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에, 착하지, 착해. 주인님, 아프진 않으신가요?"


 메이드는 모성애를 가지고 있어야 할 수 있는 직업인걸까. 아니면 카리브디스가 유독 특이한 걸까.


 하다 못해 청소년도 아니고 다 큰 성인, 그것도 현역으로 지휘관을 하고 있는 건장한 남성의 어디가 모성애를 자극한단 말인가.


 아니, 그 전에 모성애가 맞기는 한 건지. 지휘관은 그의 것을 대신 수음해주고 있는 카리브디스에게 붙잡혀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그래, 붙잡힌 채였다. 카리브디스는 지휘관에게 무릎 베게를 그의 이마를 누르며 그의 물건을 손으로 만지고 있었다. 단지 그 뿐이었다. 아무리 함선 소녀래도 그 여려 보이는 몸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지휘관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마저 말이라도 할 수 있으면 모르겠는데, 심지어 카리브디스는 제 가슴께의 옷을 제껴내고 지휘관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 그러니 지휘관의 얼굴이 부끄러움에 터질 것처럼 달아오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웅얼거리기라도 할라치면 그 우물거림이 젖가슴을 자극하는지 카리브디스가 꺄향, 하고 귀여운 신음을 내니 더욱 그랬다. 그러고 난 뒤 지휘관을 짐짓 혼내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니, 이게 지휘관을 대하는 건지 아기를 대하는 건지 모를 노릇이었다.


 입은 막혀있어 항의의 표시를 내보내는 것도 못해, 머리와 이마께가 눌려 상체를 들어올리는 것도 못해, 몸을 비틀어 탈출해낼라치면 "떽!"하며 다시 지휘관의 자세를 바로잡기 일쑤니, 결국 지휘관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얌전히 카리브디스의 손길을 받아들이는 것 뿐이었다.


 얇은 장갑 너머로도 알 수 있는 부드러운 손이다. 청소니 세탁이니, 제법 거친 일을 할터인데도 굳은살 하나 박이지 않은 그 부드러운 손가락이 지휘관의 물건을 훑어냈다.


 가장 기본적인 애무라 익숙해질 법했지만, 지휘관은 어느새 문란해져버린 자신의 생활을 자책했다, 남의 손, 그것도 부드러운 여성의 손이 제 것을 어루만지는 그 감촉은 늘 자극이 심했다.


 메이드장─벨파스트에게 배웠다는 말은 허세가 아닌 듯, 카리브디스의 애무는 단순히 위아래로 흔들며 자극하는 것 뿐이 아니었다. 끝을 살며시 쓸기도 하고, 뿌리 부분을 죄이기도 한다. 조금은 낯선 그 부드러운 장갑의 감촉과 더불어 절묘한 힘조절과 손놀림에 사정감이 금세 치솟아 올랐다.


 지휘관이 헐떡이고, 그 입술 새로 새어나오는 약한 숨이 카리브디스의 가슴을 자극했다. 뜨거운 그 숨결에 카리브디스의 숨도 덩달아 조금씩 거칠어지는 것을 둘은 알고 있었을까.


 투명하고 끈적한 액체가 카리브디스의 손을 타고 흐르며 장갑을 적셨다. 얇은 흰색 장갑이 손가락에 달라붙는 그 모습에 카리브디스가 봉사에 더욱 열중했다. 어느새 그녀는 지휘관을 달래는 말조차 하지 않고 지휘관을 위로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가빠진 지휘관의 호흡와 손 안에서 벗어나려는 듯 꿈틀거리는 그 느낌이 곧 사정할 것이라는 것을 알렸다. 카리브디스가 손을 모아 지휘관의 귀두를 살며시 감쌌다. 가뜩이나 민감해진 성기 끝, 부드러운 장갑의 감촉에 지휘관이 기어코 카리브디스의 정액을 토해냈다.


 울컥이는 백탁액이 장갑을 적셨다. 카리브디스가 살며시 손을 뗐다. 카리브디스는 장갑 위에 몽글거리며 뭉쳐있는 백탁액을 빤히 바라보았다. 진득한 정액은 흐르지도 않은 채 카리브디스의 손가락 사이를 더럽혔다.


 비릿하게 풍겨오는 냄새, 미끈거리는 촉감, 미적지근한 그 온도. 카리브디스의 손이 자연스레 제 입가로 향했다.


 연분홍 빛 혀가 손가락 사이에 묻은 끈적한 그 액체를 핥아냈다. 혀가 닿는 촉감은 보이는 바와 같이 미끈거렸고 또 씁쓸했다.


