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입맞춤, 타액에 뭉근히 배어있는 홍차의 향은 포미더블의 것과 다른 향이었다.


 포미더블이 잡아먹을 듯 제 입술을 탐하는 지휘관에게 몸을 맡겼다. 가벼운 입맞춤만으로도 허리가 부들부들 떨리는데, 일러스트리어스 언니는 대체 어땠을까.


 가슴을 쥐어짜는 손길에 가감은 없었다. 커다란 남성의 손, 발간 자국이 올라올 정도로 거친 손길에 느껴지는 것은 분명히 통증인데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았다. 포미더블의 콧소리 사이에 그녀도 모르게 신음이 섞여들어갔다.


 지휘관에게 밀려 한 걸음 한 걸음 포미더블이 물러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이 엉덩이에 닿고, 거칠게 테이블 위로 밀쳐졌다. 


 "흐으, 으……."


 드러난 등이 딱딱한 테이블에 부딪히는 고통보다 지휘관과 입맞춤이 끝났다는 아쉬움이 앞섰다.


 시선을 아래로 돌려 바라본 끝에는 성날대로 성나서 검붉게 달아오른 지휘관의 물건. 거기에 시선을 집중할 틈도 없이, 더 이상의 전희는 사치라는 듯 지휘관이 제 물건을 포미더블의 질내에 꽂아넣었다. 


 "아, 흐악……."


 대비할 틈도 없는 갑작스런 충격에 포미더블의 허리가 크게 휘었다. 이미 축축히 젖을대로 젖은 질내는 어떤 부담도 없이 그의 물건을 받아들였다만은, 몸 속 깊숙히 꿰뚫는 것 같은 묵직한 이물감에 그녀가 숨을 멈췄다.


 아찔한 감각이 전신을 달린다. 형언할 수 없는, 통증과 쾌락이 뒤죽박죽으로 뒤섞여 머리를 강타한다.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기분, 온갖 잡 생각이 사라지고, 그저 느껴지는 것은 하복부에 느껴지는 불에 데인 듯한 감각 뿐이라서.


 등을 받치는 딱딱한 테이블도, 방금까지 느껴졌던 알몸을 스치는 쌀쌀한 공기도, 입 안에 맴돌던 차의 향기도, 그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허나 중요하지 않았다. 그까짓 감각, 그래, 그따위 감각은 부차적이고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오직 이 온 몸을 날뛰는 쾌감이었다.


 평소엔 내숭 떨며 정리하던 정돈된 은회색 머리칼이 테이블 위로 흐트러져 있고, 그의 앞에서 입을 샐쭉 내밀며 어리광부리던 그 얼굴에는 눈물이 떠올라 있었다. 


 제 밑에 깔려 테이블보를 움켜쥔 채 거친 숨을 내뱉는 포미더블을 바라보니 마음속 깊은 곳 슬그머니 음심이 치솟아 오른다. 지휘관이 흐릿한 웃음을 띄웠다.


 옅게 흐르는 파과혈이 보였다만은, 첫 경험에 대한 배려따윈 없었다. 출렁거리는 포미더블의 가슴을 쥐어잡은 지휘관이 담담히 허리를 뒤로 빼고, 그대로 다시 찔러넣었다. 포미더블이 새된 신음을 내뱉으며 다시 허리를 휘었다.


 "지휘관 님, 하윽, 조금, 흐으, 만, 천천히……."


 신경이 타버릴 것만 같은 느낌에 포미더블이 끊어지는 말로 지휘관에게 애원했다. 이대로 가면 쾌락에 짓눌려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이성을 잃고 그저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쾌감에 절여져 신음만을 내뱉을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돌아오는 것은, 눈물 섞여 흐릿한 시야 속에서 비릿한 웃음을 띄고 있는 지휘관의 얼굴 뿐. 조금은 차가운 그 시선에 하복부가 다시 울려온다.


 고개를 숙인 그가 포미더블의 귓가에 속삭였다.


 "벌이잖아?"


 낮게, 아주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포미더블이 온 몸을 비틀었다. 몸은 솔직했다. 경련하듯 그녀의 몸이 꿈틀거리고, 결합부에선 진득한 액체가 왈칵 쏟아져나왔다. 하, 지휘관이 다시 한 번 웃었고, 그의 물건을 감싸던 포미더블의 질내가 다시 한번 그의 물건을 꾹 죄어왔다.


 절정의 여운에 거친 숨을 내뱉으면서, 우습게도 그 와중 뒤늦게 떠오르는 것은 스쳐 지나가던 이야기. 언젠가 남성의 성기를 어뢰에 비유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과연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했다. 적어도 그의 것은 어뢰였다. 함선의 현현인 그녀들을 침몰시킬 어뢰라 한다면 틀린 말 하나 없었다.


