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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를 벗고. 스타킹을 벗고. 맨살을 노출한 채 지휘관님을 기다렸어요."
"아아, 기억하지."
지휘관은 웃었다.
당시 아마기는 소파에 비스듬하게 누워 노팬티를 은근슬쩍 알림과 동시에 그를 유혹했었다.
"먹성 좋던 아마기를 먹었던 날이잖아."
"후후후. 네. 아주 맛있게, 구석구석, 남김 없이 잡아먹혔었어요."
짐승처럼 따먹히던 나날.
아마기는 그날을 기억했다.
"특히 기억이 남는 건, 지휘관님이 제 발가락에 자지를 비볐던 거였어요."
"반대로 네 뺨에 성기를 문지를 때는 아마기가 탐스럽다는 눈으로 원했지."
"부끄럽게시리...."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부드럽고.
잔잔한 정적이었다.
"오늘은 먹고 싶은 거 없고?"
"아마기는 항상 배가 고픕니다. 지금도요."
"뭐가 먹고 싶은데."
"저는....."
아마기는 꿈에 젖은 소녀처럼 천장을 올려다보며 망상에 빠졌다.
"경단, 양갱... 케이크.. 고민이네요."
"전부 다 아는 맛 아니야?"
"맛있음을 알기에 기다려지는 법이랍니다."
"흐음."
"지휘관님이 지혜를 빌려주신다면 좋겠어요."
아마기가 지휘관의 몸에 기대며 애교를 부렸다.
"내가 골라주면 못 먹은 다른 것들이 아른거릴 텐데?"
"네, 맞아요. 하지만 어떤 것을 먹어도 똑같이 후회할 거예요. 그렇다면....."
아마기는 지휘관의 가슴에 뺨을 대고, 호흡에 따라 가슴이 팽창했다가 수축하는 것을 느꼈다.
그 당연한 신체활동이, 아마기에게 안도를 안겨주었다.
"제가 정해서 후회하는 것보다, 지휘관님의 결정에 혀를 맡기겠어요."
"내 탓을 하겠다고? 영악해졌네."
"후후훗."
두 사람은 고요하게 웃음을 흘리며 여운을 느꼈다.
"아마기는 지금 같은 휴식 시간이 좋아요."
"그리고 보니, 옛날부터 휴식 시간은 꼭 챙겼지. 먹성만 좋아져서는."
"물론, 먹을 수 있어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있지만....."
아마기는 눈을 감은 채 지휘관의 가슴에 뺨을 문질렀다.
그의 냄새.
그의 향기.
그의 온기.
이 모든 것이 그 어떤 음식보다 아마기의 마음을, 허기를 채워주었다.
"당신과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허기가 채워져요."
"내 말이 달콤하지만은 않을 텐데."
"단 것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아마기는 조화로운 맛도 좋아해요."
"예전부터 정액을 꼭 마셨지."
".....쓴 맛은 그 뒤에 올 단 맛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거든요."
쓴 맛으로 혀를 더럽힌 다음, 단 맛을 머금으면, 극상의 단 맛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저는 쓴맛 그 자체로도 좋아했던 것 같아요."
"어째서?"
"지휘관님이 아마기에게 주시는 것이니까요."
"......정액인데도?"
"무엇이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아마기는 손바닥으로 지휘관의 배를 천천히 쓸었다.
소화를 돕기 위함이었다.
"당신이 주시는 모든 것은, 아마기에게 가장 큰 행복이에요. 설령 그것이 안쓰러움 같은 감정일지라도."
"......"
다시금 정적이 흘렀다.
"이런 일도 있었지. 네가 케이크에 정액을 뿌려 달라고."
"아하."
아마기가 입꼬리를 길게 늘이며 웃었다.
"궁금했어요."
"그건 진짜 변태 같은 짓이었어."
"그래도 해주셨잖아요?"
"궁금했거든."
"후후후, 마음이 통했네요."
"글쎄...."
지휘관이 생각했을 때, 아마기가 말한 궁금증과 그가 말한 궁금증은 전혀 다른 종류였을 거다.
"그걸 먹을 때의 느낌은-"
"...넘어가자."
솔직히,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그 상황은 야했지만....
"하지만 지휘관님도 만만찮으셨어요."
"내가?"
"애액을 보지 모유라고 하면서 핥아드셨던 게 생각나네요."
"어허...."
지휘관은 미간을 오므렸다.
아마기는 지지 않고 계속 말한다.
"가슴 사이에 정액을 잔뜩 싸시고, 거기에 꿀을 흘려보내 아마기가 먹게도 하셨죠."
"......"
"자지에 시럽을 바르셨던 적도 있었네요."
"크흠....."
"물론, 맛있게 먹었답니다."
