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한번 올려다본 헐랭이가 

죽상이 되어 고개를 푹 수그렸다 



"하이 씨....."



그러면서도 놈은 진실을 털어놓지 않고 버텼다.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심사인 듯 했다. 



"대답 안 해?" 



나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다시금 헐랭이를 돌아보았다.



"너 진짜 말 안 할거지?" 



놈은 고개를 더욱 푹 수그리며 버틴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밑의 박스에서 방탄 헬멧 하나를 집어 들었다. 



"자, 받어."



헐랭이에게 헬멧을 건넨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었던 방검복을 벗었다. 



방검복 속 긴팔 와이셔츠 밑에 숨어 있던 

우람한 근육이 불끈거렸다. 



헐랭이는 겁먹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지금이야말로 그 만의 치트키를 쓸 타이밍이었다. 

나는 목을 좌우로 꺾어 우둑우둑 소리를 내고는 외쳤다. 



"진실의 방으로!"



"이게 뭐입니까?" 



헬멧을 든 헐랭이가 당장 지릴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네 거야, 네거." 



경계병이 그를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이쪽으로 와, 이쪽." 



헐랭이를 간이침대가 놓인 

취조실 구석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나는 혈랭이가 손에 든 헬멧을 들어 놈의 머리에 씌웠다.



"아, 이거...." 



그제야 덜컥 겁을 집어먹은 헐랭이가 

울상이 되고는 손을 허우적거렸다. 



나는 팔을 몇 번 빙빙 돌려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고는 그리로 다가갔다 



"이게 뭐입니까?" 



헐랭이가 다시금 물었지만 나는 

대답 대신 리볼버를 꺼내들었다.



"야, 똑바로 앉아, 똑바로 안 그러면 다쳐"



리볼버의 탄을 헐랭이의 앞에 내밀고는 위로 던진다.



위로 떠오른 리볼버 탄알은 조명에 의해 

금색 빛으로 반짝였고



나는 묘기를 부리며 탄을 자연스럽게 삽탄했다.




리볼버는 총 탄알 6발

그 중에서 1발만 삽탄했다.



삽탄이 끝나고 리볼버의 실린더를 돌리며

나는 헐랭이에게 물었다.



"너, 러시안 룰렛이라고 들어봤어?"



"그게 뭐입니까?"



헐랭이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걸로, 네 운을 시험할 거야."



총을 휘리릭 돌리고는 한 발을 쏘지만

빈 약실인 만큼 탄은 발사되지 않는다.



"히이이익....!!"


헐랭이의 비명은 점점 드높아졌고

비명의 정점에 이른 순간



또 한번 묘기를 부리며 탄을 쏘자

헐랭이는 의식을 잃은 듯 고개를 숙였다.



".....??"



"야, 숨 쉬어 숨."



기절한 녀석의 얼굴을 손뼉으로 치자

다시 깨어나는 헐랭이



헐랭이는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휘청대며 도로 내 앞에 마주앉았다. 



방탄헬멧을 벗기자. 



놈은 헛구역질을 하고 

머리를 도리질 치며 괴로워 했다. 



'진실의 방'은 내가 고안해낸 취조 기술이었다. 



사실 진실의 방에서 내가 휘두르는 당수는 

피의자를 고문하거나 폭행하는 축에도 



끼지 못할 가벼운 수준이었다. 



헬멧까지 씌우기 때문에 피의자가 

받은 충격은 아예 없었다. 



일부러 빈 약실을 통해서 

겁주기만 하는 것이었으니



혹시 말한다면 리볼버에 

삽탄된 탄알은 모형탄이었다.



하지만 CCTV마저 찍히지 않는 으슥한 공간에서 

지휘관과 단 둘이 마주 한 범인이 



진실의 방에서 느끼는 공포감은 어마어마했다. 



따라서 어지간한 설득이나 회유가 씨알도 안 먹히는 

흉악범들에게도 제법 효과가 있었다. 



"자, 다시 물어볼게." 



나는 방탄헬멧을 책상 밑 박스에 

다시 넣으며 취조를 이어갔다.



"우리 어디까지 했지?"



"이제는 좀 말할 생각이 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