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범선들은 자세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서 대략적인 묘사와 정황을 가지고 유추해야 한다


1. 팬시




17세기 말 건조된 배. 원래는 스페인 왕실과 영국 상인이 합작해 편성한 4척짜리 사략선단중 한척인 "카를로스 2세" 였다가 모항에서 출항 전 일어난 선상반란으로 인해 해적선 "팬시" 가 되었다.

18세기 말-19세기 범선들과 달리 17세기 배들은 확실히 큰 상부 구조물을 가지고 있으나 에버리가 항해 도중 속도 향상을 위해 상부 구조물을 깎아내었다는 기록이 있다.

탑재 함포는 46문으로 포문수에 따라 체급을 나누는 영국 해군 시스템에 의하면 5급 프리깃과 4급 프리깃 사이의 체급이다. (프리깃 = 한타싸움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임무를 수행하는 배, 3급 부터 전열함 취급한다)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했을 때 아마 아래 18세기 스웨덴의 포46문 프리깃 모형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한다.



어쨌든 흔하지 않은 대형 해적선



팬시와 간지 이 사와이 (건즈웨이) 를 제외한 나머지 함순이들의 원본은 다 해적선 평균체급이다. 즉, 사람들의 일반적인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소형함들이다.

소형함이라고 대형함보다 무조건 빠르지는 않고 오히려 더 느릴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형함을 자주 쓰는 이유로는 자본금 문제도 있지만 민첩성, 무풍상황시 노젓기 항해가 가능한 작은 체급, 수심 낮은 지역으로 도주가능한 능력, 군도지형에서 섬 뒤에 숨어있다가 기습가능한 크기, 인원이 적어 통제가 용이함, 해변에 눕혀놓고 쉽게 배 바닥 청소를 (깡깡이) 할 수 있는 크기 등이 있다.


17세기~18세기초 배들이라 이후 시대와 용어의 뜻이 달라 다음 영상을 참조함:


https://youtu.be/LKvQiWiAMg0?si=qQ-lli61w-VsjskA



이후 언급할 해적선들은 다음 셋 중 하나로 기록되어있다


A. 슬룹





주돛대 하나와 삼각돛 위주로 이루어진 가장 흔한 해적선 종류. 버뮤다 지역에서 비전투 용도로도 가장 흔하게 쓰였던 종류의 선박이다.

후대의 군용선 분류중 하나인 '슬룹 오브 워' 와는 완전히 다른 배이다


B. 바크 (Bark) 또는 바르끄 (Barque)


바르끄가 소형선박을 일반적으로 부르는 단어기도 해서... 두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이 모형사진과 같이 돛을 사각돛으로 바꾼 버전의 슬룹




또 하나는 프랑스의 선박분류 바르끄-롱 계열중 하나



바르끄-롱 계열중 하나인 브리건틴은 따로 기록한걸로 봐서 아닐수도 있고... 정확한 것은 모르겠다



C. 브리건틴




돛대 두개에 사각돛만을 쓰는 소형선이다. 시간이 지나며 삼각돛을 추가하기도 한다.

슬룹보다는 큰 편이다.



함순이 체급으로 돌아가서:


2. 포츠머스 어드벤쳐




조셉 파로 선장의 바크

90톤, 대포 6문, 선원 60명

선장으로서의 최초항해인 1694년의 해적 항해 시작 당시 아미티와 돌핀, 그리고 미실장 범선 수잔나와 함께 해적선단을 구성해 항해했다. 4 척의 함장들이 모두 로드 아일랜드 출신이라 서로 친구 내지는 지인들. 


3. 아미티




신대륙에서 출발해 아프리카 해안을 따라 털다가 마다가스카르 섬 해적마을에서 보급한 후 인도양에서 한탕하고 돌아오는 해적항로를 개척한 베테랑 해적 토마스 튜 선장의 슬룹

70톤, 대포 8문, 선원 46명, 이후 60명으로 증원


4. 돌핀




아미티의 선장 토마스 튜의 일등항해사였던 리처드 원트 선장의 브리건틴

배수량 불명, 대포 6문, 선원 60명


그리고 신캐 슬롯 초과로 추가되지 못한 해적선이 둘


(미실장) 수잔나


아미티 등과 선단을 만들어 출항한 토마스 웨이크 선장의 바크

100톤, 대포 10문, 선원 70명


(미실장) 펄


다른 소형선들 선장들과 마찬가지로 로드 아일랜드 출신 해적인 윌리엄 메이 선장의 브리건틴

200톤, 대포 16문, 선원 100명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적선들의 표적이 되는 간지 이 사와이 (당대 영국인들에게 건즈웨이 로 불림)


5. 간지 이 사와이




무굴 제국 황실 소속의 보물선이다.

