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내뱉은 말 한마디에 자리가 순식간에 경직됐다.



처음에는 단순히 보안을 보호하기 위한 시도였는데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도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다.



편법으로 규칙을 어긴 것을 난 내 눈으로 보았다.



물론 이는 내가 함순라이브를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어쩌면 나는 임기 내내 이 사항에 대해 알지 못했을 것이다.



'신뢰'라는 단어가 입에 오르니 나는 심란해진다.

나는 눈동자를 굴리며 주변을 살핀다.



여전히 집중된 시선들은 내 자신을 향했고 나의 다음 발언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괴기한 적막은 오래 가지 않았다.



“지휘관 동지, 잠시 머리를 식히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소유즈는 분위기의 환기를 유도하며 홍차를 건넨다.



"심란한 얘기다. 이미 선례들이 차고 넘친다. 나의 신뢰를 먼저 깬 것은 너희들 아니더냐"



나는 얼어붙은 분위기를 견디기가 어렵다.



그러나 아직은 통제를 철회할 생각은 없었다. 이마에 땀을 흘리면서도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음으로 내 뜻을 내비친다.



“고작 카메라 좀 못 쓰게 한다고,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는 건가?”



라고 묻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최대한 자애를 베푸며 넘 어가려고 했다.



"따로 책임을 묻진 않겠다. 허나, 밀반입된 기기들은 자진 반납하라”



“그……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지휘관님. 아무리 그래도 자진반납은 조금…….”



아이리스 리브레의 리슐리외도 입을 열었다.



"빠드득"



나는 어금니를 더욱 세게 깨문다.



난 지금껏 모항의 여인들을 신뢰해왔다. 지금도 그녀들을 믿으며 최대한의 자비를 베풀고 있었으나 



이상을 원하는 그녀들을 난 더 이상 양보하기가 어려웠다.



남에게 모질게 대하지 않으려는 개인적인 성향을 지녔었으나 



나에게도 한계는 존재했다.



선례를 눈 앞에 두고도 책임보다 선처를 원하는 모습에 

난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다.



이번 만큼은 지엄한 법도와 위엄으로 확실히 다스려야 더 이상의 무례를 범하지는 않으리라는 판단이 선다.



"너는 여러 선례에 대한 나의 비답을 보지 못했는가? 

어찌 이리 번거롭게 구는가? 같은 말은 반복하지 않겠다."



이 뒤로는 의미없는 토론만 이어졌다. 서로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지휘관은 완고했고, 그들도 물러섬은 없어 보였다.



 타협점을 찾기 위해 모였으나 양보가 없다면 타협은 성립이 될 수 없다.



항상 타협은 양보를 하는 쪽이 아쉬운 법이니까



다만, 지휘관의 말이 더 옳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 몇 함선소녀들은 목덜미에 땀을 흘리고 있었으니까. 명백히 밀리고 있다는 증거였다.



"……지금은 합의점이 보이지 않는 듯 하니 나중에 다시 의견을 묻겠다."



나는 진한 한숨과 함께 몸을 돌려 시선을 창밖으로 향했다.



다들 순서대로 나가며 자리를 비운다.



이후 집무실에 홀로 남은 나는 프리드리히씨를 불렀고 

그녀는 나의 부름에 응했다.



 “날 불렀구나 아가, 오늘은 무슨 일로 날 찾았을까~?”



샛노란 안광을 지닌 여성은 집무실에 들어온다.



방금 전의 상황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그녀는 다 아는 듯 하다.



나는 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소리 없는 정숙한 걸음으로 들어오는 그녀의 신장은 

건장한 남성인 지휘관보다도 더 컸다. 



그녀는 내 옆자리에 나란히 앉으며 

같이 창밖의 평온한 등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내가 예전 갓 임관된 소위 시절처럼

어리광을 부리길 원하는 것 같다.



허나 난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었고



대원수라는 직책이 나의 성장을 증명했으리라고 

나는 생각했다.



"심란한 기분과는 다르게 창밖의 모항은 평온하군요"



"오랫동안 당신의 경륜에 의지해왔습니다. 

지금의 자리에는 당신의 노고가 컸지요."



프리드리히씨는 조용히 나의 말을 경청했다.



"아가,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거니와 평정심을 잊지 말거라

갈등이란 더 나은 성장을 위한 발판이란다."



고혹적이면서도 한없이 너그러운 말투였지만, 

자신에게는 준엄한 질책으로 느껴졌다.



"세상에 우연은 없단다. 아가, 네가 통제를 결단지은 것도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



"하지만 내가 아닌 당신이었다면 이번 일을 

어떻게 해결했을까를 상상하고 있습니다."



나는 민망하게 여겼다. 

지혜롭지 못한 내게 무슨 자격이 있단 말인가



"제후께서 동행하시니 든든합니다."



프리드리히씨는 얼굴을 펴서 살갑게 웃었다.



"지휘관으로서 덕과 위엄을 보여주렴 모항을 자주 순행하면서 함선들을 살피어라 그럼 너는 거기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야."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을 '아가'라고 부르는 

프리드리히씨의 얼굴을 똑바로 처다볼 수 없었다.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어서 씻고 자려무나.”



나는 프리드리히씨와 독대를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나며 파로스 등대의 수면등을 켜고는 



샤워를 하기 위해 옷을 벗었다.



상의를 벗자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가 드러나고

옷에 가려진 근육들이 드러난다.



그의 모습을 누군가 카메라로 찍는다.

100배 줌을 당기지만 여전히 선명하다.



거리가 멀어서 줌으로 확대한 만큼 

피사체의 화질이 비록 조잡했으나



달도 촬영할 수 있는 비인가 휴대폰의 

카메라 성능은 여전히 강력했다.



사진을 촬영한 함선소녀는 만족한 듯 미소를 짓고는

사진을 함순라이브에 게시했다.



[작성자: ㅇㅇ(106.101)]

[일반] 100배 줌 성능 확실하네ㅋㅋㅋㅋ




(대충 지휘관의 상의 탈의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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