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走っても釈迦の手の掌-
가끔씩은 그런 생각도 들어요.
제가 조금 더 건강했다면
저의 몸에 문제가 없었더라면
단지 책사로서만이 아닌
지휘관님의 예봉[銳鋒]으로써
저 전장을 휩쓸지 않았을까...하고 말이죠.
지휘관님, 언제나 죄송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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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기급 순양전함 네임드쉽 아마기, 1번함이라는 이름답게 그에 걸맞은 실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 하지만 실력에 반비례하여 몸이 건강치 못하기에 본 기량을 마음껏 뽐내지 못하는 비운의 함선 소녀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하늘은 자비롭게도 그녀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가지는 않았다. 건강한 신체를 뺏어간 하늘은 비참한 인생을 살아가야 할 그녀에게 공명과 같은 지략을 선물해주었다.
함선소녀에게 있어서 지략이란 것이 무슨 상관인가? 강인한 신체와 강력한 무력이야 말로 함선소녀의 근본이고 존재 이유이다. 라고 말하는 존재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전장은 마치 장기(将棋)와 같다. 장군과 멍군이 언제나처럼 발생하며, 이기고 있던 전황 또한 환경⦁사기⦁우연에 의해 손바닥처럼 뒤집혀지기 마련이다.
그러한 전황을 미리 읽고 함선 소녀를 지휘하여 승리를 거머쥔다. 그것이야 말로 지휘관의 존재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휘관 또한 인간, 초인(超人)이 아닌 그에게 있어서 모든 상황을 읽는다는 것은 무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훌륭한 지휘관의 곁에는 유능한 보좌관이 있어야하는 법이다.
아마기는 다행스럽게도 자신의 존재 가치를 그곳에서 증명하였다. 순양전함으로써 온전한 기량을 뽐낼 수는 없었지만 전황을 읽고 지휘관의 지휘를 보완하며 전장을 승리로 이끌어낸다. 그녀의 보좌가 없었다면 지휘관의 지휘는 반쪽짜리 지휘에 불과했을 것이며, 그것은 즉 지휘관이 그녀를 신뢰함을 의미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시대나 어느 사회나 유능함에는 언제나 시기가 따라붙는 법이다. 그녀가 지휘관을 보좌한다는 것은 곧 자신들이 전장에 있을 때 안전한 곳에서 지휘관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더불어 지휘관의 신뢰를 몸소 받는다는 것은 지휘관의 관심을 독차지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아마기는 언제나 뭇 함선 소녀의 시기와 질투를 감내했다. 안 그래도 좋지 않은 몸은 그러한 시기와 질투를 받아낼 때마다 더욱 안 좋아질 뿐이었다.
“지휘관님, 오늘 지휘는 군더더기 없을 정도로 완벽하네요. 이제 제가 더 이상 찾아올 이유는...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마기...혹시 다른 함대원들 때문에 그러는 거야? 괜찮아, 그건 내가 잘 설명할게. 그리고 아직 나는 아마기가 없으면 힘들어. 방금 전략 또한 아마기가 지적하지 않았더라면 비효율적으로 전락했을거야.”
아마기는 그러한 지휘관의 후한 평가에 살며시 미소를 지어낼 뿐이었다. 참 겸손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지적한 것은 사소한 것이었다. 큰 틀은 이미 지휘관이 완성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자신의 공을 낮추고 타인의 공을 치켜세운다. 어느 지휘관이 이처럼 행동할까?
“지휘관님...겸손은 때로는 미덕이 될 수도 있지만...때로는 독이 되...콜록...”
아마기는 빠르게 자신의 입을 손으로 막는다. 서 있기도 힘든 것 같이 비틀거리며 연신 기침을 하던 아마기를 보자 지휘관은 화들짝 놀라며 아마기의 곁으로 가서 부축한다. 기침이 멎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는 일단 아마기를 부축하여 지휘실의 소파에 앉히고 물을 가져온다.
“콜록...병세가...심해졌을지도...모르겠네요...”
그렇게 기침이 멎은 것 같아 보였지만 그녀가 입에서 땐 손에는 약간의 핏자국이 고여 있었다. 지휘관은 그러한 아마기의 모습을 바라보자 이내 슬픈 표정으로 변해갔다. 자신이 너무 무리하게 아마기의 도움을 바란 것은 아닐까, 그녀의 병을 악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아닐까?
“지휘관님...그런 표정하지 마세요. 저는 괜찮아요. 지휘관의 승리와 미소야말로 저에게는 그 어떤 약보다 달콤하고 효능이 좋은 만병통치약이랍니다.”
