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하겠습니다, 주인님. 등 밀어드릴까요?"


 로열의 메이드대는 봉사에 전심전력을 다하는 존재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리고 카리브디스가 그 정점에 선 존재 중 하나라는 것도.


 과연 그게 칭찬의 말일지는 모르겠다만은.


 카리브디스의 말은 제안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정말로 제안일리가 없었다. 정말로 그녀가 지휘관에게 제안할 생각이었다면 욕실 문 밖에서 지휘관의 의사를 먼저 묻지 않았을까.


 그래, 지금처럼 욕실에 대뜸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카리브디스는 지휘관의 답변조차 기다리지 않고 욕실로 성큼 들어섰다. 옷이 젖을까 스타킹을 벗고 스커트만 얼추 걷어올려 갈무리한 모양새였다. 평소에는 긴 스커트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늘씬한 종아리가 눈에 띄었다.


 이럴 때가 아니었다면 거기에 눈이 흘금 갈 터였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게 있었다.


 그야, 지휘관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향간에는 제 알몸을 드러내며 쾌락을 얻는 부류가 있다고 하지만, 그리고 몇 함선 소녀들은 실제로 그러하지 않을까 싶은 옷차림을 갖긴 했지만, 적어도 지휘관은 그런 취향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기별도 뭣도 없이 들어온 이, 그것도 여성에게 알몸을 보이며 "어, 그래." 라며 담대하게 답할 수 있을리가.


 황급히 수건으로 사타구니를 가렸지만 카리브디스는 이미 욕실에 들어와 있었다. 부끄럽지도 않은지 도리어 놀란 지휘관을 보며 고개를 갸웃하는 모양새다. 귀여운 모습이긴 했지만, 그게 욕실만 아니었으면 좋을 텐데.


 "아니, 괜찮으니까, 옷, 옷, 옷 젖잖아."


 놀란 지휘관은 말까지 더듬으며 카리브디스를 무르려 했다. 물론 그게 통했다면 그녀는 진즉에 욕실에 들어오지도 않았겠지. 양 주먹을 불끈 쥔 카리브디스가 답했다.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옷 젖는 것 정도야 괜찮아요! 갈아입으면 되니까요."


 카리브디스는 이미 고삐 풀린 망아지와 같았다. 무슨 말을 해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 지휘관은 직감했다. 그 말은 곧 지금부터 잠들 때까지 꼼짝 없이 카리브디스의 봉사를 받아야 했다. 그러니까, 그녀가 하나부터 열까지 지휘관을 돌봐준다는 말이었다.


 그래, 하나부터 열까지.


 "주인님, 잠깐 팔을 뻗어주시겠어요?"


 뻣뻣하게 굳은 지휘관의 모습에도 아랑곳 않는 카리브디스가 싱글싱글 웃으며 지휘관의 팔을 잡아채 거품칠을 하기 시작했다. 우악스레 팔을 잡아챈 것치고는 상냥하고 또 부드러운 손길이었다.


 아니, 그야 이렇게 미인인 여성이, 그것도 메이드가 몸을 대신 닦아준다는 상황은 뭇 남자가 그리는 로망 중 하나이긴 했다. 지휘관도 성욕이 없지는 않았다. 그 역시 건장한 성인 남성이었기에 이따금씩 자기 위로를 할 때가 있었고, 그럴 때 참조한 시각적인 자료, 그러니까 속된 말로 그가 본 야동에 그런 장면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영상과 실제는 다르니, 직접 겪어보니 당혹스럽기 그지 없었다. 각오라도 하고 있으면 몰랐을텐데!


 물론 카리브디스가 지휘관이 각오할 시간을 줄리가 만무했다. 그녀의 말마따나 옷이 젖는 것에도 아랑곳 않고 카리브디스가 열심히 지휘관의 몸에 거품칠을 했다. 내빼려고 해도 간신히 가린 사타구니의 수건마저 내려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가득한 수증기, 따스한 물 때문에 가뜩이나 후텁지근한 욕실 안이었다. 카리브디스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흐르고, 카리브디스의 목덜미를 지나쳐 그녀의 옷깃을 적셨다.


