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족스러웠다.


 지휘관의 감상이 아니었다. 슬프게도 혈기 넘치는 남성의 몸은 여성의 손길이 닿기만 해도 절로 흥분하고 만다.


 더욱이 빈 말로라도 능숙하지 못하다 해도, 눈 앞에서 아름다운 여성이 열과 성을 다해 남성을 애무해주고 있는 장면이 더해진다면 그 누가 싫어할까.


 평소의 세상만사에 초연해보였던 마녀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의 모습은 어디에 갔는지, 그녀는 지휘관의 것을 입 안에 한껏 머금은 채 서툰 혀놀림으로 지휘관의 것을 달래고 있었다.


 쾌락에 어느 정도 단련됐다고 생각했건만, 함선 소녀들과 몸을 섞을 때면 언제나 차오르는 신음을 참는 것이 한계였다.


 미숙한 파르제팔의 손짓에도 침음을 삼키며 쾌락에 젖어드는 지휘관은, 분명 그녀의 마음 한 구석 은근한 욕망을 채워주었다. 마치 지휘관의 그녀의 손 위에서 놀아나는 듯한 느낌이었으니.


 다만 도대체 왜 그런지, 파르제팔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언가 한 걸음이 모자랐다. 파르제팔이 그렸던 오늘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터인데. 계획대로 되고 있다면 기뻐해야 할 것이 아닌가.


 자신도 알 수 없는 그 감정에 파르제팔의 눈이 은근히 샐쭉해졌다. 그런 와중에도 지휘관을 위로하는 손과 입이 멈추지 않았다.


 지휘관은 그런 파르제팔을 보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보나마나 무리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겠지. 


 그 시선에 그녀 자신도 모르는 그 감정이 뭉글거리며 더욱 커졌다.


 "읏……!"


 지휘관이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파르제팔이 지휘관의 것을 깊숙하게 물었다. 갑작스러운 자극, 지휘관이 아랫 입술을 깨물으며 신음을 흘렸다.


 "흐, 읍……."


 목구멍을 치고 들어오는 단단한 물건에 욕지기가 치고 올라왔다.


 당장이라도 입 안을 가득 메운 것을 내뱉고자 헛구역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파르제팔은 눈가에 배일 것처럼 차오르는 눈물과 그 욕지기를 억지로 참아냈다.


 지휘관의 걱정따위 받고 싶지 않았다. 파르제팔이 지휘관에게 바라는 것은, 지휘관이 제 손에 쥐여지는 쾌락을 온전히 느끼는 것 뿐이었다.


 자고로 사역마라면 마녀가 하사하는 걸 기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나.


 그리 생각하는데 왜이리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한지. 그 감각을 잊으려 파르제팔은 더욱 열성적으로 애무에 매달렸다.


 "응, 읏……."


 따스한 점막에 닿는 감각에 이따금씩 파르제팔의 입가에서 새어나오는 신음과 침을 삼키는 소리가 섞였다. 천박하고 추잡스럽기 그지 없건만 귓가를 때리는 그 소리에 저도 모르게 사정감이 치고 올라왔다.


 더 강렬한 쾌감을 찾아 꿈틀거리는 허리를 진정시키는 게 지휘관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움찔거리는 그 허리를 보며 파르제팔이 본능적으로 더욱 깊숙히 그의 물건을 물어냈다.


 예상치 못한 쾌락, 지휘관이 파르제팔을 떼어내려 그녀의 뿔을 잡고 허리를 빼려고 했다. 하지만 파르제팔은 그리 놓아두지 않겠다는 듯 무릎을 세우고 그의 허리를 끌어 안았다.


 목구멍 깊숙한 곳까지 범해지는 그 감각, 조건 반사적으로 새어나오는 눈물, 삼키지 못해 흘러나오는 타액.


 지휘관의 커다란 손에 잡힌 뿔 때문에 머리를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었다.


 입 안을 가득 메운 물건 탓에 느껴지는 욕지기. 몸뚱이는 제멋대로 입 안을 채운 것을 게워내려 헛구역질을 하지만, 벌어진 입술에서는 게헥거리는 짐승과도 같은 소리만이 흘러나왔다.


 굴욕적이기 그지 없는 상황일터다. 남성에게 억지로 범해지며 굴종하는 꼴과 다름 없었다.


 마녀의 위상은 커녕 여성의 존엄조차 의심스러운 모습일텐데.


 하지만 허전했던 마음 속 한 구석이 채워졌다.


 지휘관의 물건이 꿈틀거리며 백탁액을 토해냈다. 입 안을 거치지도 않고, 목구멍 너머 그대로 쏘아져,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끈적한 액체의 감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한참을 이어진 사정이 끝날 때쯤에야 파르제팔이 지휘관의 허리를 놓았다.