그럼에도 아마기는 인자한 미소를 내보이며 지휘관을 안심시킨다. 그렇기에 지휘관은 아마기의 곁에 앉아 가지고 있는 손수건을 아마기의 핏자국을 닦아주며 그녀에게 손수건을 건네주며 말한다.
“잠시만 기다려, 중앵의 숙소에서 약을 가져올 테니까.”
“지휘관님...”
아마기는 그러한 지휘관을 만류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휘관은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 마냥 아마기의 만류를 거부하고 지휘실을 박차 중앵 숙소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아마기는 그런 그의 등을 그저 바라보며 안정을 취하기 위해 손수건을 든 채 입가를 닦기 시작한다.
“...정말 안 그러셔도 괜찮은데 말이죠.”
손수건을 땐 그녀의 입 꼬리는 살며시 올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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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속 많은 인물들이 여우 귀신에게 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한 설화 속 피해자의 태반이 남성인 점과 여우가 둔갑한 인간이 미녀라는 점을 본다면 그 이유는 대부분 미모에 홀린 것 일테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미모만이 전부는 아니란 점을 알 수 있다. 일단 미모는 기본 전제이다. 하지만 미모와 함께 재주를 겸비했다. 말 그대로 재색겸비(才色兼備), 미모만으로는 뭇 남성의 마음을 휘어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마기의 병은 분명 중병이며 불치병이다. 약은 그녀의 병세를 늦추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그녀의 병을 완치할 방법은 아직까지는 요원하다. 그렇기에 아마기는 병세를 겨우겨우 이겨내며 지휘관을 도울 뿐이다.
하지만
중병이며 불치병이라고 했지 죽음의 목전에서 오늘내일 한다는 것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약효로 인해 충분히 병세는 지연되었고 지휘관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으로 인해 일상생활에도 지장은 없었다.
그렇지만 아마기는 여전히 중병이었다. 지휘관이 없다면 일상생활이 어려웠다. 아니 어려워 보였다. 아니 어렵게 행동하였다. 자신은 타인과 비교하였을 때 연약하였다. 그리고 연약하기 때문에 지휘관의 예봉으로써 전장에 나서지 못한다. 그것은 패착이었다. 설령 책사로서 보좌관으로서 그를 돕는다 한들 그것은 끝이 분명했다.
지휘관은 계속해서 성장함이 틀림없었고, 그의 성장에 따라 자신이 입지는 점점 좁아져만 갈 것이었다. 그의 마음속에 자신이라는 공간은 점점 지휘관의 예봉으로써 적을 분쇄하는 자들에 의해 밀려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싫었다. 함선으로써 군인으로써 가치가 없는 자신에게 처음으로 가치라는 것을 부여해준 존재였다. 가치가 없는 자신을 필요하다고 처음으로 이야기 해 준 존재였다.
놓치기 싫었다
처음으로 그리고 자신의 일생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소유욕이 그를 바라보고 있을 때마다 마음속을 차츰차츰 물들여갔다.
타인이 자신을 욕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타인이 자신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자신을 욕할 때는
그 무엇보다
통쾌했다.
너희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그리고 너희들이 무엇보다 원하는 것을
나는 너희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받고 있으니까
분에 겨웠다. 아아, 그렇게 욕해도 상관없다.
'속이 시꺼먼 여우년'이라고 불려도 상관없다.
너희들은 얻지 못했잖아?
받지 못했잖아?
전장에 나서는 것만이 싸움이 아니다. 소위 머리싸움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수 싸움에서
너희들은 언제나 나보다 한 수 뒤쳐진거야.
그렇기에 아마기는 언제나처럼 자신을 연기한다. 그리고 일부로 모두의 질투와 시기를 이끌어낸다.
그렇게 모두의 악의를 홀몸으로 받아내는 가련한 여성을 지휘관이 보게 된다면
지휘관이 믿게 되는 것은 나일까? 아니면 너희들일까?
그렇게 다시금 지휘실을 열고 들어오는 지휘관이 손에는 자그마한 상자가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서 그 상자를 여는 지휘관을 바라보며 아마기는 미소를 머금고 지휘관의 마음에 대한 답변을 해준다.
“저는 지휘관님에게 이 몸을 바쳤습니다...하지만 선택해주신 이상, 지휘관님을 위해서라도 제 자신의 건강을 좀 더 신경 쓰는 편이 좋겠네요.”
그래, 네년들이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언제나 나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날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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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란 설정, 정말 환상적이군
판을 짜고 그 판에서 상대를 농락한다.
그리고 끝내 얻어내는 승리 선언
아아, 감동적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