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모에는 여러 종류의 함재기가 들어가는데


1) 항모의 눈이 되어주고 다른 함재기들을 이끄는 정찰기


2) 항모를 공격기로부터 보호하고, 레이드 뛰러 나가는 공격기를 호위하는 전투기


3) 강력한 폭탄과 어뢰를 장착하고 적함을 직접 노리는 공격기


4) 바다를 활주로로 쓸 수 있고 여차하면 배처럼 물 위에 띄워 수색과 구조가 가능한 수상기


등등이 있다


오늘은 가볍게 공격기의 양대산맥인 급강하 폭격기와 뇌격기를 알아보자



1) 급강하 폭격기




고고도에서 일직선으로 날아가며 폭탄을 날리는 '수평 폭격'은 대공포로 대응하기 힘들어 폭격기가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명중률이 산으로 간다는 단점이 있었다


비행기에서 폭탄을 떨구면 떨어지면서 바람, 습도 등의 영향을 받아 의도하지 않은 곳에 폭탄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목표가 움직이지 않고, 거대한 육상 구조물이나 도시라면 위 사진처럼 도쿄핫을 만들어 쑥을 재배했겠지만


함선은 끊임없이 회피기동하고, 너무 작아서 수평폭격에 잘 당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정밀유도폭탄이 없어서 비행기에서 분리되면 할 수 있는게 없었던 시기,


나온 결론은 '그럼 폭격기가 최대한 접근해서 집어던지고 도망치자!'였다


그렇게 '급'강하 폭격기가 등장하게 된다






급강하폭격은 고고도에서 접근한 후 비행기를 70도로 급하게 꺾어


함선 기준으로는 코 앞인 600m까지 하강한 후 폭탄을 던지고 다시 상승하는 기술인데


2차 대전 기준으로 가장 높은 명중률을 자랑하는 폭격 방식이었다


수평폭격이었다면 건물도 맞추기 힘든데 급강하 폭격은 전차까지 저격할만큼 명중률이 높아질 수 있었다



급강하 폭격기는 70도 각도로 빠르게 하강하기 때문에 비행기에 걸리는 부담이 상당히 컸다


그래서 기체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고 폭탄도 적재해야 하므로 힘이 좋아야했으며, 폭격 직후 급상승을 위해 튼튼한 에어브레이크를 달아야했다


당시 엔진 기술로는 모든 요구를 충족하기 어려웠고, 결국 일반적인 폭격기보다 작은 소형 비행기로 타협할 수 없었다


비행기가 작아지면서 폭장량도 작아졌고 위력이 낮은 가벼운 폭탄만을 장착하게 되어서, 급강하 폭격기는 한방 한방 신중하게 저격하고 모함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또 급강하 중에는 기체 조정이 매우 둔해지고, 조금만 실수해도 적함에 수직으로 꼴아박기 때문에 고된 훈련이 필요했다





급강하 폭격기는 높은 명중률과 고고도 접근이라는 장점으로 거의 모든 국가에서 사랑 받았으며


대전 초기 부실한 어뢰로 고통 받은 미국 항모의 친구이기도 했다


미드웨이 해전에서 아카기/카가/소류/히류를 딴 것도 다름 아닌 급강하 폭격기였다


다만 적의 선체를 직접 노려 침몰까지 노릴 수 있는 뇌격기와 달리 급강하 폭격기는 함선의 상부 구조물만 타격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기에 저고도에서 뇌격기가 급소를 노리면 고고도에서 급강하 폭격기가 통수를 때리는 식으로 섞어쓰게 되었다



