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람 단편, 페미전사 하우의 반란 (1/2)




어설프게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덜컹거리는 창문 밖의 소란스러움과 기세를 더해 집무실을 가득 채워나갔다. 아직 완전하게 가을이 오지 않은 듯한 늦여름의 선선함이 모항을 둘러싼 바람을 타고 시끌벅적하게 테이블과 의자를 준비하는 형체들 사이로 빠져나갔다. 지휘관은 콧노래를 멈추고 창문을 바라봤다. 저마다 다른 곳에 속한 그녀들이 함께 어울려 곧 시작될 진영 간의 단합회 또는 그것을 무어라 부르던 즐거울 것이 분명한 모임의 장소를 넓은 잔디밭에 꾸미는데 여념이 없었다.


지휘관은 눈썹을 매만지며 옷무새를 정돈했다. 아직 앳된 기운이 남아있는 얼굴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점차 수염도 기르며 나이를 먹으면 그럴싸하게 변하지 않을까 싶었다. 얼굴에 대한 생각와중에 문득 단합회가 코앞까지 다가오니 하우에 대한 일이 떠올랐다.


반들반들하게 잘 닦인 짙은 갈색 구두가 지휘관의 손에 들렸다. 지휘관은 책상 위에 대충 걸터 앉아 습관적으로 구두를 닦기 시작했다.


무슨 큰일이 있으랴. 병기로 재현된 그녀들이라 할지라도 각자의 개성이 있는 만큼, 근래 자주 목격되는 하우의 비밀스런 모임들도 그런 개성들에 의한 모습들 중 하나이리라. 비록 그 모임에 속한 인원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대부분 로열의 메이드대에 속한 인원들이었으므로 그녀들이 무언가 나쁜 일을 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보니 깨끗하다 못해 거울처럼 반짝이는 구두가 손에 들려있었다.


우선 단합회를 잘 끝내고 그 다음에 하우에게 물어보자.


지휘관은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구두를 신었는데, 깔끔한 정복과 잘 어울리는 것이 꽤나 말쑥해 보였으므로 스스로 보기에도 만족스러웠다. 무겁게 울리는 구두 소리가 집무실의 가운데를 지나 나가는 문을 부여잡았다.


하우의 모임에 대해서는 여전히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지만, 일단은 눈앞에 놓인 일을 먼저 잘 끝내는 게 우선이었다. 지휘관은 그런 것보다 언제나 무덤덤하기만 한, 그 도이칠란트의 자매함이라고 믿기 어려운 오딘이 이번 단합회를 어떤 표정으로 즐길지를 상상하며 걸음을 옮겨갔다. 


터덜터덜 걸어가는 지휘관의 손에는 비서함인 오딘이 모항 외곽의 숙소로 자신을 대리러 와달라는 쪽지가 들려 흔들거리고 있었다.


대리러 와달라니, 의외의 부분에서 귀여운 부분이 과연 도이칠란트와 닮았구나 싶은 지휘관이었다.










여기저기 엉망으로 자란 나뭇가지들이 건물들의 창틀을 찔러댔다.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건물들 사이로 말끔한 정복 차림새의 사내가 주위를 둘러보며 걷고 있었다. 외곽에 위치한 이 건물들은 완전히 폐쇄된 건 아니었으나 모항의 중심부에 더 가까운 새로운 숙소가 건설됨에 따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잘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굳이 숙소를 옮길 필요성을 못 느낀 일부 그녀들과 한적한 분위기의 모항 주변부가 더 좋은 그녀들이 이곳에 머물렀는데, 오딘도 그런 인원들 중 하나였다.


우후죽순 자란 나뭇가지들을 보며 지휘관은 언제 한번 날을 잡아 가지치기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며 오딘을 찾아 나섰다. 


구둣발이 숙소의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섰다. 안에 누군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지휘관은 약간의 의아함을 느끼며 복도를 지나갔다. 모항의 모든 인원들이 모항 중심부의 잔디밭으로 단합회를 위해 갔으므로, 누군가 없는 게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만 꺼림칙하게 조용한 기류가 낡은 숙소 복도를 매우고 있었다.


또각. 또각.


지휘관의 고개 옆으로 지나가는 곳들에는 오직 효율성만을 고려해 만들어진 복도의 방문들과 작은 이름표가 달려있었다.


어느 것은 철혈의 이름, 또 어느 것은 로열의 이름.


또각. 또각.


발걸음은 구둣발의 소리와 함께 계속 나아갔다.


