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그래서, 랭글리는?"


테네시가 11인치 3연장 4기라는 쓰레기로 바뀌었다는 걸 안 이후, 장비 조사는 계속되었다.


"어, 그게. 그게......전투기에 씨 글래디에이터, 폭격기에 He-50b입니다."


씨발. 둘 다 복엽기잖아! 복엽기!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뭐지? 허미즈? 호쇼? 랭글리, 어 셋 다 옛날 것들이기는 한데.


"뭐?"


"그, 워낙 비행갑판이 짧아서 복엽기 말고는 이륙을 못 해요."


......씨발.


"야. 여기서 크리스티 이전에 그, 2대 지휘관 때 있었던 사람 손 들어봐."


손을 든 건 랭글리랑 테네시 뿐이다.


"크리스티 처음 여기 왔을 때 함이 더 많았냐 아니면 지금이 더 많냐?"


"당연히 랄프 크리스티 전 지휘관께서 착임하셨을 때입니다. 항모 11척, 전함 9척, 순양전함 4척, 매우 많은 보조함으로 이루어진 대함대였습니다."


갑자기 빡친다. 크리스티 그 새끼는 그걸 싹 다 날려먹었다는 거잖아. 그래서 내가 re:제로부터 시작하는 지휘관 생활을 찍어야 하는 거잖아.


"에라이."


일단 미드웨이가 문제가 아니라 산호해가 문제였네. 학자매 그 새끼들을 복엽기랑 시카고 피아노로 어떻게 이기는데. 그러니까 항모 증원해 달라고. 


"야, 장비 확인은 집어치우자. 내일 해. 큐브 몇 개 남았어?"


대부분의 얼굴이 우중충해진다. 어. 설마, 설마 크리스티 그 새끼가.


"지휘관님."


"그래, 슈롭셔. 몇 개 남았지?"


아무리 봐도 폐인 직전 무언가인 듯 한 슈롭셔의 모습을 보니 안쓰럽다. 누가? 내가. 저 새끼들을 내가 믿고 산호해에 나가야 하는 건가?


"없습니다."


"씨발 크리스티 개새끼."


나 돌아갈래. 뉴저지와 퍼시어스가 반기는 모항으로 돌아갈래. 뱅가드가 빨간불 띄우고 있는 모항으로 돌아갈래. 1항전과 5항전이 내 편인 모항으로 돌아갈래.


"이건 크리스티 전 지휘관님 때문이......맞네요. BE해역이 안 밀리면 지휘함 안에서 뽑겠다고 하면서 모든 큐브를 가져가셨거든요. 그리고 그것들은 이미 세이렌의 공격으로 인해 저 깊은 바닷속 어딘가에 있겠죠. 하하. 지휘관님. 슈롭셔가 이런 상황에서 꼭 필요할까요? 그냥 여기서 뛰어내릴까요?"


그냥 저 새끼 맛 간 거 같은데. 왜 자유 낙하 운동의 시범을 보이려고 하냐.


"너 없으면 우리 망해."


우리 함대는 대공포 하나하나가 소중한 상황이다. 


진짜다. 대공포 없으면 우리 망한다. 제로센 21형들한테 강간당한다고. 99식 함상폭격기들에게 테네시와 랭글리는 갑판이 뚫리고, 전문용어로 하자면 '미드웨이' 할 거야. 


"야."


"누구를 부르신 겁니까?"


"재블린."


"어?"


어쩔 수 없다.


"퍄마티 메르쿠리야의 수리는 언제 끝나지?"


"적어도 세 달은 걸리지?"


세 달? 진주만까지 오는 걸 생각하면 그냥 산호해에서는 없다는 거잖아.


"쉬르쿠프는?"


"그 새끼는 못 써."


"아니, 쉬르쿠프 그 새끼한테 달린 장비 있을 거 아냐."


"......뭐?"


아, 이해를 못 하네.


"우리 쉬르쿠프 말고 아이리스 리브레에도 쉬르쿠프 있지 않나?"


"있지?"


"쉬르쿠프 그 새끼 장비 아이리스한테 팔아버리고 물자라도 달라고 그래. 큐브면 더 좋고. 당장 NY로 전보 보내. 뭔 말인지 알겠냐?"


그러니까 우리가 가지고 있는 폐인 쉬르쿠프는 건조해서 뽑은 칸센이기 때문에 지금 아이리스 리브레 소속인 쉬르쿠프랑은 다른 칸센이며, 저쪽에도 쉬르쿠프가 있는데 분명 아이리스 리브레가 장비 수급이 안정될 리가 없으니까(쉬르쿠프포는 쉬르쿠프밖에 장비를 못하는 거니까) 우리 쉬르쿠프 장비를 팔아서 그쪽한테 넘기고, 그쪽이 우리한테 큐브나 물자를 준다는 거다.


"어, 이해했어."


"빨리 해."


"지휘관 각하."


테네시?


"왜 그런가, 테네시?"


"그래도 되는 건가?"


"안 될 이유가 뭐가 있지?"


테네시의 말문이 막힌 것 같다. 


그런데 뭐 어쩌라고?


살려면 해야지. 난 산호해에서 렉싱턴처럼 죽고 싶지 않다고.