 할짝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유쾌한 감정이 일 이유는 무엇 하나 없었지만, 카리브디스는 무엇에 홀린 것처럼 제 손을 더럽힌 백탁액을 모두 입안에 털어넣었다. 흰 장갑을 물들이며 뭉친 정액이 손바닥을 타고 입술을 너머 혀에 닿자 찌릿한 감각이 일었다.


 "후우……."


 카리브디스가 옅은 한숨을 내뱉었다. 입 안을 맴도는 그 비릿한 향이 빠져나갈까 조심스러울 정도였다. 동시에 지휘관에게 봉사했다는 충족감과 더불어 묘한 만족감이 배어 있었다.


 그야말로 어떤 일이 일어난지도 모를 정도로.


 "만족하셨나요, 주인님? 주인님……? 주, 주인님?"




 가슴에 파묻혀 호흡 곤란으로 기절이라니, 대령이 웃겨 죽을 에피소드가 하나 더 생겼다 싶었다.


 기절이래봤자 수십 초, 1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카리브디스는 연신 허리를 내리며 고개를 숙였다. 기절한 지휘관보다 카리브디스가 도리어 사색이 된 얼굴이니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래도 음, 젖가슴의 살내음을 맡으며 기절이라면 남자 인생에 한 번쯤 겪어도 괜찮은 경험 아닐까.


 지휘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대령이나 할 법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당면한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카리브디스는 제 잘못으로 지휘관에게 문제가 생겼으니 며칠 간은, 적어도 오늘 하루는 지휘관을 제가 돌보겠다며 나선 것이었다.


 "저기, 카리브디스? 난 정말 괜찮으니 돌아가도 좋아."

 "아뇨, 안 돼요, 주인님. 혹시나 뒤늦게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요. 그러니 오늘은 얌전히 제게 의지해주세요."


 기숙사로 향하는 길, 카리브디스가 단호하게 말하며 지휘관에게 바짝 붙어섰다. 따지고 들어가면 카리브디스가 폭주한 게 원인이었지만, 그걸 지적하기엔 새하얗게 질린 그녀의 얼굴이 떠올라 차마 그럴 수도 없었다.


 이것도 그나마 양보한 것이었다. 처음에 카리브디스는 지휘관을 번쩍 안아들어 숙소로 옮기려 했었다.


 카리브디스에게 번쩍 안긴 지휘관은 만감이 교차했다. 함선 소녀는 의장이 없으면 평범한 여성과 다를 바가 없다고 들었는데 그게 아닌 건지, 이건 남자가 여자에게 해주는 게 아닌지, 사실 메이드는 정말로 하나의 종족이 아닌지, 그러니 이런 좋은 냄새가, 아니, 이건 아니고, 하는 것 따위의 그런 실 없는 생각이 머릿 속을 맴돌았다.


 진짜 환자였더래도 비틀거리면 비틀거리는대로 걸어갔지 카리브디스에게 민폐를 끼치기는 싫었다. 미련한 남자의 자존심일지도 모르겠다만.


 카리브디스는 지휘관이 쓰러질까 지휘관에게 꼭 붙어서 걸었다. 한 번 기절했으니 언제 쓰러져도 이상할 게 없다는 논리였다. 오히려 그녀가 가까이에 있어 더욱 쓰러질 것 같은 건 모르는 걸까.


 카리브디스는 나름대로 지휘관이 걷는데 불편하지 않을까 약간 떨어져서 걷고 있는 듯 했지만, 그녀는 그녀의 풍만한 가슴의 부피는 고려하지 못한 듯 했다. 자꾸만 팔에 닿는 푹신한 감촉에 지휘관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런 지휘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리브디스는 지휘관이 잘못될까 안절부절하며 그의 뒤를 따랐다. 이러니 마음이 약해서 단호하게 내칠 수도 없는 것이다.


 지휘관의 필사적의 설득에 카리브디스와 지휘관은 그가 잠들기 전까지 카리브디스가 지휘관의 수발을 드는 것으로 극적인 타협을 이룰 수 있었다.


 다만 늘 그렇듯, 그녀들의 '수발'은 지극히 그녀들의 개인적인 기준이었다만은.


 하물며 하나부터 열까지 지휘관의 모든 것이 그녀의 손을 타야 만족하는 카리브디스였다. 지휘관은 언젠가 벨파스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카리브디스를 너무 가까이 하지 마십시오, 주인님. 글러먹게 될 겁니다.'


