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각 진영의 지도자가 모인 쥬톡을 통해 문자를 남긴다.



[전 진영의 지도자는 집무실로 21시까지 올 것]



21시가 되자 각 진영의 리더들이 모였다.



나는 창밖의 등대를 바라보며 위스키를 한 잔 따라 마셨다.



위스키의 찌르는 맛을 나는 좋아했다.

번민이 클 수록 위스키의 맛은 더욱 날카롭게 느껴졌다.



길게 늘어진 원형의 테이블에 각국의 지도자 함선들이 착석했다.



국방모바일보안 앱을 통해서 함선소녀들의 생활에 

보안인식을 스며들게 하려 했으나



비인가전자기기를 몰래 반입하여 무음으로 

카메라를 촬영하는 함선소녀가 늘었다.



쥬스타그램에 비공개 계정들이 활발해진 것은



비인가전자기기가 국방모바일보안 앱의 그림자에 

숨어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 하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이 거친 함선소녀들의 

들뜸은 스스로 잦아들어 동화될 테지만



그러기에는 편법들이 판을 치며 시간이 지연될 것으로 보였다.



무리가 되더라도 빠르게 결단을 내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나는 판단했다



비록 사안이 가벼우나 지휘관인 자신의 명령을 편법으로 거부한다는 것을 나는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지휘관의 명령을 조금이라도 거부하는 것을 눈감아준다면 지휘가 어려워질 것이다.



나의 결정은 단호했으나 이 또한 반발심을 부르는 것이 우려스러웠다.



"지금 이 시간에 내가 경들을 호출한 이유를 다들 알고 있는가?"



각 진영의 지도자들은 이미 사태를 인지했다.



모두를 위한 익명 함순라이브 채널은 

수장들도 이용하고 있었기에 



한 동안 함순라이브의 가장 큰 떡밥으로 

채널을 불태우던 개념글 들의 내용을



각 지도자들이 모를리는 전무하다.



"아까 문자로 보았듯이 비인가전자기기가 모항에 밀반입되고 있다."



나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비록 사소한 명령이었어도 엄연히 각 지휘 체계를 거친 명령이다."



"나는, 이 사태를 보며 엄중히 처벌해야 할지 그것을 고민한다."



"카메라를 막으라고 지시한 이유는 군사보안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우리 모항은 항구도시의 모습을 갖추었으나 군사시설로 이용되고 있음을 잊으면 아니 된다."



"카메라는 막았을지 언정 개인의 휴대폰을 수거한 적은 없다. 그리고 최근에 간담회를 통해서 소통과 공감 시간을 가지지 않았는가"



"이에 대해서 경들의 뜻은 어떠하오?"



나는 심각성을 계도시키기 위해서 

사진 한장을 꺼내들었다.



지휘통제실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브리핑을 하는 나의 모습이 유출됐다.



촬영된 사진을 출력하여 지도자들에게 내밀자



지도자들은 말 없이 고개를 숙이거나 고개를 돌린다.



"이 사진은 어떻게...."



각자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함순라이브를 시찰한 것에 대한 반응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저 사진은 함순라이브에만 올라온 사진이기에



내가 함순라이브를 시찰했다는 것을 알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지휘관 각하의 살피심이 이처럼 세밀하시니 두렵습니다."



퀸 엘리자베스와 동행한 로열 네이비 진영의 메이드장은

머리를 조아렸다.



"전원, 나의 뜻을 헤아려주길 바란다. 사소한 명령이라도 무시된다면 이는 곧 조직의 붕괴를 의미할 것이다."



"인륜에 반하는 행위를 삼간다."



"질문이 있습니다 지휘관."



비토리오 베네토가 입을 열었다.



"말하라"



"저희들의 카메라는 기껏 해봐야 일상을 기록하는 쥬스타그램 밖에 지나지 않습니다."



"진영 내에서 통제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베네토가 말을 마치자 이에 불씨가 된 듯



이글 유니온 진영의 엔터프라이즈도 입을 열었다.



"지휘관의 뜻은 알고 있어 취지 자체는 모항의 기밀과 

보안을 위했고 매번 모항을 근심하는 당신을 난 알고 있어."



".....하지만"



엔터프라이즈는 말을 멈추었고 적막의 공간이 설정했다.

말을 멈춘 그녀의 적막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통제를 한다는 것은 우리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의미인지 한번 생각해 줘 당신은, 우리가 못 미더운 건가?"



예상치 못한 질의가 들어오자 나는 그녀의 눈을 주시했다.



이건 다른 지도자들도 생각지 못한 모양인지 다들 경직되며 모두의 시선은 엔터프라이즈에게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