그리고는, 똑. 똑.


짧고 강한 노크음이 오딘이라고 적힌 이름표의 방문을 두들겼다.


대답이 없었다. 지휘관은 한 번 더 두들겨봤다.


"오딘!" 이번에는 이름까지 불러봤으나 대답은 당연하다는 듯이 돌아오지 않았다.


지휘관의 의아한 한숨이 입 밖으로 뿜어졌다. 주위를 의식적으로 둘러보며 문고리를 잡아 돌려봤지만 철컥거리는 소리만이 날뿐,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철컥, 철컥, 철컥. 지휘관이 계속해서 문고리를 돌려갔다.


철컥, 그러다가 찰칵.


끼이익. 녹슨 경첩 속 고막을 긁어내리는 높은 음이 지휘관의 귓가를 두들겼다.


그 신경을 곤두세우는 소리는 하나만이 아니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여러개가 들리며 순식간에 지휘관의 인식범위를 벗어나 낡은 숙소의 복도를 벼락처럼 내달렸다.


오른쪽에서, 왼쪽에서, 심지어 뒤쪽에서.


지휘관은 고작 몇 초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에 대해 인지했다. 여러 개의 문이 열리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오딘의 방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열린 문은 오딘의 방문이 아니었다. 오딘의 방문 오른쪽, 왼쪽, 뒤쪽의 문이 열리며 녹슨 경첩이 비명을 질러댔고, 지휘관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어두운 형상들이 쏟아져 나와 사지를 부여잡으며 결박시켰다.


"잠깐! 너희들 이게 무슨.... "


지휘관이 긴박하게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순간 강한 충격이 목덜미에 가해지며 의식이 멀어지는 게 느껴졌다.


흐려져가는 시야을 지나 눈에 익숙한 복장이 지휘관의 의식을 가득 채웠다. 전체적으로 하얀색 복장에 치맛단의 끝과 배 부위가 남색으로 이루어진 메이드복.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 부끄러웠던 적이 많았던 가슴골이 드러난 상의까지. 보여줄 곳은 보여주며 가릴 곳은 가린 메이드복의 어깨와 치마에는 부드럽게 주름진 프릴이 달려있었다.


"잠시 쉬고 계십시오, 주인님."


정갈하게 흘러내린 은발의 목소리, 벨파스트가 지휘관을 받치며 입을 열었다. 













".... 언제까지.. "


목소리가 들렸다.


"까지.... "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하더니 담이라도 낀 듯 목덜미가 뻐근했다.


"언제까지 자고 있을거노?"


그 목소리에 지휘관의 눈이 번쩍 떠졌다.


"하우?.. " 지휘관이 힘겹게 말문을 띄었다.


하우는 그 물음에 대답하기는 커녕 거칠게 팔을 휘둘러 기절해 있었던 지휘관의 벌어진 다리를 강제로 오무렸다. 의자에 포박된 지휘관의 몸이 들썩였다.


"창남 지휘관답게 조신하지 못하노. 역시, 번식 탈락이 답이다 이기야."


어두컴컴한 방 안에 여러 명의 형체들이 다소곳한 자세로 서서 하우의 말을 경청했다. 지휘관은 눈썹을 찡그리며 희미한 불빛에 반사되는 인물들을 찬찬히 둘러봤다. 모두.. 로열의 메이드대들이었다.


"주인님께서는 막 깨어나신 바 아직 정신을 온전히 차리지 못한 것으로 사료되오니 양해를 하오심이 어떨련지요, 하우님."


"주인님?" 하우가 의문의 목소리에 대답했다.


"소추들에게 탄압받는 여성인권에 대한 '보'픈 포부로 코르셋을 집어 던진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주인님 타령이노."


하우는 지휘관이 상상하지도 들어보지도 못한 단어들을 쏘아내며 목소리의 주인을 질책했다.


그러자 목소리의 주인, 벨파스트는 별 다른 대답 없이 그저 고개를 까닥일 뿐이었다. 하우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보였지만 금새 잊은 표정으로 지휘관에게 신경을 집중했다.


하우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곧 크게 쉼호흡을 내쉬며 결연한 표정으로 눈을 떴다. 그러더니 아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드디어 이렇게 됐네." 조금 전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침착한 어조가 지휘관을 향했다. 지휘관은 하우의 뒤바뀌는 인격에 생리적인 소름을 느끼고 있었다.


