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모음집 : https://arca.live/b/azurlane/59362616
(20XX년 12월 31일, 17:00, 로열 모항 어딘가)
"너는 왜 오는거냐?"
"올해 마지막날인데 같이 있으면 좋은거다냐"
지휘관 뒤를 미행도 아니고 대놓고 따라오는 체셔
"그래서 그게 내집으로 따라오는 이유라고?"
"그렇다냐! 체셔가 저녁밥도 하겠다냐 둘이서 같이 따뜻하게 먹는게 좋겠다냐"
"그래서, 지금 둘이서 저녁먹으러 간단 말이죠?"
"그렇다냐"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자동적으로 대답하는 체셔
"지휘관님? 어떻게 한해의 마지막날까지 저를 빼고 맛있는걸 먹으려고 하는거죠?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둘이서 뭐 맛있는거 먹으러 가는건가 싶어서 조용히 따라와본 포미더블
"엨, 포미더블?"
"낸들 아냐, 혼자서 간단하게 먹으려고 했는데 체셔 이녀석이 끼어든건데"
"네? 로열의 레이디로서 지휘관님이 '혼밥'을 하게 놔둘수는 없죠, 같이 저녁 먹으러 가요"
"체셔와 서방님의 저녁식사에 끼어들지말라냐!"
"오늘 날도 좀 풀리고 했는데 지난번처럼 밖에서 돼지고기라도 구워먹는게 좋겠어요"
"그럴까? 냉장고에 고기 많냐?"
"으... 서방님..."
체셔의 단둘이서 밥먹는 계획이 실패해버리고 마는데
"냉동된거 많으니까 녹여서 구우면 안되요?"
"해동 어느세월에 하냐, 서너시간 걸릴텐데"
"다이도가 썰면 됩니다"
포미더블처럼 또 어디선가 튀어나오는 벨파스트와 다이도
"니들은 또 뭐야, 어서 숙소로 들어가 훠이, 나같은 아저씨하고 무슨 저녁을 같이 먹겠다고 그러는거야? 직장상사하고 밥먹고싶어 한다니 겨울이라서 머리가 얼어버린거냐"
"주인님 지금 다이도를 버리시는..."
"아니아니아니그게아니라"
유리멘탈 달래는 지휘관
"지난번에 다이도가 칼질을 하는걸 봤습니다만, 냉동된 삼겹살 20파운드(9.1kg) 팩 정도면 바베큐 그릴 위에 올릴 정도로 절단 가능할것으로 보입니다"
"가능합니다 주인님"
"알았어, 그거 드럼통 가져오고 너희들은 소금하고 후추하고, 음료수 가져와, 쌈채소 없으니까 피클 넉넉히 가져오고"
"알겠습니다"
"술 적당히 마셔라"
"네~"
로열의 마지막날 저녁은 삼겹살 회식으로 대체되었다
(30분 뒤, 로열 모항 공터 어딘가)
"화력은 이정도면 충분해요"
"이카로스 니가 그런말을 하니까 이상하다? 맨날 고화력 타령하더만"
화력성애자 이카로스가 드럼통에 담긴 숯에다가 '적당한 화력'을 언급하면서 불을 피우니 기분이 이상한 지휘관
"고기는 적당한 화력을 계속 넣어줘야 더 맛있는걸요, 장거리에서 투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화력이야말로 가장 최적화된 화력이라는걸 깨달았어요!"
숯불이 너무 쎄봤자 뜨거워서 다가가지도 못하고 갈비가 겉만 타버리고 속은 덜익는 경험을 해보니 뭔가 깨달은 이카로스
"그래? 뭔가 깨달은게 있다고 하니 다행이구나, 앞으로도 고기 불조절 잘하고"
"네!"
"뭐에요? 고기 없어요?""없어요?"
투덜대는 인도미터블과 플리머스
"이제 할껀데 고기 맡겨놨냐? 도미 니가 구워라"
"귀찮은데요"
"포미더블 쟤는 지난번처럼 전용 불판 하나 주고 혼자서 구워먹으라 했어" (1)
"그럼 제껀 제가 구워야죠, 어쩔 수 없네요"
(30분 뒤)
"헤헷 고기다 고기.. 앗따거"
"삼겹살 기름튀니까 조심해"
"네..."
"그렇게 손 흔들어도 기름 튀는거 못막아"
"에~"
"리버풀, 거기서 돌아다니는게 아니라 여기서 고기를 뒤집으셔야죠?"