 땀방울 뿐 아니었다. 찰박이는 물소리, 지휘관의 몸을 닦아주는 것에 열중한 그녀의 옷은 이미 절반 쯤이나 축축해져 있었다. 카리브디스의 메이드복은 풍성한 검은색 스커트에 비해 가뜩이나 상의의 면적이 적고, 또 얇았다.


 본래도 큰 가슴을 미처 다 담지 못해 팽팽하게 부풀어있던 가슴께의 옷이다. 젖어버린 카리브디스의 옷은 이미 살갗을 가린다는 제 역할을 삼할도 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물에 젖어 반쯤 투명해진 옷이 가슴에 달라붙어 그 둥근 젖무덤의 굴곡, 심지어 얕게 솟아오른 분홍빛 흔적의 궤적까지 선명했다.


 윽, 거울 너머로 무심코 그 굴곡을 더듬던 지휘관이 고개를 휙 돌렸다. 커다랗고 무거운 것은 만유인력이 크니 시선이 그곳으로 향한 것이다─그리 되도 않는 헛소리를 변명 삼아 이성을 통제하려 한들 소용이 있을리가.


 수건 아래로 슬그머니 지휘관의 것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카리브디스가 그걸 놓칠리가 없었고.


 "어머……."


 카리브디스가 작게 탄식했다. 분명히 손으로 봉사해준지 얼마 되지 않았을텐데. 힘차게 솟아오른 지휘관의 것을 보니 얼마 전 메이드장이─벨파스트가 메이드대의 몇몇에게 해준 말이 떠올랐다.


 '만일 여기에 주인님을 상대하게 되실 분이 있다면, 미리 각오를 해두세요.'


 카리브디스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니까, 거기에 이어지는 말이 분명.


 '만족시켜드리기 위해선 한 두 번으론 부족할 겁니다.'


 카리브디스가 작게 심호흡했다. 


 "죄송해요, 주인님, 미처 신경 써드리지 못했네요."


 그녀가 제 상의를 천천히 내렸다. 옷이 달라붙은 젖가슴이 이윽고 출렁이며 제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물에 젖어 반들거리는 모습이었다.


 지휘관이 날숨을 삼킬 새도 없이 카리브디스는 제 가슴에 남아있던 거품을 칠했다. 하얗고 풍성한 거품이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가슴을 가렸다.


 "오래 기다렸습니다, 사랑스러운 주인님. 카리브디스에게 지친 몸을 맡겨주세요."


 스커트가 젖고 거품이 묻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카리브디스가 지휘관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그 출렁이는 모성을 가렸다한들 해봤자 거품이었다. 등에 미끌거리는 거품이 닿자마자 그 커다란 젖무덤이 등에 뭉개지는 감각에 신경이 곤두섰다.


 "자, 잠깐만, 카리브디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지휘관이 카리브디스의 품에서 몸을 빼내려 했다.


 "에잇, 에잇. 옳지, 옳지, 옳지. 이제 놓지 않을테니 얌전히 제 품을 즐겨주세요, 주인님."


 지휘관의 소심한 반항이 오히려 카리브디스를 자극한 모양이었다. 카리브디스는 조금은 장난기 어린 얼굴로 지휘관을 좀 더 세게 끌어안으며 그의 등에 제 가슴을 밀어붙였다. 


 뒤에서 지휘관을 끌어안은 카리브디스가 지휘관의 정면을 더듬으며 거품칠을 했다. 그때마다 뭉개진 그녀의 젖무덤 가운데서 느껴지는 빳빳이 선 유두가 지휘관의 등에 그리는 길이 선명하다 못해 적나라할 정도였다.