 비릿한 향기가 비강을 가득 채웠다. 입 안에서 빠져나온 지휘관의 물건은 정액과 타액이 섞여 번들거렸다.


 "케헥, 켈록, 케흑……."


 목구멍을 찌르던 지휘관의 것이 빠져나가고, 파르제팔은 무릎을 꿇고 소파에 매달린 채 기침을 이어갔다.


 부족한 숨에 터질 것 같이 달아오른 얼굴, 그 눈가에 맺힌 눈물이 또르륵 떨어졌다. 입가에서는 미처 삼키지 못한 정액이 끈적하게 늘어졌다.


 "괜찮아?"


 지휘관의 물음에 파르제팔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발갛게 충혈되어 눈물이 맺힌 눈가, 흘러내린 눈물 자욱은 입가와 턱에 늘어진 정액과 타액과 섞여 끈적하게 늘어지고 있었다.


 힘들게 분명했다. 고통스러울 터였다. 괴로울 것이 틀림 없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입안을 가득 채운 물건에 숨이 가빴으며, 침도 제대로 삼키지 못해 힘들었다. 헛구역질은 자꾸 치밀어 오르고, 계속 자극 당한 목구멍이 아팠다.


 그런데 왜, 지휘관의 아래에서 무릎 꿇고, 그녀를 내려다보는 지휘관을 보면 웃음이 나올까.


 마녀의 위엄은 온데간데 없고, 여성의 품위조차 더럽혀진 채 굴욕적인 이 모습을 지휘관에게 보이는 지금 상황에 한 발짝 모자랐던 만족감이 차오르는 것일까.


 그가 제 뿔을 잡고 목구멍 깊숙히 사정할 때는 머릿속이 텅 빌 정도로 아찔한 쾌락이 일었다.


 평범한 이들이라면 질겁할 지금 이 광경에서 그녀는 일생 더 없이 흥분하고 있었다.


 파르제팔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속옷은 이미 질척했고, 질척한 꿀이 허벅지를 타고 흘러 스타킹을 적셨다. 


 점점이 퍼져나가는 스타킹의 얼룩, 애액으로 반짝거리는 허벅지. 그걸 자랑하는 것처럼 파르제팔이 제 스커트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이윽고 드러난 속옷은 이미 제 역할을 잃은 지 오래. 하얀 속옷은 애액에 젖은 채로 착 달라붙어 그녀의 소중한 곳의 윤곽을 가감없이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청초와 순결의 상징일터인 하얀색, 젖어 비치는 새하얀 속옷 너머 발갛게 달아오른 살갗의 색이 도리어 더욱 선정적으로 느껴졌다. 


 아마 지금 속옷을 벗는다면 애액이 흘러 넘쳐 바닥에 뚝뚝 떨어지겠지.


 다시 스커트가 내려가고, 파르제팔의 손이 스커트 안으로 파고 들었다. 그리곤 천천히, 천천히 허리를 숙이고 속옷을 끌어내렸다.


 속옷과 가랑이 사이에서 천천히 늘어지는 투명하고 끈적한 실. 속옷과 스타킹이 스치는 소리가 귀를 자극하고, 긴 머리카락 몇 가닥이 흘러내려 축축히 젖은 그녀의 허벅지에 달라붙었다.


 느긋하게, 서두르지 않고 파르제팔이 속옷을 마저 벗어냈다.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서 진득한 액체 한 방울이 늘어지며 떨어졌다.


 남자의 환상을 고스란히 체현한 그 모습에 지휘관이 옅게 숨을 삼켰다.


 파르제팔이 다시 스커트를 들어올렸다. 본래라면 보여야 할 속옷은 이미 벗어던졌다. 붉게 물든 둔덕이 드러났다. 뭇 아름답다, 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여체는 색정적인 분위기를 두르고 눈 앞의 남성을 유혹하고 있었다.


 파르제팔의 눈가가 부드럽게 휘고, 한껏 요염한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눈 앞에 두고, 언제까지 참을 거지, 주인님?"


 당돌한 도발. 얼마 전에 사정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지휘관의 것이 빳빳하게 일어서는 모습이 파르제팔의 눈가에 비쳤다.


 "읍……!"


 지휘관이 파르제팔의 몸을 끌어당기며 입을 맞췄다. 파르제팔은 그의 손길에 그대로 끌려가, 지휘관에게 몸을 기댔다. 그녀의 몸을 온전히 감싸안는 그 커다란 품과 지휘관의 체취. 파르제팔은 몽롱해지는 정신에 지휘관에게 몸을 맡겼다.


 지휘관의 손이 파르제팔의 다리 사이로 향했다. 끈적하고 미끈거리는 애액의 감촉과 습기가 그의 손을 반겼다.


