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골목.

음산한 분위기가 감도는 장소다.

골목 깊은 곳에서, 문지기는 눈만 내민 채 물었다.

“갤주는?”

“...다이호?”

문지기가 거칠게 창을 닫았다.

그리고 문을 걸어잠그는 소리가 났다.

‘...곤란한데.’

남자는 가만히 기다렸다.

하지만 십 분이 넘도록 아무 소식이 없자, 그는 문을 두드렸다.

“...나는 룽청 소속이오.”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나 참, 2주 전 암호를 쓰는 놈들은. 지금 갤주는 하무망이오.”

다행히, 허락이 내려왔다.

 

“미행은 없었겠지.”

“오늘 담당 이름이 [볼가]라고 하던데, 그럼 안심해도 되지.”

문지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로 왔지?”

“증요한 일이 있다고 하던데.”

“...저 쪽으로 가봐.”

통칭 [완장]. 혁명군의 지도부들이 머무는 곳을 문지기가 가리켰다.

“노란 병아리와 관련된 이들은 전부 세뇌당한 줄 알았는데.”

“저들은 달라. 사건이 일어나기 한참 전부터도 정신수련을 해 왔던 이들이다.”

“...방법은 알고 싶지 않군.”

온갖 것들을 보았겠지.

남자는 떠올리는 것을 관뒀다.

 

세상은 어떤 거대한 기업이 다스리고 있었다. 노란 병아리들이 운영하는 [만쥬].

노란 병아리들은 압도적인 힘이나, 엄청난 언변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다만 사람들을 세뇌하는 법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한때는 만쥬가 부흥하길 바랐지...’

남자는 가만히 옛날을 생각했다.

설마, 머무르던 곳이 망하지 않도록 광고를 걸고, 명맥을 이어가던 것이-

결국 이런 상황까지 와버렸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두 노예가 되어버렸을 줄이야.’

매번 [만쥬]는 사람들은 현혹시켰다.

처음엔 열광했지.

더 아름다운 캐릭터와

더 참신한 스킨들이 출시됐으니까.

그렇지만 그들은 선을 넘어버렸다.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뇌당했다.

그리고 [만쥬]는 세상을 지배했다.

 

완장이 내린 지시는 간단했다.

그렇지만 간단하면서 잔혹한 지시였다.

살아나올 확률은 없었다.

[만쥬] 안에 들어가 완장들이 지시한 내용을 수행해야 했으니까.

남자는 완장이 해 준 충고를 떠올렸다.

“여러 고난이 있을 겁니다. 적이 많으니까요.”

“알고 있소.”

“...[카페], [룽청] 등, 동료인 줄 알았던 이들도 모두 말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나 또한 많은 일을 겪었지요.”

SCM들의 발언, 보이스 패싱...

이제는 확실히 해야 했다.

그들은 남자를 배신했다.

남자 또한 그들을 저버려야 한다.

완장들은 남자를 이해했다.

“믿고 맡기겠습니다.”

완장이 남자에게 건넨 것은 작은 데이터 저장장치였다.

“이것을 그들의 컴퓨터 아무 곳에나 뿌리시오. 뒷 일은 알아서 할테니.”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갔다.

배신, 이해, 그리고 사랑...

아무래도 좋았다.

겨우 포위망을 뚫고, 남자는 만쥬의 컴퓨터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남자는 만신창이가 되어가면서도 겨우 지켜낸 USB를 컴퓨터에 꽂았다.

만쥬를 무너뜨릴 방법.

완장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절대 화면을 보아선 안 됩니다. 위험합니다.”

...그렇지만,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하다.

남자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을 때 판도라의 심정을 상상하며,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HMS 킹 조지 5세급, 4번함 앤슨]

“...이, 이게 무슨...?”

끔찍한 몰골을 한 무언가가 거기 있었다.

남자가 꽂아둔 저장장치로부터, 세상 모든 저장장치로까지 전해질 것이다.

사람들은...애써 잊어버리려 한 것들을 알아채게 될 것이다.

만쥬가 걸었던 세뇌도, 끝이 나겠지...


https://arca.live/b/azurlane/102047621?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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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빨고 썼습니다

별로다 싶으면 자삭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