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조명으로 가득 찬 바에서

잔잔한 음악이 흘렀다.



바텐더는 얼음을 채운 믹싱 글라스 안에



드라이 베르무트와 탱커레이 진을 따르고 

재빨리 휘젓는다. 



올리브를 꽂은 꼬챙이를 칵테일 잔에 넣고, 

잔을 받침 위에 올려놓았다. 



믹싱 글라스에 여과기를 끼우고, 

안에 들어있는 술을 칵테일 잔에 따른다. 



레몬 필로 마지막 향을 내고, 잔 받침과 함께 

완성된 칵테일을 눈 앞의 사내에게 내밀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마티니입니다." 



"고맙소."



나는 칵테일 잔을 기울이고는 

입을 대며 천천히 음미했다.



마티니의 씁쓸한 맛과 올리브의 짠 맛은 조화를 이루었다.



번민이 클 수록 마티니의 

씁쓸한 맛은 그의 혀에 여운을 남긴다.



돈에 눈이 멀어 이용해먹기 좋은 

조폭을 이용한 밀거래 접견등



비록 내가 우연히 함선라이브를 뒤진 것만 

아녔다면 거래조차 몰랐겠지만



어쩌면 함선소녀들이 관세법 위반과 

밀수출입법 위반을 하게끔 만든 것 또한



돌이켜보면 이는 결국 내 책임일 것이다.

쥬스타그램을 사용하고 싶었을 그녀들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니까

함순라이브의 글의 여론을 보아



의도만 좋았던 나의 불찰이었음을 직감했다.



"하아....."



한숨을 길게 늘이 쉰 나는 

마티니의 잔을 비우고는



폰을 꺼내며 함순라이브를 다시 한번 시찰한다.



이후 모항 집무실에 다시 돌아왔다.



생선을 졸이는지, 집무실 안에서 간장 냄새가 났다. 

식사야 뭐 메이드대에서 내놓는 식사를 먹으면 되겠지만



바에서 다시 모항으로 돌아온 이후

시계를 보니 새벽 12시를 넘어갔기에



늦은 시간에 그녀들에게 요리를 부탁하기에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에



그래서 간단하게 간장에 생선을 졸이며 끼니를 해결했다.



간장에서 풍겨오는 냄새에 나는 잠시 

고향에 돌아왔음을 호흡으로 느꼈다.



밤잠을 설쳐가며 관련 형법을 읽어보았다.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다

그 시작은 결코 1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이전의 혼돈, 원인이라는 이름의 혼돈은 



0에서 태어난다. 0이 1이 되는 순간 

1은 과정이 되고 움직인다.



1은 2가 되고, 머지않아 10이, 100이 된다. 

모든 것을 1로 되돌려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 0을 없애지 않는 한... 언젠가 1은 

또 다시 100으로 부활하고 말겠지.



나는 0을 10으로 만드는 일을 도운 것이다. 



나에게도 책임이 있어. 그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내 스스로의 손으로 내가 만든 0을... 



아예 무로 되돌려야 할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실패를 깨달았다면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될 테니까



지이이이잉

휴대폰의 화면이 반짝인다.



휴대폰을 들어올리자

아카시에게서 수신된 메세지가 보였다.



"이번 [국방모바일보안 현황 보고서]다냐."



"모항 함선소녀들의 소요사태는 소규모 다발성이다냐." 



"범위가 넓기는 하나 진영별로 차단 되어서 

일계의 대세를 이루지는 못하고 있다냐."



"군사적 사태라기보다는 군중심리의 상황에 가깝다냐."



"해당 문제에 대해 나 아카시와 CS 기술팀은 

성심을 헤아려 분투하고 있다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