"지휘관, 내가 이 모항에 도착하고 처음으로 본 게 무엇인줄 알아?" 하우의 흰색 망토가 스르륵 거리며 지휘관이 포박된 의자를 빙빙 스쳐지나갔다.


"그건.... 모항의 유일한 남성에게 성적으로 억압받는 여성들의 모습.. 조신한 자지를 가지지 못한 창남에게 아양떨기 위해 꾸밈 노동을 강요받는 여성들의 모습. 봊팔.. 아직도 치가 떨리노. 무엇보다 주인님 거리며 코르셋을 꽉 맨 메이드대 같은 명예한남들이 가장 보기 싫었노." 하우의 단어들이 다시 정신병적인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내가! 이 모항을 바꾸자고! 맨스플레인에 세뇌된 모두를 구하자고 결심한 거야."


하우의 뒤에 나란히 서있던 벨파스트 등의 메이드대 인원들이 갈채를 보냈다.


"메이드대는 아직 고쳐야 될 점이 많지만, 유니온의 링컨 대통령만 보더라도 위대한 과업에는 고난이 따르는 법 아니겠어? 마치 '여성' 흑인 노예들을 해방시킨 링컨과 같이 나는 기리기리 기억될 테니까.."


하우는 참을 수 없다는듯이 두 팔로 자신의 가슴을 감싸며 자아도취에 빠져 흥을 냈다.


돌연 날카로운 검이 하우의 허리춤에서 뽑아져 포박된 지휘관에게로 향했다. 하우는 능숙하게 바지를 갈기갈기 찢어 지휘관을 속옷 상태로 만들었는데, 비열한 미소와 함께 지휘관의 그것을 겨누머 말을 이었다.


"결국 한남의 몸은 숙주일뿐이고, 본체는 이게 아니겠노?"


하우가 검을 들어올렸다. 사태를 파악한 지휘관이 몸부림을 쳤으나 메이드대에서 걸어나온 검은 형체들이 지휘관의 입을 틀어막고 사지를 고정시켰다.


"모든."


검 끝이 지휘관의 그것을 향해 천천히 힘을 담아 내려가기 시작했다.


"악의."


10cm.... 9cm... 4cm.. 바로 몇 mm의 간격을 두고 검날의 서늘한 감각이 지휘관에게 맞닿으려 했다.


"근원."


지휘관은 차마 끝까지 보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곧이어 엄습할 고통을 기다렸다. 아직인가? 시야를 차단한 상태에서 언제 도래할지 모르는 고통을 기다리자니 이루 말할 수 없이 끔찍했다. 고작 이런 웃기지도 않는 일에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1초, 2초. 계속 기다려봤지만 지휘관은 어떤 통증도 느끼지 못했고 알수 없는 미래를 그리며 초조하게 눈을 떴다.


지휘관은 불안하게 흔들리는 동공으로 앞을 바라봤다.


하우의 검은 끝까지 내려가지 못한 채 단정하게 빗겨진 기다란 은발의 손에 들려있었다. 하우의 반대쪽 손 또한 허리 뒤로 꼬아져 마찬가지로 제압당한 상태였는데, 벨파스트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가볍게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하우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을 지을뿐 이었다.


"부디 조금만 기달려주시길." 벨파스트가 지휘관에게 말했다. 하우는 저항하며 악에 찬 목소리를 쏟아냈지만 다른 메이드대 인원들의 빠른 손놀림으로 인해 금새 입이 손수건으로 봉해졌다.


일련의 일들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여전히 지휘관은 의자에 포박된 상태였다. 벨파스트는 우아하게 미소를 띄었다.


하우는 완전히 제압되어 양 손이 허리 뒤로 묶여 몸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벨파스트는 그러거나 말거나 의자에 포박된 속옷 차림의 지휘관에게, 하반신이 완전히 드러난 허벅지 위로 하우를 강하게 내려 앉혔다. 지휘관의 살결에 하우의 다리를 둘러싼 스타킹이 문질러졌다. 조금 까칠거렸지만, 설설 살결을 흝는 것이 자뭇 시원한 느낌까지 들었다. 하우는 수치심과 모욕감에 얼굴을 붉히며 더욱 격하게 저항을 시작했다.


"하우님께서 말씀해 주신 참된 여성의 권리에 대해 깊이 느낀 바가 많았습니다."


지휘관이 무어라 입을 열려고 했는데, 벨파스트가 검지 손가락을 들어 입술을 막아섰다.


"그러나 하우님께서 잘못 이해하고 계신 것이 있었는데, 알고 있으셨는지요?"