 건강한 젊은 남성의 몸이 그걸 참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지휘관의 양물이 수건을 부풀리다 못해 뚫고 나올 기세로 커다랗게 부풀어 올랐다.


 상체를 씻겨주던 카리브디스의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배와 옆구리를 지나 사타구니로 향한 손이 기어코 마지막 보루─지휘관의 가랑이를 가린 수건을 벗겨내자, 벌겋게 충혈되어 빳빳이 고개를 세운 지휘관의 것이 드러났다.


 귓가에서 들리는 카리브디스가 작게 숨 삼키는 소리, 등에 닿는 따스하고 푹신한 살덩이의 감촉, 카리브디스의 부끄러운 듯 하면서도 그녀 나름의 봉사에 열중한 모습.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지.


 바짝 긴장해있던 지휘관의 몸에 힘이 빠졌다. 카리브디스에게 몸을 맡기듯 기대는 모양새였다. 갑작스럽게 무게가 더해지는 탓에 카리브디스가 잠깐 미끄러졌지만, 이내 제게 몸을 맡긴 지휘관의 모습에 카리브디스의 얼굴이 한껏 밝아졌다.


 천성이 남 돌보기를 좋아하는, 그러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열과 성을 다해 봉사하여 사람 글러먹게 하기를 좋아하는 카리브디스다. 심지어 로열 메이드대 모두가 모시는 맛이 있다, 라며 지휘관의 수발을 자처하는 판이었다.


 오죽하면 언젠가 대령이 지휘관을 응석받이로 만드려 한다며 로열 메이드대에게 '응애세력'이라는 별칭까지 붙여준 바가 있을 정도였으니.


 그러니 이 상황, 지휘관의 행동은 그녀가 바라는 이상 그 자체라서.


 "네에, 네에, 주인님, 카리브디스에게 뭐든 맡겨주세요. 언제든 말씀만 하세요. 하나부터 열까지, 주인님의 의식주와 욕망까지 책임져 드릴게요."


 카리브디스의 눈에 생기가 넘쳐났다. 평소에도 의욕 넘치는 그녀였지만 이리도 기뻐하는 모습은 지휘관조차 처음이었다.


 카리브디스의 손이 지휘관의 것을 다시 한 번 위로하기 시작했다. 한 번의 경험이 발판이 되기라도 했는지 고작 몇 시간 전보다 능숙한 손놀림이었다. 미끈거리는 거품이 묻은 손이 상냥한 손길로 양물을 어루만지니, 지휘관이 작게 침음성을 삼켰다.


 손 뿐이 아니었다. 카리브디스가 제 몸을 샤워타올로 삼아 지휘관의 등을 닦아냈다. 그 사람 글러먹게 만드는 성격답게 모성애마저 넘쳐흐르는 몸이다.


 그런 카리브디스가 제 온몸을 다해 지휘관의 몸을 봉사하니, 지휘관이 남자의 기쁨을 토해내는 것은 멀지 않은 일처럼 보였다.


 하지만 카리브디스는 지휘관을 몸을 씻겨준다는 그 목적을 아직 잊지 않은 모양이었다. 치솟아오르는 사정감에 지휘관이 헐떡일 때 쯤 카리브디스는 읏차, 하고 귀여운 기합과 함께 지휘관의 몸을 일으켰다.


 "네, 주인님, 가만히 있어주세요."


 능숙하게 지휘관을 인도해 욕조에 걸터앉게 한 카리브디스가 지휘관의 앞에 무릎 꿇으며 자세를 낮췄다. 살짝 시야를 밑으로 내리자, 출렁이는 젖가슴과 그 깊숙한 가슴골에 절로 시선을 빼앗겼다.


 카리브디스가 제 젖가슴을 비벼 거품을 냈다. 무엇 하나 꿇리지 않는 미인이 타올도 아니고 직접 제 가슴을 부벼 거품을 내는 모습이라니, 영상은 커녕 상상조차 하지도 못한 아찔한 장면이었다.


