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담배에 불을 붙이려던 체셔가 담배에서 입을 떼고 무슨 말이냐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무슨 뜻이야 앵커리지?"


"나도 몰라, 지휘관 책상에 그렇게 메모되어 있던데." 나는 잠시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해보았다.


"드디어 노망이 났나?" 하며 한쪽 눈썹을 치켜뜨는 체셔.


"그러면 큰일나게? 우리도 쟤네들처럼 길바닥에서 빌어먹어야 할껄?" 우리는 앞의 해변가에서 푯말을 들고 앉아있는 아오바를 보았다.


"이제야 머리띠 벗고 돌아다닐 수 있나 싶었는데..." 이제서야 담배에 불을 붙인 체셔는, 앞이 빨갛게 달아오르도록 한모금을 쭉 길게 빨아냈다.


"D3 - 9 뭔 소리야, 이번 해역엔 9명만 데려간다는 건가?"



"모나크, 알 것 같다. 헥스코드 문제가 아닌가. D3-9=CA, 10진수로 202가 된다."


"9명만 데려가면, 우리는 안 뛰어도 될 것 같지 않아?" 나는 갑자기 끼어든 모나크를 무시하고 말을 했다.


"오 그럴 수도 있겠..."


"아, 썅. 나도 담배필 땐 말 좀 하자." 모나크는 담배곽에 입을 가져다 대고 담배를 물어서 뽑아냈다.


'탕, 차륵' 진한 갈색으로 코팅된 지포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이는 모나크를, 나랑 체셔는 가만히 쳐다보았다.


"왜, 뭐. 연구함들은 다들 피우지 않나?" 모니크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길게 연기를 내뱉었다.


"그, 말투 뭐야...? 너 사람말 할줄 알았어?" 살짝 벙찐 표정을 지은 체셔.


"너는 냥냥 붙이면서 앵기는 단또년 아니었고?" 난간 너머로 담뱃재를 털더니 다시 말을 있는 그녀.


"너는 저능아에, 넵튠은 메이드. 론이랑 DR빼고는 전부 돈 벌려고 이짓거리 하는 게 아니었나?"


"뭐야, 그럼 너도?" 나는 놀라 물어보았다.


"당연히 컨셉이지. 여기에 모항에 진짜 찐따가 있을 줄 알았어?" '툭' 벌써 담배를 다 피운 그녀는 저 바다 멀리 꽁초를 튕겨냈다.


"그렇... 긴하네, 그냥 함선이면 몰라도 연구함이 그럴 이유는 없으니까"


'저벅저벅' 가까이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에 우리는 다같이 담배를 숨기고 등 뒤를 바라보았다.


"응? 퍼시어스?"


"아, 파슈슈 시호넷 3기 캤다. 좆같다." 그녀는 오자마자 난간을 붙잡고 쓰러져선 모나크의 담배를 빌려 피운다.


"이번엔 얼마나 뛰었어?" 자기도 한대를 더 꺼내며 물어보는 모나크


"기름 20만 개는 먹은 것 같은데, 아 지휘관. 돈만 아니었으면 뒤진다..."


'후우' 한 모금에 반이나 태운 그녀는 체셔랑 나를 바라보더니 손가락으로 들고있던 담배를 가리켰다.


"탄다. 불"


잠시 신경쓰지 않은 사이에 담배는 필터까지 타오르고 있었다.


"아, 씨발. 내 돛대" 체셔는 꽁초를 땅바닥에 내팽게 치더니 침을 뱉어 불을 껐다.


"그래서, 다들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어?" 어느새 한 대를 다 태운 퍼시어스.


"D3 - 9. 지휘관이 이렇게 말했어." 나는 체셔가 뱉은 침 위로 내 꽁초도 던져 넣었다.


"D3? D3... 아, 광산인가?" 라고 대답하는 퍼시어스.


"광산?" 나는 다시 물어보았다.


"기름 가지고 존나 캐내니까 광산이지. 해역은 개뿔." 라고 말한 퍼시어스는 텀을 가지고 다시 말을 이었다.


"...아까 유니콘이 발작하던데, 지휘관이 10만 포인트 다 캐려한다고."


"무슨 미친..." 경악하는 체셔를 두고 나는 새로운 의문이 들었다.


"유니콘? 걔가 왜? 지휘관 따라다니는 얘 아니었나?"


"파슈슈 광산 친구. 이번에 개장했다고 존나 굴리더라. 나야 편하긴 한데." 퍼시어스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10만 포인트를 다 캐려고 하는 거야, 5만 정도만 캐지 않았나?" 하며 물어보는 체셔.


"그건 나도 모르지. 갑자기 노망이 든건..." 하며 말하던 퍼시어스의 말을 끊고 모나크가 말을 이었다.


"아니 잠깐만, D3 해역 이름이 봉화였나?" 놀란 표정을 지은 모나크를 잠깐 바라본 퍼시어스는 "그렇다"고 대답해주었다.


"'봉화' - 9번째 모음인 'ㅗ' 봉하... 지휘관 고향이 어디랬지?" 


"그새끼 고향 봉하마을인... 데..." 말하다가 몸을 떠는 퍼시어스는 작은 소리로 이렇게 덧붙였다.


"노망... 났나봐... 피아제 어쩌구 하던게..."


'치직'


모항의 스피커가 켜지는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아, 아, 행정반에서 알려드립니다. 경항모 퍼시어스, 중순양함 앵커리지, 체셔, 전함 모나크랑 상파...'


"이 씨발... 피아제는 자기 집 주변에서 찾든가..." 울먹이는 퍼시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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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항로 - 절망편 치매걸린 노짱의 항로일지. 

갑자기 시호넷 모으고 D3 돌려하다가 생각남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