벨파스트는 가느다란 손가락들로 하우의 허벅지 안쪽 살결을 천천히 간지럽히며 점점 더 안쪽으로 파고 들어갔다. 하우는 조금 전의 기세등등한 표정 따위는 잊어버렸는지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벨파스트에게 애원하듯 눈을 글썽였다. 하우가 몸을 움직일수록 서로 허벅지를 포갠 지휘관의 하반신을 자극할 따름이었다.


하우의 짧은 치맛자락이 들추어졌다. 지휘관은 들추어진 치맛자락 속, 스타킹 안으로 얼핏 보이는 하얀색 천에 무엇인가 조금씩 번지고 있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러나 지휘관의 시선은 오래가지 못 했는데, 그 하얀색 천은 금방 벨파스트의 손가락들 사이로 모습을 감춰 꾸욱하고 들어가는 중지 손가락에 의해 두껍게 포개어진 살집을 적나라게 드러내며 작은 굴곡을 이루어냈기 때문이었다.


벨파스트의 중지 손가락이 깊이, 더 깊이 검은색 스타킹을 이끌며 하우 몸속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하우는 이제 완전히 전의를 상실하고 거친 숨을 내쉬며 벨파스트에게 유린되는 자신의 하반신을 눈물이 맺힌 눈동자로 내려다 보고 있었다. 하우가 숨을 내쉴때 마다 지휘관의 콧등을 간지럽히는 열기가 하우를 태우고있는 하반신을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


"모항의 저희들이 주인님께 사랑을 바치는 것은 주인님이나 혹은 누군가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깊게 파고들었던 중지 손가락이 두껍게 굴곡을 그린 살점을 빠져나왔다. 어느새 검은색 스타킹은 끈적거리는 애액을 품어 더욱 짙은 색으로 변해 있었는데, 벨파스트의 손가락들이 하우의 미끌거리는 스타킹과 함께 포개어진 살점을 벌려 조금씩 빠르게 위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우가 허벅지를 오무리며 지휘관의 하반신을 압박했다. 본인의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듯한 몸부림으로 허벅지를 비틀며 몸부림쳤다.


"주인님께 바치는 사랑은 저희들의 기쁨. 주인님께 바치는 봉사야말로 메이드의 기쁨."


하우의 허리가 갑작스럽게 앞으로 굽으며 얼굴을 그대로 지휘관의 품 안에 처박았다.


벨파스트는 입을 열다 말고 만족스런 표정으로 기다랗고 가느다란 실타래들이 엉킨 손가락들을 하우의 허벅지 안쪽에서부터 검은색 스타킹에 묻히며 빼내었다. 마치 유리창이 깨지듯 스타킹 위에 가느다란 실금들이 생겨났다.


지휘관은 하우와 맞닿은 허벅지의 살결에서 온기가 아닌 무엇인가 따스한 액체가 밑으로 조금씩 점점히 흐르는 것을 느꼈다.


".. 사모하는 남성에게 사랑받는 것이야말로 여성들의 기쁨이자 오직 여성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라는 것을.... "


벨파스트가 말했다.


"하우님을 보며 불쌍하고 또 불쌍하게 느낀 것을 알고 계신지요? 남성에게 사랑받지 못해 뒤틀려 버린 하우님의 마음을 메이드대가 바로 잡아드리겠습니다."


어디선가 몸을 드러낸 시리우스가 침착한 손놀림으로 하우의 상의를 벗겨냈다. 평소에는 차 하나 제대로 타지 못 하는 그녀였지만 이상하리만치 옷을 벗겨내는것 만큼은 능숙했다. 하우의 흰 망토가 스르륵 바닥으로 떨어졌다. 가슴골을 드러내며 목덜미까지 올라오는 타이즈가 붉은색 상의와 함께 시리우스에 의해서 조심스럽게 찢겨 내렸다. 찢겨 내린 상의와 타이즈가 하우의 젖가슴 아래, 허리에 걸려 매달린 채로 지휘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들이 타이즈와 상의 아래 감추어두었던 뜨거운 기운을 드러내며 야릇한 열기를 지휘관의 얼굴에 뿜어냈다.


지휘관은 자신도 모르게 그 열기를 들이마시듯 숨을 크게 삼켜냈다. 마치 커다란 난로 하나를 허벅지 위에 올려둔 것만 같았다.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들이 하우의 젖가슴과 유두에 맺혀 어떤 것들은 지휘관의 허벅지 위로, 어떤 것들은 곡선을 타고 밑으로 내려갔다.