다우 (Dhow) 라는 인도양 동네에서 흔한 양식의, 삼각돛을 주로 사용하는 선박종류이며, 황실 소속 보물선/무장상선 답게 크기가 상당히 큰 편이다.

기록으로는 배수량 1600톤에 대포를 60~80문 보유한 전열함급 대형선으로 나오지만 당대 무굴의 뒤쳐진 화포제작기술이나 서양식 화포도배에 맞지 않는 다우의 디자인, 그리고 해적선들이 자신있게 덤벼드는 것과 실망스러운 전투내용을 보아 대포 수량 또는 구경이 과장되어있거나, 대포 수량이 전쟁 발발시의 탑재수량이고 평시엔 소량만 있거나 등 화력이 체급에 비해 약한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다.




일반적인 다우는 이렇게 생긴 소형선이나



이 현대에 만든 레플리카 처럼 대형 다우들이 존재했다



(미실장) 파테 무함메드


간지 이 사와이 같은 대형 무장상선 다우이며, 민간 소속이다.

간지 이 사와이보다도 체급이 크다고 하나 해적선들을 만났을 당시 무장상태는 좋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지휘냥 에이브리




팬시의 선장 헨리 에버리가 모티브이다. Every 와 Avery 이렇게 두종류의 표기법이 있어 헨리 에버리, 헨리 에이버리 모두 맞는 발음이다.


젊을때 영국 해군에 입대하여 최고 항해사를 찍은 후 제대, 이후엔 노예 상인을 한 인물로서 해적이 되기 전부터 항해와 해전의 베테랑이었고 각종 식민지들과 아프리카의 해안 지리에 빠삭했다.

1693년 영국 상인과 스페인 왕실이 합작해서 만든 프리깃 4척 사략선단에 지원해 프리깃 "카를로스 2세" 의 일등 항해사가 되었으나 일이 순탄치 않게 풀려 스페인 북서쪽 모서리의 항구도시 아 코루냐 에서 스페인 공무원들의 태업인지 실수인지 모를 서류문제로 함대가 통째로 몇개월동안 발이 묶여버리고, 묶인 기간동안의 월급 또한 지불받지 못하게 된다.

기회를 보았는지 1694년 5월 불만이 폭발한 선원들을 규합해 선상반란으로 배를 점거, "팬시" 로 개명하고 해적 커리어를 시작한다.


아프리카 해안을 돌며 상선약탈, 해안약탈, 동네 추장과 주민들을 속여서 배에 초대하고 노예만들기 등 해적다운 짓을 하며 인도양에 도착해 아덴만의 홍해 입구에 위치한 페림 이란 섬에 도착했고, 여기서 체급에 비해 약해 보물고블린과 같은 인도양 다우(Dhow) 들의 맛을 잊지 못하고 돌아온 다른 해적들 - 로드 아일랜드 출신 해적들 - 다섯과 합류해 해적선단을 꾸려 혼자선 상대하기 부담되는 다우 무역선단을 급습하기로 한다. 선단의 단장은 가장 큰 배를 가져와 대주주 위치에 가까운 헨리 에버리가 하게 된다.


마침 해적들 입장에선 때가 좋아 이슬람의 큰 절기인 하지를 위해 순례자들과 교역물들을 잔뜩 싣고 중동으로 간 다우들이 교역물을 팔고 받은 금품들을 잔뜩 들고 인도를 향해 출항하게 된다.

25척의 다우들로 이루어진 대선단이 해적선단의 추격을 받았으나 다우 선단의 속도가 훨씬 빨랐는지 밤 동안 추격을 뿌리치고 도주에 성공했다. 다만 해적들로는 딱 좋게도 알짜배기 대형 다우 둘 - 제국보물선 '간지 이 사와이' 와 이보다 큰 '파테 무함메드' 가 선단을 따라가지 못하고 낙오해 버린다.

딱 좋은 사냥감들을 앞에 두고도 속도가 뒤쳐지는 해적선들이 있어 이중 심하게 느린 돌핀을 태워버리고 


돌핀의 선장 및 승무원들은 팬시에 합류한다. 그렇게 4-5일 추격한 후 해적선단은 성공적으로 낙오 다우들을 따라잡는데 성공한다.


다우 둘 중 가장 크고 가장 뒤쳐진 파테 무함메드가 먼저 공격을 받았다.

대형 보물선 다우를 단독으로 털어본 경험이 있는 튜 선장의 아미티가 호기롭게 접근해 전투를 걸었지만 튜는 무함메드의 함포 사격에 일찍 전사, 승선해 근접전을 시도한 선원들도 죽거나 포로가 되며 아미티는 격퇴된다.