아마기는 지휘관을 놀리며 후후 웃었다.
"능글맞아져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람도 변하는 법이니까요."
관계가 역전됐던 게 언제였더라.
그다지 오래 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그렇게 짧은 일도 아니었다.
"시간의 흐름이라....."
지휘관이 고개를 살짝 돌려 시간을 보았다.
"벌써 시간이 꽤 지났네. 아카기랑 카가는 안 만나러 가도 돼?"
"물론 만나러 가야합니다."
가장 사랑하는 이들.
하루라도 만나지 않으면 불안하고, 미안해진다.
"하지만 지금은 낭군님의 곁이 좋아요."
아마기는 지휘관의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언제부터였던가...
상당히 오래된 습관이었다.
이렇게 기대어 누워 배를 쓰다듬고.
오랫동안 담소를 나누고.
추억을 떠올리며 웃고.
"아마기의 낭군님."
"음."
"저의 꼬리를 베개 삼아 쉬시는 건 어떠신가요?"
"음, 그럴까?"
지휘관이 순순히 대답했다.
아마기는 살짝 놀랐다.
-미안, 나 개털 알레르기가 있어서.
그렇게 거절당했던 게 언제였더라.
당시 아마기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알레르기라니,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참 많은 것이 변해왔네요."
아마기는 꼬리를 움직여 베개를 대신했다.
지휘관은 그녀의 푹신함에 몸을 맡긴 채였다.
"저도, 지휘관님도."
"....."
"많은 것이 변했어요."
"넌 단 걸 너무 많이 먹었어."
지휘관이 대뜸 말했다.
아마기는 웃었다.
"케이크를 무척 좋아했어요."
"하나를 통째로 먹고도 부족해서 더 찾았잖아. 양갱도 열 개가 넘게 먹고."
"그만큼 맛있었으니까요."
아마기는 혼나면서도 꾸역꾸역 단 것만 먹던 때를 회상하며 웃었다.
"하지만 지금은 샐러드도 많이 먹어요."
"시럽을 듬뿍 뿌려서 말이지."
"....낭군님이 알려주신 방식으로 고기를 구워먹어요. 채소와 함께."
"넌 계란찜에도 설탕을 넣잖아."
지휘관이 공세를 이어나가자, 아마기가 살짝 움찔했다.
"얼큰한 국물에 끓인 면도 즐겨 먹어요."
"면을 간장에 설탕 섞은 소스에 찍어서 먹지."
"끄응... 하지만 단 맛이 거의 없는 스테이크도 먹어요."
"그 스테이크 소스... 설탕 엄청 들어가는 거야....."
"뭐, 뭣?!"
"몰랐니."
아마기가 깜짝 놀라서 지휘관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럴 리가...."
"혀가 이미 단맛에 찌들었으니, 못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건강하게 살려면 적당히 먹어야 해. 살찐다, 너."
아마기는 반박할 말을 찾았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그래서 주제를 바꿨다.
"......그러는 당신도 뱃살 나왔잖아요."
"슬슬 운동이 벅차질 나이니까. 원래 인간은 그런 거야."
"후후후, 아마기의 승리네요. 아마기는 아무리 나이가 먹어도 언제든 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답니다."
"그거 참 부럽네."
지휘관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반면, 아마기는 우울해졌다.
"어째서일까요....."
"......"
"어째서 당신은 영원할 수 없는 걸까요."
"......아마기."
아마기는 지휘관의 손을 잡았다.
늙고 쭈글쭈글한 손.
그러나 여전히 맛있어 보이는 손이었다.
"아마기는 아직도 이렇게나 당신을 사랑하는데, 당신을 원하는데."
"....."
"당신이 없으면 단 것도 조절하지 못하는 어수룩한 아마기인데...."
지휘관은 입을 다물었다.
뒤통수에 닿은 여우의 털이 바람도 불지 않는데 서글프게 물결쳤다.
"생각을 고쳐주시면 안 될까요? 영원히 함께 하고 싶어요. 아마기는-"
"아마기."
지휘관의 늙고 쭈글쭈글한 손이, 아마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야."
"....."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고, 생을 마감하며 사라져. 그건 흘러가는 강물처럼-"
"저희는 그러지 않답니다."
아마기가 지휘관의 손을 잡고 고개를 들었다.
"지휘관님 말씀은, 저희는 자연스러운 존재가 아니라는 말씀인가요?"
"아마기....."
"지휘관님은 항상 저희를 아껴주셨어요. 그런 감정의 너머에는, 저희를 부자연스러운 생물로 보셨던 건가요?"
"그럴 리가 없잖니."
지휘관이 미소 지으며 그녀의 빰을 쓰다듬었다.
