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12월 1일, 이글 유니온, 유니온 태평양 함대 모항 하와이 진주만


"안녕, 지휘관."


"그래."


씨발. 씨발. 씨발.


벽람항로의 신임 지휘관, 체스터 E. 리코버 준장은 마음속으로 '씨발'이란 말을 셀 수 없이 했다.


첫 번째 이유는 그가 벽람항로 함순이들의 지휘관이 되었기 때문이며, 두 번째는 그가 전직 모바일 게임 벽람항로 유저였기 때문이고, 세 번째는 며칠 후에 이 진주만이 좆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이 벽람항로의 '지휘관'이라는 직책을 맡았던 사람들의 임기 종료 사유는 '전투 중 사망', '의문사', 그리고 '큐브 건조 중 고혈압으로 사망'이었다는 것을 볼 때 지휘관이라는 게 좋지 않은 것이라는 건 모두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지휘관? 지휘관? 정신 차려!"


"알겠다니까."


그의 비서함, 로열의 J급 구축함 재블린이 몇 번 흔들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그였다.


"그래서 이 곳에 남은 게 뭐지?"


벽람항로의 4대 지휘관, 체스터 리코버는 재블린에게 물었다. 저번 지휘관이었던 랄프 크리스티 소장이 BE해역(옛날옛적에 베링 해라고 불렸던)에서 세이렌의 함정에 빠져 전투 중 사망하고 함대가 궤멸된 이후 돌아온 함순이는 극소수. 그것도 후방에서 놀던 몇 명이었다.


뭐, 생각해 보면 지휘관이 지휘할 수 있는 것들은 가끔씩 벽람항로 상층부에서 지휘하게 해 주는 몇몇 소규모 부대를 빼면 모두 자기 아니면 선대 지휘관이 뽑았거나 해역에서 끌고 오는 것이었으니 딱히 큰 문제는 아니었다.


"여기, 표 있어. 함대에 남아있는 마지막 함선들이야. 아니, 패잔병이라고 해야 할까? 나도 그들 중 하나니까."


그는 표를 보았다. 단 7명, 지휘관이 지휘할 수 있는 건 단 일곱이었다.


국가함종함명등급
이글 유니온전함테네시R
이글 유니온구축함배시R
로열 네이비구축함재블린SR
로열 네이비중순양함슈롭셔R
노스 유니온경순양함파먀티 메르쿠리야SR
이글 유니온경항공모함랭글리N
아이리스 리브레잠수함쉬르쿠프SR


"씨발. 그런데 얘네는 왜 원정에 참여를 안 한 거지?"


"테네시는 2번 주포탑이 고장났고, 나는 어뢰 유폭으로 인해 죽을 뻔 했고, 쉬르쿠프는 세이렌의 공격으로 이미 그 전부터 전력 외 판정이야, 파먀티 메르쿠리야는 동력이 맛이 가버렸고, 랭글리, 배시, 슈롭셔는......그냥 저번 지휘관이 꼴보기 싫다던데.'


총체적 난국이라고 지휘관은 생각했다. 


"수리된 건?"


"테네시 2번 주포탑은 그래도 여분이 있어서 바꿨고, 파마티는 브레머튼에서 엔진을 바꾸면서 오버홀 작업 중이야."


나는 파먀티 메르쿠리야라는 이름에 투입 불가능이라는 메모를 했다. 쉬르쿠프라는 이름에도.


"그러면 너는?"


"가능하니까 여기 있겠지."


그러면 남은 건 후열에 랭글리, 테네시. 전열에 배시, 재블린, 슈롭셔......이거 망했는데?


"그래. 일단 부를 수 있는 함순이들은 전부 다 불러와. 뭐라도 해봐야지."


"알겠어."


재블린은 떠났다.


랄프 크리스티 개새끼. 


"조금 있다가 장비는 뭐 끼고 있는지도 물어봐야겠네."


고증장비 끼고 있지는 않겠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다가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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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12월 1일, 진주만, 벽람항로 지휘관 부대 정박지


"새로운 지휘관인가? 전함 테네시다."


"이글 유니온 최초의 항모, 랭글리에요."


못생겼다.


"나는 배시!"


배시는 볼 때마다 호감이 들지 않는다. 처음 보는 거지만 그렇다. 게임에서도 그랬다. 게임에서 배시는 갈아야 하는 거였다. 하무망같은 거다.


"런던급 막내, 슈롭셔입니다......"


슈롭셔 저 새끼는 왜 맛이 간 거지?


"다 모아왔어."


재블린의 말이다.


"그래. 그러니까 남아있는 칸센이 이 정도라는 거지."


"쉬르쿠프도 있기는 한데, 아마 좋은 꼴 못 볼 거다. 이미 폐인이야."


"그래. 씨발."


"지휘관. 왜 그런 욕을 쓰는 건가요?"


"랭글리, 그러면 지금 이 상황을 보고도 욕이 안 나오게 생겼냐?"


저딴 게 경항모라니, 미래는 암담하기만 하다.


항모였나? 모르겠다.


"각각 장비나 말해 줘봐."


"전함 테네시. 주포에 283mm SKC 3연장포, 부포에 76mm 단장포, 대공포에 시카고 피아노다."


"어떤 미친 새끼가 그따구로 끼래?"


283mm SKC? 샤른호르스트급이었나?


"그게......남는 게 이거뿐이어서......"


"씨발. 재블린? 장비목록 있냐?"


"모든 남아있던 장비는 저번 작전에서 베스탈이 맡았다가 침몰과 함께 시원하게 날아갔습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떤 미친 새끼가 테네시급에 283mm, 그러니까 11인치를 넣는 걸까. 저 저속전함에 11인치를 넣으면 가망이 없는데.


"그......지휘관......미안하다."


"미안할 건 없어. 크리스티 그 새끼 잘못이지."


이런 함대를 이끌고 미드웨이에서 아카가 조지라고요? 구형 11인치 저속전함하고 랭글리로?


나 집으로 돌아갈래. 뉴저지 서약해야 한단 말이야.









한 번 소설 써 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