 "응, 흣……."


 둔덕을 슬쩍 훑자 파르제팔의 몸이 벌벌 떨렸다. 고작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얕게 절정하며 신음을 흘렸다. 끔뻑거리는 질구는 제 위로 지나가는 지휘관의 손가락을 그대로 물고서 우물거렸다.


 더 이상의 전희가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파르제팔의 몸은 애닳아 있기는 했다.


 하지만 첫 경험 아닌가. 조금 과도한게 좋을지도. 가뜩이나 방금 전희로 괴로워하던 파르제팔을 더 힘들게 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렇기에 지휘관은 다시 파르제팔의 몸을 어루어만졌다.


 지휘관의 냄새에 취한 파르제팔에게 피부에 닿는 지휘관의 체온은 그것만으로도 아찔한 쾌락을 선사했다.


 손이 닿는 자리 자리마다 손자욱이 남았다. 가녀린 팔뚝에, 새하얀 어깨에, 깨끗한 등에, 살집 잡힌 허벅지에. 온갖 곳에 지휘관의 손길이 닿고, 그때마다 파르제팔은 움찔거리며 쾌락에 몸을 떨었다.


 하지만 버둥거린다한들 그 커다란 품은 파르제팔을 놓아줄 생각조차 않았다.


 애정으로 사람을 미쳐버리게 할 수 있다면 이런 것이 아닐까.


 흡사 중독성 깊은 약물과도 같았다.


 본래라면 파르제팔이 지휘관에게 쾌락을 쥐여주고 있어야 할텐데, 지금은 지휘관이 파르제팔에게 넘치는 쾌락을 선사하고 있었다.


 파르제팔이 쥐어준 쾌감으로는, 지휘관이 주는 이 쾌감을 절대로 갚을 수 없지 않을까.


 머릿속이 뭉근히 녹아내려 새하얗게 비어버렸다. 파르제팔은 지휘관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옅은 절정에 달했다.


 "응, 흐읏……."


 특히나 허리를 휘어감아 그의 품 안에 더욱 단단히 가두며 목덜미에 얼굴을 묻을 때는 정말 망가질 것만 같았다.


 지휘관과 살을 맞댔다던 함선 소녀들이 늘 애욕에 넘치는 눈으로 지휘관을 바라보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리도 아찔한 쾌락을 선사해주는데 홀리지 않고 버틸 수 있을리가.


 하지만 첫 경험이기에 파르제팔의 몸을 더욱 달궈주겠다는 지휘관의 생각은, 파르제팔에겐 참을 수 없는 고문처럼 다가왔다.


 그제야 파르제팔은 자신이 왜 불만족스러웠는지 깨달았다.


 지휘관의 밑에 깔리고 싶었다. 물건처럼 다뤄지고 싶었다. 이 달아오른 몸뚱이를 마구잡이로 가지고 놀아주기를 바랐다.


 그저 그의 밑에서 천박한 신음을 흘리며 엉망진창으로 당하고 싶었다.


 그간 온갖 허세로 무장한 채 쓸모없는 마녀의 위엄을 찾고자 한 것은, 아마 그 품위를 마구잡이로 짓밟아줄 사람을 찾으려던 자신의 은밀한 욕구가 발현한 것이 아닐까.


 허나 그런 고찰따위는 어찌됐든 상관없었다. 녹아버린 이성은 제대로 된 생각조차 하지 못했으니.


 바들바들 떨던 파르제팔이 지휘관을 밀어냈다. 초점을 잃고 흔들리는 눈, 계속되는 쾌락에 삼키지 못한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 하나하나가 남성을 욕망을 일깨우는 색정적인 분위기를 피어올렸다.


 파르제팔은 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피어오른 그 욕구를 채우고자 본능에 따르기로 했다.


 파르제팔이 지휘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대며 깊이 절했다. 파르제팔의 분위기에 홀린 지휘관은 그녀를 일으킬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부탁, 드립니다, 주인님. 부디 이 미천한 하녀에게……, 벌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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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언가 후기를 적으려고 했는데 떠오르는 생각이 없습니다.

 분명 뭘 적어야지, 하고 생각해둔 것이 있는데 그 짧은 사이에 잊어버린 모양입니다.


 그러고보니 곧 임원과 함께하는 회식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아마 이게 문제인듯 싶습니다. 회사가 사람에게 이리도 해롭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가혹하기 그지 없어 돈을 벌어야하니, 넘어가지 않는 밥을 웃음과 술과 함께 억지로 넘겨야 합니다.


 오늘도 헛소리가 길었습니다.


 오랜만에 19금 장면을 묘사했는데 꼴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생각해보니 한창 쓸때도 별 다를바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이번에도 기다려주시고,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