2) 뇌격기





홀수선에 구멍을 뚫어서 침수를 일으키는 어뢰는 작은 놈이 전함도 가라앉힌다는 점에서 가성비가 끝내주는 무기였는데


문제는 소형선이나 구축함이 근접해서 어뢰를 쏘려면 전함의 부포와 주포 사격에 5분컷 당하는게 일상이었고


그렇다고 멀리서 쏘면 적함이 조금만 변침해도 쉽게 피할 수 있는 쓰기 어려운 무기였다



함재기가 발달하면서 구축함을 전함에 붙이는 미친짓 대신 작고 빠른 비행기가 바로 앞에 어뢰는 던지고 튀자는 생각이 나온다


이 방법은 1차 대전 때 영국에 의해 실현되었으며 독일 군함을 실제로 잡는데 성공하면서 모든 국가에 뇌격기가 널리 퍼지게 되었다




(아크로열이 비스마르크의 키를 망가트릴때 사용한 뇌격기인 페어리 소드피쉬, 날개가 2쌍인 복엽기로 상당히 구식 비행기였다


상대가 독일, 이탈리아니까 이런걸 함재기로 굴린거지....)



뇌격기는 어뢰를 코앞에서 던지기 때문에 매우 위협적이었으며


일본 해군은 진주만과 미드웨이 해전에서 뇌격기를 사용해 미군함에 큰 피해를 주었다



뇌격기는 급강하 폭격에 비해 난이도가 낮았고, 명중에 성공하면 운 좋으면 침몰하거나 수리를 위해 항구로 회항시킬 정도의 위력이 나왔고 기체 제작 난이도도 급강하 폭격기보다는 낮았다


하지만 뇌격기도 꽤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일단 탑재량이 작아서 큰 어뢰를 쓰지 못했고, 이는 파괴력의 절감을 가져왔다



일본하면 산소어뢰를 떠올리곤 하는데 사실 일본 뇌격기는 산소어뢰를 탑재하지 못했다





산소어뢰가 너무 크고 무거워서 이걸 탑재하면서 함재기가 아니라 육상비행기를 가져와야했는데 그럼 항모에서 못 날린다


구축함이나 순양함이 쏘는 대형어뢰는 한방으로도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었지만 항공어뢰는 그 위력이 한정되어 있어서 여러방 때려박아도 꾸역꾸역 살아돌아가는 경우가 나오곤 했다




야마토급 무사시가 어뢰 20방을 맞고 나서야 배가 기운게 대표적이다



두번째 문제는 뇌격기는 배우기는 쉽지만 실전에서는 생존률이 낮았다는 것


이건 뇌격기 공격 방식의 문제였다





(요크타운을 공격하는 일본 뇌격기)



뇌격기는 저고도에서, 느린 속력으로, 적함을 향해 수평으로 비행해야했다


고도가 너무 높거나 속도가 너무 빠르면 어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입수 충격으로 망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사진처럼 뇌격기는 대공포가 노리기 딱 좋은 먹이감이었고 한번 뇌격을 시도할때마다 편대가 소모품처럼 갈려나가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문제 많은 어뢰와 겹쳐서 16대가 뇌격을 가했다가 모두 실패하고 전멸한 사례도 있다



대공포 말고도 적 호위기가 느리게 저공으로 접근하는 뇌격기를 노리기 쉬웠기에 성공적인 뇌격을 위해서는 호위기가 뇌격기를 보조해야했다


성공하면 큰 피해를 주지만 여러 희생이 필요한 공격기였던 것.





이 둘은 서로 일장일단이 있기에 제독들은 공격기를 따로 보내지않고 저공에서 뇌격기가 치면 고공에서 폭격기가 때려 적의 대공화력을 분산하는 방법을 사용했으며


돈과 기술력이 넘치는 미국은 보급의 효율성을 외치며 TBF 어벤저라는 함재기를 개발했고 한 기종으로 급강하폭격과 뇌격을 동시에 가능하게 만들기도 했다


함재 공격기를 양분했던 뇌격기와 급강하폭격기는 둘의 장점을 합친 대함 미사일이 등장하며 바톤을 넘기게 된다



다만 튼튼하고 신뢰성 높으며, 크기에 비해 적재량이 많다는 점 덕분에


2016년까지 소방용 비행기로 개조되어 사용하기도 했다


요즘은 훨씬 쓰기 편한 헬기로 대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