테이블들을 돌면서 다 구워진 고기를 얻어먹는 리버풀과 그걸 꼽주는 글로스터
"리버풀은 중간에서 이러는게 딱이에요"
"이상한 소리는 그만하시고 여기 집게를 드릴테니 이걸 뒤집으시죠, 주인님도 직접 고기를 구우시는데 왜 그러는건가요?"
"그치만 나보다 장어도 잘굽는 주인님인데"
"리버풀?"
"알았어! 고기 모자라면 장어 구워도 되지?"
"주인님이 겉에 끈적거리는거 잘 닦아내고 구워도 된다고 했습니다"
"오케이!"
"유니콘, 모나크 언니 데려왔어"
"나를 이렇게 사람 많은곳에 끌고온 이유가"
"고기 먹자고 불렀지? 싫어?"
"고기? 아니다, 좋다"
"구울 줄 알지?"
"그... 그렇다"
"그럼 유니콘하고 애들것좀 구워줘라"
"내가?"
"못해? 우수한 모나크라면 할 수 있을거 같은데?"
"나를 뭘로보고, 그정도는 할 수있다"
바람 좀 넣어주니 뽕 가득찬 모나크
"저기 아크로열한테 애들 먹일 고기를 맡기긴 그래서"
"각하 저를 뭘로보고"
"애들 쳐다보면서 실실 쪼개다가 고기 태워먹을게 뻔한 로리콘을 뭘 믿고?"
"그렇군, 알겠다"
아크로열을 다른의미로 신뢰하는 지휘관과 모나크
"저는 로리콘이 아닙니다 각하!!!"
"로리콘"
"로리콘"
"눈에 기름 튀었어요..."
삼겹살 잘 먹다가 기름튄걸로 고통받는 퍼시어스였다
(30분 뒤, 공터 주변)
"헤헤"
"왜 그래? 징그럽게 붙어갖고?"
"로열에 와줘서 고맙다냐~ 서방님"
맥주 좀 들이킨건지 취한듯한 체셔가 화장실 갔다온 지휘관에게 착 달라붙는데
"뭘 새삼스럽게"
"체셔는 서방님이 있어서 새롭게 거듭나게 되었다냐"
지휘관 품에서 얼굴을 부비적거리는 체셔
"너도 교회다니냐? 거듭나게?"
"그게 아니다냐! 체셔는! 서방님이 있어서! 꺼억! 맛없는거나 먹던 체셔에서! 행복한 체셔가 되었다냐하하하!"
"취했네 이거, 그래서?"
"체셔는, 앞으로도, 서방님하고 평생 가ㅌ"
"주인님, 체셔님"
"아이에에에에에에!"
고백타이밍 끊겨서 술 다 깨고 메이드장 리얼리티 쇼크에 걸린것처럼 절규하는 체셔
"벨파스트? 왜?"
"두분이 벽으로 걸어가시길래 두분 다 많이 취한게 아닌가 싶어서 왔습니다"
체셔가 지휘관에게 착 달라붙어 돌아다니는게 영 아니꼬왔지만 둘이서 으슥한곳도 아니고 건물 벽 유리창을 향해 걸어가는건 말려야겠다고 생각한 벨파스트
"아? 난 아니고 체셔는 취한거 같은데 둘이서 이야기 하다가 그랬나보네, 고마워 벨파스트"
"아닙니다, 주인님의 안전을 챙기는것도 메이드의 업무니까요, 그러고보니 무슨일인가요 체셔님? 안색이 좋지 않아보입니다만"
"아, 아무것도 아니다냐"
"체셔 너 아까 뭐 하려던 말이 있었던거 같은데"
"하... 아무것도 아니다냐, 내년에도 잘부탁한다냐..."
기운이 다 빠져버린 체셔
"어, 그래, 나도 잘부탁한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주인님"
"그래 벨파스트 너도"
"......"
한해의 마지막날에 술기운을 빌린 고백마저 실패해버린 체셔였다
(1) : 72화, 냉면과 숯불갈비 편 참고
이 글은 건전한 작품이며 외설은 일절 없다, 알겠지?
2024년 최후의 단편
2022년 9월부터 쓰기 시작해서 오늘까지 122편, 올 한해만 28편을 썼습니다
항상 감사하고 2025년에도 보자 벽붕이들아
Q) 뭐야 완결이야? 씨발 왜?
머구 명물 복어불고기(독 없음) 먹는 포미더블
닭똥집(닭모래집) 튀김 먹는 포미더블
막창 먹으면서 질기다고 불평하는 포미더블
25년 1분기에 나옵니다 (메뉴는 변경 및 추가 될 수 있습니다)
Q) 완결 아니라고? ㅇㅋ 내일부터 해서 매일 써 '줘'
월 2화 이상 노력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