 "앞쪽도 깨끗하게 씻겨드릴게요."


 청순한 외모와 모성애 넘치는 몸매, 그리고 나긋한 말투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음란한 모습이었다. 지휘관은 홀린 것마냥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착하지."


 거품이 인 카리브디스의 가슴이 지휘관의 양 허벅지에 닿았다. 카리브디스가 제 가슴을 부벼 지휘관의 허벅지를 씻겼다. 부드러운 그 젖가슴의 감촉은 아슬아슬하게 지휘관의 것을 스쳐지나갈 뿐이었다.


 허벅지와 가랑이에 거품이 모두 묻었을 무렵에 지휘관의 물건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듯 투명한 액체를 질질 흘리고 있었다.


 카리브디스가 다시 한 번 제 젖가슴을 비벼 거품을 냈다.


 이윽고 따스한 젖무덤 사이, 새하얗고 투명한 거품에 미끄러져 지휘관의 물건이 부드럽게 그녀의 가슴골에 파묻혔다. 자신을 감싸는 여체의 온기에 지휘관의 물건이 카리브디스의 가슴 사이에서 꿈틀거렸다. 그녀는 그마저도 사랑스럽다는 듯 도리어 제 가슴을 모으던 손에 힘을 주었다.


 그 압박감에 지휘관이 작게 신음을 흘렸다. 너무 강하지도, 또 너무 약하지도 절묘한 자극이었다. 그야말로 계속 이러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지만 카리브디스는 그렇게 둘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철썩, 카리브디스의 젖가슴과 지휘관의 허벅지가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작은 욕실에서 울리는 그 소리가 더더욱 선정적이었다. 더 이상 참는 것은 불가능했다.


 지휘관의 허리가 벌벌 떨렸다. 카리브디스가 가슴 사이에서 움찔거리며 백탁액을 토해내는 그 감각에 작게 한숨을 토해냈다. 가슴골 사이에서 거품의 흐릿한 향과 섞인 비릿한 향이 올라왔다.


 천천히 가슴을 조이고 있던 팔에 힘을 풀자, 카리브디스의 벌어진 가슴골 사이에서 거품과 정액이 섞인 백탁액이 끈적하게 늘어졌다.


 그 또한 더 없이 음란한 광경이라, 힘을 잃었나 싶은 지휘관의 것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지휘관이 제 품에서 응석부리며 헐떡이는 장면에는 무언가 마성이 있었다. 혹은 그 지휘관의 정액이 풍기는 그 비릿한 냄새에 함선 소녀들의 몸을 달구는 미약과 같은 효능이 있거나.


 어찌됐든 봉사는 이어져야 했다.


 카리브디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갈무리한 스커트를 허리께까지 걷어올리자 하얀색, 레이스로 장식된 속옷이 보였다.


 본래라면 청초해야 할 그것은 이 욕실의 습기인지, 아니면 그녀의 꿀인지 모를 액체로 젖어 더욱 매혹적이었다.


 "네에, 주인님, 주인님은 가만히 계셔주세요. 카리브디스가 전부 해드릴게요."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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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시 회사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하니,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냥 멍하니 시키는 일만 하며 시간을 때우는 와중입니다. 1, 3, 5년차가 고비라는데, 새삼 생각해보니 벌써 만 3년을 지나 4년차를 향하고 있습니다. 뭐했다고 시간이 이리 지났을까요.


 왜 서브컬쳐 시장에 마망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지 알 것 같은 요즘입니다. 카리브디스 마망 나도 돌봐줘...


 물론 헛소리입니다.


 작년부터 짧게짧게 가끔씩 쓰던 글이 어느새 지금까지 왔습니다. 조금 아쉽지만 이젠 슬슬 생각나는 상황도 없는 관계로 카리브디스를 마지막으로 에필로그 한 두 편과 함께 끝을 내볼 생각입니다.


 이번에도 기다려주시고, 읽어 주시고 또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