 다시 한 번 용서 없이 지휘관의 것이 포미더블의 질내를 짓쳐 들어온다. 배려따윈 없었다. 평소 난처한 쓴웃음이 어울리던 지휘관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 그게 너무 좋아서, 질내 깊숙히, 그녀의 여린 속살을 유린하며 그 끝에 달하고도 멈추지 않아 하복부를 안 쪽에서 밀어내는 듯한 감각, 그 감각이 잊혀지지 않아서.


 "지휘관 님……. 흐익, 벌, 벌을 내려주세요……"


 바들바들 떨리는 팔로 포미더블이 지휘관의 팔을 붙잡아 자신의 목으로 인도했다. 초커로 감싸인 가느다란 목덜미가 지휘관의 손으로 둘러쌓이자 기묘한 안심감이 느껴졌다. 


 지휘관이 손에 가볍게 힘을 넣었다. 목에 가해지는 압력, 가빠오는 숨, 몽롱해져가는 정신 속에서 주변의 모든 것이 멀어지고 온전히 가장 가까운 것만 느껴진다.


 목을 감싼 지휘관의 손의 온기, 질내를 움직이는 지휘관의 물건, 거기서 오는 진득한 쾌락과 울려퍼지는 질척이는 소리만이 몽롱해진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다가왔다.


 삼키지 못한 침이 입가를 타고 줄줄 흘렀다. 터질듯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포미더블은 그저 부족한 숨에 꺽꺽거리는 소리를 내며 테이블 위에서 지휘관의 움직임에 맞춰 몸을 들썩이고 있었다.


 내숭까지 떨어가던 그녀의 겉모습이 깨지는 것은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건 그까짓, 사소한 일에 지나지 않았다. 로열 네이비의, 레이디의 체면? 그런 것따위 상관 없었다.


 살과 살이 부딪히는 철썩거리는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쓰러진 찻잔에서 흘러나온 홍차가 테이블 위를 적시고 천천히 번진다. 찻잔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지 지휘관은 짐승처럼 허리를 놀렸다. 


 일러스트리어스가 홀린 것처럼 포미더블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던 그 내숭, 겉모습으로나마 우아하고 가련한 레이디의 모습을 꾸미고 있던 포미더블이 가면을 모두 벗어던지고 풀어진 눈동자로 그저 쾌락만을 탐하는 모습에 일러스트리어스가 침을 삼켰다.


 자매의 눈이 마주쳤다. 풀려버린 눈빛 속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확실했다. 이 쾌락은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끝이 다가왔다는 신호를 알리듯 목을 죄는 힘이 강해졌다. 꺽꺽거리던 소리는 이제 당장이라도 넘어갈 듯 색색거리는 옅은 숨소리로 바뀌었다.


 마지막으로 지휘관이 제 물건을 깊숙히 찔러넣었다. 뱃속을 유린하는 것 같은 그 충격, 그리고 이어 울컥이며 아랫배를 채우는 정액의 느낌이 그녀의 그 날, 마지막 기억이었다.


 몽롱하게 풀린 붉은 빛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혀를 빼문 채 실신한 포미더블의 가랑이 사이에서 백탁액이 진득하게 흘러나왔다. 지휘관이 후우, 하고 깊게 숨을 내쉬었다. 포미더블의 새하얀 목덜미에 선명하게 떠오른 붉은 빛 손자국에 일러스트리어스가 저도 모르게 자신의 목덜미를 더듬었다. 


 가라앉은 눈빛이 남은 두 사람에게로 향했다. 이미 그와 몸을 섞은 바 있던 벨파스트조차도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일부러 그를 자극하고자 조금 선을 넘어 도발한 감이 있었지만, 덕분에 잠들어있던 무엇인가를 깨워버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더 참을 수 없었다.


 테이블의 걸터앉은 지휘관의 앞에 일러스트리어스가 무릎 꿇었다. 백탁액과 애액으로 범벅이 된 그의 물건을 좋아하는 물건이라도 되는 것마냥 일러스트리어스가 손으로 잡았다. 비릿하고 끈적한 액체가 흰 장갑을 서서히 적셔가고, 미끈한 감촉이 손 끝에서 느껴졌다.


 일러스트리어스가 망설임 없이 그의 것을 입에 물고 핥아냈다. 희뿌연 액체가 사라지고, 침으로 번들거리는 그의 물건이 일러스트리어스의 입술 끝에서 빠져나왔다. 그의 물건이 금세 빳빳하게 제 위용을 되찾았다.


 "벨파스트."

 "예, 주인님."

 "기다려."


 포미더블이 망가질 것처럼 유린당하는 모습에, 그리고 우아한 일러스트리어스가 흡사 탕녀처럼 행동하는 모습에, 그리고 평소와 다른 지휘관의 모습에 질척하게 젖은 가랑이를 향해 저도 모르게 움직이던 벨파스트의 손이 덜컥 멈췄다. 