그런 지휘관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벨파스트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주인님도 하우님께 여성으로의 기쁨을 알려드릴 준비가 되신 것 같아 보입니다."


벨파스트의 남색 눈동자들이 지휘관의 가빠진 숨을 지켜보다 속옷을 뚫어낼듯이 꼿꼿하게 솟아오른 그것에 퇴폐적인 미소를 지었다.


벨파스트가 느긋하게 지휘관의 입술과 자신의 것을 겹치며 타액을 교환했다. 동시에 하우의 몸이 지휘관에게로 서서히 밀려나갔다. 불과 몇 초가 지나자 서로 간에 빈틈없이 몸이 닿아버린 하우와 지휘관 사이로 지휘관의 솟아오른 남성기가 하우의 치맛자락을 들추며 조금전까지 벨파스트에게 희롱당했던 곳을 찔러대기 시작했다.


"하우님, 여성이 될 준비가 되셨는지요?"


벨파스트가 말했고, 하우는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변하는 것은 없었다.














참새들이 지저귀며 모항을 날아다녔다. 여기저기 쏘다니는 모양새가 꽤나 귀여웠는데 집무실 근처로만 날아다니는 것을 보아하니 요 근처에 둥지를 틀었나 싶었다. 지휘관은 원두를 갈아내 뜨거운 물을 부으며 커피를 만들고 있었다. 쟁반 위에는 멋스럽게 무늬가 그려진 찻 잔이 세개가 있었다.


"그대가 빠졌지만 진영간 단합회는 잘 끝났다." 곁에 서있던 오딘이 말했다.


"정말로 미안해, 오딘. 그때 아무래도 내가 잠깐 눈을 붙인다는 게 깜빡 잠들었지 뭐야."


"괜찮다. 내가 미리 단합회장에 가서 지휘관 대리로 적당히 둘러댔으니."


오딘은 담담히 말을 이었지만 지휘관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스러워하는 목소리들이 꽤나 많았었다. 지휘관이 단합회의 날 갑자기 모습을 감춰 많은 일들이 꼬일뻔했으나, 지금 생각해 봐도 어떻게든 잘 무마시킨 것 같아 나름대로 뿌듯했다. 그나저나 잠이라니. 간혹 맹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는 지휘관이었지만 이번에는 너무 심했다. 


지휘관이 쟁반을 들었다. 단합회가 끝나고 며칠 사이에 수염이 꽤나 자란 것인지, 오딘은 지휘관을 보며 이전보다 사내다워졌다고 생각을 했다.


모습도 모습이거니와 어떻게 표현을 해야 될까. 분위기가 그렇게 변한 것같았다. 오딘은 늠름해진 지휘관의 분위기에 한층 더 믿음직스런 사내로 느껴져 신뢰가 갔다.


오딘과 지휘관이 탕비실을 나와 밖으로 나오니 반가운 목소리가 둘을 반겨주었다.


"지휘관! 그리고 오딘."


밝은 모습의 하우가 스스럼없이 웃으며 두 사람을 불렀다.


오딘을 얼마전까지만 해도 조금 이해하기 힘든 말들을 내뱉던 그녀가 어째서 이 며칠 사이에 이렇게까지 지휘관에게 친근하게끔 변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나쁜 것보다야 좋지 않겠는가 싶었으므로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오딘은 자리에 앉아 지휘관이 탄 커피를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하우는 지휘관의 팔을 붙잡고 안겨 수염을 쓰다듬는 등의 애정표현을 이어가고 있었다.


둘의 애정표현이, 정확히는 하우의 애정표현이 곁에서 보기에 조금 심하다고 느낀 오딘이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러자 지휘관이 머쓱하게 미소를 지었는데, 하우는 되려 의미모를 미소를 입가에 품으며 입을 열었다.


"아.. 오딘. 그대를 까먹고 있었네요."


하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오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오딘의 귀를 조심스럽게 당기며 속삭였다.


"그대에게도 여성으로의 기쁨을 알려드려야겠지요.... "


속삭임이 끝나기 무섭게 단정한 모습의 은발을 지닌 여성이 집무실의 문을 천천히 열며 들어왔다.


하우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오딘도 금새 자신들과 함께 하리란 것을 믿었다.


진정한 페미니즘으로.





끝.





벽람 단편, 페미전사 하우의 반란 (2/2) 완결










벨파스트가 정실인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