 과연, 이런 의미였구나.


 숙소 방문을 열고 들어가서부터 시작이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실례할게요, 주인님." 이라며 먼저 지휘관의 방 안에 들어선 카리브디스가 순식간에 방 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아주 조금 흐트러진 침대를 정리했다. 비뚤게 걸린 옷을 정리하고, 지휘관의 제복 재킷을 받아 갈무리한 뒤 걸어 놓기까지가 10초였다.


 그 모습에 벙찐 지휘관을 번쩍 들어 소파에 조심스레 앉히더니 차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물이 끓고 찻물이 우러날 시간도 아까워 방을 쓸고 닦으니, 그 시간이 삼 분여 쯤이나 됐을까.


 핫, 멍하니 카리브디스의 모습을 바라보던 지휘관은 그 쯤 되서야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3분, 3분이었다. 나름 정리한다고 정리하여 깔끔하지만 조금 너저분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던 지휘관의 방이 말끔히 정리되고, 어느새 옅은 차 향기가 퍼지고 있었다.


 "카모마일이랍니다, 주인님. 심신을 안정시키고 숙면에 좋다고 해요."

 "아, 응, 고마워."

 "네에, 카리브디스는 주인님의 메이드로서 언제 어디서나 봉사합니다. 오늘은 하나부터 열까지 해드릴테니 부담 없이 불러주세요!"


 그게 더 부담스러운데. 지휘관은 그 말을 찻물과 함께 후루룩 삼켜냈다. 은은한 향기가 과연 심신을 안정시켰다. 후우, 지휘관이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버릇대로 오늘 하루를 되짚었다.


 으음, 별 일 없었지. 평범하게 일을 하고, 잠깐 눈을 감았다 그대로 졸고 말았나. 이건 조금 반성해야겠다.


 그리고 젖을 문 채로 함선 소녀에게 애무를 받다가 호흡 곤란으로 기절이라.


 지휘관이 왈칵 얼굴을 구기며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세상에 이따위 지휘관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자괴감이 엄습했다.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오는 한숨과 지휘관의 귀가 벌겋게 달아오르는 모습에 카리브디스가 화들짝 놀라 다가왔다. 


 "주, 주인님, 어디 안 좋으신가요? 베스탈 씨를 부를까요?"

 "아니, 아니, 아냐……. 잠깐 그대로 혼자 있게 해줘……."


 음울함이 물씬 배어나오는 목소리에 카리브디스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이리 우울해져 있는 지휘관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축 처진 어깨가 안쓰러웠다. 카리브디스는 지휘관의 뒤로 향해서 가만히 그의 어깨를 주물렀다. 남자다운 어깨 너비를 보면 운동이 부족해보이지는 않지만 긴 시간 동안 앉아서 업무를 봐서 그런걸까, 지휘관의 어깨는 꽤 뭉쳐있었다.


 "앗, 주인님, 목욕 하실래요? 따뜻한 물은 준비 됐답니다."

 "아, 응. 고마워……."


 후우, 한숨을 내뱉으며 감정을 갈무리한 지휘관이 일어섰다. 땀은 그닥 흘리지 않았으니 평소라면 샤워로 끝냈겠지만,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생각이 좀 정리될 지도 몰랐다.


 비척비척 욕실로 향한 지휘관이 훌훌 옷을 벗고 간단히 정리한 후 욕실로 들어섰다. 수증기가 작은 욕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물내음이 사람을 진정시키는 듯 했다. 잠깐 혼자 감정을 추스리기 딱 좋았다. 


 그래, 혼자였다면.


 그리고 늘 그렇듯, 그녀들의 '수발'은 그녀들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었다.


 "실례하겠습니다, 주인님. 등 밀어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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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동안 미뤄둔 자취방 정리를 좀 했습니다.


 음, 딱 2주일 정신 없어서 빨래만 하고 청소기만 대충 밀고 말았더니 방안 꼴이 말이 아니더군요. 고작 8평 남짓의 작은 원룸인데도 이리 귀찮습니다. 저한테도 카리브디스 같은 메이드가 하나 있어서 다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응애.


 물론 이뤄질 수 없는 꿈입니다.


 그러고보니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전함 장전 명중작을 마쳤고 또 처음으로 메타 그나이 원킬을 내봤습니다. 3전함 팟으로 어떻게 몸을 비틀어보니 되더군요. 한섭 오픈부터 한 보람은 있는 모양입니다.


 오늘도 헛소리가 길었습니다.


 이번에도 기다려주시고, 또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