 시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