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중앙위원회 사령부 0800시

비고 휴일

"주인님 기상하셔야합니다."

20년전 일을 꿈으로 다시 겪던 도중 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5분만.. 오늘 휴일이니까.."

"안됩니다 어서 일어나셔야 합니다 규칙적인 생활패턴을 유지하셔야합니다."

"알았어.."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날 준비를 하였고 나를 감싼 울리히의 팔을 살며시 치우려고 하였지만..

울리히의 팔은 좀처럼 치워지지 않았다. 마치 나를 놓지 않겠다는 것 마냥 힘이들어간것 같은 착각을 주면서.

"주인님 조금은 거절을 하시는게 어떻습니까?"

"거절?"

"네 주인님께서는 지금 따님의 응석을 너무 받아주시고 있습니다. 가끔은 거절 하시는 것이 두분께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벨파스트는 울리히의 팔을 가지런히 정리하면서 나를 침대에서 일으켜주며 말했다.

"그래서 한 번 거절했잖아."

"아 비서함으로 삼아달라고 한 건 말이시군요."

울리히가 자신만을 비서함으로 삼아달라고 한 건 물론 나는 그 제안을 거절했고 그 말을 들은 울리히도 한동안 투정을 잔뜩 부렸기에 어르고 달래는 것에 엄청 진땀을 뺐었다.

"그치만 그건 반쪽짜리 거절이잖습니까 그렇게 하시면 오히려 역효과가.."

"다 들린다 벨파스트."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눈을 뜨고 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습니까? 그럼 한 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벨파스트도 이에 질세라 단호한 표정으로 나섰다.

"부녀관계는 둘째치고 두분은 성인 남 여 입니다. 물론 부녀관계이니 그런 감정이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곳은 사령부의 지휘관실 공적인 자리이므로 남녀가 함께 뒹구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울리히 그 옷은 뭡니까? 자고로 숙녀라면 이성의 방에서 그런 음란한 속옷을 입고 몸을 부대끼는걸 삼가하셔야죠."

"한 마디만 한다며."

울리히는 듣기 싫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러자 그녀는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가며 말했다.

"딴지 걸지 마세요 울리히."

"자 자 둘다 진정해 진정 아침부터 이런일로 싸우면 보기에 안좋아."

"아무튼 앞으로 주의 해주시길."

그렇게 말한 벨파스트는 문쪽으로 가서 트레이에 준비한 음식을 세팅하고 컵에 차를 따라줬다.

"두 분 아침 식사 하시고 씻으세요."

"네에.."

나와 울리히는 그렇게 대답하고 아침식사를 하기 시작한다. 역시나 아침은 간단한 베이컨과 계란 그리고 빵과 수프인가..

"음.. 아빠는 빵보다 밥을 먹어야 할 것 같은데."

"음.. 뭐 옛날에는 그걸 주로 먹었지."

"그렇습니까? 다음부터는 예산상황을 고려해서 한 번 준비해보겠습니다."

그렇게 나와 울리히는 아침 식사를 하며 간단한 대화를 하였다.

"울리히 요즘 일은 어때?"

"괜찮은 편이야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방어본부에서 일하는건 익숙하니까."

"그래 괜찮다면 다행이고. 햇볕 없는 곳에서 일한다고 고생이 많아."

"지금은 지상도 햇볕이 없잖아."

"그렇긴 해."

우리는 서로 안부를 물어보면서 웃고 다른 이야기도 하며 아침식사시간을 보냈다.

"다 먹었네 그럼 슬슬 씻어야지.. 울리히 네가 먼저 씻을래?"

"아빠 오랜만에 같이 씻는건.."

"안 돼."

"안됩니다."

나와 벨의 단호한 거절에 그녀는 당황한듯 싶었지만 이내 수긍하고 자신이 먼저 씻으러 간다며 갈아입을 속옷을 들고 지휘관실 내부에 위치한 샤워 부스로 향했다.


뭐 나와 벨파스트가 그녀가 한 제안을 강하게 거절한 이유는 다르겠지만.

"주인님 그럼 이제 가보겠습니다."

"벌써 다 치웠어? 빠르네."

나는 지휘관실 책상이 순식간에 치워진 것을 보고 감탄하며 말했고 이에 그녀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말했다.

"그야 저는 주인님의 전속 메이드이자 로열 메이드대의 메이드장 이니까요 그나저나 주인님 내일 교회에 가실겁니까?"

"알잖아 나 무교인거."

벨파스트는 안심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편이 좋을 것 같군요 이번에 오는 사제가 문제가 좀 있는 것 같은지라 큰일이 터질 것 같습니다."

"그래 알았어 수고했어."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그녀는 지휘관실을 나갔고 지휘관실의 문이 닫혀 완벽한 방음을 자랑하는 밀실이 완성 되었다.

"음.. 지휘관실에 들어오려면 2등급 이상 권한이 필요하니까 완전히 밀실이나 다름 없구만.."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때쯤 샤워실의 문이 반쯤 열리고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들어올래?"

"아니 좁잖아.. 안에 끼인다고.."

"그러니까 좋은거 아냐?"

그녀의 말에 나는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논리(?)적인 말에 말문이 막힌건지 아니면 그냥 어이가 없었던건지는 모르겠지만.

참고 여러모로 위험한 그 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