"그렇다면 영원함 또한 자연스러운 것임을, 지휘관님은 인정하셔야 한답니다."
아마기가 단호하게 말했다.
'저 눈빛.....'
얼마만일까.
저렇게 화나고, 또 원하는 눈빛을 본 건.
".....아카기랑 카가하고만 자고 너랑 안 잤을 때의 표정이네."
"그때는 심하셨어요."
"넌 이미 두 밤이나 잤어.... 아카기랑 카가는 그날이 복귀 후 첫날밤이었고."
"과거는 과거. 이미 지난 일이니까요. 새로운 애정에 있어, 저희 자매는 동등해야 한답니다."
"욕심 많은 댇지년...."
이번에는 지휘관이 물러섰다.
아마기는 다시 웃음을 지으며 그의 손에 뺨을 부볐다.
"영원함도 자연스럽다고...."
"예."
"......"
지휘관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고민에 빠졌다.
많은 생각이 고차했다.
죽음을 선택하기까지, 수없이 많은 고민이 있었다.
몇 달, 몇 년..
아니, 사실은 처음부터 줄곧 품었던 생각이었다.
수십 년에 걸친 긴 사색.
그걸 이제 마무리 지었었는데....
"아마기의 낭군님.... 저희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
지휘관은 자신의 쭈글쭈글한 손바닥을 봤다.
"아마기. 난 더 이상 젊음에 대한 미련이 없어."
마음의 준비는 이미 끝났다.
죽음은 두렵지 않다.
후회가 있던 삶도 아니었기에.
"내가 언제까지나 젊은 모습으로, 계속 옆에 있어주길 바라는 거야?"
"아마기의 낭군님."
아마기는 그의 소중한 손을 뺨에 꾹 누르며 안았다.
"당신의 모습은 상관없어요."
젊은.
늙든.
못생겼든.
잘생겼든.
또는, 병들었든.
"당신의 온기와 목소리만으로도, 아마기는 절정할 수 있답니다."
"뭐야 그게..."
지휘관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야 아마기의 얼굴에도 잔잔한 미소가 돌아왔다.
"아마기는 아직도 배가 고파요. 아마기는 아직 배부름이라는 걸 모릅니다."
"욕심 많은 댇지년....."
"그렇게 욕하셔도 괜찮아요."
아마기는 자신의 꼬리에 기댄 지휘관에게 다가가,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당신이 아마기의 곁에 있어주기만 한다면."
촉촉한 입술이 노인의 이마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작은.
그러면서도 넓게 퍼지는.
입맞춤 소리가 노인의 귓가에 울렸다.
제가 병들었을 때.
제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때.
저의 부활을 부르짖는 자매가 있었나이다.
그러나 잘못된 선택으로 업보를 쌓아갈수록.
부활 또한 일그러짐에.
살리려던 자가 피폐해지고.
방관하던 자가 희생하고.
지켜보던 자가 말려들며.
그간 쌓인 업보는
세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씨앗이 되었고.
빠른 속도로 발화하였으니.
세상이 암흑에 뒤덮이고.
사랑하는 이들이 죽음과 번뇌를 거듭하니.
아마기는 그저 숨 죽여 울 수밖에 없었나이다.
영원한 고독만이 가득한 그곳에서.
한 줄기의 빛 같은 손이 길을 밝혀주시니....
"....그게 지휘관님과의 재회였어요."
아마기는 한 무덤을 앞두고 말했다.
슬픈 이야기이자, 감동 적인 이야기이며,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노인은 늙어 죽었다.
인간은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니까.
육체는 유한하며.
혼이 떠나든, 떠나지 않든 언젠가는 동작을 멈춘다.
"그날을.... 기억하시나요?"
이어서, 아마기가 뒤로 돌며 물었다.
그곳에 서 있던.
인간의 모습을 했지만, 인간이 아닌.
지휘관이 한참 후에 대답한다.
"응.... 기억나."
아마기는 미소를 지었다.
"기억 교차 검증은 끝났네요. 기분은 어떠신가요?"
"......."
지휘관이 다시금 한참 고민하다가 말한다.
"이상해."
지휘관은 그렇게 툭 뱉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다시 함께할 걸 생각하니 솔직히 기뻐."
죽음을 완전히 받아들였다고 생각했지만.
언제나 체념 속에는 바람이 숨겨져 있기 마련이다.
"후훗."
죽음 너머의 세계에서.
그녀는 지휘관의 손을 잡고 현세에 돌아왔다.
이번에는 죽음 너머의 세계에서.
그의 손을 잡아 현세로 데려왔다.
"어서 오세요, 아마기의 낭군님."
그럼에도 허기는 채워지지 않을 거다.
그와 함께 하는 영원 동안....
채워지지 않고 계속 이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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