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국방모바일보안'의 2차 차단

계도기간이 지났다.



함선들과 면담을 준비하기 위해

서면 출석 통지서를 작성하던 와중



모항에 공용 와이파이 인터넷을 설치할지 고민이 되었다.



지금 모항에는 개인마다 

셀룰러 네트워크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셀룰러는 추적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공용 Wi-Fi를 이용한다면 IP를 이용한 

서버의 기록으로 개인의 트래킹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투폰을 사용하는 함선들의 

추적이 훨씬 수월해지겠지



처벌은 해결책이 아니다. 체벌을 난 좋아하지 않는다.

비록 처벌하지는 않겠으나 적어도 누군지는 알아야겠지



문책하지도 않겠다. 그저 누군지 찾아낸 이후

훈육을 통해서 교정할 뿐



보이지 않는 환경에서 은밀히 추적하고 감시할 수 있는

조금 이기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겠다.



'국방모바일보안' 기능을 아예 없애는 대신에 

공용 와이파이를 이용하게끔 한다면



아마 그녀들은 의심 없이 동의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는 인터넷 검색기록을 시찰하여 함선들의 고충과 불만사항 또는 건의사항을 알아내기 위한 개인적인 사심도 있었다.



불편사항과 건의사항을 조사하는 건 지휘관으로서 

나의 책무이기도 했으나



건의함 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나의 정론이었다.



'국방모바일보안'의 2차 차단 업데이트를 강행했지만

내 스스로도 억압과 통제는 좋아하지 않았다.



통제에 대한 결과가 밀수, 밀거래를 통한 

법률 위반이라면 그냥 안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지휘관인 나를 속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과



내가 믿고 신뢰하는 만큼 함선소녀들도 

내게 진심을 다해주었다면 좋겠다는 것



스스로를 속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누구나 숨기고 싶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비슷한 이유로, 함선 소녀들 역시 내게도

감추고 싶은 무언가는 반드시 존재하겠지. 



아무리 친밀한 관계라 한들, 드러내기 불쾌한 것도 

존재할 테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 것이 있을 테니까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그녀들을 알고 싶다, 

정확히는 그녀들을 이해하고 싶다.



매달 한 번씩 조사하는 건의함에는 특이사항 없다는 일관된 

답변만이 들어오는 것에 나는 의문을 품었다.



일단 첫째로 호기심을 품은 이유는 인터넷 은어로 

떠돌아다니던 '하라구로'라는 단어를 우연히 접한 이유였다.



앞에서는 미소를 지으나 뒤에서 드러나는 

섬뜩한 표정을 숨기는 뒤집어진 양말의 모습으로 



'하라구로'라는 은어는 간단하게 설명됐다.



근거로 애틀란타급 경순양함 2번함 USS 쥬노는 


"똑같은 얼굴을 한 5명의 유령이 보인다."


라고 말하며 약간의 트라우마 증상을 진단 받았듯이

쥬노는 내가 알아채길 원치 않겠지만



정신건강 관련된 관심증상은 지휘관으로서

인지해야 할 의무가 있었기에



모든 함선들의 진료 기록을 뒤지며 



쥬노를 진단했던 USS 베스탈을

따로 찾아가고는 진단서를 입수했다.



지휘관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도움의 손길을 주기 위함이었다.



내가 인지해야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테니까

건의함만으로는 알아낼 수 없었던



내가 모르던 심연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명 커뮤니티인 함순라이브의 존재 자체도 충분히 

깊고 어두운 심연의 그림자라고 나는 느껴졌다.



그렇기에 나는 그녀들을 이해하고 싶다.



음.... 이번만큼은 아직 계획만 있을 뿐이다.



나는 그저 내가 확신했던 길을 따라 

걸어갈 뿐 악의는 없었으니까



실패를 마주한 이상 이후부터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불안한 마음도 따라왔지만, 시작하는 이상 

전부 감내 해야 할테니까



나는 아카시를 불러서 공용 와이파이의 설치를 지시했다.



"불렀냥?"



"고생이 많구나 아카시, 모항 내에 

공용 와이파이 서버를 구축하려고 하는데."



"와이파이 서버 말이냥.....??"



"국방모바일보안의 반발이 극심하니 대안을 찾기로 했어."



"냥.....??"



37만 달러의 예산을 부어 만든 MDM을

포기하자는 나의 제안을 아카시는 이해하지 못했다.



"벌써 포기하는 것이냥....?? 예산이 얼마인데냥;;"



"비용이 들었다 해도 제 일을 못한다면 없느니 만도 

못할테니 그러니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 나의 결단이야."



"알겠다냐"



"그럼 서버는 어떤 종류로 원하냥?"



"모항의 복지를 목적으로 둔 서버인 만큼 

공용 인터넷이 좋겠는데."



나는 감시 목적으로 설치한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공용 인터넷이라고 둘러댔다.



아카시와 CS기술팀이 늘 열심히 

수고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번만큼은 아카시에게도 본 목적을 숨긴다.



함선들의 인터넷 기록을 수집하고 

감시하는 지휘관이라면 



아카시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랄까



이후 나는 공문을 작성하고는 

모항 인트라넷에 게시했다.



[모항 지휘부에서 전파드립니다.]



내일부터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보안 앱 2차 차단을 비롯한 



휴대폰 보안 통제 강화 계도 기간이 해제됩니다.

보안 앱 2차 차단 관련 전파 드립니다.



공문 하달 이후부터는 

휴대폰의 기능 제한이 모두 해제됩니다.



국방모바일보안통제체계 해제 지침을 전파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