그러나 곧바로 팬시 등 해적선단의 다른 배들이 도착하는걸 본 파테 무함메드는 거체가 무색하게 큰 저항 없이 항복해버리고, '팬시 값어치의 50 배가 넘는' 금품과 노획물이 해적 선단 멤버들 사이에 분배된다. 그리고 곧바로 간지 이 사와이 추격이 시작된다.


아미티의 선원들은 노획물에 만족했는지, 또는 다른 선박들처럼 속도가 모자랐는지 간지 이 사와이 추격에 참가하지 않고 이탈한다.

수잔나 와 펄 은 사와이를 추격하는 팬시의 속도에 맞추지 못하고 뒤쳐져 전투가 끝난 다음에야 합류한다.

포츠머스 어드벤쳐는 낙오하지 않고 팬시를 잘 따라가지만 에버리의 주장에 의하면 전투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간지 이 사와이는 목적지인 인도의 도시 수랏 에 도착까지 8일을 남기고 팬시에게 따라잡혀 1대1 전투를 하게 된다.


전투는 시작부터 팬시에게 유리하게 흘러간다.

먼저 간지 이 사와이의 주 돛대가 부러지며 기동력이 봉쇄된다. (일반적으로 범선들은 이런 일에 대비한 자재들을 가지고 있어 수리는 가능하지만 전투 중엔 힘들다)



(돛에 구멍을 내고 삭구를 끊으며 돛대를 파괴하기 위한 사슬탄)


팬시가 곧바로 접근하며 서로 전투원을 제압하기 위한 함포 대인탄 사격 및 머스켓 사격전이 벌어지고, 간지 이 사와이의 함포 갑판에서 갑작스럽게 화약 유폭과 화재가 발생해 혼란이 발생한다.



(이번 이벤트 설비템이기도 한 대인용 산탄 "포도탄")


간지 이 사와이는 황제의 보물선 답게 지배계급에 속한 무슬림 순례자들과 그 호위들이 타고 있었는데, 이 때문인지 전황이 간지에게 매우 불리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팬시가 간지를 제압하기까지 세시간이 걸린다.


제압된 간지에서는 해적들에 의해 며칠간 고문과 강간이 행해졌고, 탑승객 중 일부 여성들은 바다에 투신하거나 칼로 자살하기도 한다.




노획한 금품과 귀중품은 파테 무함메드에서 노획한 것의 거의 10배에 달하는 값어치의 물건으로, 노획물의 값어치와 세시간 걸린 혈투에 눈이 돌아간 에버리가 공로에 따른 분배를 주장하며 팬시의 선원 및 팬시에 합류해있던 돌핀의 선원들이 이를 독점하게 된다.

이 와중에 펄의 선원들은 "깎은 금화," 즉 테두리를 깎아내어 액면가보다 실질가치가 낮은 금화로 팬시의 선원들과 거래하다 들켜 되려 금품을 뺏긴다.


분배가 끝나고 해적들은 각자 갈길을 가고, 간지 이 사와이는 풀려나 수랏에 도착한다.


후일담:

무굴 제국 황제 아우랑제브는 격노해 이 해적들이 영국 동인도회사의 수작질이 아닌가 의심하며 사업장들을 폐쇄하고 임원들을 억류하는 등 압박을 가한다.

최중요 거래처가 화나며 장사 다 망하게 생긴 영국은 관련 해적들을 "인류의 적" 으로 지정하고는 전례가 없는 현상금 사냥을 시작하지만 큰 성과를 보지 못한다. 이 인간 사냥 스노우볼은 유명 해적 "캡틴 키드" 이야기로 이어진다. (함순이로도 나온 "어드벤처 갤리" 의 선장)


무굴 제국도 영영 교역을 끊을 생각은 없었는지 동인도회사가 제국 배들을 호위해주기로 하는 등 합의를 보며 화해한다.


에버리 일당은 당분간 시간을 보내며 편하게 숨어 지낼 곳을 찾다가 카리브 해의 영국 식민지 나사우 (Nassau, 낫소)가 적당하다고 여겨 총독에게 해적선 팬시를 포함 각종 금품으로 뇌물을 주며 정착해 미래에 나사우가 해적 마을회관이 되는 계기를 만든다. 해적마을로 번성하기 전의 나사우는 인구도 적고 별로 놀 거리가 없어 큰 돈을 가지고도 그리 재밌는 삶을 살지는 못한다.

팬시는 영국 소속 함선이 되어 카리브 해를 돌아다니다 좌초되어 버려진다.

마지막으로 에버리는 영국 정부의 현상금 소식을 듣자 마자 성공적으로 나사우를 탈출한 후 행적이 끊긴다. 이후 행적이나 보물의 행방은 정말로 알 수 없게 되어 아직까지도 입증되지 않은 가설과 루머만 가득하다.


혹시 함순이 팬시처럼 심해의 무언가와 합체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