 지휘관의 싸늘한 눈빛이 벨파스트를 향했다. 아아, 저 싸늘한 눈빛이 나를 향하며 잡아먹을 듯 내 몸을 탐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무자비하게 몸을 꿰뚫고, 물건을 다루는 것처럼 그녀의 몸을 다루는 것이다. 그 시선과 상상만으로도 등골을 짜릿하게 달리는 쾌감에 덜컥 다리가 풀린 벨파스트가 자리에 주저 앉았다.


 시선을 돌리자, 일러스트리어스가 테이블을 짚고, 엉덩이를 내밀며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걷어올린 스커트 아래에서 진득하게 떨어진 꿀이 스타킹을 적시고 있었다. 일러스트리어스가 시선을 돌려 지휘관을 바라보며 웃었다. 흐, 지휘관이 웃었다.

 

 "지휘관 님, 연착륙…… 시험해보실래요?"


 전희는 필요없었다. 연착륙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난폭하기 그지 없는 삽입에도 일러스트리어스가 환희의 신음을 내뱉었다. 지휘관을 도발한 댓가는 혹독했으나, 그것이야말로 그녀들이 원하는 것이었다.


 몰려오는 쾌락에 제 몸을 지탱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지휘관이 쭉 내뺀 허리를 그대로 찔러넣었다. 지휘관의 손길에 따라 허리를 일으킨 일러스트리어스가 크게 경련했다. 그녀들의 몸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듯 기분 좋은 곳만 찔러 들어오는 그의 몸짓에 일러스트리어스는 그저 그에게 몸을 맡겼다.


 거친 몸놀림에 드러난 가슴이 출렁이며 맞부딪혀 철썩이는 소리가 들리고, 그녀가 바들바들 떨리는 팔로 제 몸을 지탱했다. 가쁜 숨결 사이에 신음이 흘러나왔다.


 지휘관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모양 좋게 드러난 그녀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뭉근하게 퍼지는 고통에 한껏 질내를 죄면, 더욱더 선명하게 질내를 가득채운 지휘관의 것이 느껴진다. 폭력적이기 그지 없는 쾌감이었다. 포미더블은 과연 이 쾌락은 어떻게 버텼던 것일까.


 격한 허리 놀림에 일러스트리어스의 허리가 점점 숙여져서, 어느새 테이블에 온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테이블에 짓눌린 가슴이 지휘관이 움직일때마다 이리저리 모습을 바꾸었다. 


 흘러나오는 일러스트리어스의 신음 사이로 지휘관의 숨도 점점 거칠어졌다. 머리를 눌린 채, 그저 물건처럼 다루는 그 행위에 로열의 영광은 커녕 여성의 존엄조차 없었지만, 쾌락에 절은 일러스트리어스의 머릿 속에 그따위 것은 남아있지 않았다.


 로열 레이디의 체면을 벗어던지고, 지휘관의 밑에 깔린 채 상스러운 신음을 내뱉던 포미더블의 모습이 한구석에 떠올랐다. 지금 그녀의 모습도 포미더블의 모습과 다르지 않겠지.


 허리 놀림이 격해지고, 억눌린 시선 끝,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포미더블을 바라보는 일러스트리어스가 희미하게 웃음지었다. 부러워했던 그 기분을 곧 그녀도 느낄 수 있을 터였다.


 일러스트리어스의 꽁지 머리를 붙잡은 채 일러스트리어스의 깊숙한 곳에 제 물건을 꽂아넣었다. 소중한 곳까지 짓쳐 들어올 듯 사납게 들이치는 쾌락의 끝에서 하복부를 가득 채우는 감각의 끝에, 일러스트리어스가 환희의 신음을 내뱉었다. 그녀의 동생이 왜 몽롱하게 풀린 눈으로 그대로 정신을 잃었는지 알 수 있는, 폭력적이기 그지 없는 쾌감.


 움찔거리며 경련하는 일러스트리어스에게서 지휘관이 천천히 떨어졌다. 남은 하나─벨파스트가 숨을 삼켰다. 후우, 지휘관이 가벼이 숨을 내뱉었다. 눈빛은, 아직 착 가라앉아있었다. 가라앉은 눈빛이 벨파스트에게로 향했다.



 한참 뒤 그녀가, 응접실 뒷정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기적이나 다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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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만원이 넘는 커스텀 키보드를 구매하였습니다.

 회사로 가져가기 전 써보는 글입니다.

 비싼 건... 비싼 값을 하네요...


 사실 이번 편은 쓰면서도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캐릭터들의 성격이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 한구석에 듭니다. 기분따라 가볍게 쓰는 글이니 그렇게 깊이 안따져도 되려나 싶기도 합니다. 급하게 주워섬기는 변명입니다.


 그래도 부족한 글 언제나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